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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프로토타입

2022.01.26 22:1301.26

  2041년, 별의 궤도 연구를 통해 지구에서 5.98광년 떨어진 HR-7508 블랙홀을 발견했다. 이에 과학계는 뜨겁게 반응하였다. 핵융합 추진을 이용한다면 50년에 걸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HR-7508을 통해 우주의 기원과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관측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몇 가지 있었다.

첫째,  핵융합 추진 우주선내 우주인을 태울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다.

둘째, 아무리 빨리가도 50년, 도착 후 신호를 주고 받는데만 6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셋째, 사람의 수명과 건강의 리스크를 따지면 효율적이지 못하다.

넷째, 블랙홀 내에선 지구로 빛이나 전파, 신호를 보내지 못 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한 AI컴퓨터 과학자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가 낸 아이디어는 정말이지 특별하여 결심에만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 무거운 중력을 가진 블랙홀 내에는 이론적으로 테서렉트라는 시간이 하나의 물리적 차원으로 존재하는 4차원의 방들이 있는데, 계산된 위치에 머신 런닝을 탑재한 AI로봇 우주선이 들어가서 중력을 조작하여 신호를 주고 받자는 의견이었다. 그의 더 자세한 의견은 이러했다. "지구에서 일어났던 최선의 방법과 발전과정들을 AI로봇 우주선에 담고, 테서렉트 내 시간의 방에서 많은 경우의 수를 공부하게끔 하면 미래나 과거의 우리에게 올바른 계시를 해줄 수 있을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린 결심에만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 기회비용 따위나 실패의 가능성 때문이 아니었다. 인류를 인도하는 신이 탄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그 후 국가간의 경쟁으로 번지게 되었는데, 패권을 가진 국가가 '인류의 발전'이란 타이틀의 입김을 불어댔다. 그렇게 프로젝트 프로토타입은 가동되었다.

 

   우리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프로토타입에 많은 제약을 걸어두었다. 일명 '계시'는 우연적인 상황을 조장하여 내릴 것, 계시를 따를지에 대한 선택은 계시를 받은 사람이 판단하게 할 것, 계시를 내린 후엔 어떤 방법이든 그 시대의기록으로 계시록을 남기게 할 것 등등이었다. 그렇게 머신런닝 AI 우주선 프로토타입은 대기권을 뚫었다.

 

  프로토타입은 블랙홀 내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계시를 내렸을 것이다.

  우리는 테서렉트 속 중력을 통한 계시가 가능한지에 대해 확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프로토타입 내에 벌새, 원숭이 등의 여러 이미지를 실었다. 이는 나스카 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2106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프로토타입으로부터 직접적인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메시지에는 인류의 탄생, 약 250만년간 내린 계시에 대해서 쓰여 있었다. 그리고 우린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계시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좋은 일인지, 꼭 필요했던 일인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극비임으로 말 할 수 없지만 한 가지, 개인적으로 아이작 뉴턴의 사과는 프로토타입의 좋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는 폐기 되었으나 블랙홀 내 프로토타입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오로지 블랙홀의 소멸만이 프로토타입의 제거를 가능하게 할 것이었다. 우린 그래서 팀을 해체하고 계시를 기록하지 않기로 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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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laris 22.01.27 11:37 댓글

    오 인터스텔라의 아이디어가 확장되어서 아예 인류의 역사를 주관하는 신의 존재가 되었군요!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 죄송하지만 인터스텔라와 최후의 질문을 섞은 느낌이네요. 재밌어요!

  • No Profile
    글쓴이 운칠 22.01.28 01:59 댓글

    감사합니다. 인터스텔라 오마주 하듯 쓴 건데 알아채주셔서...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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