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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엽편]해를 지키는 별

2011.11.10 02:4711.10

  당신은 해를 지키는 별의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습니까? -

  옛적에 말갛게 반짝이는 하늘에서 갓 별들이 돋아났을 무렵, 어린 별들은 저마다 자기가 바라는 것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어떤 별은 서로를 들여다보는 연인들의 눈동자 속에 비치고 싶다고 말했고, 또 어떤 별은 높은 하늘에 머물다가 이따금 찾아오는 바람의 지친 날개를 쉬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별은 땅으로 내려가 불을 전해 주고 싶다고 말했고, 어떤 별은 오직 한 송이 꽃만을 내려다보다가 그 꽃이 지는 날 자신도 긴 꼬리를 끌고 사라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 별들 가운데서도 가장 작고 약하게 빛나는 별이 말했습니다.

"나는 해를 지켜주고 싶어."

  그 말을 듣고 다른 모든 별들이 그 별을 비웃었습니다. 해는 하늘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있었고, 모든 별이 꺼지고 밤조차 없게 될 때에만 그 힘이 다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해의 빛은 너무도 강해서, 홀로 해가 빛나는 낮이면 어린 별의 빛 따위는 보일 수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그 별은 끝끝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밤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하지 않고 해의 바로 곁에 바짝 붙어서 낮에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해의 곁에 빛나고 있는 별이 있다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의 옷자락 넘어 바람조차 발길이 닿은 적이 없는 아득한 어둠 속에서부터 사나운 불개가 나타났습니다. 번뜩이는 햇빛을 보자 불개는 침을 줄줄 흘리고 으르렁거리며 이를 드러냈습니다. 단숨에 덤벼들어 덥썩 물자, 낮의 절반이 어두워지고 사람들은 겁에 질렸습니다. 해의 빛이 기울고 온 세상을 비추던 불꽃이 꺼져버렸습니다. 게걸스럽게 불개가 해를 물어뜯는 소리만 가득한 가운데, 모두 겁에 질린 나머지 움직이려고 드는 것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바로 그 때, 한줄기 별빛이 날아와 불개의 코를 쏘았습니다. 불개가 껑충 뒤로 물러서 노려보자, 해를 지키는 별이 어두워진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별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물러서라, 그는 나의 빛이다, 내가 꺼져버릴 때까지-"

  오, 별이 불타오르는 낮을 본 일이 있습니까? 불똥이 유성의 비처럼 타오르며 가득히 떨어져내리는 날은요? 바로 그 날, 해를 지키는 별은 사나운 불개에 맞서서 어둠을 가로지르는 혜성처럼, 별의 탄생을 노래하는 초신성처럼 싸웠습니다. 그제야 차갑게 식어버린 심장 속에 불씨가 옮겨 붙고, 황금빛 아침이 다시 타올랐습니다.
빛에 질린 불개가 도망치고 낮이 다시 밝았을 때 해를 지키는 별의 모습은 햇빛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때라도 호시탐탐 노리는 불개가 찾아와 해를 물어뜯으려고 들 양이면, 해를 지키는 별은 어떤 별도 없는 밤이 아닌 어둠 속에서 홀로 타오르면서 어두워진 해를 밝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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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해를 지키는 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별의 이름은 희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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