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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아르실의 마녀

2006.08.17 10:4108.17

아르실의 마녀


지금의 우리들은 모르는 먼 어느 대륙의 작은 마을의 숲에 마녀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누가 처음 시작한 말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마녀를 본 적이 없는데 사람들은 두려워 하면서 숲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은 점점 더 부풀려지더니 밤에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낄낄거리다가 못된 아이들을 잡아간다라던가. 나이가 600살이나 먹은 쭈글쭈글한 노인이라느니 키가 3미터가 넘어간다는 둥 점점 이상한 소문이 퍼져나갔지만 마을의 그 어느 누구도 정말로 마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볼 엄두도 못 내고 있었지요.

무서웠거든요. 사람들은 무서웠던 거예요. 왜냐하면 마녀가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그 숲을 한번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금새 아르실은 관광지로 변했거든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니까 마을 사람들은 금새 돈을 무지무지 많이 벌었어요.

생각해보세요. 이렇게 유명해져서 조용한 마을이 이렇게나 커졌는데 만약에 마녀가 실제로 숲에 없다면 어떨까요?

아무도 찾아오질 않겠죠?

그래요 눈치챈 사람도 있을거예요. 무시무시한 소문들은 다 아르실의 사람들이 낸 거라는 걸요. 그런데 소문이 무서우면 무서울수록 더 몰려오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사람들은 고민했어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마녀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문제였으니까요. 진짜 마녀들은 전부 무섭고 괴물 같을지도 모르니까요. 옛날부터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마녀들은 흰 긴 수염고래의 수염이나 도마뱀의 눈물, 용의 하품이나 한밤중에 우는 닭의 울음소리 같은 괴상망칙한 재료들을 커다란 국솥에다가 집어넣어서는 휘휘 저어서 만들어낸 뭔지 알 수 없는 약들을 나쁜 아이들을 잡아서 먹여본다고 하기도 하구요. 쭈글쭈글한 주름을 가진 데다가 커다란 고깔모자를 쓰고 큰 매부리코를 휙휙 휘두르며 몇 개 남지 않은 이빨을 자랑하며 터트리는 웃음소리는 정말 무섭대요. 어쩌면 소문에 퍼진 대로 아이들을 채갈지도 모르지요.

아무도 마녀를 본 적도 없지만 소문은 무섭게 퍼져나갔어요. 대륙 전체로 퍼져나가는 소문에 이제 마을 사람들은 그게 헛소문이란 걸 밝힐 수가 없게 된 거예요. 기름통 위에 불을 붙인 것처럼 소문이 붙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나간 거죠.

이제 어쩌죠? 이러다가 누군가 용감한 사람들이 숲으로 들어가서 마녀가 없다는 것을 알게되면 큰 일이에요. 마을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힐 거예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때 한 사람이 꾀를 냈어요.

마녀가 없다며 만드는 게 어떨까?

사람들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소문대로 나이 많이 먹어 보이고 쭈글쭈글한 마녀를 만들기 위해 마을에서 가장 무섭게 생긴 할머니가 그 역할을 하기로 하고선 오래간만에 일이 생긴 목수 아저씨가 톱질을 하고 나무를 베서 마녀가 살 것 같이 생긴 음산한 집을 숲 안에 하나 만들어냈어요. 그릇을 파는 아주머니는 집에 창고를 뒤지고 또 뒤져서 마녀가 쓸 것 같은 커다란 국솥을 하나 꺼내왔답니다. 옷을 파는 아저씨는 할머니의 치수를 재가더니 금새 검은 색의 마녀 할멈 의상을 만들어왔어요.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집을 치장하고 할머니를 마녀처럼 꾸몄답니다

마지막으로 의사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캐온 풀뿌리를 이것저것 가져다가 국솥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어요. 그 외에도 아이들이 가져온 뭔지 모를 알 수 없는 재료를 넣어서는 팔팔 끓이자 녹색의 액체에서 고약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어요.

얼마나 냄새가 지독한지 근처에 지나가던 새들도 울지 않고 동물들도 집 주위에는 접근을 안 하는데다가 근처에 자라던 풀까지도 코를 틀어막고 땅속 깊숙이 숨어버렸답니다. 게다가 집 옆에 흐르던 시냇물은 발길을 돌려 저 먼 곳으로 휘잉 하고 돌아서 흘러갔어요. 이제 준비는 끝난 거예요. 나무꾼 아저씨가 적당히 구불구불한 길을 만들어서 마녀의 집을 관광지로 만들 준비는 다 끝났답니다. 이제 이걸로 안심하고 마을 사람들은 다시 얼마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한달쯤 지났을 때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쭈글쭈글한 마녀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마녀의 모습이 어린아이인 걸 본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마녀는 커다란 달팽이랑 함께 사는데 하나도 무서워 보이지 않았대요. 이상하지요? 분명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낸 마녀는 그런 건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죠.

설마 진짜 숲 속에 마녀가 살고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 할머니가 진짜 마녀였던 걸까요? 마을 사람들이 관광객들의 눈을 피해 우르르 찾아갔을 때 마침 마녀 역할을 하던 할머니는 냄새나던 국솥을 너무 오래 젓다가 비염에 걸려서 자리에 누워 있었어요. 하긴 그 지독한 냄새를 매일 같이 맡았으니 쓰러질 수밖에 없었죠. 마을 사람들이 마녀티 내려고 붙여준 고양이는 지독한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묶어놓은 줄을 이빨로 끊고는 이미 도망친 상태였으니까요 마을 사람들이 열심히 꾸며놨다지만 아무리 봐도 주무시고 있는 할머니는 진짜 마녀처럼은 보이지 않았죠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정말로 진짜 마녀가 있는 걸까요? 마을 사람들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날쌘 필이라는 아이를 뽑아서 마녀를 찾아보게 했어요. 어른들이 가는게 제일 좋겠지만 어른들은 아시다시피 항상 이런 저런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바쁘잖아요? 다행히도 숲에는 곰이나 호랑이 같은 무서운 동물도 없고 필은 숲에 자주 가서 놀았기 때문에 괜찮을거란 생각이었죠.

필은 일주일 내내 숲을 뒤졌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어요. 아무래도 마녀가 있다는 소문은 헛소문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쳐서 집으로 돌아갈 때쯤 뭔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필의 눈에 들어왔어요. 그것은 놀랍게도 달팽이였답니다. 지금까지 보아온 그 어느 달팽이보다도 빠른 아니 토끼나 다람쥐보다도 빠르다고 생각되는 그 달팽이는 정말 놀라운 속도로 어딘가로 기어가고 있었어요

필은 조심스럽게 다가가려 했지만 달팽이가 너무나 빨라서 뛰어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다행히도 달팽이는 바쁜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기어가고 있어서 필은 들키지 않고 접근할 수 있었답니다.

달팽이는 숲의 가운데로 바쁘게 들어갔어요. 어? 전에는 이런 건 못 봤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필은 소리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답니다. 잠시 주위가 일그러지는 것 같이 보이더니 어느 샌가 눈앞에 커다란 집이 나타났어요.

그 집 문 앞에는 한 소녀가 문틈에 발이 끼인 채로 끙끙거리고 있었어요. 달팽이가 냉큼 가서는 한참을 보다가 말을 한마디 휙 던졌답니다

"이봐 안 도와주고 뭐해!"

달팽이가 말을 했어요! 깜짝 놀랐지만 소녀를 도와 주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소년은 용기를 내서 접근했답니다. 사실은 멀리서 봐도 소녀가 꽤 예뻤거든요. 아무튼 필은 달려가서 소녀의 다리를 잡아당겼답니다. 하나 둘 셋 영차! 쑥 하고 다리가 빠져 나오자 필은 소녀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새하얀 얼굴에 단정한 단발머리, 마치 인형 같은 외모였지요.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녀는 달팽이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필이 쭈뼛거리는 잠깐 사이였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안에서 퉁명스런 달팽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안 들어오고 뭐해!" 소년은 용기를 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답니다.

의외로 집 안은 평범했어요. 작고 빨간 벽난로에 가을 낙엽 빛깔의 식탁과 작은 침대 하나와 그것보다 더 작은 침대가 하나씩 있었지요. 그리고 소녀의 몸에 꼭 맞을 것 같은 작은 흔들의자와 구석에는 소녀보다 큰 빗자루 하나. 벽에 붙은 선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 담긴 병들이 나란히 놓여있었습니다.

차분히 소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은 마녀라는 것.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는 않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니 그다지 시끄럽게 굴지 않으면 뭘 하든 신경 쓰진 않겠다고 이야기했답니다. 그렇게 마녀의 집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돌아 나온 소년이 뒤를 돌아보았을 때 뒤에는 그저 무심한 나무만이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서 들어 가보았지만 그 안에는 나무밖에 없었지요

돌아온 소년은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아 물론 마녀는 시끄러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두요. 물론 가끔 자신이 마녀의 집에 가야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말이죠. 마을 사람들은 안심했답니다. 마녀가 혹시라도 자기를 사칭했다고 난리라도 피우면 말릴 수가 없을 테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작은 마녀의 소동은 끝이 났답니다. 아니 완전히 끝난 건 아니죠 아직도 대륙에는 그 작은 마을에 마녀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있고, 비염으로 고생중인 할머니는 통나무집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국솥을 열심히 젓고 있겠지요.

그리고 진짜 마녀는 지금도 조용히 지내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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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년전쯤에 쓴 단편입니다..

요즘은 글을 잘 쓰지 않는 터라 올릴게 별로 없군요..
뭔가 써볼까..하는데 정말 맘에 안들게 써지네요.. 요즘은....ㅠㅠ


그럼 모두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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