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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 아기침대

2004.04.28 04:4004.28

애초부터 받고 싶었던 전화 따위 절대로 아니였다. 생일 따위 잊어먹고 있었다. 무어 반갑지도 않았던 아이의 생일인 것을-. 태양의 시간으로 계산한 것도 아닌, 달의 시간으로 계산해서 챙겨주어야 하는 귀찮은 생일 따위 알게 뭐냐 말이다.

어쨌건, 사촌이라는 허울 아래, 그녀는 뻔뻔스럽게도 내게 요구해왔다. 출산 선물 겸 늦어버린 생일 선물을 겸하여서 아기침대를 선물해 달라면서 말이다. 그것도 정령이 깃들여진 히들렌 나무로 만들어진 노래하는 아기침대를 말이다.

아무리 밉다 밉다 하지만 이것은 정도가 지나쳤다. 그래도 사촌이랍시고, 가족 문제로 속상한 내 속내를 넌지시 털어놓았더니 곧바로 내 가족들에게 일러바친 위인이다.

히들렌 나무로 만들어진 아기침대 좋아하네. 그냥 나무로 만들어진 아기침대도 무진장 비싸거늘-. 새로 얻은 직장인지라 돈이 모자라는 것도 뻔히 알면서!

좋아하는 그이의 부인이 된 것도 모자라서 그이의 아이를 가진 것도 모자라서-. 이리도 속을 긁어대냐! 무어 나야 원래부터 그이의 타입이 아니였다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그 많은 인종들과 종족들이 모이는 배움의 전당- 그것도 만나의 나눔터인 곳에서 공동어로 날 차버린 그이나-, 집안의 명으로 그이와 맺어진 너나-.

무어 그래도 사돈이라는 허울 아래 볼 수는 있으니 다행이려나-

이런 것으로 위안이나 삼아버리고 말이지-.

진짜 빌어먹을- 이다.

그나저나 히들렌 나무로 만든 축복의 노래를 들려주는 아기침대를 사기에는 내 돈 주머니가 너무나도 가볍다. 그냥 모르는 척 하기에는 난 너무나도 착하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게 퍼부어 댈 사촌의 잔말씀이 귀찮아서- 상대하기 더러워서 이 짓 하는 거겠지만-

차라리 하나 만들어서 줘 버려?

이런 생각이 잠시이지만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히들렌 나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대었다가는-. 아니 그 이전에, 제대로 만들 자신이 없다.

명색이 대 마법사의 피와 재능을 이어받은 인간이면서도, 내 마법사로서의 재능은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하얗게 태워버린 이후의 재라고나 할까나-.

어쨌거나 결론은 하나다. 금화 30개를 주어면서까지 저거 살 돈 없다. 난! 금화 30개로 차라리 동생 "님"이 내 명의를 무단 도용해서 써댄 "페밀리어" 대여료를 내겠다.

도대체가 말이지-. 금화 30개 값어치를 가진 히들렌 나무로 만들어진 아기침대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대여료가 금화 30개인 페밀리어를 쓰게 되는 걸까-.

한없이 투덜투덜 거리던 난, 한숨을 내 쉬면서 결국은 톱 하나를 짊어매고서 히들렌의 숲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겠는가- 돈은 없으니 -. 나무라도 해서 만들어 바쳐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 같아서는, 마음 같아서는, 그 녀석 평소 행실로 봐서는, 히들렌 나무가 아니라, 저주받은 노래를 한다는 미들렌 나무로 만든 아기침대를 만들어서 주고 싶지만 말이다.

왜 저런 것이 내 사촌이자 친구라는 존재가 되었을까-.

쳇-. 차라리-. 히들렌 숲 전체를 집어 던져 주었으면 좋겠다!


========================== (중략) ===========================

//속보입니다. 모 공국의 모 공작 부인 마당에 히들렌 숲 전체가 이동이 되는 괴사건이 발견되었습니다. 공작 당사자는 당신은 절대로 모르는 일이라며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공작가의 선언은-.

(중략)

히들렌 나무로 만들어진 아기침대란 침대가 모두 다 미들렌 나무로 만들어진 침대로 바뀌어져서 아이들이 심하게 경기를 일으키면서 울어대고 있다는 속보입니다. 이에 관해 당국은-.

(중략)

결국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마법가의 사람이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늘 낮 정오 경에 히들렌 나무로 만든 아기침대를 선물한 U 모 대 마녀는, 그녀가 히들렌 나무를 벨 때만 해도 나무는 분명히 미들렌 나무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U 모 대 마녀의 아기침대는 히들렌 나무의 틀을 쓴 울어대는 미들렌 나무여서 학계나 학회에서는 억대의 금화에 그 아기침대를 되사려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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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울분에 차서 손가는대로 두들긴 글 -_-;*
u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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