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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도깨비 숲

2007.12.30 19:5712.30

도깨비 숲

전란의 끄트머리에서 한 사내가 늙은 암말 한 마리를 이끌고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주변이 차츰 안개로 물들어 가는 것을 보고 내려서 말에서 내려 걷는 것이었다. 남쪽에서 시작한 전란이 미처 건드리지 못한 북쪽의 대 평원이었다. 어느덧 바로 발밑까지 안개가 차오르는 것을 본 그는 멈춰 섰다.

“어 이상 들어가면 돌아가기 힘들겠구나. 아쉽지만 이제 가 보렴. 너 갈 곳으로 가.”

그는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말은 알았다는 듯이 투레질을 하며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말의 모습은 안개에 가려져 금세 사라졌다. 사내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사내는 오랜 여정으로 초췌해진 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 소년의 모습이 남아있는 그의 얼굴도 이제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사내는 이제야 자신의 임무가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의 임무는 각지에 전장의 비보를 전하는 것이었다. 소식이 닿는 곳곳마다 가슴 아픈 사연이 맺혀있었고 각기 다른 수많은 얼굴과 아픔과 이름이 있었다. 사내는 그러한 장면들을, 지나오면서 만났던 얼굴들을 하나하나 날려 보냈다. 얼굴들은 안개 속에 파묻혀 곧바로 희미해졌다. 사내는 좀 더 안쪽에 있는 기억들을 끄집어냈다. 보기 싫은 장면들이 기억의 한 단면으로 겹쳐져서 나타났다. 전장에서 담아온 장면들이었다. 사내는 그것도 훨훨 날려 보내 짙은 안개 너머에 가둬 버렸다. 눈앞이 온통 새하얀 안개였다. 아픈 일들도 슬픈 일들도 안개는 모두 품어 주었다.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

안개 너머로 짙은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것을 따라 계속 걸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안개처럼 몽롱한 정신이었다. 맑은 정신이었다 해도 안개가 모든 것을 가려 그 무엇도 구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앞에 펼쳐진 거대한 그림자의 무더기는 점점 또렷이 다가왔다. 그것은 숲이었다.

어느덧 사내는 울창한 숲속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어디가 숲의 경계이고 어느 순간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것은 이 숲의 규칙이었고 사내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내는 계속 걸었다. 길은 나있지 않았지만 멈추지 않고 앞으로만 걸었다. 그것은 숲의 두 번째 규칙이었다. 빽빽한 나무와 바로 눈앞에서 하늘거리는 안개 때문에 곧장 앞으로 갈 수 없어 보였지만 사내는 별 다른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었다. 그것이 이 숲에 있는 단 하나의 길이었다.

사내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의 안개가 사라졌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통의 것보다 키가 월등히 큰, 여섯 키는 됨 직한 침엽수들이 빽빽이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그는 적당한 나무를 골랐다. 발을 딛을 만한 곳을 찾아 조심스레 발을 올렸다. 오르기 편한 나무는 아니었다. 그는 약간 애를 쓴 끝에 적당한 가지에 앉을 수 있었다. 사내의 눈앞에 숲의 물결이 펼쳐졌다. 그리고 침엽수들 가운데로 동산처럼 솟아있는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사내가 찾는 것은 그 나무였다. 나무줄기를 붙잡고 주르륵 미끄러져 내린 사내는 그 나무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제 눈으로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는 숲이었다.

사내는 밑동이 족히 스무 아름은 되어 보이는 나무를 찾아냈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그만큼 늙은 나무였다. 나무는 여타 나무와는 다르게 생겼다. 숲을 이룬 나무들이 추운 초원 지대에 걸맞은 나무였다면 그 나무는 좀 더 따뜻한 지방에서 자람직 한, 그러나 사내가 알고 있는 어떤 나무와도 닮지 않은 나무였다. 얼핏 보면 느티나무처럼 생겼으나 줄기는 덩굴처럼 꼬여 있었고 가는 덩굴이 치렁치렁 늘어져 있으며 가지 중에 반은 이파리 하나 없이 앙상했고 반은 푸른 잎이 무성했다. 그 높이도 목이 꺾어져라 올려다봐야 겨우 끝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너무나 압도적인 크기에 이 나무를 찾은 사람들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입을 벌리고 굳어 버리거나 벅찬 가슴을 어쩌지 못해 한숨만 내쉬거나 아예 나무 앞에 무릎을 꿇기도 하고 심지어는 오줌을 지리고 기절하기도 한다. 사내는 그중 한 가지도 해당하지 않았다. 이 나무를 찾은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나무를 주욱 훑어보더니 밑동으로 다가갔다.

“오랜만이구나.”

위쪽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사내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할머니.”

얼마 되지 않은 나뭇잎이 부스럭거리더니 삐거덕거리는 나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위에서 갈색 덩굴이 나무를 휘감으며 내려왔다. 덩굴에는 한 여자가 걸쳐 있었다. 덩굴은 삐거덕거리며 천천히 여자를 아래로 내려주었다. 여자가 걸친 것은 온 몸을 살짝 감은 갈색 덩굴뿐이었다. 그 틈 새로 이런 숲에 산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게 매끈한 피부와 앳돼 보이는 얼굴이 보일 듯 말듯 드러나 있었다. 여자는 이제 막 처녀로 거듭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덩굴은 둘이 얼굴을 맞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대 주었다. 여자도 그에게 살짝 웃어 주었다.

“네놈 짓이렸다.”
“뭐가요?”
“도깨비들을 작당질 해서 여기로 끌어들인 것이. 안 그래도 도깨비 숲이라 불리는데 이젠 진짜로 도깨비가 우글거리는 숲이 돼 버렸잖아.”
“뭐 어때요. 온 세계가 전쟁터가 됐는데 갈 곳 없는 애들 좀 보살펴 주면.”

여자는 손가락 끝으로 사내의 이마를 톡 건드리며 말했다.

“누가 도깨비 왕자 아니랄까봐. 그래, 왕자들은 잘 지내더냐?”
“우리 입장에서야 내가 뭐라 말할 처지가 아니지만, 할머니 기준으로는 잘 지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사내의 어깨에 덩굴 한 줄기가 닿았다. 사내는 덩굴을 올려다보다가 의도를 알아채고 거기에 매달렸다. 덩굴은 사내를 들어 올려 감아 주었다. 훌륭한 해먹이 만들어졌다. 사내는 그것에 몸을 편히 맡겼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사내는 해맑게 웃었다. 다른 말은 필요 없이 오직 그 표정만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의 웃음은 때론 어금니가 다 드러나고 볼이 찢어질 만큼 과장됐다 싶을 정도로 밝았다. 마음 속 싶은 곳 까지 편안하며, 다른 감정은 잊고 오로지 행복만을 가지고 있는 그런 표정이었다.

“너는 변하지 않았구나. 전쟁의 불길 속에서도. 아무도 속일 수 없는 그 웃음 말이야. 어느 인간도 너처럼 웃을 수 없을 거야.”

사내는 웃음기를 조금 거두고, 하지만 여전히 미소어린 얼굴로 하늘을 향해 몸을 틀어 누웠다.

“변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도 스스로 많이 변했다고 느끼는걸요.”

여자도 하늘을 보고 누웠다.
“글쎄. 어디가 변했다고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내가 보기에 너는 그대로의 너야. 너는 그저 전쟁에 지쳤을 뿐이란다.”
“그런가요. 많은 일이 있었지요.”
“말 안 해도 안다. 네가 보낸 편지덕분에. 어떨 때에는 내가 직접 전장에 서 있는 것으로 착각하곤 했다니까.”
“받으셨군요.”
“그럼. 그러면서 각지의 도깨비들이 다들 여기로 몰려들었지.”
“덕분에 할머니도 혼자서 심심하지 않게 지내잖아요.”

둘은 가만히 누워 하늘을 쳐다보았다. 사내로서는 수 년 만의 휴식 이었다 오랫동안 한 번도 마음을 놓고 산 적이 없는 그였다. 서늘한 초원의 바람이 나무들 틈을 비집고 들어와 그를 휘감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해가 기울 시간이었다. 기온은 점점 떨어질 것이었다. 여자는 도깨비들을 부려 따뜻한 불을 주변에 두르게 했다. 오랜 피로에 노곤함이 밀려온 사내는 어느덧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여자는 사내를 더 편하게 자게끔 덩굴을 움직였다. 촘촘하게 벽과 바닥을 짜서 마치 새 둥지 같은 공중침대가 만들어졌다. 여자는 사내 곁에 누웠다. 그리고는 가만히 쓰다듬듯이 사내의 얼굴에 손을 얹었다. 조심스레 머리를 들어 팔베개를 해 주었다.

“잘 자렴. 여기에는 네가 두려워하는 그 무엇도 있지 않단다.”

주위는 금방 어두워졌다. 조곤조곤 떠드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도깨비들이었다. 고목 주위의 도깨비들은 저들끼리 떠들더니 고목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물러나 주었다. 고목에는 푸른빛의 도깨비불 몇 개만이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마치 춤을 추듯 너울너울, 때로는 나비처럼 팔랑거리고 때로는 경쾌하게 튀면서 밤새도록 사내를 지켜주었다.

아침이 밝았다. 밤새 맴돌던 도깨비불들은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조심조심 떠드는 소리도 어느 새 잠잠해 졌다. 사내는 살며시 눈을 떴다. 그의 생애에서 가장 달콤했던 잠이었다. 조금 더 잠을 청해보려 눈을 감았다. 그때 사내는 바닥이 사라지는 느낌에 번쩍 잠에서 깼다. 그리고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그다지 높은 곳이 아니었기에 다치지는 않고 한 순간에 잠이 달아나 버릴 뿐이었다. 사내는 바동대며 몸을 추렸다.

“잘 잤니?”

정신을 차려보니 바로 눈앞에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여자는 살짝 웃더니 매달려있던 덩굴에 반동을 주어 나무 위로 올라가 버렸다. 사내는 멍 해져서 자신의 입술을 조심스레 만져 보았다. 바로 전 입술의 감촉은 착각이 아니었다.

가지위에 앉은 여자는 옷을 입고 있었다. 하란 지방의 간편한 옷이었다.

“옷을 입고 있는 게 좋겠지?”

여자는 나무 위로 올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사내는 윗몸을 일으켰다. 둥지를 만드느라 이리저리 늘어진 덩굴이 손에 잡혔다. 사내는 그것을 붙잡고 나무 위로 올랐다. 여자는 가뿐하게 올라갔다. 줄기가 워낙 굵고 꼬여 있어서 사내도 크게 어렵지 않게 뒤따라 갈 수 있었다. 잠시 후, 둘은 숲이 모두 내다보이는 가지 위에 앉았다. 사방으로 숲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숲은 대 평원을 차마 다 뒤엎지 못하였다. 숲 너머로 또다시 끝없는 땅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 너머로는 하늘과 만나는 지평선이, 혹은 하이안 산맥이 버티고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그들을 때렸다. 사내는 옷깃을 여미고 몸을 움츠렸다. 잠시 후 그들은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숲의 나무들은 원체 높은데다가 고목은 나무들의 두 배는 높았다. 그 높이는 실로 아찔했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는 확실히 달랐다. 사내는 잘 내려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여자는 사내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러더니 아래로 뛰어내려버렸다. 둘은 곧장 아래로 떨어졌다. 너무 갑작스러워 사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둘은 덩굴에 걸려 매달리게 되었다. 잠시 그래도 떠 있다가 힘이 풀린 사내는 다시 떨어지고 말았다. 여자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사뿐히 착지했다. 조금 그대로, 비로소 자신이 땅에 내려왔다는 것을 실감한 사내는 멋쩍게 웃어보였다.

여자는 숲속 곳곳을 안내해 주었다. 도깨비들이 잠을 자는 곳, 고목처럼 신령스런 나무들이 모여 있는 곳, 도깨비들의 회관, 이 땅을 지났던 인간들의 유물 등등. 그러고 나서 그들은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여자는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었으나 먹을 수 있는 것, 없는 것을 모두 구분할 수 있었다. 그들은 버섯이나 열매, 나물 등을 한 아름씩 채집할 수 있었다.(그것들 중 대부분은 사내가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숲에는 샘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가운데 숲에 있었고 하나는 가운데 숲을 둘러싼 안개 숲에 있었다. 가운데 숲의 샘은 고목을 기준으로 반대편에 있었다. 둘은 안개 숲으로 가기로 했다. 안개 숲은 도깨비들이 만든 미로로 된 숲이다. 그 비밀을 안다면 누구나 그 숲을 자유롭게 다니고 원한다면 숲을 옮길 수 있으나 그것을 모른다면 지칠 때 까지 헤맬 수밖에 없다. 둘은 안개 숲에 들어서자 손을 꼭 붙잡고 걸었다. 둘이 떨어져 다른 길로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곧 고요하게 빛나는 샘에 다다를 수 있었다.

사내는 쭉정이를 모아와 불을 지폈다. 여자는 채집한 재료로 요리를 해 주었다. 익힐 것은 익히고 다듬을 것은 다듬었다. 거기에 사내가 지니고 있던 소금과 양젖이 곁들여져 나름대로 훌륭한 상이 차려졌다. 사내는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어치웠다. 예절이나 품위 따위는 필요 없었다. 광활한 평원을 지나오는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 여자는 가만히 그의 식사를 지켜보았다. 차려진 음식을 모두 해치우고 나서 사내는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잠시 누워있던 사내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엉금엉금 기어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배시시 웃으며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슬쩍 어깨를 들이대더니 그대로 여자의 무릎을 베고 누워 버렸다. 여자는 피식 소리를 내며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렇게 숲 속의 시간이 흘러갔다.

사내와 여자가 처음 만난 것은 3년 전이었다. 그 때는 그가 아직 소년이었을 때였다.(지금도 소년티를 다 벗지 못했지만) 소년은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길을 떠났다. 여자는 기다리지 않았다. 기다릴 수 없었다. 그녀는 과거를 낳는 존재였다. 그녀에게 미래는 존재할 수 없었다.

저녁이 되었다. 그들은 고목 가지에 앉아 하이안 산맥으로 빨려 들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놀이 온 숲을 빨갛게 물들였다. 빨간 것을 뒤집어 쓴 것처럼 그들도 온몸으로 저녁놀을 맞이하였다.

“할머니.”

사내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나는 할머니랑 계속 살 거예요.”

여자는 아무 말 없었다.

“죽, 이대로 있고 싶어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좀 더 따뜻한 데 가서 이 숲속에서 계속 같이 살아요.”

사내는 여자를 보며 말했다. 여자는 무릎에 턱을 괴고 있었다. 붉은 빛이 비껴치는 그 모습은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웠다. 태곳적부터 세월을 간직해 온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자태였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해는 완전히 넘어가 버렸다. 붉은 빛도 급격히 식어갔다.

이윽고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럴 수 없어.”
“…….”
“너는 곧 떠나야 돼.”
“내가 인간이라서요?”

잠시 침묵.

“몇 년 동안, 할머니 생각만 했어요. 단 한 시도 난 혼자라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다시 돌아왔어요. 세상은 너무, 너무 괴로워요. 따뜻한 게 없어요. 그립고 외로웠어요…… 드디어 돌아왔는데…….”

그는 목이 멘 듯 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했다.

“동생이 죽었어요. 내가 무리한 작전을 펼치다 적이 몰살당했어요. 동생은 그 중에 있었죠. 나는…… 그걸 몰랐다고 할 수 없었어요……. 왕자들은 모두 변했어요. 맹세 따위는 종이 쪼가리가 돼 버렸어요, 전장을 위해 몇 개 나라가 사라졌어요. 인간에게 남은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인간은 변하지 않아요. 모두가…… 모두가 똑같아요. 모두가 언제나 똑같은데…… 그런데…….”

다시 말이 끊겼다. 사내는 그대로 굳어 버린 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한참을 뻐끔거리더니 마침내 간신히 소리를 내었다.

“……사랑해요.”

사내의 눈에서 빛나는 것이 가만히 흘러 내렸다. 그러면서도 사내의 표정은 웃는 모습이었다. 그의 복받치는 감정은 그런 식으로 솟아났다. 별이 뜨고 있었다. 그의 미소는 별을 닮아 있었다. 어두운 하늘 속에서 자그맣게 자신만을 빛내는 별, 유일하게 그녀만이 사내의 얼굴에서 그러한 별을 발견했던 것이었다. 그제야 여자도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도 살며시 이슬이 맺혀 있었다. 여자는 생긋 웃어주었다.

둘은 더 가까이 붙어 앉았다. 여자는 손을 사내의 볼에 살짝 갖다 대었다. 여자는 사내의 눈물 자국을 닦아 주었다. 사내가 먼저 얼굴을 내밀었다. 둘은 서로의 눈만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 안에 수만 가지 언어가 담겨 있었다.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도깨비들이 도깨비불로 변하여 솟아올랐다. 숲 여기저기에서 휘황찬란한 도깨비불들이 높이 솟아올랐다. 수십, 수백의 도깨비불이 춤을 추었다. 모두들 그 둘을 둘러싸고 가장 화려한 불꽃놀이를 펼쳐 보였다.

숲의 한 가운데, 숲의 모든 주민이 환호하는 가운데서 그들은 입을 맞추었다.

“녀석들 정신이 없네요.”
“워낙 장난꾸러기들이라서. 후훗.”

도깨비들이 보여주는 불꽃놀이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팔짱을 끼고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 이 환호를, 그들을 위한 환호를 즐겼다. 밤은 깊어가고 축제는 끝날 줄을 몰랐다. 사내는 이 밤이 영원히 계속되기만을 바랐다.


*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안개 숲을 누군가가 헤매고 있었다. 그는 이 숲에 처음 와 본 것이었다. 그는 숲 속의 사내를 찾고 있었다. 사내가 전한 소식의 자취를 따라 사내를 추적하는 전령이었다. 마지막으로 사내가 확인된 곳이 하란 지방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고 사내가 길을 다시 되돌아간 흔적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도깨비 숲이라 부르는 숲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사내가 그 숲을 돌아갔으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숲으로 들어와 숲의 무서움을 모른 채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이었다. 도깨비 숲을 찾는 모든 방문자가 그렇듯, 그도 역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이 숲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슷비슷한 나무와 짙은 안개에다 지형적 변화도 거의 없는 평지가 그의 감각에서 방위조차 지워 버렸다. 그는 마침내 길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일단 숲을 빠져나가는 것을 목표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식으로 숲은 녹초가 된 여행자를 내보내 주었다. 그러나 한참을 걷던 그는 안개가 점점 옅어지는 것을 느끼고 마을 사람들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숲 한가운데에는 다른 나무들보다 훨씬 커다란 고목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런 커다란 나무가 보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때 그는 무언가 작달막한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웬 노파였다. 노파는 말없이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그는 그곳이 커다란 나무로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노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는 그 쪽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그러던 그는 문득 안개가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안개의 경계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미로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는 걸음을 걸을 때마다 정직하게 새로운 나무들이 나타나고 지나간 나무는 확실히 그 자리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그는 거기서 잠자리를 마련했다.

안개 숲을 빠져나와 잠자리에 든 전령은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질겁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로서는 그 광경이 크게 놀랄 만 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몸을 일으키려는데 발이 땅에 닿질 않았다. 어떻게든 몸을 펴보니 팔이 꺾이고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볼 수 있었다. 손을 땅을 짚고 있던 것이었다. 그제야 그는 자기 몸이 이상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아리부터 발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팔뚝이 있었다. 손이 있을 곳에는 발이 있었다. 머리는 엉덩이에 붙어 있었다. 그는 비명을 질렀다.

주위에서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일이지, 웬 도깨비장난이야. 그건 도깨비장난이었다. 그는 뒤척이다 배를 깔고 엎어졌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도깨비 대여섯이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으악! 돌려놔줘!”

도깨비 하나가 그거 좋지! 하며 방망이를 들어 내려쳤다. 그러자 그의 머리가 목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머리는 뒤를 향하고 있었다. 다른 도깨비가 방망이를 내려쳤다. 이번에는 몸통의 위아래가 뒤집히고 말았다. 또 다른 도깨비가 방망이를 내려쳤다. 이번에는 다른 부분은 멀쩡하나 눈은 겨드랑이에 붙고 콧구멍이 귓구멍과 뒤바뀌고 입과 배꼽이 뒤바뀌고 말았다. 그리고 다른 도깨비가 내려치자 발가락과 손가락이 바뀌고 말았다. 또 다른 도깨비가 내려치자 팔과 다리가 연결되어 버렸다. 또또 다른 도깨비가 내려치자…….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휘두를 때 마다 그의 몸은 괴상하게 조합되어 갔다. 도깨비들의 장난은 푸른 어스름이 내리면서야 잠잠해 졌다.


*


"제기럴, 대체 내가 왜 이 꼴을 당해야 하는 겁니까. 멋대로 전령을 맡아서 사라진 군사를 찾으러 여기까지 와서 또 도깨비놀음에 놀아나고……."

“하하, 미안합니다. 여기 친구들이 장난기가 워낙 심해가지고요. 뭐, 몸 상한 데는 없잖습니까. 그들은 사람 해치지는 않거든요.”

“지금 그게 문제요! 에이 씨…….”

사내는 해가 뜨고 나서야 기진맥진하여 쓰러져 있는 전령을 발견하였다. 그는 도깨비들에게 밤새 당한 일을 늘어놓으며 사내에게 분풀이를 했다. 사내는 그를 달래주느라 진을 뺄 수밖에 없었다. 전령은 거기에 덧붙여 여기까지의 장대한 대장정을 구구절절 과장 조금씩 보태가며 읊어댔다. 사내는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했다.

“어쨌든 돌아갑시다.”
“안 갑니다.”

사내는 딱 잘라 말했다.

“군사가 안가 면 내가 폐하를 뵐 면목이 없소. 난 폐하의 명을 받든 것이 아니오. 폐하께서 몸소 나를 찾아와 부탁을 하셨단 말이오. 부탁을! 하아, 생애 그러한 영광은 처음이었소. 나 같은 졸장은 평생을 가도 누려보지 못할 황은이지. 비록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글로도 남기지 말라 분부하셨지만, 어쨌든 군사는 돌아가야 하오.”
“난 안 갈 거요. 폐하도 내가 그리 보고 싶으면 직접 오시라지요. 괜히 장군 같은 사람만 고생하고.”
“아니, 그게 무언 무엄한 소리요!”

장수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때려죽일 듯이 사내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사내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황명으로 나를 소환했다면 생각해 볼 수도 있겠는데……, 돌아갈 것이라면 내가 왜 이런 깊숙한 데에 와 있겠어요.”

장수는 손을 놓고 답답한 듯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곧 전쟁이 끝납니다. 어쩌면 우리가 돌아가는 사이 끝날지도 모르오. 군사가 직접 전투를 지휘할 일은 별로 없을 거요. 폐하께서 군사의 능력을 아까워 하셔서 그러시는 것이오. 전쟁이 끝난 제국은 누가 이끌겠소. 폐하 혼자서는 너무도 벅찬 일일 것이오. 폐하께서는 아마 군사를 단순 공신 정도로 대우하지는 않을 것이오. 아마 군사는 조정의 핵심 권력을 바로 이양 받게 될 거란 말이오. 그러니 군사는…….”
“안 갑니다.”
“아이 참, 왜 이리 답답하게 구시오. 정말…….”

사내에게는 결심을 돌릴 마음이 티끌만큼도 없었다. 아직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많이 남아 있는데도 그는 정말로 일생을 이 숲에서 살 생각이었다. 그는 아직 모든 것을 겪지 않았음에도 그것이 덧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인간의 삶에서 가치를 찾아보아도 결국 모든 것이 허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그는 진작 깨닫고 있었다.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뜨거운 감정뿐이었다. 그는 장수를 외면한 채 어떤 말이든지 듣지 않겠다는 듯이 뒷짐을 지고 섰다. 장수는 그에게서 작은 틈도 찾을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사내와 마주친 순간부터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있는 무언가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 그는 그것을 느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주저앉고 말았다.

“좋을 대로 하쇼. 난 군사를 데려가기 전엔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일 테니.”

사내 또한 마음대로 하라며 자리를 떴다.

사내는 여자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여자는 장수가 나타났을 때부터 보이지 않았다. 사내는 밑동을 따라 걸었다. 여자는 반대편쯤에 앉아 있었다. 사내는 그 곁에 앉았다.

"때가 됐구나."

사내는 여자의 어깨에 고개를 뉘였다.

“때라뇨. 나는 가지 않을 거예요.”
“만나고 헤어지는 건 사람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네가 이제까지 거쳐 온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처럼, 우리도 이제 헤어질 차례가 온 거야.”
“아니에요. 우리는 달라요. 내가 떠나지만 않는다면 우린 언제나 함께할 수 있잖아요.”
“너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할 때가 있어. 또 언젠가는 너는 영원히 떠나야 하잖니.”

사내는 벌떡 일어났다.

“결국 그거군요. 내가 인간이라서. 언젠가는 늙어 죽어버릴 거라서.”

사내는 울지 않았다. 메마른 바람이 그의 발간 볼을 스치울 뿐이었다.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바람이 계속 불어왔다. 여자의 은빛 머리칼이 부드럽게 휘날렸다.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런 게 아냐.”

그리고

“나도 널 사랑해. 나도 잠시나마-나에게는 인간의 한 생애도 잠시지-너와 함께 있고 싶어. 그런데…… 우리의 사랑은 인간과 조금 다르단다. 나에게는 현재가 주어지지 않았어. 그게 나의 운명이야. 지금 너와 함께 하는 것은 불가능해. 나의 사랑은 네가 떠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야.”

사내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그는 인간의 관점으로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저 그는 자신을 떠나보내려는 그녀가 야속할 따름이었다. 그는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여자는 웃어보였다. 되도록 사내와 똑같이, 입이 찢어져라 벌리고 단 한 가지의 꾸밈도 담지 않은 그 웃음으로. 사내의 굳어있던 얼굴도 점차 풀어졌다. 웃는 것도 찡그린 것도 아닌 얼굴이 되었지만 여자는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자는 사내를 꼬옥 안아주었다.

“가끔 놀러 와도 좋아. 네가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환영해 줄게. 죽을 날에도 날 찾아와줘, 편히 떠나도록 내 무릎을 빌려줄게.”
“그런 말 말아요…….”

잠시 그대로

“그럼 조금만 더 여기 있을게요. 마음이 정리되면 그 때 떠날게요. 지금은 안 돼요. 조그만, 조금만 더 함께 있어요. 네?”

여자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 한 거죠? 정말이죠?”

여자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사내의 얼굴이 완전히 밝아졌다.

“그럼 저 자는 일단 보내야겠어요. 아, 날 찾느라 고생도 많았는데 제국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어때요?”

여자는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이번엔 다른 곳으로 옮겨가요. 여기는 너무 추워요. 좀 더 남쪽 따뜻한 곳에 가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함께 사는 거예요. 우리 둘만의 이 숲에서…….”

사내는 곧바로 계획을 실행했다. 사내를 데려온 장수에게는 수 년 내에 반드시 돌아갔다는 약속을 했다. 장수는 황제에게 그 언질이라도 전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에 대해서는 사내와 장수 둘 다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사내는 약속이야 시간이 지나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다짐을 스스로 했고, 장수는 언제라도 이 숲을 찾을 수 있을 테니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사내는 장수를 제국 근방까지 바래다주기로 했다. 도깨비 숲의 가장 큰 비밀은 여행자를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준다는 것이다. 여행자는 가고자 하는 곳으로 죽 걸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안개가 걷히고 나면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확신을 못하는 초심자는 다른 누군가와 함께 걸으면 되었다. 이런 식으로 사내와 장수는 제국의 영토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 나는 이제 돌아갑니다. 폐하께 잘 말씀 올리세요.”
“잘 지내쇼. 거기서 혼자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가 아니라 둘이예요.”
“둘?”

장수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아, 둘이라면 그 늙은이를 말하는 거요?”
“늙은이? 그분 칭호가 ‘할머니’이기는 합니다만.”
“당연히 할머니라 부르지 뭐라 부릅니까. 난 그 늙은이가 도채비가 아닌 가 했지 뭐요. 진짜 도채비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거요. 뭐, 여자 도깨비가 있다는 소리도 못 들어 봤지만. 그렇게 나이 든 사람은 처음 봤소이다. 아무리 적어도 상수는 훌쩍 넘겼을 거외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살펴 가십시오.”
“군사도. 빨리 다시 봤음 좋겠수다.”

장수는 안개가 옅어지는 땅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희미한 자취를 남기며 곧 사라져 버렸다. 사내는 뒤돌아 가운데 숲으로 걸었다.

사내를 떠나보낸 여자는 주저앉아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흐느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수 없이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흐느낌이었다. 그녀가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해 눈물을 흘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기에 그녀는 더욱 슬펐다. 자신의 존재를 원망하기도 처음이었다. 단 한명, 두 번의 방문이 빚어낸 일이었다.

한편 사내는 걷고 있었다.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러나 사내가 생각한 때가 지났는데도 안개는 옅어지지 않고 숲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가운데 숲으로 가고 있었다.

안개가 옅어진 것은 출발한 지 두 번째 아침이 밝았을 때였다. 그런데 그 곳은 숲이 아니었다. 바깥으로 나와 버린 것이다. 사내는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다시 짙어져야 할 안개는 점점 옅어졌다. 더군다나 그 어디에도 숲은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끝없는 평원만이 보일 뿐이었다.

이곳은 그가 처음 안개 속으로 들어갔던 곳, 숲이 있었다면 북쪽 끝자락이었을 지역이었다. 무성한 침엽수도, 질리도록 큰 고목도 보이지 않았다. 말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사내가 돌려보낸 늙은 암말이었다. 사내는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다. 떠나버린 것이다. 그는 땅을 부여잡고 흐느꼈다. 뱃속이 뒤틀리도록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


역사는 단 한 숨도 쉬어가지 않았다. 세계라는 커다란 사슬은 쇳소리를 낼망정 닳지는 않았다. 그가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숲을 찾았을 때, 그는 자기의 이름조차 잊고 편히 눈 감을 수 있었다.
노유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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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1.24 11:24 댓글 수정 삭제
    갈등구조가, 너무 늦게 시작된 것 같아요. 갈등을 조금 더 빨리 시작해서 충분히 깊고 선명하게 들어가 보는 게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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