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지옥에서 온 사자

2010.04.26 11:0304.26



두 시간만에 갈긴 글입니다.
프롬 헬(From Hell)이라는 영화에서 살짝 모티프를 잡아 봤습니다.
굉장히 허접한 만큼, 많이많이 태클 걸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01/ 다니엘 피브린(Daniel Fibrin)



“Excuse Me,"


내가 딱 좋아하는 목소리였어. 커트 코베인처럼 약간의 기식음이 섞인 것 같이 조탁되지 않은 중저음 말이야. 게다가 정확한 퀸즈 잉글리시를 사용하더군. 미국식 억양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말투에 나는 상당히 호감을 가졌지.


- 무슨 일이신지?
“여길 찾아가고 있는데요, 이 곳 지리에 밝지 않아서 잘 모르겠더군요.”

녀석이 내민 쪽지를 보고 나는
녀석의 직업을 추측할 수 있었어. 녀석은 매춘부였어. 이 도시에서 ‘아브라함의 품(Abraham's Bosom)'을 맨 몸으로 찾아갈 녀석들은 딱 두 종류뿐이거든. 매춘부 혹은 갱(Gang).


- 여기는 어째서?
“아, 저는 이번에 새로 배치된 시 보안관입니다. 요새 여기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에 민원이 자꾸 들어와서요.”


나는 나의 추측이 틀렸음을 깨달았지. 그리고 천천히 녀석의 외모를 훑었어. 흰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상당한 미남이더군. 단정하게 뒤로 넘긴 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어.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인 주제에 아직 앳된 태를 벗어나지 못한 풋내가 전형적인 엘리트 로드를 밟아 온 인종 특유의 분위기를 내더군.


물론 나는 공무원들을 싫어해. 하지만 녀석은 예외였어. 저 청순하고 금욕적인 분위기라니, 아브라함 녀석들이 굉장히 좋아할 거였어. 물론 나도 좋아하고. 왠지 깔아 눕혀보고 싶은 분위기랄까? 강제적으로 빼앗아 녀석의 허리 아래에서 느리게 혹은 격하게 움직이면 녀석은 분명 자지러지는 고통의 신음을 내뱉을 테지.


- 여기서 얼마 멀지 않군요.


나는 다정한 미소를 띠고 녀석에게 그 장소를 일러주었어. 그리고 곧바로 아브라함의 오너에게 전화를 걸었지.


그 날 저녁 나는 질펀하게 자위를 했어. 대상은 물론 그 녀석이었고. 그 어떤 Fuck보다 흥분되는 자위였지. 침대 시트가 축축하게 젖을 때까지 싸고 나니 녀석이 지금 뭘 하고 있을 지 궁금해지더군. 아마 생소한 통증에 몸부림치며 훌쩍거리고 있었겠지.










#.02/ 딕(Dick)



다니엘의 전화를 받은 건 낮 4시경이었죠. 녀석은 우리에게 새로운 먹잇감을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가게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돌려 먹는 조건으로 500달러였죠. 처녀라는 보증서를 붙여서 말입니다.


그 사내는 다니엘이 전화 후, 딱 10분 뒤에 도착했습니다. 확실히, 예쁜 사내였습니다. 녀석들은 간만에 흥분했죠. 보안관? 그딴 건 윤리와 도덕, 법의 굴레를 벗어난 짐승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게다가 혼자 온 그 사람의 잘못도 크고요.


“이거 당장 놓지 못해! 제길, 이봐요! 오너, 이 사람들 좀 어떻게 해 보란 말입니다!”


저는 그 보안관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도시, 이 거리에서 처음 가게를 열 때부터 각오는 했지만 저의 가게는 이미 망가져 있었거든요. 갱들과 양아치들, 그리고 매춘부들만이 가득한 가게가 되어 있었죠. 돈을 벌고 싶다는 일념만이 저를 그 장소에서 유지시켜주는 단 하나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게다가, 사내 여럿이 다른 사내 하나를 강간하는 장면은 그리 드문 게 아니었어요.


저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자녀가 넷이 있습니다. 큰 아들은 유명한 공립 대학에 갔고, 작은 딸은 기숙사제 사립학교에 들어갔죠. 나머지 자녀 둘도 꽤나 수준 높은 공립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 아이들을 올바로 키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장소에서 돈을 벌 방법은 단 하나, 제 가게에 오는 무뢰한들이 저지르는 일을 묵과하는 것뿐이었죠.


결국 저는 그에게 눈물로 구걸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겁하다고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그 사내 하나보다, 제 가족들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당신들도 가족이 있다면 저를 이해해야 할 겁니다.








#.03/ 엘렌(Ellen)



난 아브라함의 품의 전속 창녀였어요. 직원은 직원이되 손님을 받고 어느 정도의 배당금을 오너에게 지불하는 계약직 창녀 말예요. 나는 프랑스의 공립대학을 나왔고, 잠깐 동안 텔레마케터 일을 했었죠. 하지만, 나는 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했어요. 그 곳은 집값은 비싸고, 임금은 싼 곳이죠. 결국 이 도시에까지 굴러들어온 거예요. Fucker, 당신들 때문에.


어쨌든, 내가 가게에 나간 시간은 여덟시 정도 되었을 거예요. 한 사내가 비틀거리며 나오더군요. 약에 취한 모습인데다 몰골을 보아하니 또 레이프를 당한 것 같았어요. 그 가게에선 그런 일이 흔하니까요.


나는 그 사내를 부축해 주었어요. 나도 첫 경험이 강간이어서 잘 알았어요, 그 고통을. 게다가 남자가 같은 남자에게 당했으니 얼마나 아팠겠어요?


- 괜찮아요?
“아, 괜찮습니다. 저, 죄송하지만 택시를 잡아 주시겠어요?”


상당한 미남이더군요. 거기에 측은한 표정까지 더하니 굉장히 관능적이었어요. 솔직히, 이곳에 왕래하는 남자만 아니라면 한 번 쯤 꼬셔 보고 싶을 정도로요.


- 이곳은 택시가 다니지 않아요.
“그럼 어디로 가면 택시를 잡을 수 있을 지만 알려 주시면 됩니다.”


나는 그제야 느꼈죠. 이 사내는 이 가게에 왕래하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이 가게에 왕래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남자는 완벽한 영국식 억양의 기품 있는 단어들만 골라서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곳엘 찾아다니겠어요?


- 그보다 상처를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가까운 곳에 닥터를 불러 드릴까요?
“아니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저는 결국 그 사내를 부축해 택시를 잡아 주었어요. 사내는 택시에 올라타기 직전, 내 뺨에 입을 맞춰주더군요. 그리고 작게 속삭였어요.


“오늘은 저 가게에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에요. 가게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즉, 오늘은 굶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죠.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 사내의 눈동자는 신뢰가 가더군요. 그래서 나는 그 날 저녁, 결국 가게에 가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일이 벌어진 것을 뒤 늦게 깨달았죠.









#.04/ Keep your mouth shut.



“그 자는 결국 잡히지 않았습니다. 연방 보안관도 아니었어요. 그 자가 바로 그 유명한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라는 걸 누가 알았겠습니까. 의외인 것은 그 자가 이번에는 어째서 남자들을 죽였는가죠.”


“네. 그를 강간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내들은 전부 죽어 있었습니다. 모방 범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진짜 그 사내가 잭 더 리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목격자들의 진술도 그리 탐탁지 많은 않아요. 그리고 설령, 그 증언이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본 사내는 지금 이 곳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잡고 말 겁니다. 사건의 진실을 깨우는 방법이 좀 무례할 지라도, 이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범인을 잡는 것이니까요. 더 이상 이렇게 계속된 살인사건을 묵과할 수는 없습니다.”


“이 일은, 지옥에서 온 자가 벌인 일이라고하기에는 너무 인간적이니까요. 그는 반드시 살아 있을 겁니다. 이 지구상, 어디엔가.”




“그리고, 다음 먹잇감을 눈여겨보고 있겠죠.”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1860 단편 대폭발지구 외계인- 2006.05.17 0
1859 단편 뱀파이어 앤솔러지에 작품 응모하신 분들께 mirror 2006.04.01 0
1858 단편 기록된 이야기 진영 2013.03.30 0
1857 단편 갈매움과 돗뫼 먼지비 2012.09.04 0
1856 단편 무기여 잘 있거라(본문 삭제)7 Inkholic 2008.03.17 0
1855 단편 기억 - 남은 기억 용량 없음 화룡 2007.02.07 0
1854 단편 마녀엄마 드림차차 2012.02.08 0
1853 단편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4 Hi,연 2011.01.08 0
단편 지옥에서 온 사자 은세준 2010.04.26 0
1851 단편 식인소녀1 박하 2010.03.25 0
1850 단편 광고2 엄길윤 2013.11.14 0
1849 단편 데팅스에 관하여 고설 2013.05.28 0
1848 단편 마지막 점프 숨쉬는 돌 2012.09.17 0
1847 단편 깊은 잠 Deep Sleep1 시뮨 2011.03.31 0
1846 단편 1 하늘깊은곳 2010.02.01 0
1845 단편 붉은 눈, 검은 혀4 박하 2009.09.17 0
1844 단편 고양이를 위한 예의3 miro 2003.09.24 0
1843 단편 큐어 박재권 2011.09.02 0
1842 단편 우주정복 니그라토 2013.03.10 0
1841 단편 두세 계 징이 2011.02.14 0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1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