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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면서 글쓰지 맙시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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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턱턱턱.
  문을 약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식탁에 앉아서 책을 읽던 인시아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저런 종류의 문 두드리는 소리는 흔히 소리를 내고 싶은 욕구와 동시에 무례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 욕구가 겹쳐 힘 조절이 애매하게 빗나간 우란이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찾아오는 우란은 딱 1명이며 이런 늦은 시간에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우란이 아니라 인간이 보기에도 그다지 점잖지 못한 일이었다.
  턱턱턱턱.
  다시 한 번 소리가 났다. 약간 급한 모양이었다. 인시아는 종종 걸음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누구세요?"
  대답이 없었다. 인시아는 한 번 더 외쳤다. 그러자 대답 대신 뭔가 끙끙대는 이상한 소리만 들려왔다. 창 문 밖을 슬쩍 내다봤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인시아는 누가 발목이라도 부러졌나 보다 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뭔가 살짝 부딪히더니 후다닥 뒤로 물러나는 소리가 났다. 인시아는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보았다.
  그 곳엔 악어가 있었다.



  인시아는 오래간만에 하플링용 탁자를 내어놓았다. 다른 종족에겐 앉은뱅이 탁자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었지만 눈 높이가 낮은 이 손님에겐 그럭저럭 잘 맞았다. 악어는 그녀가 내어온 커다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며 자신의 몸에 자꾸 갖다 대었다. 온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악어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당신은 생명의 은인이에요.
  "뭐 그렇게 까지…."
  아니, 진심이에요. 여긴 너무 추워요. 게다가, 제가 문을 두드렸을 때 비명을 지르며 닫아버리지 않은 사람은 당신뿐이었어요.
  "뭐, 일반 적으로 그렇겠죠. 이 동네 사람들은 악어 비슷한 것도 본 적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니까. 그것도 2미터나 되는."
  어? 2m가 큰 건 가요?
  "으음, 이 친구들이 보는 동물 중에 그 정도 되는 건 말이나 소정도 거든 요. 게다가 그렇게 바닥에 바짝 붙어있으면 괜히 더 길어 보여요."
  그런가요? 어른들은 절 꼬맹이라고 하는 걸요.
  "어머, 다 자란 게 아니군요?"
  인시아는 예전에 악어를 본 적이 있었다. 책에서 봤을 땐 그냥 인간보다 약간 더 크려니 하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본 성체 악어의 몸길이는 몇 미터를 너끈히 넘을 정도였다. 처음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그녀의 색다른 손님은 얼굴에 애티가 많이 남아있었다. 주둥이는 그다지 길지 않았고 머리크기에 비해 눈도 컸다. 악어는 쑥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물론 얼굴이 붉어진다던가 하진 않았지만 그는 괜히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돌렸다.
  네,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어요. 어른이었으면 이런 꼴 당하지도 않았을 텐데. 아 그리고 전 아직 어린애밖에 안 되니까…에, 아가씨는 말 놓으셔도 되요.
  "어머, 아가씨라고 하니까 쑥스럽네."
  그럼 아주머니라고 불러드릴까요?
  "…아니, 그냥 인시아라고 불러요. 아, 그러니까 난 따뜻한 숲의 인시아라고 해요. 꼬마(처럼 보이진 않지만)의 이름은 뭐죠?"
  하토예요.
  인시아는 그 간단한 이름을 몇 번 읊조려 보았다.
  "하토라. 예쁜 이름이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북쪽지방까지 왔어요?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은 곳인데."



  물론 왕국은 그렇게 북쪽은 아니며, 따라서 많이 춥진 않다. 하지만 그녀의 맞은 편에서 찻잔이 식어 가는 걸 아쉬워하고 있는 악어는 그렇게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애석하게도 왕국은 사실 여름에도 그다지 덥지 않고, 지금은 여름도 아니었다. 얼어죽을 정도라면 약간 과장이겠지만 남부에서 온 냉혈동물이 오래 견딜만한 날씨는 아니다. 그녀의 질문을 들은 악어는 갑자기 주둥이를 찻잔에 박았다. 그 입 구조로 보아 그렇다고 마실 수 있을 리는 만무했지만 그는 한 동안 그 자세를 유지하며 가만히 있었다. 아까보다 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어정쩡한 침묵이 흐르고 있던 차에 갑자기 꾸르르륵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인시아는 살짝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어린 악어는 한 번 움찔하더니 애처로운 얼굴(세룩도 아닌 파충류의 표정이 그런 식으로 보이다니 신기했다)로 그녀를 살며시 바라보았다.
  "알아요. 당신들은 육식을 하죠?"
  호비트는 식량 저장고로 달려가서 훈제된 생선들을 살펴보았다. 저기 있는 아가의 입에 맞을 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빵이나 뭐 그런 것들 보단 낫겠지. 한 마리씩 양손에 들고 가려던 인시아는 생각을 바꿨다. 어리네 어쩌네 해도 상대는 2m짜리 악어다. 물고기 2마리 정도론 턱도 없을 것이다. 물고기를 잔뜩 꺼낸 그녀는 양동이에 담아가려다가 아무리 그래도 손님에게 너무 무례한 짓이 되는 것 같아 부엌으로 가서 커다란 그릇을 꺼내왔다. 그릇 한 개를 한 아름 들어올린 작은 여인은 약간 뒤뚱거리며 악어가 기다리고 있는 식탁으로 향했다. 훈제된 청어와 연어의 냄새는 기분 좋은 냄새라고 하긴 힘들었지만 어쩐지 그녀도 식욕이 동하는 것 같았다. 자그마한 녀석이라도 끼어있으면 하나 먹어볼까 하고 생각하던 그녀는 정말 정어리 한 마리가 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시아는 혀를 끌끌 찼다. 귀찮다고 대충 걸어놨던 생선들은 엉망으로 섞여있었다.
  식당으로 돌아와보니 악어는 놀랍게도 식기를 꺼내들고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반짝이는 것으로 보아 이미 물에 한 번 헹군 모양이었다.
  아, 이거요? 떠돌이의 필수품이에요. 야만인 취급받기 싫으면 꼭 갖고 다녀야 하죠.
  그녀가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자 악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인시아는 그릇을 내려놓은 다음 다시 부엌으로 갔다. 손님이 식기까지 꺼내든 마당에 접시라도 내어와야 하지 않겠는가. 내심 호쾌하게 생선들을 한 입에 집어삼키는 악어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던 그녀는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뭐 상관없지. 고개를 휘휘 저은 작은 여인은 적당한 크기의 접시를 꺼내서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그녀가 접시 위에 청어 한 마리를 얹어주자 2미터 짜리 어린이는 조심스럽게 살을 발라내었다. 어리다고 해도 악어의 머리는 무척 컸다. 호비트의 팔 정도는 간단히 삼킬 것 같은 그 큰 입 사이로 작게 발라진 살이 들어가는 장면은 신기하다 못해 기괴해 보였다.
  "…하토, 그냥 평소 먹던 데로 먹어요. 전 엘프들이랑 달라서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써요."
  어린 악어는 주저하는 것 같았다.
  정말 그래도 되요? 공짜로 얻어먹기까지 하고 있는데….
  "괜찮다니 까요. 마음 편하게 들어요."
  감사합니다.
  악어는 대답하고 난 뒤에도 고민하듯 잠시 청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몇 초 후에 이 유아는 청어를 앞발로 움켜쥐더니 그대로 입 속으로 던져 넣어버렸다. 한 번 음식 맛을 본 위가 그를 재촉한 것 같았다. 허겁지겁 물고기를 집어들기 시작한 하토는 열심히 영양분을 섭취한 끝에 인시아가 가져온 물고기의 절반을 해치워버렸다. 정신없이 허기를 달래던 악어는 문득 친절한 하플링이 없어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앞발에 들려있던 물고기를 꿀꺽 삼킨 이 어린것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 먹고 나서 이 쪽으로 와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웬만큼 배를 채웠다고 생각한 하토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어기적어기적 기어갔다. 그녀는 어떤 방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악어가 가까이 다가오자 문을 열어주었다. 뜨거운 수증기가 열린 문을 통해 뿜어져 나왔다.
  "가서 좀 씻어요. 물 데워놨으니까."
  안 그래도 열기가 그리웠던 악어는 연신 고개만 꾸벅꾸벅 거리면서 감사를 표한 다음 빠르게 증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악어의 꼬리까지 욕실 안 쪽으로 사라지자 그녀는 살짝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현관 쪽으로 달려가 주저앉았다. 그녀는 누군 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따분한 표정으로 동그란 현관문을 몇 번이고 흘겨보았다. 몇 분이나 지났을 까. 갑자기 톡톡 하고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인시아는 누군지 묻지도 않고 문을 열어주었다.
  "늦은 시간에 숙녀의 집에 쳐들어와서 미안하긴 한데,"
  엘렌이 잔뜩 기합이 들어간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도시에 이상한 괴물같은 게 나타났데. 수 미터나 되는 커다란 도마뱀 같은 거라던데 이 집 저 집 괜히 쿵쿵거리며 침입을 시도하고 돌아다닌 모양이야. 뭐 갑자기 물건을 공중에 띄우는 요술까지 부린다고 했지만 그냥 혼비백산한 여자 어른들이 잘못 본 거 같아. 여자들의 비명소리에 달아난 걸 보면 담이 센 녀석은 아닌 것 같지만.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가 네 집 쪽이라고 해서 와봤어. 우리 도시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 외딴 곳에서 혼자 살고 있으니 걱정돼서 말이야."
  인시아는 평소처럼 몸을 태평하게 흔들면서 말했다.
  "혹시 그 도마뱀 다리가 여섯 개라고 안 하던?"
  "그건 모르겠는데? 에이, 척추동물 중에 다리가 여섯 개인 게 어디 있어? 그런 건 충격의 피조물이나…."
  엘렌은 헙 하고 숨을 들이켰다.
  "어쩌면 신종 피충격체일지도 모르겠다. 원래 이 근처에 그런 괴물 같은 동물은 서식하지 않으니까 말야. 어쨌든 인시아, 조심해. 피충격체든 과다발육도마뱀이든 하플링을 한입거리 간식으로 여기는 녀석일지도 모르니까. 그럼 잘…."
  "잠깐, 엘렌."
  인시아는 갑자기 애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약아빠진 인간들이라면 이런 갑작스러운 감정변화를 수상쩍게 여기겠지만 엘프들은 고상한 척 하는 만큼 다소 순진한 구석이 있다(특히 엘렌은 그 정도가 심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착한 엘프 젊은이는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응? 왜?"
  "해서, 그런 괴물이 돌아다니는 데 이 작고 연약한 '처녀'를 내버려두고 가버릴 생각이야? 응?"
  왜 처녀라는 것을 강조하는 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엘렌은 당황했다.
  "아니…어…그건…그러니까…."
  "나 무서워. 하플링들이 좋아하는 곳이 어딘 지 알아? 맹수가 없는 곳이라고. 네가 말했듯이 엘프에겐 별거 아닌 녀석이라도 하플링은 간식으로 여길 수 있단 말야."
  "에…."
  "오늘밤은 우리 집에 좀 있어주라. 불안해서 잠도 못 자겠어."
  "음…."
  "고마워, 엘렌. 딴 싹수머리 없는 녀석들과 달리 넌 진짜 신사야."
  엘렌은 고지식한 엘프답게 쭈뼛거리며 그녀를 따라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시 눈에 띄게 태평해진 인시아는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아, 그리고 오늘 우리 집에 손님이 한 분 왔어."
  "뭐야, 혼자가 아니네."
  "아냐, 어린애란 말야. 연약한 아녀자들을 두고 가 버릴 생각이야?"
  "…어쨌든, 누군데?"
  "잠깐만 기다려봐, 좀 씻고있는 중이거든."
  인시아는 그를 식당으로 데려갔다. 엘렌은 잠깐동안 당황해서 그대로 서 있었다.
  "자, 앉으라고."
  "…이 탁자는 뭐야?"
  "하플링 용."
  "…손님이 하플링이야?"
  "어린애래두. 방석 깔아줄게 앉아. 난 손님 목욕 다 했나 보고 올게."
  인시아가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엘렌은 방석에 앉는 방법(우란들이 앉는 거 같이 복잡하게 다릴 꼬고 앉아야 하나?)이라든가 짭조름한 비린내를 풀풀 풍기는(내용물이 뭔지 그다지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거대한 접시 따위에 대해 물어볼 수 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왔을 때도 물어볼 수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엘렌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작고 연약한 처녀를 밀쳐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인시아가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어 정지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당황한 그는 한 걸음만 내딛은 체 멈춰 섰고, 덕분에 온 힘이 쏠린 왼쪽 발바닥에 야릇한 고통을 느끼게되었다.
  "자, 소개할게. 내 친구 엘렌이야."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젊은 엘프는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다.
  "흐흥, 엘렌, 잘 안 보이나봐? 자, 잘 보라고."
  작은 여인은 공중에 떠 있던 종이를 집어다가 엘렌에게 내밀었다. 엘렌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종이를 받아서 보았다. 하도 뻣뻣해서 풀을 잘못 먹인 옷감처럼 보이는 그 종이엔 크고 분명한 공용문자로 이렇게 씌어져 있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괴물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 곳에선 아까 일어났던 일이 또 일어나고 있었다. 괴물의 머리 앞쪽으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들고있는 듯 공중에 살짝 흔들리며 떠 있는 종이 위에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잡고있는 것 같은 굵고 긴 연필이 빠르게 움직이며 글씨를 쓰고 있었다. 잠시 후 연필이 움직임을 멈추었고, 종이는 거꾸로 뒤집혀 글씨가 적힌 부분을 엘렌에게 보여주었다.
  전 하토라고 해요.
  엘렌은 방석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허, 엘렌군! 왜이래, 잘 교육받은 엘프답게 통성명을 해야지∼."
  당황한 엘렌은 엘프 식 화법으로 웅얼거렸다.
  "마, 만나 뵙게 되어 심히 영광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시, 시, 신사분이시여…."
  엘렌은 그제야 그 것의 다리가 3쌍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토의 입 근처 근육이 움직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어린것의 머리 근처에 떠 있던 종이에 점 두 개와 곡선 하나가 그려졌다. 웃는 얼굴이었다.


˘

고맙습니다만, 전 숙녀랍니다.



  "엘렌, 결과적으로 네 공부가 부족한 거야."
  "시끄러! 난 생물학 강의는 안 듣는다고! 인류학 강의에서도 이런 얘긴 못 들었어!"
  "흐흥, 이 정돈 상식이다, 상식."
  아니에요, 모르시는 분이 더 많아요.
  "하하하, 엘렌을 놀리려고 한 거 뿐이에요."
  그들은 거실에 모여 앉아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소파에 인시아와 엘렌이, 바닥에 하토가 자리잡고 있었다. 하토는 인시아가 가져다준 담요를 덮고 난로 옆에 누워있었는데, 덕분에 기분 좋게 가르랑(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크르릉)거리는 소릴 내서 엘렌을 찔끔찔끔 놀라게 만들었다.
  "그래도 우리 엘렌이 하나 맞췄으니 장하기도 하지."
  "…뭔데?"
  "네가 아까 그랬지? 정상적인 척추동물이라면 다리가 세 쌍일 리가 없다고. 맞아. 이 친구들은 충격의 피조물이야. 우란을 소라고 부르거나 세룩을 도마뱀이라고 하는 건 생물학적으로 크게 어긋난 소리지만 페츄코스를 악어라고 부르는 건 그렇진 않지. 원래 이들의 기원은 평범한 악어니까."
  엘렌은(인시아가 앞서 한 설명에 의하면)강철같은 비늘과 거북의 껍질도 부수는 턱, 다 자라면 몇 미터는 훌쩍 뛰어넘는 덩치에 인간 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데다가 지능까지 제법 높은 육식 파충류에게 '평범'이란 형용사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 더한 것이 있는 이상 그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페츄코스. 앞서 말한 악어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동시에 사람 수준의 지능을 지닌 존재. 게다가….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 '보이지 않는 팔'은 어떻게 활용하는 거야?"
  작은 여인의 질문에 하토는 잠깐 생각하다가 종이를 바닥에 엎어놓고 빠른 속도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음, 뭐 투명 팔 같은 건 아니에요. 마법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시겠지요? 실제로 페츄코스들이 활동을 하면 주변에 미미한 마나의 움직임이 느껴진다고 해요. 좀더 정확히 말하면 마법의 활용 중 '힘'. 흔히 줄여서 '염력'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모든 페츄코스는 그 힘을 수족 다루듯이 다룰 수 있어요. 사실 우리들은 이걸 요술부린다고 여기기 보단 눈에 보이는 물건을 잡는다고 '상상'하는 방식으로 써요. 감촉 같은 걸 못 느끼니까 사실상 보이는 것만 제대로 다룰 수 있죠. 한 번에 작용시킬 수 있는 힘은 둘. 덕분에 종이를 들면서 동시에 글을 쓸 수 있지요. 그리고 작용 가능한 최대 강도는 자신의 근력과 정비례해요. 크고 힘센 페츄코스일 수록 이 힘도 강하다고 보시면 되요. 훈련을 많이 한 페츄코스들은 다른 종족들은 괜히 힘썼다가 다치거나 할 까봐 못하는 일들도 척척 해결할 수 있지요.
  하토가 작은 크기로 글씨를 썼기 때문에 인시아와 엘렌은 그녀로부터 종이를 받아서 같이 읽어봐야 했다. 천천히 그 것을 다 읽은 인시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엘렌은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대답을 못 들었는데요 하토,"
  인시아가 하토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왕국까지 올라 온 건가요?"
  하토가 몸을 괜히 바닥에다 비비적거리기 시작했다. 인시아가 안심하라는 듯 얼굴에 슬며시 웃음을 띠었다.
  "에이,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잖아요. 서로 돕고 사는 세상에 속 시원하게 얘기 좀 해봐요."
  인시아는 그다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보채듯 늘어놓았다. 한 동안 꿈지럭대던 하토가 간신히 연필을 들었다.
  음…(실제로 그녀는 점 세 개를 찍었다). 전 사실 남부가 아니라 제국 중남단에서 살고 있었어요. 중남단이라고 해봐야 중부는 중부지만 제법 따뜻한 곳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공용어를 할 줄 아는 거예요. 저는 아직 어렸기 때문에 학교에 가거나 놀거나 하는 게 일과의 전부였지요. 어느 날 친구들이랑 강가에서 법석을 떨면서 놀았었는데….
  하토는 크르르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 보니 저만 너무 강 상류까지 가 버린 거예요. 뭐 상류라고 해도 얼마 안 떨어진 곳이라서 전 별 걱정 없이 좀 쉬려고 강변으로 올라갔던 것이 화근이었어요. 날씨도 좋고 물에 들어갔다가 햇볕을 쬐니까 따뜻하고 하기도 해서 잠이 들어버렸는데…. 전 모르고 있었어요. 제가 몸에 달고 있던 장신구들 대부분이 떠내려 가버렸다는 걸. 한참 잘 자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게 느껴지더라구요. 정신을 차려보니 웬 우락부락한 인간들이 절 꽁꽁 묶고 있었어요. 발버둥쳐 봤지만 보시다시피 전 2m밖에 안 되는 꼬마라서…. 하는 얘길 들어보니까 절 그냥 다리가 세 쌍 달린 악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니었나봐요. 왕국 동물원에 팔아 넘기면 값을 비싸게 받을 거라고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전 뭔가 해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땐 필기구도 종이도 없었던 데다가 그 친구들이 절 닭장 같은 거에 처박아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어요. 거의 미치는 줄 알았지요. 그래서 막 난동을 부렸더니, 저들끼리 뭔가 수군덕수군덕 하더군요. 다음 날 이상하게 밥을 많이 줬을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여기까지 쓴 하토는 종이를 엘렌에게 내밀었다. 엘렌은 잘 교육받은 엘프답게 인시아와 같이 그것을 읽었다.
  "수면제라도 넣었나봐요?"
  하토가 인시아를 빤히 바라봤다.
  "난폭한 동물을 운반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지요."
  인시아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바보같이 허겁지겁 먹어버렸지요. 이 양반들이 밥을 제 때 안 줬거든요. 그런데 먹자마자 졸려오는 정도가 아니라 어디 한 데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아파 오더군요. 고기 반 약 반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비몽사몽간에 깨었다가 기절했다가 하다 보니 어느 새 이 추운 동네에 도달했어요. 그 멍청한 인간들은 내가 냉혈 동물이라는 것도 까먹은 것 같았어요. 그런데 기회가 왔어요. 한 인간이 제가 갇혀있는 닭장 주변에 연장 통을 내려놓은 거예요. 인간들이 다른 곳을 보는 동안 연장을 들어올려서 닭장 자물쇠를 부수고 몰래 빠져 나왔지요. 사실, 식기 등등은 거기서 슬쩍 해왔어요.
  하토는 연필을 얌전히 내려놓고 종이를 인시아에게 내밀었다. 인시아는 버르장머리없는 하플링답게 그것을 혼자 다 읽은 후에야 엘렌에게 넘겨주었다. 엘렌은 이제 이 이상한 상황에 제법 익숙해졌다는 표정으로 풀을 잘못 먹인 옷감 같은 종이를 천천히 읽어 내렸다(아까 인시아는 그것이 그녀가 갖고 있던 물건이라고 했다. 엘렌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녀가 이런 여러 장을 겹친다면 흉기로 사용해도 될 것 같은 종이를 구비해뒀는 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엘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는 작은 여인에게 뭔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곳에 없었고, 또 당황한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그의 옷깃이 잡아당겨지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오늘 밤 안에 도대체 몇 번을 더 놀라야 충분할까?). 2초 정도가 지난 후에야 그는 하토가 예의 능력으로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리 위에 종이가 떠 있었다.
  그 친절한 언니는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갔어요. 조금만 기다리라던 데요.
  엘렌은 한숨을 쉬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역시 익숙해지지 않았어. 보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물건에게 힘을 가하는 '사람'이라니….
  잠시 후에 인시아가 뭔가 반짝이는 것들을 잔뜩 들고 와서 바닥에 와르르 쏟아놓았다. 잡다한 장신구들이었다. 예쁘고 깜찍한 것도 있는 반면, 싸구려 티가 풀풀 나거나 하플링이 쓰기엔 너무 커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내 애인이 선물로 보내 준 것들이야. 한번도 껴 본 적은 없지만."
  인시아가 아무리 봐도 인간의 손가락에 맞춘 것 같은 반지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진 시치미가 붙어있었다.
  '네 엄지손가락에라도 맞기나 하길 바라며.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속 쓰리게 여기지마, 엘렌. 너 정도 엘프라면 쉽게 애인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솔직히 말해서, 안 부러운데."
  엘렌이 하플링에게 억지로 착용시켰다간 귀를 찢어먹을 것 같은 귀걸이를 들어올리며 중얼거렸다. 하토는 이 것 저 것 들었다 놨다 하다가 인시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 맘에 드는 거 얼마든지 가져요. 아냐, 가만히 있어봐요. 내가 꾸며줄게요."
  하토는 뭔가 말하고 싶은 것 같았지만 이미 작은 여인이 작업에 들어갔기에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인시아는 팔지 6개를 늘어놓더니 그녀의 다리 하나하나 마다 일일이 끼워주었다. 그리고 목걸이랑 귀고리를 잔뜩 얽어서 무슨 광대들이나 목에 걸고 뛰어다닐 것 같은 쇠붙이 덩어리를 만들더니 그것을 하토의 목에다 '묶어'버렸다. 그녀는 그 위에다가 그녀의 애인이 보낸 선물 중 단연 돋보이는 물건인 애들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가짜 왕관을 어찌어찌 해서 고정시켰다. 하플링은 아까 장신구들과 함께 가져온 거울을 하토에게 내밀며 말했다.
  "어때? 괜찮은 것 같아?"
  확실히 이제 평범한 악어라고 착각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하토가 고개와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한참 그렇게 거울을 들여다보던 페츄코스는 고개를 돌려 하플링을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걸 저에게 베풀어주셨는데, 전 드릴 게 아무 것도 없네요.
  "괜찮아요, 괜찮아. 이 정도는 재미있는 얘기를 들은 값으로 치면 되요."
  인시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런데 이런 것도 알고 있으실 줄은 몰랐어요. 전에도 페츄코스를 보신 적이 있나요?
  "딱 한 번. 그 때 그 친구한테 왜 그렇게 요란한 장신구를 달고 있냐고 물어봤었지요. 그리고 그 때 특히 왕관 비슷하게 생긴 물건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고요. 보통 악어라도 누군 가를 잡아먹어서 얼굴에 목걸이 따위가 걸릴 순 있지만 절대로 모자를 쓰거나 하진 않기 때문이 라죠?"
  하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엘렌이 끼여들었다.
  "저기, 미안하지만 인시아, 나 가봐도 돼? 아무리 봐도 작고 연약한 처녀를 흉악한 야수로부터 지킬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이미 돌아가기도 늦지 않았어? 자고 가라고."
  "아니, 그래도, 그건 곤란해, 저기, 그러니까―"
  "아무도 네가 하플링과 한 침대에서 잤다고 여기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엘렌의 얼굴이 얻어맞은 사람처럼 빨개졌다.
  "그, 그런 얘기가 아니라! 그, 그러니까―"
  "뾰족귀들이 자랑하는 신사 정신 발휘해서 밤을 꼬박 세워 지켜줬다고 하면 되잖아. '하플링들이 그 이름대로 반 토막 꼬맹이인 만큼 겁이 오지게 많지 않다고 할 수 없지 않다고 사료되었기에, 우월한 종족인 엘프, 그것도 사나이로서 이 작은 여인을 두고 오는 것은 상궤에 어긋나는 일이라 생각되는 바이옵니다'라고 하면 어울리지 않게 순진무구한 너네 동족들은 그냥 넘어갈 걸. 그러니까 그냥 있어."
  엘렌은 뭔가 더 항의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하토는 그가 오늘 밤 내로 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페츄코스의 판단은 옳았다.



  그리고 니페는 엘렌의 동족이 아니었다.
  "어머, 인시아씨, 수완 좋네요∼"
  "니페씨!"
  "아하하하, 미안해요 엘렌. 그냥 농담이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니페는 방실거리면서 엘렌을 바라보았다. 초록색 피부를 가진데다가 몸 크기는 하플링에 비해 나을 게 없지만 미모 하나는 대단한 미인이 그를 바라보며 즐겁게 웃자 엘프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나저나 인시아씨, 요청하신 화물의 운송에 대한 얘긴 데요, 운송료는 어찌하실 건가요?"
  니페가 고블린다운 질문을 던졌다.
  "저 안 어울리는 장신구를 거둬들이면 충분하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일도 거들어 드릴게요.
  하토가 벌써부터 니페의 수레에 달려들어 짐을 들었다 놨다 하며 말했다. 링실은 하토더러 손짓을 해서 짐 몇 개를 움직여서 2m가 좀 넘는 공간을 만들도록 시켰다. 어린 페츄코스가 자리를 잡자 링실은 그녀의 장신구를 열성적으로 가다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인시아의 엉터리 미감이 고블린의 세련된 감각을 거스른 모양이었다. 니페는 고블린들이 이익을 챙길 때 짓곤 하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 인시아씨가 약과 한 봉투만 더 사주시면 충분해요."
  "엘렌, 약과 한번 먹어보지 않을래?"
  "…그게 뭐야?"
  "과자. 꽤 맛있다고. 그러니까 어떤 거냐 하면…."
  "됐어. 어차피 나더러 한 봉투 사란 얘기겠지? 하나 주세요."
  "감사합니다, 손님."
  니페는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과자 봉지를 넘겼다.
  "제국 중남부까지 가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예요. 우리 아버지 대상에 섞여 가면 감히 누가 납치해갈 염려도 없고요. 저 장신구는 별로 가치가 없어 보이지만 페츄코스는 어려도 힘이 무척 세니까 저희 일도 충분히 도울 수 있겠죠. 쯧쯧, 저 아이도 운이 없군요. 어쩌다 그런 안목 없는 인간 놈들한테 걸렸는지…."
  고블린은 고개를 흔들더니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다음에 뵈요."
  "예, 안녕히 가세요∼"
  "잘 있어요 엘렌씨∼그리고 어른이 된 걸 축하해요―"
  "니페씨!"
  "아하하하, 농담이에요."
  그 때였다. 링실이 갑자기 다가와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인시아는 그게 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옆에 딸려서 건내진 영수증을 엘렌의 손에 억지로 쥐어준 다음 고블린들의 수레 쪽을 바라보았다. 장갑 하나가 공중에 뜬 체 빠르게 양옆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인시아는 그 것을 엘렌과 함께 읽었다. 고작 6m가량 떨어져있는 사람이 보낸 편지. 그 것을 다 읽은 인시아는 씩 웃으면서 아직도 흔들리는 장갑 밑에 있는 길쭉한 주둥이와 번득이는 이빨, 그리고 조리개를 활짝 열어서 훨씬 사람다워 보이는 눈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난쟁이 둘과 악어 하나를 실은 수레가 멀어져갔다. 인시아는 감명 받은 듯 계속 편지를 들여다 보고있던 엘렌의 옆구리를 콱 찔렀다. 통증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엘프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자, 이제 우리 할 일을 해야지?"
  "할 일이라니?"
  "사람들한테 알려야 되잖아? 어제 이 소도시에 나타났던 것은 괴물이 아니라 손님이었다고 말야."
  "…너, 분명히 나더러 대충 괴물을 무서워하는 하플링이 어쩌고 라며 둘러대라고 하지 않았었냐?"
  "그야 당연히 널 붙잡아서 골탕먹이려고 대충 둘러댄 얘기지. 자, 얼른 가보자. 다음에 다시 놀러왔을 때 우리의 친구를 보고 여자분들이 또 기절하면 곤란하잖아? 사람을 짐승 취급하는 것은 사람이 할 만한 일이 아니고. 딴 사람들이 안 믿으면 인류학 교수님이라도 모셔오자고."
  하플링은 엘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종종종 뛰어가기 시작했다. 엘렌은 화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가 허겁지겁 그녀를 따라 뛰어내려갔다.
  "이 망할 반 토막 꼬맹이 같으니라고! 잡히면 가만 안 놔둘 꺼야!"
  하플링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맞고함을 쳤다.
  "그래그래 엘렌, 난 네가 가식이 없는 엘프라는 게 참 맘에 들어! 얼른 뛰어와! 날 잡아보라고!"
  엘프의 긴 다리로 하플링을 따라잡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 그리고 나서 넌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당황할 거야. 폭력을 싫어하고 되도록 피하려고 하는 엘프니까. 그리고 나는 폭력의 대상이 되기엔 너무나도 작고 연약하며 쾌활한 하플링이니까. 이 사실을 우리 둘 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페츄코스가 사람들에게 쫓기면 어떻게 될까. 조용한 삶을 선호하는 페츄코스는 소동을 피하기 위해 그 빠른 달리기 능력으로 금새 사라져 버리겠지. 이렇게 서로 맞고함을 지를 수도 없으니 페츄코스는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기도 힘들 거야. 물론 사람들의 무지를 탓할 순 없어. 하지만 지금이라도 우리들이 그들 사이의 전령 노릇을 하면 되지 않을까. 이해를 전하는 우체부가 되자고.

  




손아귀는 있는데 손도 팔도 없다. 페츄코스들은 '눈으로 움켜쥔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굉장히 시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밀물 무라타수의 '인류학 개론' 중 '페츄코스'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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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병 환자의 어지러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 부디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제가 바보같이 졸면서 올렸기에 삭제했던 글에 배명훈님께서 달아주신 댓글입니다)

배명훈 2006/03/31
오오오, 섬세한 디테일. 캐릭터들이 살아있는데요.
고3의 정기를 꽤 빼앗기셨군요.
어지럽지는 않고, 끝부분 임팩트가 약했어요.
이 옴니버스들은 언젠가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시로 이어지겠군요.
미소짓는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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