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재귀공방

2011.12.05 03:5712.05

  신카노르는 이상한 일을 겪을 때가 있었다. 방향을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빛의 입자가 쏟아졌다. 그 입자는 몸을 통과하면서, 두뇌에 성흔을 남겼다. 성흔은 천재적인 직관으로 드러났다. 그것이 자연현상이라면, 보기만 해도 이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른들조차 간단히 뛰어넘는 지능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졌다.

  때로는 미래가 보였다.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뒤가 보일 뿐이었기에 실용성은 없었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미래를 본다고 생각했다. 여덟 살이 되었을 때는 자신의 예지가 데자뷰라 불리는 현상임을 알았다. 그렇기에 자신의 능력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아무도 신카노르의 미래예지를 몰랐다.

  그러나 인과율은 신카노르의 재능이 묻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신카노르가 열 살이 되었을 때, 한 남자가 찾아왔다. 남자는 자신이 국가 공무원이며, 어떤 재능을 가진 이들을 찾는 부서에 속했다고 말했다. 그 말이 사실임을 알았다.

  남자는 신카노르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미래예지와 직감에 관한 질문이었다. 사실대로 대답하는 게 좋았기에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것은 테스트였다.

  “너에게는 파종의 재능이 있단다. 파종사가 되고 싶니?”

  남자가 물었다. 신카노르는 끄덕였다. 파종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파종사가 되어야만 했다.

  신카노르는 고향을 떠나 파종사 학교로 가게 됐다. 부모와 이웃들은 신카노르를 배웅했다. 슬퍼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자랑스러워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도 파종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대단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배웅을 받아 주면서도 신카노르는 학교에 대해 생각할 뿐이었다. 가족이나 이웃들과 다시 만날 일이 없음을 알았지만, 쓸쓸한 마음을 느낄 새가 없었다. 학교는 분명 멋진 곳일 테니까.



  신카노르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예비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는 가지각색의 소년 소녀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은 신카노르와 비슷한 10살 정도였지만, 5살짜리나 15살짜리도 있었다. 이들은 전국에서 모은 원석들이었다. 3년 동안 예비학교에서는 원석들을 다시 한 번 걸러내, 재능이 있는 이들은 학교로, 없는 이들은 다른 곳으로 보냈다. 파종사가 되지 못하는 낙제생이라도, 파종의 재능을 가진 이들 특유의 지능이 있었기에, 국가에는 큰 자원이었다.

  예비학교에서 처음으로 받은 기초 파종 수업에서 파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배웠다. 개인차는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미래예지능력과 미래간섭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능력은 자신의 신체에만 효과를 발휘하고, 아주 미약해서 무의미할 정도였지만, 실용적인 수준으로 사용할 방법이 있었다. 그것이 파종이었다.

  파종은 미래인지능력과 미래간섭능력을 이용해 가까운 미래에 비물질적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씨앗이라고 불리는 구조물은, 구성에 따라 천차만별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 가지 공통점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자기 복제 능력이었다.

  씨앗은 인간이 그러는 것처럼 미래에 간섭해서 자신과 같은 씨앗을 만들었다. 씨앗의 숫자가 점차 많아지면 효과도 유의미하게 커졌다. 이것이 파종의 기본 원리였다.

  파종을 가르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미래예지와 미래간섭의 재능이 어느 선을 넘지 못하면, 씨앗을 형성할 수 없었다. 게다가 미래에 간섭하고 씨앗을 만드는 감각은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정도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신카노르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최초의 씨앗을 만드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이른바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은 한 달, 세기의 천재라면 반달, 재능이 부족하다면 평생이 걸려도 무리임을 알았고, 씨앗을 만드는 감각도 알았다.

  “이제 파종을 시작해 보세요. 너무 깊게 찌르지 않도록.”

  교사가 말했다.

  학생들은 각기 파종을 시작했다. 누구도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어지러움을 느끼는 이들은 있었다. 미래간섭과 미래예지가 충분하다면, 미래의 변동을 인지해 일종의 멀미를 겪는 것이다.

  신카노르는 바늘로 손가락을 찔렀다. 핏방울이 책상 위에 떨어졌다. 외부에 파종을 하기 위해서는 신체의 일부가 매개로서 필요했다. 매개로는 혈액이 주로 사용됐다. 씨앗을 설계하고, 혈액 안에 만들었다. 미래의 변동을 인지한 탓에 가벼운 어지러움을 느꼈다.

  씨앗은 자신을 복제하기 시작했다. 책상 위의 공기가 흔들리더니 작은 바람이 됐다. 바람은 시간에 따라 점차 커져 교실 전체를 휩쓸었다. 머리카락조차 흩날릴 수 없을 만큼 약했지만, 교실에 있는 모두가 눈치 채고 신카노르를 주목할 정도는 됐다.

  신카노르는 그 시선을 알아채지 못한 채, 조금 전의 파종에 대해 생각했다. 파종 자체는 할 수 있었지만, 바람은 곧 사그라졌다. 씨앗의 복제가 불완전해서, 변질되다가 소멸한 것이다. 자기 복제의 불완전성. 파종의 기본 원리 중 하나였다.

  

  기초 파종 시간에는 파종을 연습하고, 기본적인 이론과 응용을 배우게 되었다. 신카노르는 곧 이 수업에 흥미를 잃었다.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배웠지만, 내용이 간단하고, 응용도 조잡했기 때문이었다. 신카노르라면 더욱 효율적이고 정밀한 응용을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고민 없이 떠올릴 수 있었다.

  대신 흥미를 가진 것은 실험 수업이었다. 실험 시간에서는 파종에 관한 실험을 설계하고 시행하는 법과 여러 도구들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파종은 비물질을 다루는 특성 탓에 언어를 통한 설명이 어려웠는데, 측정기는 정밀하고 객관적인 결과만을 보여줬다.

  실험 시간을 담당하는 교사는 아라크네라는 여자였다. 그녀는 50살을 넘겼지만 40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주 뛰어난 재능은 없었지만, 열정과 노력은 존경할 만 했다.

  “그럼 실험을 시작하세요. 파종을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결과를 보도록.”

  예비학교에 입학한지 세 달, 파종을 할 수 있는 것은 학생 전체의 10% 뿐이었다. 파종을 못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사람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신카노르의 옆에는 특히 사람이 많았다. 천재라고 불리는 학생들 중에서도 최고는 신카노르였다.

  신카노르가 앉은 의자는 원형 고리에 둘러싸여 있었다. 비물질파를 검출하는 기계였다. 검출기는 책상 위의 출력기에 연결되어 있었다. 이번 실험은 파종할 때 나오는 비물질파를 측정하는 실험이었다. 기초적이고 간단하지만, 중요한 실험이었다.

  책상 위에 피를 떨어뜨린 뒤, 어떤 파종을 할까 생각했다. 곧 얼음 기둥을 만드는 파종을 하기로 했다. 아주 간단한 파종이었다.

  파종을 시작했다. 씨앗이 완성되기 전부터 출력기가 반응을 보였다. 심이 종이 위에서 사각거리며 파동을 그렸다. 불규칙하고, 찌그러진 파동이었다. 미래간섭을 할 때 뇌가 발하는 파동이었다.

  뇌파가 커져 최고점에 이른 순간, 출력기가 그려내는 파동은 규칙적이고 부드럽게 변했다. 뇌파가 멈추고, 최초로 만들어진 씨앗이 파동을 내뿜기 시작했다. 시간에 따라 파동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이에 비례해, 얼음 기둥의 성장속도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얼음 기둥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자라, 신카노르의 머리 높이 이상으로 자라났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지만, 얼음 기둥의 조형이 뛰어났기에, 쓰러지지 않고 자라났다.

  천장을 뚫을 듯 하던 얼음 기둥이 성장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동시에 출력기에서 나오는 파장도 흐트러지고 작아졌다. 자기 복제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씨앗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씁쓸한 마음이 들었으나, 한번 생성한 씨앗을 수정할 방법은 없었다. 미래인식, 간섭 능력이 제공하는 시간은 씨앗을 수정하기에 너무 짧았다.

  얼음기둥의 성장은 완전히 멈췄다. 천장에 닿기 직전이었다. 파동도 점차 작아지더니, 결국 안보이게 됐다.

교실 안의 모든 이들이 신카노르를 쳐다보며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이 현상의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놀란 것은 교사인 아라크네였다.

  아라크네는 얼음기둥 자체는 더 뛰어나게 만들 수 있었다. 신카노르가 모르는 지식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카노르의 씨앗 구성으로는 저 정도 높이와 정밀성을 가진 기둥은 만들 수 없었다. 미래간섭능력이 부족해서, 씨앗 자체를 정밀하게 만들 수 없었다.

  미래간섭능력에는 선천적인 차가 있었다. 그러나 그 차이는 무의미하게 작았고, 노력에 따라 따라잡을 수도 있었다. 그것이 정설이었다. 지금까지는.

  아라크네는 자신이 신카노르의 미래간섭능력을 따라잡으려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지 계산했다.

  150년.

  아라크네는 조용히, 그러나 깊게 절망했다.

  그런 경악도, 절망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신카노르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흐트러지고 사라지는 비물질파. 사라지기 전에 잡음으로 검출된 비물질파는 씨앗들의 단말마처럼 느껴졌다. 아라크네에게 절망을 안겨준 천재성의 결과조차, 신카노르에게는 실패일 뿐이었다.

  길던 짧던, 유한은 영원이 아니었다.

  

  예비학교에서의 3년 동안 의심의 여지없이 최고로서 인정받은 신카노르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수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일찍이 익혀 뒀다. 필요한 것은 도서관에 수록된 자료들이었다. 그곳에서 여러 가지 발상과 실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학교로의 진급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신카노르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해는 저물고 있어 기숙사로 이어지는 통로는 그림자에 잠겨 있었다. 그 그림자 안에 한 무리의 학생들이 서 있었다. 남자 7명 여자 4명. 그들은 신카노르를 둘러쌓다.

  “천재 신카노르님은 매일같이 공부신가요.”

  그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가 말했다. 이 무리의 리더인 듯 했다. 자신보다 훨씬 큰 몸집에, 신카노르는 두려움을 느꼈다.

  “얘가 대답 안하는데?”

  한 여자가 말했다.

  “우리 같은 범인들이 눈에나 들어오겠어?”

  다른 여자가 말을 받았다.

  “너희, 누구?”

  신카노르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신경 쓰며 말했다. 같은 학년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그 대부분을 기억할 수는 없었다.

  “너, 나 모르겠냐?”

  한 남자가 말했다. 얼굴을 보자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누군지 알 수는 없었다.

  “하긴 그렇겠지……. 우리들이 사람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 말로 대화는 끝이었다. 리더인 남자가 신카노르의 배를 찼다. 겨우 13살인 신카노르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게 고작이었다.

  “이쪽으로 오지 마!”

  뒤쪽에서 누군가가 허리를 걷어찼다. 이번에야말로 신카노르는 쓰러졌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까지 몰려들어, 신카노르를 걷어찼다. 폭력은 점점 심해졌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 신카노르는 알았다.

  그렇기에, 행동했다.

  두려움에 질린 어린 의식과는 별개로, 냉정한 판단력이 대응할 방법을 선택하고,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이용해 파종 했다.

  “파종이야!”

  어느 여학생이 외쳤다. 그것을 느낄 정도의 재능은 있었지만, 대응할 정도의 재능은 없었다. 신카노르를 때리던 이들은 기절했다. 파종을 이용해 산소밀도를 낮춘 공기가, 그들의 폐에서 산소를 뽑아낸 것이다.

  신카노르는 자신의 위로 쓰러진 이들을 치우면서 일어났다. 일부러 불안정한 파종을 했기에 그들은 곧 일어날 터였다. 다시 한 번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아픈 기색을 숨기며 기숙사로 돌아갔다.

  알아낸 바에 의하면 그들은 낙제생이었다. 신카노르가 한 번에 성공한 파종을, 3년 동안 한 번도 해내지 못한 이들이었다. 전체 학생의 4분의 1정도 되는 그들은 물론 진급할 수 없었다.

  신카노르는 그들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몇 명을 처벌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음을 알았다.

  그들은 다시 신카노르를 건드리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악의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이나 교사들조차도, 신카노르에게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 거기 담긴 감정이 악의든, 선망이든, 질투든, 마음이 불편했다.

  신카노르는 우등생이었지만, 오히려 우등생이기에, 추종자와 적은 있어도, 친구는 없었다. 그렇게 고독한 채로, 신카노르는 진급하게 되었다.

  

  학교에서의 수업은 예비학교에서의 수업과 달랐다. 고도의 지식을 배우는 것은 물론이며, 학생들이 제각각 원하는 분야를 선택해 연구하게 되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신카노르에 대한 한 가지 가설이 떠돌았다. 전무후무한 속도로 지식을 익힌 천재라도, 창의력이 필요한 연구 분야에서는 이전처럼 할 수 없을 거라고. 그 가설은 신카노르가 이전과 다른 재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는 옳았다.

  신카노르는 빠른 속도로 지식을 흡수했다. 수업을 받기 전부터 이해를 시작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적었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신카노르는 수업보다 실험에 열중했다. 현재의 이론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을 연구 주제로 삼았다. 그 주제는 신카노르에게조차도 너무나 난해했다. 하지만,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낼 수는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파종할 때의 뇌파에 관한 것이었다. 최초의 씨앗을 만들기 직전의 비물질파는 미래에 간섭하는 뇌활동과 미래를 예지하는 뇌활동이 만드는 파동의 합이었다. 요컨대, 미래의 현상이 과거에 비물질파를 만든 것이다. 어쩌면, 시간이란 것은 기존의 생각과는 다른 것인지도 몰랐다.

  

  학교에서 새로 배우기 시작한 것 중 하나는 파종언어였다. 파종언어는 일반적인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파종에 대해 기술하는 언어였다. 파종언어는 배우는 데에 파종 그 자체와 같은 어려움이 있고, 씨앗의 다양성을 표현하기에도 불충분했지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무렵, 신카노르에게는 요나리라는 친구가 생겼다. 요나리는 신카노르의 룸메이트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파종언어를 이용하는 대화는 청자가 걸맞은 지식을 가지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었는데, 요나리는 신카노르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 만약 신카노르가 없었다면, 요나리는 전무후무한 천재였을 것이다.

  신카노르가 영원이라는 것을 추구한다면, 요나리는 산업적인 실용성을 추구했다. 비록 대극적인 두 사람이었지만, 요나리가 신카노르와 비슷한 분야인 씨앗 안정성을 연구했기에, 파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신카노르에게 있어, 최초이며 최후의 친구였다.

  “그거 뭐야?”

  수업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요나리가 물었다.

  “실험 장치.”

  신카노르는 짧게 대답했다.

  더 이상 묻는 것을 포기하고, 요나리는 자신의 침대에 앉았다.

  신카노르는 정 20면체의 투명한 공에 다른 기구들을 연결하고 있었다. 연결이 끝나자, 신카노르는 관을 통해 혈액을 흘려 넣고 파종했다. 공의 한 가운데에 희미한 빛이 생겼다.

  “그래서, 그게 뭐야?”

  요나리는 다시 물었다. 신카노르는 숨을 내쉬면서 요나리를 쳐다봤다.

  “영원장치. 씨앗을 최대한 오랫동안 길러 볼 거야.”

  “지금 최고 기록이 얼마였지? 4년?”

  “4년 2개월이었지.”

  “니껀 얼마나 갈 것 같아?”

  “글쎄. 5년?”

  신카노르의 말은 진심인 것 같았다.

  “자신 넘치네.”

  요나리는 웃으며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요나리는 천재라고 불리며 자랐고, 그것이 사실임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이 친구는 차원이 달랐다. 그가 누군가를 내려다보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데거 교장은 82세임에도 불구하고 50대로 보이는 남자였다. 파종사는 대사를 조절해서 노화를 늦출 수 있었다. 데거는 파종사의 기준으로도 젊어 보이는 편이었다. 우수한 파종사라는 뜻이었다.

  신카노르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데거를 처음 봤을 때부터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으로서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감정이었다. 이후로도 도서관에서 데거의 모습을 지켜봤고, 그의 연구 성과도 훑어봤다.

  도서관의 연구 보고서를 살피고 있을 때, 데거가 말을 걸었다.

  “신카노르, 너는 언제나 연구 보고서만 읽고 있더구나. 다른 책을 보지 않니?”

  “파종언어를 사용한 전달은 불완전합니다. 연구 보고서 쪽이 객관적이고 명확합니다.”

  갑작스런 일에 놀라면서도, 신카노르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파종언어는 확실히 불완전하지만, 다른 이들이 쓴 글에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파종의 지식은 혼자서 탐구하기에는 너무 많으니 말이지.”

  “물론 파종을 혼자 연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론이나 가설 자체보다 실험 보고서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호오? 자네는 실험 보고서를 볼 때마다 뭔가를 얻는 모양이군.”

  데거는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그것이 인상 깊었다. 데거의 말에는 비웃음이나 의심 하다못해 질투나 경외조차 없었다. 있는 것은 감탄뿐이었다. 신카노르를 대등하게 대하면서, 있는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그 태도가 매력적이었다. 어딘지 요나리를 닮았다고 느꼈지만, 결정적으로 다름을 알았다.

  데거와는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자주 대화를 나눴는데, 데거는 놀라우리만치 박식해서, 파종에 대한 토론이 즐거웠다. 그런 도중에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데거는 천재가 아니었다. 직관과 창의력이라는 측면에서, 신카노르나 요나리는 물론이며, 어지간한 천재들에게도 못 미쳤다. 뛰어난 점은 그동안 수련한 미래간섭능력 정도였다. 선천적인 재능은 조각도 없었다. 그러나 뛰어났다.

  데거의 능력은 신카노르조차 따라갈 수 없는, 방대한 지식에서 비롯됐다. 데거의 졸업 논문을 읽은 적이 있었다. 기억을 씨앗에 담아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파종에 관한 논문이었다. 굉장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릴 예정이 아닌 이상 실용성은 없는 파종이었다.

  그것을 데거는 실용화 했다. 새로운 지식을 접했을 때, 잠시 뒤의 자신에게 그 지식을 보냈다. 단기간에 같은 자극을 반복시키는, 강제적 복습이었다. 그 기술을 이용해 데거는 거의 모든 지식을, 한순간에 이해할 수 있었다.

  신카노르도 이 방법을 사용해 본 적이 있었다. 데거를 일류 파종사로 만든 기술이라면, 신카노르는 더욱 먼 곳을 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파종한 순간, 같은 시간이 몇 번이나 반복됐다. 생각을 멈추려고 해도, 조금 전의 자극과 생각이 머리로 스며들어, 반사적으로 생각해 버렸다. 과도한 집중에 의한 생각의 과잉을 견딜 수 없었다.

  이 기술은 데거같이 집중력이 좋은 사람이 아닌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듯 했다. 다행인 것은 이것을 시험함으로써 얻은 것도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째서 이런 걸 연구하셨나요?”

  신카노르는 물었다. 미래에의 기억전달. 뛰어나기는 하지만 실용성이 없었기에 흥미를 가질 분야가 아닌 듯 보였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지.”

  “호기심…….”

  “아득한 미래가 어떨지 궁금했어. 10년 뒤는 어떻게 변했을지, 100년 뒤는 어떻게 변했을지. 지금도 알고 싶어. 거의 한 세기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것이 변하는 걸 봤지. 내가 어릴 때는 파종이 체계화 되지 않았어. 그때는 파종이 마법이라고 생각됐지.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하지만 100년 뒤에는 어떨까. 누구나 파종을 하게 될까? 궁금하단다. 미래에 끝은 있는 걸까. 끝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그곳에는 뭐가 있을까. 신카노르, 나는 시간의 끝에 닿아보고 싶구나.”

  데거의 얼굴에는 복잡한 표정이 드러났다.

  “지금은 연구를 하지 않으시나요?”

  “지금도 하고는 있단다.”

  데거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시간에는 안 맞을 것 같다만.”

  신카노르는 데거를 보면서, 이제껏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영원장치를 만들고, 예상했던 5년을 넘어 6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새로운 기록이었다. 순조로웠다. 그러나 영원과는 멀었다.

  영원은 한순간도 낭비 없이, 일생을 바쳐도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였다. 지금도 신카노르는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쓰고, 후원자가 되려는 이들을 상대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낭비는 더욱 커질 터였다.

  연구 공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돈은 벌 수 있었다. 후원자가 되려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곤란한 것은 그것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들은 신카노르가 자신들을 위해 연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신카노르의 영원 같은 것은 산업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이 학교는 좋은 곳이었다. 최신의 설비는 아니더라도, 꽤 좋은 기구를 가지고, 돈과 생계의 걱정 없이, 바라는 것을 연구할 수 있었다. 이 학교에 영원히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영원은 너무나 먼 목표였다. 그리고 졸업은 1년 뒤로 다가와 있었다.

  

  신카노르는 이전보다 연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노력을 숭상하는 이들조차 신카노르에게는 이길 수 없다고 한탄했다. 논문에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시시한 내용만을 발표했다. 데거의 기억 전달도 개량해서 사용했다. 식사와 잠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신체를 파종으로 제어했다. 실험과 생존에 불필요한 신체기능은 거의 퇴화했다.

  데거는 시체처럼 말라버린 신카노르를 걱정했지만, 말리지는 못했다. 연구하는 목표에 매진하는 기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한편 연구는 풍성해졌다. 영원과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까지 연구했다. 뇌파의 해석 같은 기초적인 분야도 깊게 파고들었다. 요나리는 자신의 전문인 씨앗 안정성 분야에서조차, 신카노르를 따라가기는커녕, 연구 결과를 이해하는 것도 힘들었다. 다른 분야는 무엇을 연구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그의 후원자가 되겠다는 이들이 찾아오고는 했다. 기업 공방도 연구 공방도 신카노르를 원했다. 시간을 뺏기는 게 거슬렸지만,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시간 안에 연구를 완성시키지 못하면, 갈 곳이 필요했다.

충분한 연구 결과를 대가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공방을 제공하겠다는 곳이 있었다. 재료 공학 쪽의 기업공방이었다. 그 제안을 수락했다.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아쉬움은 있었다. 학교처럼 연구만 할 수 있는 공방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신카노르와 같은 학년은 졸업 논문을 쓸 시기였다. 학생들이 도서관과 실험실에 틀어박힌 점은 여느 선배들과 같았지만, 느끼는 부담감은 차원이 달랐다. 그들의 학년에는 신카노르가 있었다.

  누구나가 신카노르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가 논문으로 쓴 연구의 찌꺼기들조차 지나치게 뛰어났다. 천재들은 신카노르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 뛰어난 결과를 냈다. 인류가 가진 파종 이론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신카노르의 후광에 묻히면 누구나가 범속했다. 신카노르의 지식은 그들의 업적보다 백년은 앞선 듯 보였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천재를 만난 비운의 인재들은 절망하고, 좌절하고, 질투하고, 원망했다. 신카노르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고,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미움은 더욱 커졌다.

  

  평소처럼 신카노르가 도서관에 다녀왔을 때, 영원장치는 빛을 잃은 채였다. 신카노르는 좀 더 견디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이론이 잘못됐나 생각하며 영원장치를 점검하러 다가갔다. 이론의 오류가 낳는 흔적을 발견해, 이론을 고칠 생각이었다. 그러나 신카노르의 천재성은 다른 것을 발견해 버렸다. 누군가가 파종으로 영원장치에 간섭한 흔적이었다. 그 씨앗과의 작용으로 신카노르의 씨앗이 붕괴했다.

  영원기관을 망가트린 씨앗은 형편없는 것이었다. 이제껏 공을 들인 영원기관이 하찮은 씨앗에 망가졌다는 사실에 허탈했다.

  신카노르는 뭐라도 건질 게 있나 싶어 파종을 이용해 영원 기관을 살폈다. 그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씨앗이 남긴 흔적을 통해, 영원장치를 망가트린 것이, 유일한 친구인 요나리임을 알아차렸다.

  믿고 싶지 않은 마음에 괴로워하면서도 신카노르는 관찰을 계속했다. 미래간섭의 수준, 씨앗의 특징, 사용한 이론. 점점 요나리가 범인이라는 사실은 분명해졌고, 요나리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요나리가 파종한 씨앗은 아주 간단해서, 한순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질투나 열등감에 의한 우발적인 범행이었을 것이다. 요나리가 다음으로 취한 행동이 그 추측을 뒷받침했다. 요나리는 파종 직후 마음을 고쳐 새로운 파종을 했다. 영원기관의 붕괴를 막으려 했던 것이다. 신카노르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요나리는 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요나리가 알았는지는, 신카노르도 알 수 없었다.

  요나리는 밤이 늦어서야 돌아왔다. 보기만 해도 범인임을 알 수 있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요나리는 신카노르를 계속해서 살피며 자신이 범인임을 말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털어놓고 싶었지만 두려웠다. 밤새도록 고민했다. 다음날 아침, 요나리의 얼굴에서 망설임은 사라져 있었다. 그와 함께 자존심 또한 사라졌음을, 요나리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신카노르는 요나리와 소원해졌다. 요나리는 점차 자신과 재능을 잃었다. 그런 상태로 시간이 지나, 그들이 졸업하는 날이 되었다.

  신카노르는 조용한 결의를 품고 학교를 돌아보고 있었다. 한동안 이곳과 헤어지게 되었기에, 눈에 새겨두고 싶었다.

  “신카노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신카노르는 뒤를 돌아봤다.

  “교장 선생님.”

  데거는 기쁜 얼굴이었다. 신카노르가 연구를 하지 않고 한가로이 있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무리하게 노력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어도, 걱정했던 것이다.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산책 중이었나?”

  “네, 오랫동안 못 보게 될 테니까요.”

  “언젠가 돌아올 것 같은 말투구나.”

  “돌아올 거예요.”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으면 좋으련만.”

  데거가 웃었다. 신카노르도 따라 웃었다.

  “오히려 젊어져 계실 것 같네요.”

  “노력해 보마.”

  “그런데, 어디 가고 계셨나요?”

  그렇게 물어본 순간, 답을 알았다. 데거는 서두르는 듯 보였다.

  “졸업식 준비 때문에 말이지. 연회장에 가야 한단다.”

  “바쁘신데 붙잡아버렸네요.”

  “붙잡은 건 나지만. 이제 가봐야겠다. 졸업식이 끝나면 네가 붙잡아 다오. 조금 더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네, 졸업식이 끝나면 말이죠.”

  데거는 연회장을 향해 갔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신카노르는 죄책감을 느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만, 데거를 속였다. 속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방해를 받으면 곤란하다. 학교를 떠나기 전에는 해야 하고, 졸업하고 싶지는 않았다.

  

  신카노르는 데거와 헤어져, 마저 학교를 돌아보고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는 요나리가 있었다. 당황하는 요나리를 보고 신카노르는 미안함을 느꼈다. 요나리의 우정이 진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가 스스로의 행동으로 얼마나 상처 입었는지도 알고 있었다. 용서하겠다고 말하면 조금은 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됐다. 요나리는 방해가 될 수 있었다. 신카노르는 침대에 앉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요나리는 말없이 망설이다가 방을 떠났다.

  신카노르의 침대 위에는 정리된 짐이 있었다. 많은 양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짐은 내일부터 속하게 될 산업 공방에 보내 뒀다. 정말로 필요한 것들만 남겨뒀다.

  신카노르는 손에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학교에서 행한 연구의 성과를 확인할 때였다. 한 번도 실험한 적은 없었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성공했지만, 이번에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신카노르는 눈을 감고 이 씨앗의 원리를 되새겼다. 비물질파 검출 실험에 의하면 씨앗은 과거에 비물질적 간섭을 한다. 미래예지와 과거간섭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가 아닌 과거에 자기복제를 하는 씨앗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신카노르는 과거에 복제되는 씨앗에 대해 연구했다.

  과거간섭은 직관적으로 할 수 있는 미래간섭과는 달랐다. 몇 만 번 이상의 실험을 반복해서, 그 결과를 해석해야 했다. 신카노르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히,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신카노르는 미래에 간섭했다. 만든 것은 기억을 전달하지만, 복제 기능은 없어서 한순간에 사라지는 씨앗이었다. 그러나 이 씨앗을 과거의 신카노르가 예지하면, 예지한 시점, 즉 과거에 씨앗이 복제됐다.

  씨앗 안정성은 신카노르가 특히나 잘 아는 분야였다. 씨앗은 현재의 기억을 가진 채, 시간을 거스르며 날아갔다. 미래를 예지하는 신카노르의 뇌를 통로삼아 지나가며, 미래의 기억과 직관을 심었다. 그것은 뇌의 한 구석에 잠들게 되었지만, 연관성 있는 것을 인식하면 깨어날 것이다.

  씨앗은 더욱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신카노르가 존재하기 시작한 순간에 이르렀다. 그 이전에 신카노르는 없었고, 씨앗이 복제될 수도 없었다. 씨앗의 과거회귀는 멈췄고,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아직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겨우 한 번의 회귀로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다만, 좀 더 앞선 지식으로, 좀 더 잘 해낼 뿐이다. 이런 속도로는 지향하는 곳까지 다다르는 데에 수천 년이나 수만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없다.

  닫아버린 시간의 고리의 안에, 바라고 있던 공방을 만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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