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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자유의 날개짓(상)

2007.01.17 16:4901.17

개인적으로 쓰면서 가장 힘겨웠던 글입니다. 쓰면서도 몇번이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고 중얼거렸지만, 디립다 뜯어고치고 나서도 이모양입니다. 제가 글을 끌어나가기 보다는 글에게 제가 끌려다녔다고나 할까. 그래도 끝까지 써내려간 이유는 '프리 윌리에 대한 반발심' 때문이였습니다.


[단편] 자유의 날개짓

Copyright ã 2006 by박 찬일(Chaneel Park)
Nickname 화룡
All rights reserved

1.

귓가에서 찢어지는 바람 소리만이 요란했지만 소년은 그 가운데서 조금 다른 바람 소리를 들었다. 직감적으로 고개를 숙이자 무시무시한 파공음을 내는 무언가가 쏜살같이 머리 위를 스쳐지나갔다. 쏜살같이, 그 표현은 참 적당한 표현이었다. 그것은 정말로 쏘아낸 화살이었으니까.

죽을 뻔 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소년은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방향을 돌렸다. 용이란 참 놀라운 생물이었다. 용기사도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용과 용기사의 교감은 용이 하늘에 몸을 맡기고 바람을 희롱하는 감각을 그대로 용기사에게 전하였다. 그리하여 용기사는 비행을 이해했고, 용과 용기사의 교감을 통하여 용기사의 의지는 용에게 전달된다. 그 교감의 중간 위치에 있는, 용의 목덜미에 새겨진 길들임의 표식이 한순간 강렬한 빛을 내뿜고 용은 급격히 방향을 틀어 적을 향해 날아들었다.

용기사라는 거창한 직함을 이름 앞에 달고 있는 열여섯 살 소년은 오른 손에 든 창을 놓기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중력의 법칙에 따라 땅으로 떨어지면서도 관성의 법칙을 충실히 이행한 투창은 용이 날던 속도 그대로 날아갔다. 용이 나는 속도는 몹시 빨랐고, 소년의 용은 그 중에서도 특히 빠른 편이었다. 그 창은 불운한 궁수에게 죽음의 선고가 되었을 터였다.

용과 소년은 일체가 되어 바람을 갈랐다. 하늘은 바다보다도 드넓었으며 바다보다도 심하게 요동치는 파도의 연회장이었다. 용의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용기사는 몰아치는 공기의 심술과 바람의 요동을 견딜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용이 그 모든 것들을 뚫고, 때로는 바람 부는 대로 몸을 내맡기는 격렬한 비행을 견딜 수가 없을 터였다. 그러나 용기사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해야 했고, 비행에 덧붙여 전투를 이행할 수 있어야 했다. 머리 위의 그림자를 느낀 소년은 고삐를 양손으로 거머쥐며 몸을 틀었다. 용이 거체를 뒤집었다.

한순간 세상이 핑그르르 돌았다. 땅과 하늘이 위아래를 바꾸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의 틈새로 무엇인가가 꽂아내리는 벼락처럼 소년의 옆을 지나쳐갔다. 격렬하고 빠른 비행은 끊임없이 몰아닥치는 거센 바람을 의미했고, 숨쉬기조차 쉽지 않은 그 속에서 말이란 의미를 잃은 통신수단이었다. 눈과 육감만이 상대의 의사를 받아들였고, 제한된 의사소통의 수단을 토대로 소년은 방금의 기습을 시도한 적 용기사가 어떤 욕을 입에 담았는지 추측해 보았다. 생각나는 것은 고작 ‘젠장’ 뿐이었다.

반응이 늦었다면 용의 발톱 사이에 꿰여 죽었을 소년은, 한발 빠른 회피기동으로 이제는 상대를 자신의 밑에 두는 이득을 얻었다. 상대보다 높은 고도로 올라가 위에서 내리꽂는 공격은 용기사들 사이에선 필살의 일격이라 할 만큼 강수였지만 상대가 회피할 경우 상대보다 아래 쪽에 위치할 위험이 있었다. 정말 뛰어난 용기사라면 내리꽂는 정도를 조절해 상대의 꽁무니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상대는 운이 없었던지 아니면 실력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소년은 용에게 몸을 바싹 붙이고 한손에 창을 쥐었다.

옆으로 몸을 기울인 소년은 창을 수직으로 던졌다. 적 용기사는 아까 소년이 했던 것과 같은 방식의 회피기동으로 창을 피했다. 적의 용은 햇빛을 받아 은빛 비늘을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같은 색의 눈부신 날개가 더욱 넓게 펼쳐지며 용은 몸을 옆으로 돌렸고 하늘에서 몸을 옆으로 돌리는 그 행위는 아름다웠다. 용과 용기사의 기이한 교감을 생각하면 그것은 더욱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러나 소년과 소년의 용은 무자비했다.

같은 순간 소년의 용도 똑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었고, 소년은 왼손에 큰 랜스를 쥐고 있었다. 소년의 용이 처음 보였던 회피기동이 회전하며 오른쪽 위로 치솟는 회피였다면, 지금의 것은 회전하며 오른쪽 아래로 내리꽂는 추적기동이라 불려야 마땅했다.

소년의 힘은 아마도 또래의 그것에 비해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용의 속도라는 것은 소년에게 벼락과도 같은 힘을 부여했다. 살짝 옆으로 비껴가며 랜스를 갖다대었을 뿐인데 랜스는 은빛 용의 몸을 파고들었다. 충격, 거친 저항, 요동, 미끄러짐, 뜻밖의 또다른 충격, 손을 타고 전해지는 전율스런 감촉. 터져나오는 피. 그 거체를 적당히 겨냥한 것이었지만 운이 좋았다. 다음 일격을 쉽게 먹일 수 있도록 용의 비행을 저해할 만한 약간의 부상을 남기는 정도를 의도했던 것인데, 랜스는 용의 겉가죽을 훑으며 튕겨올라 용기사의 허리를 꿰어버린 것이다. 어깨가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랜스를 놓아버리는 타이밍이 약간 빨랐던 것이 운좋은 결과의 원인이라면 원인이었다.

용기사와의 교감이 엉망이 되었을 은룡은 몸을 뒤틀며 소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용기사의 몸에서 터져나온 피가 하늘에 붉은 궤적을 그리며 남았지만 소년은 그 궤적을 쫓지 않았다.

눈앞에 닥쳐오는 또다른 용의 기세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검은색 동체가 육중한 흑룡이 부딪쳐 들어왔다. 회피기동의 틈이 없었다. 상대는 그야말로 전력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충돌의 한순간 파공성 사이로 상대의 부르짖음이 들렸다. “네놈이!” 격렬한 진동으로 몸이 흔들리고, 소년은 자신이 하늘로 튕겨올랐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몸을 비틀어 정면충돌을 피한 소년의 용은 대신 목덜미부터 옆구리에 이르는 긴 상처를 얻었고 동시에 안장을 매어 둔 끈과 고리들이 모두 끊어져 안장이 하늘로 튕겨올랐다. 소년은 안장에 견고히 묶여 있었고 용의 오른켠에 묶인 끈들이 아직 안장을 용에 매달아 놓고 있었지만 이미 정상적인 조종은 불가능했다.

안장에 매달린 체 거꾸로 뒤집어졌기에 용이 받아들이는 감각과 소년의 눈이 보는 풍경의 부조리가 끔직한 두통과 혼란을 가져왔다. 용이 입은 상처에서 밀려오는 고통은 혼란을 가중시켰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뒤쪽에서는 흑룡과 흑룡의 용기사가 괴성을 지르며 쫓아오고 있었다. 한순간의 틈도 없이 바로 방향을 전환해 되쫓는 흑룡의 돌격은 죽음을 예감케 했다.

그러나 흑룡의 돌격은 또다른 흑룡에게 저지당했다. 아래쪽에서부터 치고올라온 또다른 흑룡이 몸으로 부딪치며 소년에게 달려들던 흑룡을 저지한 것이다. 소년은 눈을 감았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 와중에도 헐떡이는 심장은 한 가지 의지를 붙들고 놓지 않았다. 살아야 한다.

하강, 지표로 가까워 지는 것. 뒤집혀 매달린 소년의 기준과 똑바로 날고 있는 용의 기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눈을 감았어도 어지러움은 극도로 더해가고, 귓가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겨우 겨우 짜내어 용에게 전달한 의지라고는 ‘천천히’, 하나 뿐이었다.

숙련된 용기사의 제어를 받는 용은 사뿐히 지면에 안착한다. 용기사의 제어를 받지 못하는 용은 추락한다. 방향감각이 혼란에 빠질 경우 용기사와 용의 교감은 용기사 뿐 아니라 용마저 혼란시킨다. 소년의 용은 날개를 한껏 펴고 천천히 내려오긴 했으나 몸을 뻣뻣히 한 체 땅바닥에 부딪쳐갔다.

털렁, 털렁, 털렁. 소년은 몇 번이나 튕겨올랐다 떨어져 내렸다. 안장에 매인 몸이 아니었다면 아예 멀리 튕겨 날아가련만, 소년은 땅과 용의 몸과 하늘에 부딪치며 정신을 잃었다. 용기사와 용의 추락은 병사들을 멀어지게 했고, 대신 다른 이들을 불러들였다.

“라이드, 라이드! 정신 차려라! 눈 떠!”
“… 리곤?”

소년, 라이드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소년은 두통이 가셨음을 깨달았다. 그는 어느새 들것에 눕혀져 있었고 낯익은 얼굴이 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용기사 보조, 리곤은 능숙한 솜씨로 용기사와 용의 교감을 해제시켰다. 용의 상처에서 오는 고통과 방향감각의 혼란에서 오는 두통은 깨끗이 사라졌다. 대신에 전신에서 밀려오는 욱신거리는 아픔이 소년의 감각을 지배했다.

“스핏… 스핏은?”
“스피리어트는 멀쩡해. 녀석은 용이라구. 너처럼 허약하지 않단 말이지.”

리곤은 흰 이가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 그 사이 소년의 몸은 들것에 고정되었고, 리곤을 따라온 의무대원들은 들 것을 들어올렸다. 리곤은 들것의 곁에 바짝 붙어 따라왔다.

“많이 다쳤지?”

라이드의 질문에 리곤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힐끗 스피리어트 쪽을 돌아보았다. 소년의 푸른 용은 병사들이 도와 수레에 옮겨 싣고 있었다. 지치고 늘어진 모습이긴 했지만, 용의 기준으로 볼 때 스피리어트는 멀쩡했다. 무엇보다도, 노란 눈은 여전히 생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저 상처, 교감으로 느끼기에는 중상이었겠지만 용에게는 이삼일 쉬면 나을 상처라구. 그보다 네가 걱정이다.”
“스핏 말고, 쟈리울 말이야.”

리곤의 두툼한 입술이 한 일자로 다물어졌다. 평소의 수다스런 성격에 비하여 볼 때, 그는 꽤 오랫동안 침묵을 지킬 작정인 듯 해 보였다.

“내가 피엘 누나를 죽였잖아. 쟈리울, 추락하는 것 같았는데.”
“죽었을걸.”
“… 쟈리울도? 그렇게 높이 날고 있는 중은 아니었어.”

리곤은 때때로 자신의 동생같이 느껴지는 라이드에게 매몰찬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는 용기사 보조였다. 그는 용과 용기사를 잘 이해했고, 따라서 보통 사람처럼 얼버무릴 수 없었다. 용과 용기사의 최후에 익숙하지 못한 소년은 그것을 용기사 보조를 통해 배워야만 했다. 한두 번이 아닌, 무수히 많은 횟수를.

“잘 알겠지만, 용기사의 죽음은 용에게 명령의 부재 이상을 가져와.”
“… 응.”
“용기사가 죽을 때, 용기사는 무시무시하게 많은 상념을 남겨. 그것은 아직 끊어지지 않은 교감을 통해 용에게 전달되고, 용은 그 모든 상념들속에서 괴로워하게되지. 그리고 추락해. 스피리어트의 추락에서 느꼈겠지. 용기사의 명령을 받지 못하는 용은 엉망진창의 착륙을 하지. 용기사가 죽었을 때, 용의 혼란은 극도에 달해. 그 추락을 견디는 용은 극히 드물어.”
“전에 리곤이 말해주었지. 스핏에게는 전에 다른 주인이 있었다고.”
“응.”
“그 주인은 죽었지만 스핏은 살았어.”

라이드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용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것을 도와주는 각성제는 감정의 발현을 상당히 억누르는 효과를 가진다. 아주 격한 어떤 감정이 아닌 이상 각성제의 효과를 뛰어넘을 만큼 강하게 표출될 수 없었다. 어린 라이드가 슬퍼하면서도 무덤덤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각성제의 덕분이었다.

“스피리어트의 경우는 운이 좋았지. 두 번째 주인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거든. 스피리어트는 오래 살 거야. 너처럼 좋은 녀석이 새 주인이 되었으니.”

라이드는 곧 의무반이 대기하는 천막으로 옮겨졌고 부상자에 대한 치료가 시작되었다. 라이드도 리곤도 더 이상 대화할 수 없었다.



2.

“여어, 라이드. 몸은 좀 어때?”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털이 덥수룩한 장한이었다. 척 보기에도 근육으로 단련된 몸이 다부졌는데, 일반적으로 몸이 가벼운 편인 용기사들 중에는 특이하게도 체구가 큰 편이었다.

“무리카리!”

라이드는 반가움에 이불을 젖히고 일어났다. 또래보다도 체구가 작은 데다 헐렁거리는 흰색 환자복까지 입고 있는 라이드가 용기사는 물론이거니와 보통 사람들보다도 체구가 큰 무리카리와 용기사식 인사법을 하는 모습은 몹시 애처로와 보였다. 용기사식 인사법은 서로의 어깨에 오른 손을 얹고 두 번 두드리는 것인데, 다른 사람들과 이 인사를 하기 위해서 라이드는 매번 발돋움을 해야 했고, 무리카리의 경우에는 무리카리가 무릎을 좀 굽혀야 했다.

“뭐야, 멀쩡히 돌아다니는걸 보니 크게 다쳤다는 건 리곤의 농담인 모양이로군?”
“크게 다친 건 아니에요. 몸 여기저기에 멍이 좀 들고, 근육이 좀 당겨서 움직일 때 아프긴 한데, 뭐 그리 심하진 않아요. 누워서 쉬는 게 최고라고는 하는데 따분해서 죽을 맛이에요.”
“그래? 그럼 잘 됐군. 지금 바람탑 가는 길인데 같이 가자.”
“바람탑이요? 리곤이 아직은 안된다고 했는데…”

그 말에 무리카리는 문 밖을 내다보고는 과장되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라이드에게 씩 웃어 주었다.

“리곤 녀석 지금 없어.”

라이드는 약간 주저하면서도 끝내는 무리카리를 따라 바람탑으로 가게 되었다. 무리카리가 시켰다고 하면 리곤도 화를 내며 무리카리를 탓하지, 라이드를 탓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큰 이유였다.

바람탑은 성의 서쪽에 있었고 라이드와 무리카리는 이십여분 정도를 걸어가야 했다. 먼 길은 아니었지만 몸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은 라이드에게는 좀 힘든 길이었다. 무리카리는 그것을 생각해 평소보다 천천히 걸었다.

“무리카리, 이번엔 고마웠어요.”
“응? 아아, 전투때?”

무리카리는 예의 그 사람 좋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코를 문질렀다. 쑥스러울 때면 항상 나오는 버릇이었다.

“루크 그 녀석, 자기 덩치에 맞는 상대를 골라야지. 나보다도 큰 덩치가 우리 귀염둥이 라이드를 공격하게 내버려 둘 수 있나.”

무리카리의 왼쪽 손목에는 이어붙임의 표식이 그려져 있었기에 라이드는 슬퍼졌다. 표식술사가 새기는 표식은 무엇이든 표식이 새겨진 자의 수명을 조금씩 깎아먹는다. 그 수명을 원동력 삼아, 표식은 새겨진 표식의 모양대로 힘을 발휘했다. 이어붙임의 표식은 잘려진 것을 붙이는 것이다.

“무리카리가 살았으면, 루크 형은 죽었겠군요.”
“응. 내 손목이랑 녀석 목이랑 바꿨어.”

무리카리는 평이한 어조로 그렇게 대답했다. 라이드에게도 그건 이미 짐작했던 일이었다.
안장을 매는 끈이 끊어져 몸이 뒤집혀 꼼짝할 수 없던 라이드에게 달려들던 루크의 돌격을 저지한 것은 무리카리였다. 몸통으로 부딪쳐 싸우는 접근전은 용기사들끼리도 무기를 부딪칠 뿐 아니라 용들도 서로를 물어뜯고 앞발로 할퀴고 꼬리로 후려치는 난전이었다. 패자는 물론 승자조차도 심한 상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용기사들이 기피하는 전투방식의 하나였다. 그런 싸움이 일어났고, 무리카리가 살아있다면 상대였던 루크는 필히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라이드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으려 노력했지만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는 나오지 않는 숨을 쥐어짜서 겨우겨우 말을 만들었다.

“우리는 한 쌍의 연인을 사이좋게 죽였군요. 나는 피엘 누나를, 무리카리는 루크 형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면 화낼거냐?”
“… 아뇨.”
“그래, 너도 이해하겠지. 용기사란 그런거다. 동맹국가의 용기사는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지. 어린 너에게 주의를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만, 동맹국가는 언제든지 적으로 돌아설 수 있는 거다.”

라이드는 치밀어오르는 슬픔을 억눌렀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 몸이 휘청거렸다. 무리카리의 눈에도 언뜻 슬픔이 어려 있었다. 하늘은 너무나도 파랗고 아름다운데 소년에게는 날개가 없었다. 라이드는 휘청거리며 걸어갔다.




3.

바람탑은 일반적인 탑과는 조금 모양새가 달랐다. 다른 모든 생김새는 차치하고서라도, 매 층마다 뚫려있는 큼지막한 구멍들은 보통의 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혹자는 그 이름과 연관지어 그것이 통풍을 위한 구멍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할테지만, 조금이라도 바람탑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구멍들의 쓰임새 역시 잘 알았다. 이 도시에 살면서 바람탑의 구멍들로 날개를 펼친 용이 드나드는 것을 못 본 이는 드무니까 말이다.

“라이드? 네가 왜 여기에?”

리곤의 놀란 얼굴과 맞닥뜨린 라이드는 당황하여 무리카리의 뒤로 숨었다. 리곤이 어이없다는 투로 한마디 하려는 차에 무리카리가 코를 매만지며 말했다.

“용기사가 용을 방문하러 왔는데 안 될 건 또 뭐야?”
“라이드는 아직 한참 쉬어야 돼! 또 네 녀석이 꼬드겼지?”
“꼬드기다니, 또 날 나쁜 놈으로 모는군? 라이드는 튼튼하다구. 누워있으면 엉덩이에 종기가 돋는 체질이란 말야. 맞지?”

라이드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다가 리곤의 성난 눈길에 다시금 무리카리 뒤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리곤이 성이 났건 말건 무리카리는 예의 태평한 얼굴로 계속 지껄여 대었다.

“튼튼한 우리야 그렇다 쳐도 연약하고 귀여운 우리 아가용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몹시 걱정이 되어서 어디 쉬고 있을 수가 있나? 자면서도 다뭄 생각, 밥 먹다가도 다뭄 생각. 아, 라이드는 스피리어트 생각을 했고 말야.”
“너같이 태평한놈이 잘도 그랬겠다! 알았으니까 그만 시끄럽게 하고 올라가 봐. 용들이야 멀쩡하지만 네놈 헛소리를 듣다간 내가 쓰러지겠어.”

무리카리는 씨익 미소짓더니 리곤의 어깨를 한번 쳐 주었다. 리곤은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는 라이드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라이드는 잠시 목을 움츠렸지만 리곤의 부드러운 손길에 안심했다.

“라이드. 용을 걱정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너 자신의 몸부터 걱정해야지. 오늘은 봐주겠지만, 내일부터는 정말로 침대에 누워 있어. 사나흘 쉬면 완벽히 나을 테니 그때까지 조금만 참으란 말이야.”
“응.”

라이드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 근육이 결리고 몹시 아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리곤은 그런 라이드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옆구리에 든 두툼한 서류뭉치를 추스려 들었다.

“위에는 앙시 님이 표식점검 하고 계시니까 너무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걱정 마. 라이드는 착한 아이니까.”
“너 말이야, 너! 라이드 말고!”

리곤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쿵쿵거리며 바람탑을 나갔고, 무리카리는 코를 한번 문지르고는 계단으로 갔다. 바람탑은 여덟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1층부터 4층까지는 창고였다. 용기사의 무기, 용의 안장을 비롯한 온갖 용구, 용의 먹이가 될 식량 등등 용과 용기사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창고에 비치되어 있었다. 5층부터 8층까지에는 한 층에 두 마리씩 용이 살고 있었다.

무리카리의 다뭄과 라이드의 스피리어트는 둘 다 6층에 있었다. 한참을 걸려 좁은 계단을 올라가 6층의 문을 열면 커다랗고 둥그런 방이 나온다. 탑 내부는 매우 넓은 편이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탑의 가운데는 바닥이 없고, 큰 도르래가 설치되어 용의 식량이나 부상당한 용을 싣는 데 쓰이기 때문이었다. 벽의 한켠은 벽이 없이 사각의 구멍이 뚫려 있고 그리로부터 바람이 들어왔다. 그 벽으로부터 양 옆에는 용들이 있었다.

“다뭄! 잘 있었냐?”

6층에 들어서자마자 무리카리는 환성을 지르며 자신의 용에게로 달려갔다. 라이드는 다뭄과 무리카리의 재회를 지켜보기보다는 자신의 용을 만나기를 원했다.

“안녕, 스핏. 나야.”

다정하게 말을 걸자 푸른 비늘을 가진 용이 눈을 떴다. 스피리어트의 노란 눈을 처음 보는 이라면 머리가 삐쭉 설 만큼 섬칫한 눈이었지만 라이드는 그 눈을 좋아했다. 사람에게서는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생명력이 여느 보석보다도 반짝이는 큰 눈에 가득했다. 익숙해지면 누구라도 그 눈의 아름다움에 매료될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 눈에 라이드의 모습이 담기자 용은 이미 냄새와 기척으로 알아차린 자신의 주인을 확인하고 반가움을 표시한다. 용이 길게 목을 뻗어 라이드의 앞에 머리를 대었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푸르륵, 스으으. 용은 가볍게 콧김을 뿜으며 라이드의 말에 반응한다. 라이드는 그것이 괜찮다는 뜻이리라고 여겼다. 콧등에 손을 얹자 용은 가만히 머리를 내리더니 부드럽게 라이드의 다리를 밀어올렸다. 라이드도 거부하지 않았고, 라이드는 용의 이마에 얹혀 들어올려졌다. 용의 머리는 그리 넓지 않아 떨어지지 않으려면 중심을 잘 잡아야 했다.

용은 목을 틀어 라이드를 목덜미 언저리에 내려주었다. 안장은 없었지만 그렇게 용의 위에 올라타는데 익숙한 라이드는 적당히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 자리에 앉자 목덜미 즈음부터 옆구리, 뒷다리 근처까지 이어지는 긴 상처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많이 아팠지, 스핏?”

용기사 보조가 길들임의 표식을 활성화시켜 교감을 극대화시키지 않아도 용과 용기사는 어느정도 교감할 수 있었다. 용기사 보조의 도움 없이 얼마나 용과 교감할 수 있는 가는 용기사의 실력을 가르는 중요한 척도 중의 하나였다.

라이드와 스피리어트의 교감은 발군의 것이었다. 용기사의 조건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용과의 교감능력이었다. 전투능력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지만 용과의 교감은 타고나는 것이었다. 어린 소년인 라이드가 용기사로 발탁된 것도 보기 드물 정도로 뛰어난 용과의 교감능력 때문이었다. 칠년째 생사를 함께해온 다뭄과 무리키라도 스피리어트와 라이드에 비하면 서먹서먹한 관계로 여겨질 정도였다.

라이드는 용의 상처를 쓰다듬었다. 깨어지고 벗겨진 비늘들이 일렬로 늘어선 밑에는 아직 덜 굳어진 새 비늘이 돋고 있었다. 새 비늘이 완전해 질 때 쯤이면 깨어진 비늘들은 모두 떨어져 나가고 상처는 흔적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라이드는 그 상처의 고통을 기억했다. 칼날이 자신의 몸을 베고 지나가는 고통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용과 용기사는 아픔마저 공유했고 용기사는 용만큼 강인하지 않았다.

“상처 입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라이드는 속삭였다. 스피리어트는 라이드의 나직한 목소리를 들을 때면 그의 얼굴 가까이로 머리를 가져가 부드러운 숨을 내뿜었다. 용이 사람의 언어를 직접적으로 알아듣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스피리어트는 단지 라이드가 나직히 읊조리는 그 음조에 반응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허나 라이드는 한번도 스피리어트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의심한 적이 없었다.

“너도 나도 싸울 일 없이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스피리어트는 거체를 꿈틀거려 자세를 바꾸었다. 스피리어트의 노란 눈이 열린 벽을 향했다. 바람을 막아주던 스피리어트가 자세를 바꾸자 라이드는 열린 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세차지 않으나 차가운 바람이 라이드의 머리를 훑었다. 라이드는 그 바람도 싫어하지 않았다. 바람탑으로 들어오는 바람에서는 하늘의 냄새가 났다. 그것은 비행의 냄새였다.

“아, 지금이라도 날 수 있으면 좋겠어. 답답해. 잠깐만 날면 참 좋을텐데.”

스피리어트는 대답하듯이 날개를 움찔거렸다. 철그럭거리는 쇠사슬 소리가 요란했다. 라이드는 구속되어있는 스피리어트의 날개를 슬프게 바라보았다. 접힌 날개를 펼칠 수 없도록 가죽으로 된 덮개를 씌우고 그것을 쇠사슬로 감아 자물쇠를 채워 놓았다. 라이드는 그것을 용에 대한 탄압이라고 생각했다. 용의 날개는 폭풍도 견딜 만큼 강인하지만 동시에 바람의 미묘한 흐름까지도 느끼도록 섬세했다. 그것을 쇠사슬로 억제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처사였다.

“리곤에게 가서 열쇠를 달라고 하면 혼나겠지?”

라이드는 자기가 말해놓고는 혼자 웃어버렸다. 리곤은 당장 잡아먹을 듯한 표정이 되어 라이드를 집어다 침대에 꽁꽁 묶어둘 것이다. 스피리어트는 목을 감아 등에 머리를 얹었다. 그 자세는 스피리어트도 편했고, 안장 없는 맨등에 올라탄 라이드도 기대기 편한 자세였다.

라이드는 스피리어트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고는 누웠다.

“저기, 무리카리.”
“응?”

무리카리도 다뭄의 위에 비슷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그와 라이드는 고개만 돌려 눈을 마주쳤다. 체구가 큰 무리카리라면 보통의 용의 맨등에 그렇게 눕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흑룡은 용들 중 가장 덩치가 큰 종류였다.

“무리카리도 날고 싶죠?”
“당연하지. 좀이 쑤셔 죽겠다고.”
“헤헤. 그런데 왜 다뭄이에요?”
“뭐가?”
“왜 이름을 다뭄이라고 지었어요?”

무리카리는 손가락으로 다뭄을 한번 가리켜 보고는 웃었다.

“검은색이잖아. 내 고향에서 ‘다뭄’은 ‘검다’ 라는 뜻이야. 뭐 대단한 것을 기대한거야?”
“에이, 그게 뭐야. 저라면 좀 더 멋진 이름을 생각했을 거에요.”
“흐응, 그래?”

라이드는 스피리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짙은 푸른 색을 머금은 비늘은 매끄럽고 광택이 났다. 라이드가 문득 물었다.

“파란 색은 뭐라고 해요?”
“에비루.”
“에이, 영 아닌데요. 그냥 스피리어트가 낫겠네.”
“스피리어트의 이름이 마음에 안드냐?”

라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지어준 이름이 아니라 그래요. 이왕이면 내가 이름을 지어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럼 지금부터라도 이름을 바꿔 불러.”
“에이, 그것도 이상해요. 지금까지 계속 스핏이라고 불러왔는데.”
“맞는 말이다. 이름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야.”

무리카리가 아니었다. 남자답게 굵으면서도 쾌활한 무리카리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카랑카랑한 목소리. 라이드와 무리카리는 그 목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머리와 수염이 반백으로 변한 장년의 사내가 걸어들어왔다.

“아까부터 밑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나더니 자네들이었군. 둘 다 부상으로 당분간 요양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요양이라니요, 뭘. 라이드나 저나 이렇게 멀쩡한 걸요.”
“라이드 군이야 의사 소관이니 그렇다 치고, 무리카리 자네는 내 환자인데 무슨 소리 하는 건가. 표식이 안정화 될 때 까지 다른 표식 근처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아, 표식끼리 부딪치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제가 한 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구요.”

표식술사 앙시는 미간을 좁혔지만 무리카리를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무리카리가 좀 유별나긴 했지만 용기사라는 인물들의 면면이 하나같이 조금씩 독특한 데가 있었다. 표식술사는 다른 일도 많이 했지만 용에게 길들임의 표식을 새기고 관리하는 것은 표식술사들의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표식술사가 되려면 견습기간동안 용기사 보조의 일을 해야 했으니 용기사들의 성격에는 익숙해질 수 밖에 없었다.

“리곤 녀석이 들여보내 주던가?”
“그러니 들어왔지요.”
“쯧. 그 녀석 화난 얼굴이 눈에 선하군. 아무튼 간에 표식 점검하겠으니 다리좀 치우게.”

앙시는 다뭄의 곁으로 가 계단을 올랐다. 바퀴가 달려 움직이기도 하는, 말하자면 간이 사다리에 가까운 그것은 용기사가 용의 위에 탑승할때 사용되는 것이었다. 바퀴가 달려 있어 좀 불안정했지만 앙시는 노구에도 익숙하게 그 위로 올라갔다. 다뭄에 올라타지는 않고, 그렇게 다뭄의 목덜미에 있는 표식을 조사하는 것이다.

“뭐 멀쩡하군. 자네는 어떤가?”

무리카리는 히죽 웃으며 손목을 흔들어 보였다. 이어짐의 표식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용에게 새기는 길들임의 표식은 만약에라도 지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은으로 표식을 만들어 용의 목덜미에 박아넣었다. 하지만 사람의 피부는 용의 비늘처럼 단단하지 않았고 용처럼 커다랗지도 않았기에 은으로 된 표식을 박아넣는 것은 무리였다. 대신에 사람에게는 특별한 표식술사의 염료로 문신을 새기기 마련이었다.

“표식 위에 상처를 입으면 즉시 말해. 바로 고쳐야 하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한 이틀 정도는 주의해. 표식이 안정화 되었다고 장담할 수 없어.”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앙시는 들고 있던 서류에 무엇인가를 적어넣더니 이번엔 스피리어트와 라이드의 곁으로 왔다.

“스핏, 몸을 돌려.”

라이드가 속삭이자 스피리어트는 몸체를 크게 틀어 앙시 곁으로 목덜미를 가져다 대었다. 계단을 올라서던 앙시의 얼굴에 약간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자네의 교감능력은 늘 날 놀라게 하는군.”
“헤헤, 스핏이 말을 잘 듣는 거에요.”

앙시는 잠시 스피리어트의 위에 새겨진 표식을 만져보았다. 은으로 만들어진 복잡한 형태의 문양인 표식이 혹시 손상을 입지 않았는지 면밀히 확인해 본 그는 그 위에 손을 얹고 몇가지 간단한 명령을 내렸다. 스피리어트는 표식술사의 명령에 복종해 꼬리를 바짝 세우기도 하고 목을 이리저리 틀어보기도 했다. 앙시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에 ‘상태 양호’ 라고 적어넣었다.

“라이드군.”
“예?”
“자네의 교감능력은 점점 커지는 것 같군. 잘 하면 표식술사의 도움이나 각성제 없이도 비행할 수 있겠어.”
“정말요?”
“그래. 하지만 그리 좋아할 것은 못 돼. 교감능력이 지나치게 뛰어나다고 해서 좋은 꼴을 보는 건 아니지. 여기 봐, 스피리어트의 표식을.”

앙시의 손끝이 가리키는 부분은 스피리어트에 새겨진 길들임의 표식 근처였는데, 비늘 위로 희미한 흔적이 있었다. 라이드가 무슨 뜻인지 몰라 의아해하자 앙시의 주름진 입가에 뒤틀린 웃음이 맺혔다.

“전에 한번 표식이 있었던 자리지.”
“아… 그렇군요.”
“스코트도 자네처럼 교감능력이 몹시 뛰어났었지…. 아까운 친구였는데.”
“앙시!”

다뭄과 노닥거리던 무리카리가 갑자기 벽력같은 호통을 내지르자 라이드는 깜짝 놀라 앙시의 안색을 살폈다. 용기사가 몹시 귀중한 전력으로 취급받으며 높은 대우를 받지만 표식술사는 용기사보다도 더 드물며 더 귀하다. 앙시는 용기사 대장인 레오폴트보다도 높은 이였기에 무리카리의 고함은 매우 무례한 일이었던 것이다.

“왜 그러나?”
“그 이상은 말하지 마십시오.”

다행히 앙시는 그다지 화를 내고 있지는 않았다. 어딘지 무리카리를 놀리는 듯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라이드도 알아야 할 일이네.”
“그건… 저희 용기사들이 알아서 말할 겁니다.”
“그렇다면 내가 할 말이 없긴 하네만… 뭐 알았네.”

무리카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영문을 모르는 라이드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무리카리는 끝내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와 라이드는 아무 말도 없이 바람탑을 나왔다. 라이드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무리카리가 지나가듯 중얼거렸다.

“나중에, 네가 이해할 수 있게 되면 말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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