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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지구전투(怪地球戰鬪)





*본편 이전

그곳은 괴우주(怪宇宙)에 둘러 싸였고 마치 모든 것의 중심인양 시스템을 잡았다.

그곳은 모신족(毛辰族)의 나라 모신제국(毛辰帝國)이었다. 모신제국의 둘레엔 해와 달과 별이 수없이 어지러이 날아 다녔지만 모신제국 보단 훨씬 작았다, 모신제국에서 멀리 멀리 떨어진 곳엔 나머지 괴우주가 둘러 쳐져 있었다. 마치 모신제국을 가운데 삼아 온 괴우주가 돌아가는 듯만 같았다. 이는 모신제국이 스스로 괴지구라고도 칭하면서 자신을 지동설의 중심으로서 규정짓는 활동의 일환이었다.

모신제국 밖에서 온 염탐꾼들이 있었다.

이들 염탐꾼들은, 가장 마음이 강한 신족(辰族)인 인신족(忍辰族)의 최상위 전사들 중 몇몇이었다. 이들 인신족들은 싸움인간(싸움因間) 미라가 모신제국을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해보는 게 인신족의 안보상 낫다고 고집을 부려서 모신제국에 왔다.

“저길 봐! 거대한 놈이 있어!”

미라가 부채꼴 귀걸이 위로 한 쌍의 우윳빛 뿔을 번뜩이면서 고운 눈을 부라렸다. 매혹적인 여자 장군인 미라는 파라탐(Para-tam, 초월적 빛)을 다루는 솜씨도 훌륭했다. 미라는 조만간에 구름인간(구름因間) 운극천(運極天)이 인신족 외교장관 자격으로 모신제국을 또 다시 방문할 것을 알고 있었다. 운극천의 그런 행보는 안보상 중요했기에 운극천의 팬이자 애인으로 스스로를 규정짓고 있는 미라로선 중요한 일인 것이다.

인신족의 성녀 의술인간(醫術因間) 나디 케이트가 그런 미라를 보고 따뜻한 웃음을 입가에 지어보였다. 인신족의 창녀 물인간(물因間) 은하영(銀河永)은 빼어난 자태를 뽐냈다. 인신족은 누구나 난교를 자유롭고 평등하게 즐거이 하는데도 은하영이 인신족의 창녀라 불리는 것은, 성노동을 지장보살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었고 때문에 은하영은 특권을 누린다고까지 볼 수 있었다, 은하영도 운극천의 일 때문에 여기 왔다. 은하영과 미라는 운극천 팬클럽의 대장들이었다.

“제법 파라탐을 다룰 줄 아는 이들이군.”

은하영은 그렇게 경탄하며 거대한 사내 보단 괴지구의 형상에 주목했다. 괴지구는 겉보기엔 언 듯 하나처럼 보였지만 겹쳐져 있었다. 여러 개의 거울들을 서로 마주 보게 놓으면 각각의 겹쳐진 상이 어지러이 무한하게 뻗어 나가듯 괴지구들은 그렇게 서로 뒤엉켜 섞여 있었고 모신족들이 끝없이 펼쳐져 살았다. 그러면서도 괴지구는 모신제국의 위치와 형체를 유지했다. 위장술이라고 은하영은 해석했다. 뛰어난 파라탐의 미로였다.

이번에 이곳에 온 인신족 극소수 최상위 전사들의 좌장인 빛인간(빛因間) 아지케일은 이들 중 유일한 남자였다. 아지케일이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은 또 있었는데, 그것은 인신족 군사 조직에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지케일은 민병대이기에 전시에도 원한다면 독립부대로서 활동할 수 있었다. 전쟁이 터진다면 아지케일은 인신족의 이익에 충실할 터였다. 인신족은 직접 민주주의를 하고 있었지만 군대와 같은 전문가 조직은 인정했다. 인신족이 직접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건 이들의 민도가 사법 제도가 인민재판인데도 모든 경우에 공정할 수가 있어서였다.

인신족은 빛으로 즉 파라탐으로 말한다. 파라탐은 빛의 일종이자 그 상위이다. 아지케일이 말했다.

“저건 정말 이상해.”

모신제국 즉 괴지구를 복근 한 자락에 끼고 있을 정도로 거대한 사내가 보였다. 사내는 괴우주라는 천공을 떠받들고 있었다. 남자는 너무나도 거대해서 수많은 은하단들이 남자를 안개처럼 휘돌 정도였다. 괴우주 법칙은 관념과 물질에 대등하게 같이 적용되어 변화무쌍하다지만 이건 정말 신비를 느끼게 한다고 인신족들은 생각했다.

사내가 외쳤다.

“난 티탄 신족(神族)의 일원인 아틀라스라 한다.”

아틀라스는 괴지구 위에 비정상적으로 크게 치솟은 산 하나를 내려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이 산은 수미산 혹은 올림푸스 산이라 불린다. 나는 저 산에 사는 올림푸스 신족(神族)과 티탄 신족을 통틀어 가장 강하다. 모신족은 내게 제우스의 번개와 동급의 권능을 가진 너클도 부여했다.”

아틀라스는 그러면서 거대한 손을 들어 올려 모신족의 파라탐 기술과 전자기력으로 강화된 너클을 보였다. 너클엔 스파크가 튀었고 반투명했다. 아틀라스가 말을 이었다.

“모신족은 모신제국 외곽에서 너희를 맞이할 것이다. 모신족은 구름인간 운극천만을 인신족의 외교장관으로서 깊게 맞이할 것이다.”

미라가 반박했다.

“납득가지 않는군. 우리 인신족은 신족으로서 모신족에게 언제든 환영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자네의 농간이 아닌지.”

“맞다! 난 고집이 세다. 괴지구를 깨지도 못 하는 자들에게, 나의 티탄 신족과 우리 올림푸스 신족이 핍박받자 받아준 모신족이 인사치례를 하는 걸 난 용납 못 하겠다. 인신족들이 자주 오는 요즘, 게다가 너희처럼 강대한 자들이 마침내 왔다는 데서, 난 나에게 은혜를 베푼 모신제국에 위험이 다가오는 걸 본다. 날 굴복시키려면 힘의 우위만이 있을 뿐이다.”

아지케일, 은하영, 나디 케이트, 미라가 한데 모여 섰다. 이들은 한꺼번에 발을 구르면서 파라탐을 움직였다. 괴주우 초시공은 일정 부분 신선계인데 그 중 몇몇의 집합으로서 모신제국이 있는 것이다. 모신제국이 괴지구 형태를 유지하는 게 기만이라고 이들은 판단했다. 파라탐은 괴우주 초시공에 바다처럼 펼쳐지고 지탱하고 있으면서도 괴우주 전체에 어디에나 언제나 있었다. 그런 파라탐의 힘이 이들이 휘두르는 방정식을 통해 재편되고 이지러졌다.

물인간 은하영이 저 멀리 있는 구름인간 운극천과 공명했다. 구름의 이미지를 잘 다룰 뿐만 아니라 발을 구르는 데에도 최적화된 운극천의 기술이 은하영의 마음에 빨려들었다. 은하영이 푸른 눈을 빛내면서 발을 굴렀다. 두 극초인간(極超因間)의 의지가 은하영의 발끝에서 폭발했다. 파라탐이 진동하면서 괴지구가 파편화되었다.

이제 모신제국은 가면을 한 꺼풀 벗었다. 신선계의 대륙들이 끝없이 펼쳐지고 겹쳐진 말하자면 인신족의 나라 인신(忍辰)민주공화국과 다를 바가 없었다. 모신족들은 모신제국의 최상위 신선으로서 군림하고 있을 터였다. 위장이 벗겨지자 모신제국이 친근해 보여서 인신족들은 안심했다.

올림푸스 산은 이제 넓게 펼쳐진 땅 위에 솟은 한 작은 언덕으로 보였다. 아틀라스도 인신족들과 덩치 차이가 없었다. 싸움인간 미라가 주먹을 날려 아틀라스의 너클 낀 주먹과 맞부딪쳤다. 아틀라스가 박살난 팔을 움키면서 올림푸스 산으로 도망쳤다. 겉으로 보기엔 아틀라스의 파라탐 방벽으로 여전히 괴지구 모양으로 모신제국은 보이겠지만 이제 인신족은 아틀라스의 시험을 더 이상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때였다.

모신족 하나가 인신족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독수리와 인간을 적절하게 섞어 놓은 외양의 모신족 장군 골고테였다. 골고테는 단정해 보였지만 모신족답게 강력한 힘을 갈무리해 놓고 있었다.

빛인간 아지케일이 나섰다.

“그대도 우릴 막을 거요?”

골고테가 다음을 물었다. 인신족들도 동시에 같은 질문을 골고테에게 던졌다.

“신족(辰族)들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사후세계와 관련된 일을, 그대들도 하고 있소?”

대답 또한 이들 인신족과 모신족의 장수들 모두 한꺼번에 했다.

“물론.”

방금 한 말의 뜻은 신족들이 문명 6단계로서 하는 일들 중 하나를 가리켰다.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을 만들기만 하는 형태의 문명이라면 반드시 의식이 있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의식이 없어서 편한 점이 많다. 따라서 그러한 문명 6은 오직 우주의 포식자로서 마구 우주들을 증발시키면서 영원히 돌진할 뿐이다. 따라서 의식을 유지하면서, 괴우주 내에서 문명 6단계에 이른, 물질이 근본인 존재인 신족들은 의식을 지탱하고 스스로의 자살 의지를 막기 위해 이전 단계 문명들 중 의식이 있는 자들의 사후세계를 보장했다. 이를 통해 신족들은 자신들이 보호하는 다양한 의식들로부터 의지의 버프를 받아 더욱 번영했다.

가치와 정서를 공유하는 상대로서 인신족을 인식하고 골고테는 마음 놓고 말했다.

“모신족은 동식물의 외양을 따르고 있죠. 모신족의 순수성은 하등한 동식물들의 장점만을 챙기는 것으로도 증명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모신족은 부처 아니면 모두 중생(衆生) 즉 짐승이라는 것에 입각하고 있는 거요. 부처는 모든 것을 버릴 수 있고 그러면서도 영혼을 중시할 수 있기에 진정으로 자유롭지만 우리 신족들은 짐승 같은 욕구를 유지하는 데 오히려 공을 들이고 있지 않소이까. 인신족 그대들이 지장보살을 돕는 건 그가 부처를 향해서가 아니라 인간성을 지옥에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요.”

“맞아요. 인간성 유지는 우리가 문명 6에 도달하면서도 잃지 말아야 할 가치이지요. 자의식을 지키는 데 있어 인간성은 필수니까요.”

물인간 은하영이 옆에서 거들었다. 골고테가 말을 이었다.

“우리 모신족 중 인간을 가장 본떠서 가장 힘이 있던 유씨(劉氏) 가문이 모신족 옥황상제 자리에서 물러났소이다. 이제 새로운 모신족 옥황은 삼미모장(三美毛將)을 비롯한 우리 세력이 옹립한 산야강(山野江)이시오. 산야강은 한때 부처이기도 했소이다. 산야강은 비록 양자였지만 이제 산씨 가문이 가장 유력하게 된 거요. 이 정보를 우리는 구태여 그리 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아두시오. 그대들에게 이 귀중한 정보를 알려야만 한다고 난 생각한 것이요. 인신족에겐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 것이요.”

온갖 종류의 게임들을 섭렵하고 있는 인신족들이 일제히 동조해 말했다.

“최고의 선물을 보상으로 받았군요.”

인신족들이 명랑하게 웃었고 웃음은 골고테에게도 전염되었다.

골고테는 그 밖에도 여러 정보를 알려주었다. 인신족들은 기분 좋게 본국으로 돌아갔다.


[20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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