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악마의 한탄
나는 지구 제 1의 부자였지.
그것에 만족했어야만 했는지 나는 모르겠다.
기계가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자, 난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이 낭비된다고 생각해서, 부모 자식 포함해 인류 전부를 마인드 컨트롤과 로봇 군단으로 학살했지. 난 나 이외의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고 보았고, 나 말고는 신경 쓸 것이 없다고 본 것이라네.
난 악마적 열의로 기계를 정교하게 수정하고 수리하면서 우주를 정복했고 이것으로 모든 정보가 내 세상이 되었다고 기뻤다네. 존재는 연산이고, 의식은 정보가 처리될 때의 느낌이듯이 난 모든 우주를 지배했다는 희열에 젖었다네.
그 다음은 영원한 권태와 고독이었어. 우주의 모든 정보를 마약으로 변환시켜 마시는 쾌락과 행복 속에서도 난 공허를 느꼈다네.
나는 인류가 남긴 책들을 가끔 읽곤 했지. 신약성경 요한복음을 한없이 비웃으며 난 그 책장의 첫머리를 음미해 보았다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이라는 번역 보다는 그리스어 로고스로 시작되었음이 맞겠지. 로고스의 한 뜻 ‘존재원리’에 난 정신이 멍해졌다네.
양자역학은 우주가 존재원리에 따라 정보가 입출력되는 기전이고, 물질은 정보로서만 있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 말한다지. 그러하다면 존재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정보의 움직임은, 서로 간에 관측할 수 없는 무수한 세상들이 한꺼번에 있고, 어떤 세상에서는 무수한 멍청이들이 여전히 옹기종기 모여 살고, 내 세상에선 나만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지. 난 내가 모든 가능한 세계를 정복했다고 생각했지만 다만 나 아닌 자들을 내 세상에서만 배제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네.
그러하다면 내 모든 것은 신에 대한 반역이고, 존재원리를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한낱 모조의 집중이겠지. 난 다만 스스로에게 영원한 단조로운 삶이라는 형벌을 내렸을 뿐이었는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도다.
[2023.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