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2=0.1+1.8

2023.11.06 00:5011.06

침묵이 이어진다. 대화는 꽤 길었다. 틈새에서는 무언가가 계속 튀어나오고 있다.

"이 수식 보이지? 빈 0.1은 어디갔을까. 한번 생각해볼래?

응, 난 모르겠어."

"모르겠어? 정작 자기가 대단한 거 만들었다고 불러놓곤.

그러게나 말이야, 0.1이 어디갔을까."

"대체 왜 이런 값이 나왔을까?

계산기 치고는 대단한 결과인데, 그래, 비꼬려는 건 아냐."

"비꼬는 거야? 기계적 계산기 가지고 이런 결과 냈다면 자랑도 안했지. 

이해는 되거든. 그렇지만, 제일 먼저 넣고 싶은 건 2의 수식이었어. 가장 기초잖아."

"2에 이유라도 있어? 그렇지만, 왜 하필 이런 수식이지?

말하긴 뭘 말해."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대단한 거라고, 아, 설명이 좀 부족하긴 했지, 인정해."

"그럴수록 설명을 해. 대단하다기엔 난 지금 이 순서에 대한 대단한 이해도를 가지지 못했는데.

그래, 보이는 건 계산기라지만."

"보이듯이, 계산기지. 수치와 수식을 기입할 수 있는.

하지만 값이 틀렸지, 맞아."

"하지만 값이 틀렸잖아. 그게 계산기에선 가장 중요한 문제 아냐? 정확도를 희생하면 그게 계산기냐.

야, 하지만 빨랐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지만 빨랐지. 그게 중요한 포인트인데 말이지.

오차는 어떡해."

"오차도 0.1이나 생겼는데.

공학에서는 믿을만한 수치 아니었나, 어, 노 오펜스."

"공학뿐만 아니라 자연계에서도 믿을 만한 수치긴 한데, 화는 무슨.

음, 그치만 쓸모라, 역시 이야기가 길어지긴 하겠다."

"그래서 이게 정확히 무슨 쓸모를 가진 계산기인건데?

수식 제안이라면, 특정 값에 대한 연산 수식을 제시한다는 거지?"

"특정 수치나 값을 넣었을 때, 해당하는 값을 도출할 수 있는 수식을 역으로 제안하는 계산기.

그래, 수렴의 방식의 무한함을 따진다면, 특정 수식을 만들어내는 건 암호학적으로도 무의미하다는 건 인정해."

"특정 값으로 수렴하는 방식의 수식은 무한정한데, 그걸 도출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지? 2라는 값을 얻어내기 위한 방식의 사칙연산의 가짓수를 어떻게 하나로 수렴시키지? 수천개의 목록을 늘어놓는다면 인정하겠어. 기계적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도 천개 정도는 1초만에 나올 텐데. 하다못해, 2는 1더하기 1이라는 단순화된 수식이 튀어나온다면 그 또한 이해하겠어. 그렇지만 2는 0.1 더하기 1.8이라니. 정답부터 틀렸잖아.

알 수 없기는, 사칙 연산 때문에 불렀을 리가 없을 거 같아서 짜증내기 직전인데."

"그걸 이제 알 수 없어서 널 좀 불러왔는데, 여기 보면 알 수 있지만 일단 소수잖아.

말이 좀 심해, 그리고 기초교육은 나도 평등하게 마쳤거든."

"지금 덧셈이 틀렸다는 사실은 소수의 개념을 배운 중학생이라면 이미 누구나 알수 있는데.

폰 노이만 같은 소리로 나 띄워줄 생각 말고."

"난 폰 노이만까지는 데려와야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띄워준다는 건 오해야.

그래, 네 말대로 튜링이 더 맞겠네."

"무슨 폰 노이만이야. 튜링이지. 그래서 어떻게 만든 계산기인데?

그건 좀 대단한데, 화학부서의 그 연구원이 그런 연구도 했었구나."

"화학부서 사람에게 내가 설계한 물질 합성을 좀 부탁했었거든. 이 계산기를 만들기 위해서 부탁했던 건 아니고, 예전부터 생각하던 장난감을 좀 만들어보고 싶었거든.

장난감이라는 건 내가 그냥 자주 쓰는 기계 장치에 대한 비유인거 알면서 왜 그래."

"장난감이라고 하니 맥이 좀 빠지는데.

쉬운 일은 아니겠지, 네가 하는 일 중에 쉬운 게 있었니."

"물론 그건 쉬운 게 아니었지. 공동연구고, 만약 이걸로 논문 작성하게 된다면 공동저자가 될 거야. 실재하기 어려운 물질이고, 안정화 시키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좀 참아봐, 이제 말할 테니까."

"그래서 만들어낸 게 도대체 무슨 물질인데?

와, 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건 아는데, 기능한 거야?"

"빛의 경로가 짧아지는 매질.

실재만 안했지, 네 말대로 이론적으로는 개념이 있잖아."

"실재할 리가 없을 것 같은데.

공동 저자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큰거 대접해야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공동연구 저자를 화학부서 사람에게 드려야지.

페르마의 원리는 걱정 안해도 되는 게, 자연법칙을 위배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도 일어나지 않았어."

"빛이 가진 페르마의 원리*를 위배하는 거야?

아니라니, 그렇지 않다면 빛의 경로가 어떻게 짧아지지?"

"아니지, 오히려 그것만큼은 지키는 물질인 거야.

관측도 했으니 원하면 데이터도 보여줄 수 있고."

"가능한 실험적 도출인지 의심이 드는 걸. 빛의 속도가 빨라지는 게 아니라면, 빛의 경로가 짧아지는 매질이라는 표현을 이해할 수 없는데.

그래, 빛의 한계란 정보 전달 속도의 한계인 걸."

"빛은 언제나 최단 경로로 이동하고, 빛이 이동하는 속도의 정보성이야말로 빛의 한계이지? 우리가 물에 담근 막대기가 곧아 보이지 않고 물의 표면에서 꺾여보이고 일정 부분 없어보이는 건 빛이 물 속에서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인 거니까.

좀 참고 들어주지 않을래?"

"그런 초등적 지식을 알려주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긴 한데, 이어가 봐.

벌충이라는 표현이 재밌네."

"이건 빛이 물에서 느려지는 속도를 벌충하기 위해 공기에서의 이동을 좀 더 지속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잖아? 발사되는 광자는 그 순간 자신의 법칙을 증명해내는 수학자에 가깝다는 거지.

의인화라기 보단, 내가 설명하고 납득할 때 편해서 그래."

"빛을 의인화 한다는 지점에서 초등적 설명을 지속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계속해.

결심한 마음의 크기와 의지가 굉장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네."

"그래서 빛을 이용해서 최단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의 연산을 이용하는 계산기를 제작해보자 마음을 먹었어.

자연계 뿐만 아니라 다들 흥미로워할 게 당연한 소재 아니야?"

"자연계열 소속 과학자에겐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라지만, 공학부에선 그게 무슨 낭비냐 싶었을 텐데. 아닌가, 따지자면 광자를 이용한 기초적으로 양자적 계산기를 기획한 거라고 봐야할까?

도움을 받았다니 다행이네, 역시 이상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아."

"그 덕분에 훨씬 더 쉽게 도움을 받을수는 있었는데, 알지, 공학부서의 기계공학부 그 친구. 아이디어 자체는 없던 건 아니지만, 기계적 계산이 가능한 계산기와 컴퓨터가 발명된 이래에는 굳이...싶잖아.

그치, 맞아."

"꽤나 매니악한 사람들이나 좋아할 만한 이야기네.

쓸모가 없다는 말까지 해버리네, 자기가 만들어놓곤."

"그런 기초적 양자 계산기의 아이디어는 쓸모가 없는데도 재밌어 보인다고 도와준다고 하더라. 실현해봐야 재미 이외에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말도 들었고. 심지어 이미 만들어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하더라. 그래도 특허는 없으니 일단 만들면 돈은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여간 특허라니, 우리도 돈 벌줄은 알아야지."

"하여간 그놈의 특허. 돈은 많을수록 좋다지만, 좀 덜 많아도 좋은 세계가 필요한데.

끙, 지난 주에 내가 얼마나 개고생하며 연구제안서 썼는지 알면서."

"연구비 따야하는 입장에서 돈 없어도 된다는 소리 좀 그만하고.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 원래 계산기 내부에 빛의 최단 경로를 계산하는 장치를 놓았지. 빛의 각도와 경로와 최단 경로를 통한 시간 계측을 광자에게 맡기고, 그 결과를 연산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

그런 매질이 보통은 제일 좋겠지만, 결정형 고체는 비싸잖아."

"그럼 엄청 비싼...잘 정돈된 결정 형태의 매질을 사용했어야 했을 것 같은데. 빛의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고체 매질이 존재하긴 해?

그래, 하긴 물이 베스트구나."

"그래서 처음 사용한 건 물이었어.

한자 문화권만 알만한 농담이네."

"수식數式 을 위한 수식水式 계산기네.

눕히면 안 되겠구나."

"반드시 세워서 사용해야만 했지.

그리고 진동 때문인지 오차가 좀 있었어. 지금처럼은 아니고, 적은 수치로."

"얼마나? 적었다는 게 신기한데.

적은 오차라."

"지금보다 적은 오차였지.

이상하다니 뭐가?"

"그게 더 이상한데. 가장 안정적으로 빛의 속도를 낮출 수 있는 물로도 오차가 생겼다면, 기계적 계산기의 대승리 아닌가? 양자 컴퓨터가 사기라고까진 못하겠지만, 아이디어에 비해서 양자 계산기에게 요구되는 기계적 계산의 한계가 너무 큰 것 같은데.

음, 네 판단으로는 더 해볼만 했구나."

"그래도 자연수, 정수 수준의 계산 말고, 무리수 수준의 계산 근사치는 매우 뛰어났단 말이지.

공학 아니더라도 근사치로 계산하는 경우는 흔하다는 거 알면서."

"공학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표현이네, 근사.

엄밀함은 어디든 원하는 목표라지만."

"우리가 원하는 엄밀함은 아니었지만, 소기의 성공이었고. 그래서 수식 양자 계산기 프로토타입은 도움 줬던 공학부서에 선물해줬어.

특허 이야기는 좀 그만하고."

"특허는 내고? 하여간 손해보며 산다니깐.

보태준다, 보태주려구, 얼마면 되겠어."

"보태준 거 없으면 조용히 해.

아무튼 가능성이 있다는 건 보였거든. 그래서 다음은 잘 가공된 흑연을 사용해봤어."

"재료 조달을 뭐 부엌 화분에 있는 바질 잎 뜯어왔습니다 같은 감각으로 하네. 너네 물리부서 사람들은 그렇게 그래핀 쓴 거 알아?

흑연은 무슨, 그래핀일거잖아."

"흑연이라니깐. 그래핀이 쌓이면 흑연인거잖아.

뒷목 디스크 안 오게끔 스트레칭 도와주는 거야."

"물리부서 사람들 뒷목 잡을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네. 난 모른다.

하여간 말하는 거 하곤."

"알면 어쩌겠어. 그래서 만든 그래핀 계산기는 여기.

멀쩡하지, 그치."

"멀쩡하게 1더하기 1은 2라는 수식 잘 나오네.

비꼬는 건 아니었는데 다급하긴."

"천천히 설명할테니까 좀 기다려봐. 그래, 다른 값들도 정확하게 잘 나오지. 빛이 이동할 때, 최단 거리를 선택한다는 자연 법칙이 기계적 계산의 영역에서도 잘 적용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어.

그래, 잘 된다니깐."

"그래서 이 수식 잘 나오는 광자 굴절-흑연 계산기가 잘 작동한다는 건 알았어.

그래서 이게 가지는 함의가 대단하다는 것도 이해는 했거든. 그런데 이건 그냥 계산기잖아. 네가 말한 2라는 정수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식을 만들어내는 기묘한 계산기가 아니라."

"순서가 다 있어. 그럼 난 여기서 생각한 거지. 만약, 매질 내의 정보 전달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게 실재한다면? 광자가 상호작용하지만 정보전달 속도가 더 빠른 매질이 있다면?

이론상으로 가능하면 실재할 수도 있어야지, 무슨 소리야."

"아까도 말했지만, 이론상으론 몰라도 실재하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잖아.

가능하다고 단언하는 거 봐, 자연계 사람들은 꼭 이론에서 가능하면 만들어내고 만다는 집착이 있다니깐."

"가능하지. 오로지 빛이 최단 거리를 선택한다는 점만 속이는 물질을 만들면 되니까.

그래, 속인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몰라."

"빛이 사람도 아니고, 속일 수 있어?

그래핀-금 레이어의 양자 점프라."

"광자가 양자 점프가 가능한 그래핀-금 레이어를 한계까지 쌓아낸 거지. 내부의 상호작용으로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10의 63제곱수만큼의 층을 양자점프 하게 된다면, 간신히 빛보다 빠른 정보 전달이 가능해지거든.

아니지, 비유가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허들은 장애물이지 도움 닫기를 해주는 건 아니잖아."

"허들이라면 느려져야 할거 같은데. 역시 그보단 워프에 가까운가. 아이디어가 성공한 거야?

이런 대단한 업적을 '응' 한 마디로 요약할 줄은 몰랐네."

"응, 성공했어. 내가 레이저를 발사하기 전에 먼저 빛이 도달해있는 물질을 만들었지. 그래핀-금 합성물질의 매질 내부 광자 전달 속도는, 명백히 진공 상태보다 빨라. 내가 레이저를 누르기 0.1초 전에, 그래핀-금 합성물질을 통과한 빛이 먼저 도착해 있었어.

그걸로 끝이 아니니까, 일단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거지." 

"담담하게 이야기할 내용이 아닌 것 같은데.

아, 예, 그래요, 고맙습니다."

"노벨상 받을 내용을 가장 먼저 너에게 알려주고 있으니까 빨리 더 감사하도록 하고.

그래, 계산기에 대한 생각으로 다시 돌아왔구나."

"자자, 아직 끝이 아니구요, 나는 그럼 여기서 생각한 거지.

광자 정도의 정보 전달을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만들었다면, 내가 기획했던 계산기의 양자적 해석 방식으로 역연산 계산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 너도 바로 그런 생각 들지? 괜히 그런 게 아니라니깐."

"정보 전달이 빛보다 빠르니, 역연산 수식을 제공하는 게 가능한가 곧장 떠오르네.

그래서 이 문제의 계산기가, 그러한 가설을 바탕으로 만든 거야?"

"그런 것 치고는 굉장히 오차가 크다는 문제가 있었고.

오차는 무시할 수 없는 결과라 지금 널 부른 거지."

"그러니까 그 오차라는 게, 지금 관측하기로는 성대한 문제가 있다는 거잖아. 그리고 그 차이는 아마 빛의 정보 전달 속도에 의한 문제일거라고 여기는 거고.

그럼 그 시간의 틈은 뭘로 채우는가 싶어서. 궁금한데.

"광자의 정보 전달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면, 정보의 사멸 아니냐고 뭍고 싶은 거지?

해석을 나도 나름 해보려고는 하는데, 그 전에 네 생각도 궁금하네."

"그 지점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되는데? 내 생각? 뭐, 유럽-미국 과학자들이 맨날 자기네들 기독교적 해석으로 시간여행이 가능했을 때의 결정론적 해석 어쩌고 하는 거에는 당연히 관심 없는데, 그보단 내가 누르기 이전에 발생하는 정보 격차만큼의 틈새는 어디서 나오는 거지?

짐작 가는 게 있다면 당연히 먼저 말했어야지. 나는 양자 전공은 아니라구."

"내가 먼저 이론상으로 말해줘? 혼내진 말고. 나도 고민했다니깐.

맞아, 그리고 지금은 증명해내지 못하는 가설이라 그래."

"가설을 피력하는 것도 과학자가 할 일이지, 틀리건 맞건.

그래, 가설은 연구비만큼이나 중요하지."

"가설보단 연구비 따기가 더 중요하지 않나? 아무튼, 빛이 양자점프 해서 정보보다 빠르게 도착한다는 게 증명된 지금,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한 가지야. 광자가 매질 내에서 이동하는 것보다, 정보로 인해 더 먼저 도달하게 된다면, 그 광자는 어디서 발생하지?

그렇지, 광자가 발생했다는 정보보다 빠른 광자의 원산지를 알아야만 했어."

"네 손에서 발생한 레이저의 빛보다 0.1초 먼저 발생한 빛의 광원이란 어디냐, 이거지?

정보의 광원이 레이저일 뿐이다, 이거군."

"광원 자체는 레이저지만, 그건 내 레이저 정보의 자체의 광원이지, 정보를 대체하여 먼저 도달하는 0.1초 빠른 광자의 광원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래, 맞아. 내 가설이 바로 그거야."

"광자와 반광자의 쌍생성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지금.

쌍생성만이 해법이다..."

"양자화된 공간에서의 광자 쌍생성만이 해법이야. 그래핀-금 매질의 경계면의 양자 점프가 일어나는 틈 만큼의 에너지에서 광자와 반광자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생성되는 거고, 그래핀-금 매질 내부에서는 쌍소멸도 함께 일어나니 그 내부에서는 문제가 없지. 하지만 광원의 정보가 선제적으로 투입된 순간, 쌍소멸되어야하는 광자와 반광자 중에서 광자가 광원의 정보를 받고서 0.1초 먼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버리는 거야.

그래, 나도 그 즈음에 멈춰 있는 거야."

"대단한 가설이고, 그 자체의 믿을만한 증거가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매력적이고 매혹적이네.

맞아."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려워.

그래, 맞아."

"0.1의 행방을 그럼, 너는, 설마.

쌍생성에서 사라지지 않은 반광자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맞아. 내가 결과로 내놓을 2는 먼저 전달된 사전 정보이지. 그리고 그 정보의 광원이 어떤 수식에서 튀어나왔는지 정확히 관측해내지 못하는 이유는, 0.1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그 반광자가 정보 광원 쪽을 간섭하기 때문이겠지. 그래, 2라는 값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식은, 이 계산기에선 정확한 결과인 거야. 2에 도달하기 위한 수식은 이 역연산 양자 계산기에서는 0.1 더하기 1.8로 충족된다는 거지.

그게 두려워."

"그럼 그 시간은, 그 정보는, 그 반광자는 어디로 가는 거지.

우리의 광원이, 우리의 정보의 원천이 반광자에 의해 쌍소멸 되고 있다니, 가설이 틀리길 바라야겠는데."

"0.1만큼의 쌍소멸이 존재하는 거야.

그러게...어디 갔을까.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그럼 그 0.1은 어디 갔지?

나는 지금 너의 그 침묵이 두려운데."

"......더 무슨 말을 해야겠어.

담담한 거 아니거든."

"담담해서 더 무서운데.

내 머릿속도 지금 광자의 질량과 아인슈타인의 법칙으로 엉망인데."

"그래, 쌍생성된 광자의 질량은? 사라진 에너지는? 어떡하지?

아인슈타인에게 뭐라고 사과해야할까."

"아인슈타인이 만든 법칙을 생각하면 세상의 질량이 줄어들어야 할 텐데.

무서운 농담이네."

"우리의 대화는 무거워지고 있는데, 세계는 사라지고 있다는 거네.

그렇지, 역시. 너무 길게 이야기하지 말고, 하루 빨리 보고해야할까?"

침묵이 이ㅓ진다. 대화는 꽤 길ㅆ다. 틈새  서는 ㅁ언가가 계속 튀ㅇ나오고 있다.

 

 

 

*페르마의 원리: 페르마의 원리(Fermat's principle) 또는 최소 시간의 원리(principle of least time)는 빛의 진행 경로에 대한 설명으로, 빛은 최단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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