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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유니크 이야기

2011.04.04 23:0504.04

유니크 이야기

  


동쪽의 어느 작은 도시.

자동차들이 삑삑거리며 경적소리를 내며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교차로 한편에서 접촉사고가 나 사람들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지하철역 입구에서 김밥을 파는 노파 하나가 있었는데, 노파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자리를 계속 지켰다. 한 개의 김밥을 더 팔기 위해서.

노파는 라디오를 틀었다. 그리고 노파는 손을 돈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때 한 남자가 노파에게 다가와 말했다.



“김밥 다섯 줄 주세요.”

  


노파는 몇 시간만의 손님에 돈주머니에서 재빨리 손을 빼냈다. 그런 다음 김밥이 쌓여 있는 상자에서 김밥 두 줄을 왼손에 쥐고 오른손으로 봉지를 찾아서 그것들을 집어넣었다. 나머지 김밥도 마찬가지로.

노파는 김밥이 든 봉지를 남자에게 건네주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그녀가 그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남자의 모습이 아주 특이했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모습은 팔이 6개, 다리가 4개, 눈이 4개의 아주 괴상한 모습이었다.

보통은 팔다리를 모두 합쳐서 4개다. 그러나 남자는 그것들이 10개였다. 그래서 털만 있으면 영락없는 거미과에 속하는 생물이었다.

남자는 자신을 보고 충격에 빠진 노파에게서 김밥이든 봉지를 건네받고 재빨리 돈을 건넸다. 그러고는 “많이 파세요.” 라 말하고 뒤돌아 사라졌다.

노파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그가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그가 정말 사람이 맞는지 의심했다.

한편 노파에게서 김밥을 산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집은 도시에서 서쪽으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매번 그는 식료품을 사기 위해 집에서 도시로 먼 길을 걸어와야 했다. 그에겐 자동차도, 자전거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팔다리가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데 어떻게 탈 것을 가질 수 있겠는가? 게다가 정작 그에게는 그런 것을 살 여력이 되지 않았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10개였고 눈이 4개였다. 그의 부모에게는 결혼을 하고 10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탄생은 그의 부모에게는 그 어떤 축복보다도 더 축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의 부모가 그를 본 순간 충격에 빠졌다. 자신의 아이의 모습이 다른 아이들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팔이 6개고 다리가 4개인 아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아이를 부둥켜 앉고 울었다. 왜 자신들에게 이런 아이가 태어났는지, 왜 이런 끔찍한 모습으로 태어났는지, 그런 생각들이 그들의 가슴을 쳤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자신의 아이가 불쌍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를 키우기를 거부했다. 만일 자신이 이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세상이 어떤 눈으로 아이를 볼지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이의 엄마가 회복되자마자, 아이를 병원에 내버려둔 채 몰래 병원을 떠났다. 부디 아이가 좋은 곳에서 자라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아이는 첫 번째 버림을 받았다.

그리고 아이는 부모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병원에서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아이는 고아원에서 조차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비정상적으로 생긴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고아원에서 그는 심한 괴롭힘을 받으며 지냈다. 하지만 아이는 반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그들과 달랐기 때문에 괴롭힘 받는 게 당연하다면서. 아이는 고통을 견디며 지냈다.

그러다가 5년을 좀 더 고아원에서 지내다가 아이는 쫓겨났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채 밖으로. 그렇게 아이는 거리를 헤매었다. 거리를 헤매면서 유니크는 고아원에서의 괴롭힘 다음으로 추위와 배고픔과 싸워야 했다. 그래서 아이는 사람들에게 밥을 빌어먹었다. 그러나 밥 빌어먹으러 간 곳에서도 그는 멸시의 눈으로 천대를 받으며 쫓겨나기 일 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한 노인이 비를 맞고 있는 어린 아이를 발견했다. 그 노인은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를 데려다가 비를 피하게 하고 배고픔도 잊게 했다.

노인은 아이에게 이름이 뭐냐고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이는 자신의 이름도 모르고 부모님도 누군지 모르고 집도 없다고 말했다. 노인은 그 말을 듣고 고민 끝에 아이를 키우자고 마음먹었다. 노인에게는 자식도 남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노인은 가장 먼저 그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노인이 그에게 지어준 이름은 ‘유니크’였다. 희귀한 혹은 특별하다는 뜻을 지닌 이름이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는 남들과 모습은 다르지만 사람이고, 그래서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그 말을 들은 그는 노인이 지어준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 날 이후로 유니크라는 이름을 얻은 그는 노인의 품에서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났다. 하지만 사회의 눈은 그에게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았다. 여전히 그에게 경멸의 눈과 멸시를 보내고 있었다.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그리고 사회는 그를 거둔 노인에게까지 멸시를 주었다. 마치 사회가 노인에게 묻는 것처럼.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괴물을 거둬 키우고 있는 거냐고 말이다. 그 괴물이 계속 자라면 우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노인은 유니크를 키우면서 그렇게 묻는 사회에게 답했다.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그러나 사회는 그런 노인의 말에 코웃음 쳤다. 하지만 노인은 그런 사회에 신경 쓰지 않고 유니크를 꿋꿋이 키워나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유니크는 성인이 되었다. 그런데 노인이 그만 교통사고로 인해 하반신이 불구가 되어버렸다.

유니크는 그런 노인을 위해 발이 되어주었다. 버려진 자신을 거둬준 노인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이제는 자신이 그를 도와줄 차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인은 그의 그런 행동에 핀잔만 줄 뿐이었다. 왜 그러냐고 밖에는 나가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끌고 나간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더 이상 그는 그런 핀잔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2년 전 봄, 노인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니크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준 노인이 떠났기에.



  




유니크가 김밥을 사들고 돌아왔을 땐 이미 해가 지평선 너머로 고개를 넣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의 집은 노을이 물들고 있었다. 유니크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 들어서자 불을 키고 김밥들이 든 봉지를 부엌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싱크대 천장 서랍에서 접시 하나를 꺼냈다.

접시를 꺼낸 그는 식탁에 올려놓은 봉지에서 은박지에 싸인 김밥 한 줄을 꺼냈다. 그런 다음 은박지를 벗겨내고 김밥을 접시로 옮겼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김밥 한 조각을 집어 입속으로 넣었다. 노인이 죽은 후 쭉 혼자 먹는 점심 겸 저녁이었다.

저녁을 다 먹은 그는 침실로 향했다. 침실에는 달랑 침대와 탁자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탁자위에는 집에서 유일한 사진 하나가 액자에 철해져 있었다. 유니크와 노인이 찍은 유일한 사진이었다.

유니크에겐 이 사진이 보물이었다. 처음에 유니크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그는 살아오면서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그래서 노인은 그에게 사진 한 장이라도 가지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유니크는 싫다며 노인의 말을 듣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노인은 끈질긴 설득 끝에 사진을 찍었다.

유니크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후회감이 밀려들었다. 그가 죽기 전에 ‘사진 몇 장이라도 찍어서 남겨둘 거라는 후회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가 봄은 끝나갔다.

달력이 6월 15일을 가리켰고, 오늘도 어김없이 유니크는 시내로 생필품을 사로 나갔다.

도시는 여전히 소음으로 시끄러웠다. 유니크는 대형슈퍼에 들어갔다. 그가 오늘 사로 나온 생필품은 칫솔과 비누 그리고 수건이었다.

유니크가 슈퍼에 들어서자 계산대의 직원들과 물건을 사로 나온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유니크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자신이 사야할 물건이 있는 코너로 향해 달렸다.

생필품 코너는 식품코너 바로 앞에 있었다. 그는 생필품 코너에서 칫솔 5개가 묶인 것 하나와 비누 3개, 수건 4개가 한 세트인 걸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시 계산대로 향해 계산대 위에 그것을 올려놓았다.

유니크는 계산대 옆에 진열된 껌들과 사탕들을 흘겨보았다.

그런데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진열대 옆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가 그것이었다. 그는 포스터에 적혀 있는 글을 읽어내려 갔다. 글은 이러했다.

  


[당신은 완벽한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완벽한 사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름이 ‘완벽한’ 사람입니다. 오해하실까봐 그러는데, 이 이름은 개명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러던 중한 골동품 가게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 가게에서 구슬 하나를 보았습니다. 그 구슬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났습니다. 그것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전 주인에게 그 구슬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리고 주인이 하는 말이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주는 구슬이라 말하더군요. 그리고 제게 “필요 없으니 가지세요.” 라면서 구슬을 떠넘기었습니다. 그런데 받고나니, 그 구슬은 제게도 필요 없는 물건이더군요. 제 이름이 무엇입니까? ‘완벽한’ 이잖아요.

그래서 구슬을 처리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방법이 완벽한 사람을 찾아내는 사람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완벽한 사람을 알아보기 마련이니까요.

만일 이 구슬을 갖고 싶으시다면, 6월 15일 오후 6시까지 ‘그래도’ 라는 간판의 골동품 가게를 찾아오세요. 기간은 15일까지니 명심하십시오.]



유니크는 글을 다 읽었다. 그는 글을 다 읽고는 생각했다. 정말로 그런 구슬이 있을까? 라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것을 갖고 싶었다. 그것을 가져서 완벽해지고 싶었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아닌 완벽한 모습으로 그들과 똑같은 모습이 되고 싶었다.

유니크는 계산대 옆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3시 10분.

두 시간 오십분 정도 남아있었다. 그는 물건을 계산하고 나와 그 글에 적힌 ‘그래도’ 라는 골동품 가게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한 시간여 정도를 거리에서 헤맸어도 그런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멀리 한 카페위에 ‘그래도’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그가 찾는 바로 그곳이었다. 그는 카페 옆 계단을 통해 그곳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가게의 문을 열고 조심스레 아무도 없냐고 물었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먼지만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쌓인 먼지의 양을 봐서는 꽤 오랫동안 영업을 안 한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먼지 쌓인 곳에서 유일하게 먼지 한 톨도 없는, 마치 누가 막 걸레로 닦고 간 것 같은 책상 하나가 창가 쪽에 놓여있었다.

유니크는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책상의 부름에 응답하듯.

책상은 가까이에서 보니 역시 깨끗했다. 거기다가 창에서 나오는 빛으로 인해 그 깨끗함은 더욱 강조되었다.

그런데 책상 위에는 종이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는 종이를 들고 읽어보았다. 종이에는 작은 글씨로 ‘올해 안으로 완벽한 사람을 찾아서 푸른 호수로 오시오.’ 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리고 알았다면 서명란에 서명을 하라는 말도 있었다.

그는 서명란에 서명을 하려고 볼펜을 찾았다. 그런데 책상에는 좀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볼펜이 놓여있었다.

그는 서명을 하라는 종이의 말과는 달리 종이에다가 서명을 하고프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가게가 수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는 뭔가에 홀린 듯 책상에 놓인 볼펜을 들고 종이에 서명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는 집에 밤이 되어서야 도착했는데, 집에 도착하자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어깨에 매는 여행 가방을 하나 꺼냈다. 그러고는 그 가방에다가 필요한 짐을 챙기는 것이었다. 유니크는 왜 자신이 짐을 챙기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그러나 집을 나서고 얼마 뒤, 지금 자신이 무엇 때문에 집을 나선건지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그 가게에서 서명한 것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집을 나선 것이라는 것을.

결국 그는 자의도 타의도 아닌 여행을 시작했다. 완벽한 사람을 찾아 나서는 여행을. 하지만 이 넓은 세상에서 그런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반드시 찾겠다고 다짐했다. 어찌되었든 여행을 시작했으니까.

유니크는 먼저 서쪽으로 가서 찾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서쪽으로 일주일 동안 걸었다. 서쪽으로 걸으니 처음에는 숲이 펼쳐졌다. 숲은 온통 소나무와 같은 사철 푸른 나무들이 숲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낮인데도 숲은 밤 같이 어두워 푸르른 나무들의 잎이 녹색인지도 알 수 없었다.

숲에는 다람쥐들과 부엉이들이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거나 뛰어다녔다. 유니크는 그런 것들을 보니, 자신도 그 동물들처럼 하고 날아다니고 뛰어다니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날개도 없었고, 재빠르지도 못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나무타기였다. 그는 주위에서 튼튼한 나무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이 숲에서 가장 오래된 것 같은 나무를 발견했다. 그러고는 그 나무에 다가가 손들로 굵은 나뭇가지를 잡고 발들로 나무를 차며 위로 올라갔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쉬웠다.

그는 나무 꼭대기에 다다르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의 풍경이 한 눈에 모두 들어왔다.

숲은 아래와 다르게 녹색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의 눈에 녹색말고도 푸른색이 들어왔다. 그 푸른색은 숲의 끝에 있었다. 그는 그 색을 자세히 보았다. 그 색의 정체는 바다가 지닌 푸른색이었다. 만약에 노인이 살아있었다면 꼭 같이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유니크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그 기분을 억누르며 나무에서 내려와 발걸음을 그 바다로 옮겼다.

숲을 빠져나오는 데 반나절 정도가 걸렸다. 그런데 숲을 빠져나오자말자 그의 눈앞에 바다가 펼쳐졌다.

유니크는 입을 벌리고 넋 나간 듯 바다를 바라보았다. 맑고 푸른 빛깔의 바닷물과 갈매기들, 하늘에 떠있는 하얀 구름들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자신의 눈을 사로잡던 것들을 잠시 보다가 해안가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얼마 걷자 작은 선착장이 보였다. 선착장에는 방금 막 일을 끝내고 돌아온 것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보였다.

그는 그 중년 남성에게 다가갔다.

  


“저…. 죄송합니다만,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무얼 물어보려는 거요….”

  


중년 남성이 말을 끝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유니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 하오리다. 젊은이의 모습에 그만. 그런데 무슨 일로?”



뜻밖에도 중년남성은 그에게 호의적이었다. 유니크는 그의 태도에 놀랐다. 자신에게 이렇게 대해준 사람은 없었다.



“일단 집으로 가시죠.”



유니크는 그의 말에 그를 따라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으로 향하면서 그는 자신이 어부라고 말했다. 그도 처음에는 도시에서 살았는데, 상사와 부하가 자신보다 완벽하다고 생각해 이곳에서 어부의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했다.



“음, 완벽한 사람이라…. 그런 사람들은 도시에 많던데요? 그리고 사람은 아니지만, 이 자연도 완벽하고요.”

  


중년남성이 집에 도착하자 그렇게 말했다. 유니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당신도 완벽한 것 같은데요? 팔과 눈이 여러 개가 있으니 일을 할 때 편하겠어요. 그에 비해 전…”

  


중년 남성이 푸념조로 말했다. 유니크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보기에는 자신보다 그가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중년남성에게 되물었다.

  


“저보다 완벽한 것 같은데요?”

  


그러자 중년 남성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중년 남성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유니크에게 되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건, 저처럼 팔다리가 여러 개가 아니잖아요. 그러니 저 보다는 완벽한 거겠죠. 저는 보다시피 괴물이에요. 이런 제가 완벽한 게 더 이상하잖아요.”

  


하지만 그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반문했다.

  


“정말로 이 모습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거오? 난 공부도 그리 잘하지도 못하고 내 부하였던 사람들보다도 똑똑하지 않았어.”



유니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중년 남성이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는 일어나 신문 한 부를 가져와서는 유니크에게 내밀고는 기사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자, 이걸 잘 보시오. 오늘자 신문입니다. 거기 첫 장의 기사에 완벽한 사람의 기사가 있소.”

  


유니크는 중년 남성이 가리킨 기사를 읽어보았다. 그리고 유니크가 기사를 다 읽고 나자 중년 남성이 다시 말했다.

  


“기사에 나오는 사람은 재벌이고 똑똑한 사람이오. 그래서 팔이 마치 여러 일을 한단 말이오. 그에 비해 나는 일을 하나 밖에 하지 못한단 말이오! 그래서 당신은 완벽한 거요.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면 그를 만나보시오.”

  


그의 말을 들은 유니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을 완벽하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유니크는 바다에 있었다. 남자의 말에 따라 일단 신문의 그 사람을 만나보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야 했다. 그가 있는 곳은 바다 건너의 고도로 발달된 도시였다.

유니크는 그러기 위해서 중년 남성에게 작은 배를 빌렸다. 하지만 배를 한 번도 타 본적이 없는 그에게는 바다를 건너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결국 아침 일찍 출발한 그는 꽤 긴 시간동안 바다에서 헤매다가 육지를 발견했다.

그런데 자신이 왔던 바다 쪽에서 먹구름들이 모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파도의 높이도 높아 졌다.

파도가 높아지자 배가 파도에 휩쓸려 좌우로 흔들렸다. 이윽고 바다는 성난 사자처럼 돌변하고는 매섭게 바람과 비를 몰아쳤다. 그가 탄 작은 배는 그런 자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육지를 얼마 안 남겨둔 채 뒤집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육지에 가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높은 파도를 가르며 헤엄쳐 나아갔다. 그렇게 헤엄을 쳐서 간신히 육지에 도착하자 온 몸이 쑤시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무리한 운동이 원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 그는 자신이 해수욕장에 있는 것을 깨달았다. 좀 전에는 정신이 없어서 못 봤지만 분명 해수욕장이었다. 하지만 해수욕장은 거친 날씨 때문인지 어지럽혀져 있었다.

유니크는 지친 몸을 이끌고 어지럽혀진 해수욕장을 나와 해변도로를 따라 걸어 시내로 향했다.

그리고 시내에 도착하자 유니크는 신문에서 보았던 부자의 회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부자의 사진이 빌딩 한 면을 도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유니크는 그 건물로 향했다.

건물에 도착하고 안으로 들어간 그는 건물 안 안내데스크로 다가갔다. 안내데스크로 가는 동안 건물의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유니크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안내데스크에 다다르자 여직원이 일어나더니 유니크를 보고 인상을 썼고, 그런 다음 유니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유니크는 그렇게 묻는 여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늘어놓으며 말했다. 그러자 여직원이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인터폰으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 둘이 나타났다. 그들은 유니크를 발견하고는 다가와 그에게 사장이 만나 뵙고 싶어 한다며 유니크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데려갔다.

15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유니크는 사내 둘이를 따라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실로 들어서자 갈색정장을 잘 차려 입은 남자가 사무용 책상에 앉아 사무를 보고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 중 하나가 말했다.

  


“사장님 말씀하신 분입니다.”

  


그러자 사장이 고개를 들며 유니크를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 두 사내를 방 밖으로 내보내면서 일어나 말했다.

  


“이쪽에 앉으세요.”

  


사장의 권유에 따라 유니크는 그의 사무용 책상 앞의 소파에 앉았고, 사장도 그의 뒤를 따라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완벽한 사람을 찾는다고 하셨죠? 잘 오셨습니다. 제가 완벽한 사람입니다. 부와 명예를 가졌고, 거기다가 잘생겼죠. 또 똑똑하기까지 합니다. 저보다 잘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유니크는 그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왜 완벽한 사람을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을 보니, 당신은 완벽한 사람이 아닌 것 같군요. 그 꼬락서니를 보니깐 말입니다.”

  


사장은 유니크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유니크는 그런 그의 말에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내 화를 참으면서 얼굴을 다시 펴고는 사장에게 되물었다.

  


“그럼, 당신이 완벽한 사람이 맞는 거죠?”

“물론요, 저보다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만일 자신이 완벽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그 사람은 사기꾼 일겁니다.”

  


사장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유니크는 그런 그의 말에 화가 조금씩 풀리면서 사장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저 사람은 완벽해 어떤 인간보다도. 아니, 최소한 내가 본 사람들 중에서는 완벽하다고.

그때 어디선가 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사장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받으며 말했다.

  


“그래? 아들 대단하네! 그런데 말야... 아들. 오늘 못 들어갈 것 같아. 미안해...”

  


그 전화는 사장의 아들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는 사장의 목소리에서는 좀 전에 보였던 거만한 모습은 사라지고 아주 부드러웠다. 그리고 사장이 전화를 끊고 다시 유니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이지, 완벽하다는 것도 고생이야. 난 이제 일해야 하니까. 나가봐. 들어줄 것도 다 들어줬고, 말해줄 것도 다 말해줬으니까.”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사무용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때 유니크가 불쑥 사장에게 같이 가자고 말했다. 그러자 그 말에 사장이 뒤를 돌아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유니크는 그런 사장을 향해 말을 이었다.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는 구슬이 있대요. 전 그 구슬이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선 당신이 필요해요. 전 그 구슬로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그러자 사장이 그 말이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런 구슬이 있다고? 완벽한 내가 말하는 건데 그런 구슬은 없어.”

  


사장은 인터폰으로 좀 전의 검은 정장의 두 사내를 불러 유니크를 쫓아냈다. 하지만 유니크는 포기할 수 없었다. 유니크는 다시 한 번 사장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사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는 잠시 후 들어온 두 사내에 의해 유니크는 건물 밖으로 내던져졌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유니크는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사장의 건물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축 처진 어깨와 함께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그는 일단 북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정처 없이 그는 북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어느 은행나무 숲에서 유니크는 그만 몸살이 나 쓰러져버렸다. 도시에서 맞은 비 때문에 감기에 걸렸었는데, 그것이 다른 피곤함과 만나면서 몸살이 된 것이었다.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온 몸에서 열이 펄펄 끓는 것처럼 났다. 더 이상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힘을 내어 걸었다. 조금 더, 조금이라도 더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완벽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그러나 한계가 찾아왔다.

은행나무 숲을 빠져나와 한 달 정도 걸어가던 그는 어느 기와집 앞에서 다시 쓰러졌다. 이번에는 정신도 못 차릴 정도였다. 한 달의 맹 행군의 결과였다. 하지만 그의 놀라울 정도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는 끝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는 꿈을 꾸었다. 자신이 두 팔과 두 발을, 두 손과 두 눈만을 가진 꿈을. 그 이상을 가지지 않은 꿈을 말이다. 하지만 그 꿈도 얼마가지 못했다. 여러 개의 팔다리들과 눈이 다시 자라나고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유니크는 그것들이 조금씩 자랄 때마다 고통에 울부짖었다. 과거와 현재의 고통, 그리고 미래의 고통이, 완벽하지 못한 자신의 고통이 모두 하나가 되어 더 큰 고통이 되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것은 그에게 구원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은 몽롱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밖이 아니라 안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는 자신을 사랑해준 노인이 앉아있었다. 유니크는 그 노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 그 노인이 유니크에게 말했다.

  


“자네 정신이 드는가?”

  


그런데 목소리는 유니크가 알던 노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제야 그는 노인이 위암으로 죽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고개를 한 번 흔든 후 다시 노인을 보았다. 백발의 등이 굽은 노인이었다. 노인의 얼굴에는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을 반증하는 주름이 져 있었다. 유니크는 그런 그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죠?”

“여긴 내 집이라네. 우리 집 앞에 자네가 쓰러져 있는 걸 보고 이 방으로 옮겼다네. 그런데 왜 쓰러진 건가?”

  


그 말에 유니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말로, 확실히 방이었다. 그것도 황토로 만든 집. 노인은 자신을 집을 둘러보는 유니크를 향해 말했다.



“그런데 젊은이 자네 몸은 괜찮나? 며칠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네.”

  


노인의 집을 둘러보던 그가 그 말에 놀란 눈을 지으며 노인을 보았다. 노인은 그런 그에게 아마도 몸이 불편할 거니 쉬어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유니크가 물었다.

  


“저, 날짜가…”

“7월 15일이라네.”

  


7월, 그가 출발한지 딱 한 달이 조금 지났다. 6월 15일부터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었다. 완벽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집념을 넘어 욕망으로 변질되어 그를 쓰러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늙은 노인을 만나게 했다.

노인은 유니크에게 자상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혹시 시장할지도 모르니 내 곧 밥을 해오리다.”

  


그러고는 노인은 일어서 방을 나섰다. 그런데 유니크가 그런 그를 불러세워 물었다. 그에게 물어봐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저, 혹시 완벽한 사람을 아시나요?”

  


노인은 유니크의 물음에 뒤를 돌아보며 왠지 모르게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유니크는 그 말이 혹시라도 하면 안 되는 말이었나 생각했지만, 노인은 그뿐이었다. 언짢은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그는 다시 몸을 돌려 방을 나섰고, 잠시 후 밥상을 들고 들어왔다. 밥상에는 호박전과 오이무침, 김치, 된장찌개 그리고 따끈따끈한 밥이 놓여있었다.

노인은 밥상을 유니크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서 밥을 먹게나.”

  


유니크는 노인이 좀 전에 한 말 때문에 기분이 상했나 하고 걱정이었지만, 밥상을 내려놓는 노인의 표정은 정신이 들고 나서 본 그 얼굴이었다.

그래서 그는 밥그릇 옆에 놓인 숟가락으로 밥을 한 술을 떠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밥을 입에 넣자 꿀맛 같은 맛이 느껴졌다. 정말로 꿀맛이었다. 그러고 보니 유니크는 자신을 사랑해주던 노인이 죽고 난 후부터 따뜻한 밥을 먹지 못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따뜻한 밥을 먹었던 때는 노인이 죽고 난 후 바로 다음날이 유일했다.

유니크는 죽은 노인이 차린 밥상을 생각하며, 밥상의 반찬과 밥을 해치웠다. 그리고 밥을 다 먹은 유니크는 밥상을 들고 방 밖으로 나갔다. 노인이 그런 유니크에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유니크는 얻어먹을 수만 없다고 하며 노인의 성의를 거절했다.

그런데 방 밖으로 나오자 큰 가마 두 개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가마는 장작을 때지 않아 타오르던 열이 식고 있었다. 아마도 다음을 위해 가마를 쉬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유니크는 밥상을 바닥에 내려놓고 가마 가까이로 다가가 자세히 보았다.

가마를 가까이서 자세히 보고 있는데, 옆에 노인이 불쑥 노인이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노인은 유니크에게도 앉으라고 권했다. 유니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인의 권유에 따라 그의 옆에 앉아 계속 가마를 바라보았는데, 그들이 가마 앞에 앉은 후 한 동안 침묵이 둘 사이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노인이었다.

  


“내게 완벽한 사람을 아냐고 물었지?”

  


유니크는 고개를 돌리며 노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사람을 알고 있어서 알려줄 수도 있지만 조건이 있다네. 한 달간 나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유니크는 노인의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이번만큼은 꼭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망설임 없이 노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노인은 그런 그에게 몸을 추스르고 삼일 후부터 일을 시작하자고 했다.

삼일 후, 노인이 유니크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와 그를 깨웠다. 그러자 유니크는 신음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밖은 아직 여명이 밝기 전인 새벽이었다. 유니크는 노인을 찾았다. 노인은 가마 앞에서 불을 지피고 있었다. 유니크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의 곁으로 다가갔는데, 가마의 열기 때문에 유니크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데 노인의 얼굴을 보니, 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때 노인이 유니크에게 장갑을 건네며 말했다.

  


“내가 되었다고 말하면 이 장갑을 끼고 가마에서 도자기들을 빼내 거라.”

  


유니크는 노인에게서 장갑을 받아들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가마가 열심히 오랫동안 자신의 속을 불로 데웠고, 얼마 뒤 노인이 가마에 불을 지피는 것을 그만두고 서서히 불을 식혔다. 그러고는 유니크에게 좀 전에 말했던 지시를 내렸다.

유니크는 노인의 지시에 따라 가마의 문을 열었다. 가마의 문을 열자 식었지만 여전히 열이 올라왔다. 유니크는 그 열을 참으며 가마 안에서 도자기들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런데 노인이 갑자기 유니크에게 화를 냈다.

  


“인석아! 그렇게 느려 터져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빨리 좀 하 거라.”



유니크는 그 소리에 도자기를 꺼내는데 다른 손들을 이용했다. 하지만 초보에게 빨리 하라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유니크는 가끔 도자기를 손에서 떨어뜨려 몇 개를 깨먹기도 했다. 노인은 그럴 때마다 호통을 쳤지만 깨진 도자기들에게는 안타까운 시선을 보낼 뿐 미련을 가지지는 않았다.

유니크는 왜 그럴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들려오는 것은 호통뿐이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고, 점심을 먹은 후에도 일은 계속 되었다.

노인이 다른 가마에 빚은 도자기들을 넣고 입구를 막았다. 그러고는 불을 조절하며 도자기를 구워냈고, 유니크는 그런 노인이 도자기를 구워내면 가마에서 도자기를 꺼냈다.

물론 도자기를 구울 동안 그는 쉬었겠지만, 일이 끝났을 때는 밥그릇 조차 그만큼 아름다워 보였다. 푸른빛을 내뿜는 도자기. 아마도 보는 사람은 환상에 빠질 것 같은 그런 도자기였다.

그 날 하루 노인과 유니크가 구워낸 도자기는 약 200개 정도 되었다. 노인은 미소로 유니크에게 “수고했다.” 라고 말하고는 그를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노인은 그가 방으로 들어가고 한참이 지나서 방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노인이 들어오자, 유니크는 잠자리를 펴서 그가 편히 누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노인이 눕자 유니크도 그를 따라 자리에 눕고는 잠을 청했다.

다음날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그들은 같은 일을 시작했다. 노인은 가마에 불을 지피고, 유니크는 가마에서 도자기를 꺼냈다. 유니크는 도자기를 꺼내는 폼이 어제보다 익숙해져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또 그 다음날, 유니크는 도자기 일에 나날이 익숙해져 갔고 시간은 어느새 보름을 훌쩍 넘겨 있었다.

유니크는 보름 동안이지만 조금은 노인에게 가마 불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가끔 노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를 대신해 불길을 조절하기도 했다.





그렇게 노인과 약속한 한 달을 모두 채우기 사흘을 앞둔 어느 날

노인이 점심을 먹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도자기를 보관해둔 창고로 가서 도자기를 하나를 집어와 유니크 앞에 내보였다.

유니크는 그런 노인의 행동에 의아해했지만, 잠자코 노인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노인이 도자기를 높이 들어 강하게 내던졌다. 그러자 도자기는 수십의 파편이 되어 바닥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노인이 그런 파편들을 바라보며 유니크에게 말했다.

  


“한 달 가까운 시간에 힘든 일을 꾹 참고 열심히 해줘서 고맙네. 그래서 보답을 하려 하네. 아직 한 달이 다 되려면 조금 남았지만, 네가 찾는 완벽한 사람에 대해 알려주겠네.”



노인의 말에 유니크의 입에 침이 고였다. 유니크는 그 침들을 목 뒤로 넘기며 노인의 말을 경청했다.

노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 사람은 없다네, 젊은이.”

  


유니크는 노인의 그 말에 귀를 의심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유니크는 그 청청병력 같은 말을 듣고는 노인에게 따졌다.

그러자 노인은 창고로 가 다시 도자기를 하나 가져와 말했다.

  


“이것을 보게나. 완벽한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이 완벽한 것이 저기 저 도자기처럼 깨어지는지 아는가? 아무리 완벽해도 흠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일세. 바로 그 때문에 도자기는 깨지는 거라네. 그러니 제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그것은 완벽한 게 아니라네.”



유니크는 그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다니. 그렇다는 것은 그 동안 자신이 해온 것은 헛수고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는 노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부디 그 말이 거짓이기를 바랐다. 노인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 도자기들은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몇 십 시간을 버텨내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그릇들보다도 튼튼하고 강하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자기들은 큰 충격을 받으면 깨져 버린다네. 겉으로는 완벽해 보여도 도자기에게는 그런 흠이 있다네. 완벽이라는 것은 완벽에 가까울수록 깨지기가 쉬운 그런 것이라네.”



유니크는 그 말을 듣고는 생각했다.

  


‘완벽할수록 깨지기가 쉽다고? 그건 말도 안 돼. 틀린 거야. 그건 완벽하다고 할 수 없잖아.’

  


노인이 말을 하다가 유니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치 그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말했다.

  


“그 생각 맞는 말이네. 전혀 완벽하지 않지. 가령 부자가 있다고 하지. 그 부자는 공부도, 얼굴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 부자는 무의식 속에서 행복하지 않다고 자기에게 암시를 건다네.”

  


유니크는 그 말을 들으면서 문득 노인과 만나기 전에 만났던 부자가 떠올랐다.

  


“왜 그런지 아는가? 정말 완벽하다면 행복해야지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그 사람은 일에만 파묻혀서 살아 가족들 얼굴도 보지 못한다네. 그래서 부자에게는 행복이란 게 결여되어 있다네. 그리고 그것은 부자의 흠이지. 하지만 부자는 자신에게 그런 흠이 있음을 알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네.”

“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완벽하잖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러고는 노인은 또 다른 이야기를 유니크에게 말했다.

  


“혹시 이 땅 말고 바다 건너 사막한 가운데의 나라를 아는가? 나도 그 나라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들은 얘기가 있다네.”

  


노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그 나라와 지금 완벽한 사람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노인은 그런 그를 바라보고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 나라의 고대국가에서는 자네처럼 팔이 여러 달린 신을 섬겼다고 하네. 그 신은 인간의 모습이었다네. 지금의 자네처럼 말이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유니크가 노인에게 되물었다. 노인은 그런 유니크의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대국가의 백성들은 그 신이 팔이 여러 달린 그 신을 완벽하다고 생각했다고 하네.”

  


그 말에 머릿속에서 유니크는 어부가 떠올랐다. 그는 유니크에게 완벽하다고 말했었다. 왜? 무엇 때문에 지금 그 신을 섬긴 백성들과 그 백성이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느낌이 왔다. 그것은 어부가 자신을 보고 완벽하다고 한 것이 그들이 팔이 여러 달린 신을 완벽하다고 한 것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어부는 스스로를 혐오 아닌 혐오하고 있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말이네 젊은이. 자네가 그 신처럼 완벽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네. 본디 인간이란 족속은 불완전하게 태어나 불완전하게 죽는다네.”

“그게 무슨 말이죠?”

  


유니크가 노인에게 물었다.

  


“쉽게 말해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완벽할 순 없다는 말이네. 그리고 불완전은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최상의 조건이지.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전함을 지향할 수 있기 때문이라네. 그런데 혹시 푸른 호수에 대해 들어보았나?”

  


노인이 유니크에게 물었다. 유니크는 노인이 말한 그 호수를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조금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 호수는 바로 그의 최종 종착지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니크는 노인에게 들어보기만 말했다. 그러자 노인이 그런가라 말하고는 노인의 집 마당에서 보이는 먼 산을 바라보았다.

  




다음 날 정오가 다 되어서 유니크는 노인의 집 뒤에 있는 동산을 올라 푸른 호수로 향하고 있었다. 어제 노인은 푸른 호수에 대해 들어보았냐고 유니크에게 물으면서 그에게 푸른 호수가 자신의 집 뒤편 동산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는 아침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푸른 호수를 향하기 위해 노인의 집을 나섰다.

호수는 동산의 정상에 있었는데, 노인의 말로는 호수는 몇 천 년 간 썩지도 마르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 덕분에 물을 무한정 공급받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신이 산다고 했다.

유니크가 어느덧 동산의 정상에 다다르자 그의 눈앞에 큰 호수가 펼쳐졌다. 그 호수는 푸른 빛깔로 유니크를 현혹했다. 유니크는 그런 호수에 마음이 빼앗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누군가가 유니크에게 말을 걸었다.



“어서 오세요. 완벽한 사람은 찾았습니까?”



유니크는 그 말을 듣자 출발 전 노인이 한 말들 중 하나가 떠올랐다.

  


[젊은이 만약 호수에서 신을 만난다면 정신을 바짝 차리게나. 신은 우리와 달리 정말로 완벽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네.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라네. 그래서 간혹 우리를 시험하기도 하지.]

  


유니크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에게 말했다.

  


“아뇨.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엔 왜 온 것입니까?”

  


유니크의 말을 들은 누군가가 유이크에게 반문했다. 유니크는 노인이 이야기해 준 그 말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한 말처럼 말했다.

  


“세상엔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찾지 못하는 거였어요. 저는 완벽한이라는 사람을 만나로 이곳에 왔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제가 이곳에 왜 왔냐고 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죠?”

  


유니크가 그에게 물었다. 답은 한동안 오지 않았다. 유니크는 다시 물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완벽한이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신이 찾아갔던 사무실은 실은 제가 어떤 생물들 보다 형체가 불완전한 당신을 보고 한번 시험해 본 것입니다. 좋습니다. 일단은 완벽한 사람은 찾지 못했지만, 당신은 답이라고 불리는 것을 찾았지요. 그러니 당신과 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하지만 구슬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그 구슬이 할 수 있는 것은 제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니까요. 자,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해주시죠.”

“제가… 원하는 것은….”

  


유니크는 소원을 말하라는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그에게 자신의 소원을 말했다.

  


“사람들이 정말로 불완전한지 알고 싶습니다.”

“정말로 그것으로 충분 합니까?”

  


누군가가 유니크에게 확답을 물었다. 유니크는 긍정의 표현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노인의 만나기 전이라면, 그 소원 말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되고 싶다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정말로 불완전한 존재인지 알고 싶었다.

누군가는 아니, 신은 유니크가 말한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 그러자 유니크의 눈앞에 환영이 나타났다. 환영에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유니크는 그들을 보고 놀랐다. 환영에 나타난 사람들의 외모가 자신처럼 팔이 여러 개거나 발이 여러 개였으며 눈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실체입니다. 겉은 모두 평범한 것처럼 보여도 속은 당신과 똑같지요. 이제 아시겠지요?”

  


유니크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그들은 노인의 말대로 불완전했다. 자신처럼 불완전했다. 겉은 모두 똑같이, 자신보다 완벽하게 생겼어도 속은 자신과 똑같이 불완전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신의 소원도 다 이루어 졌는데 말이죠.”



신이 유니크에게 물었다. 유니크는 떠나기 전에 노인이 한 말 중 나머지 말을 떠올렸다.

  


[젊은이. 호수를 본 다음 같이 살지 않겠나? 이 늙은이가 죽을 때가 다 되어서 말동무가 필요하다네. 그러니 부디 같이 살게나.]

  


그는 그 말을 떠올리며 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강렬한 빛이 그의 눈을 멀게 했다. 그렇지만 개의치 않고 말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보다 입이었기 때문이었다.

  


“돌아가야죠. 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이런 저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준 또 다른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유니크는 말을 끝내고 생각했다. 어쩌면 신조차도 불완전해서 빛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신을 뒤로한 채 호수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노인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산을 내려가 노인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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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고1 때 대산문학상에 제출하겠답시고 적었던, 지금 보면 정말 이걸 내겠다고? 생각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추억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걸 원고지를 사서 적고 그동안 처박아두다가 이번 주에 부랴부랴 한글을 열어서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일부 내용을 고쳤고, 여러 지인들께 보여주어 문제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점을 염두해두고 수정을 했습니다만, 여전히 그 부분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주제는 노골적으로 들어나 있어 가지고, 원래 청소년 소월문학상에 제출하려던 걸 폭파 시켜서 이걸 내려했는데, 내는 것보다는 그냥 올리는 게 나을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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