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기러기가 떨어졌다

2005.03.21 13:0103.21

새는 짝을 잃었다. 새끼들은 오래전에 깃털을 돋워 날려보냈다. 새는 나란히 짝지어 여름 구름 사이를 헤쳐 펄펄 날며 노닐다가 짝이 천둥소리를 맞았다. 몇날 며칠을 슬픔에 겨워 새는 그 자리를 맴돌며 울었다. 때 아닌 여우비가 종종 내렸다. 새는 울고 또 울다 눈물 속에 두 눈을 빠뜨렸다. 바다에 두 눈을 흘려 버렸다. 깜깜 장님새가 되었다.



   사냥꾼이 헐럭이는 날개를 보고 총을 쏘았다. 새도 총탄에 맞아 떨어졌다. 사냥꾼이 아니라 길가던 어부 앞에 떨어졌다. 어부가 달겨들어 낚아 채었다. 사냥꾼은 어부와 얼굴붉혀 실랑이를 벌이고 싸웠다. 사냥꾼은 결국 돈을 주었다. 그리고 몇 배 비싼 값을 받고 고급식당에 팔았다.



   요리사가 털을 뽑고 솜씨를 부렸다. 사람들이 한 입 먹고 "이렇게 질기고 이렇게 깊은 맛의 고기는 처음이다." 모두 말했다. 슬픈 새는 맛있게 먹혔다.





------------------------

요기 글을 올리는 건 사실, 이상하게도 되게 민망해요-_-*

댓글 2
  • No Profile
    미로냥 05.03.22 13:21 댓글 수정 삭제
    저도 그래요<<
  • No Profile
    아키 05.03.31 22:28 댓글 수정 삭제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시 같은 느낌이-_-/ 슬프면서도 깔끔하네요 (그런데... 주제는 '슬퍼서 맛있다..?'(탕!! 꽤엑~)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2937 단편 종막의 사사2 계수 2021.11.20 9
2936 단편 피는 물보다 진하다 미음 2020.10.31 7
2935 단편 샌드위치 맨1 아메리카흰꼬리사슴 2020.09.29 7
2934 중편 반짝임에 이르는 병 이멍 2022.02.18 7
2933 단편 사랑의 의미 진정현 2018.10.24 6
2932 단편 실종 진정현 2018.12.05 6
2931 단편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2 소울샘플 2020.12.30 6
2930 중편 혼자서 고무보트를 타고 떠난다 해도 조성제 2020.01.03 5
2929 단편 소프라노 죽이기(내용 삭제)1 신조하 2022.03.23 5
2928 단편 [공고] 2023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명단 mirror 2023.01.24 4
2927 단편 천하에 소용없는 노력과 망한 인생 대혐수 2022.09.03 4
2926 단편 수취인, 불명 양윤영 2022.03.04 4
2925 단편 아웃백 아메리카흰꼬리사슴 2020.04.29 4
2924 단편 시아의 다정 양윤영 2020.03.29 4
2923 단편 당신은 나의 애정 캐릭터니까 두영 2019.12.31 4
2922 중편 코로나 세이브 어쓰 - 2020년생을 위한 스마트 혁명 가이드 소울샘플 2020.09.16 4
2921 단편 연희 진정현 2018.10.24 4
2920 단편 채유정 진정현 2019.02.20 4
2919 단편 문초 진정현 2019.08.26 4
2918 단편 슭곰발 운칠 2022.01.25 4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7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