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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유전

2018.08.12 00:2908.12

 


혜선(暳璇)
별반짝임은 보기엔 아름답지만 만질수도, 안아볼수도 없다 
별, 그게 얼마나 귀하면 사람들은 목숨 다음으로 간절한것에
그것을 걸고 맹세를할까.
우리 엄마는, 그남자는 내가 태어났을때 나에게 얼마나 많은 기대를
했고, 내가 얼마나 이뻤고, 작은 나의 세상 마주함이 얼마나 기뻤길래
소중하고 아름다운 별 반짝거림을 생각했을까
 
하늘이 뚫린듯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연이어 달리는 소방차 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세상에 완벽한 '당연히' 라는 것은없다.
예외는 있다고 믿었고
난 분명 내가 큰그릇인줄로만 알았다
그것에 맞춰 주위 아이들과 다를것 없게 생활하고 학습하면
내 그릇에 맞게 살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
그래서 난, 그 남자가 엄마의 멱살을 휘어잡고 딱딱한 
사창가 바닥에 엄마를 던져버리던 그순간에도 꿋꿋이 안겨 젖을 빨았던,
내 영아기의 힘까지 끌어모아 피를 싸도록, 말하기도 진부하고 식상한 '노력'을 했었다

그런데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없이
남자를 보는 기준의 척도를 '설렘'의 정도가 아닌
'장기손님' 혹은 '단기손님' 따위로 나누어
값비싼 아저씨들을 탈탈 털어내고는 댓가로 다방 레지와는
차원이다른 양질의 2~3시간 을 선사하는 
어떻게 보면 비싼 , 어떻게보면 어느 그 누구보다 싼 값의 
겨우 스물일곱의 여자가 되어있었던건  순전히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였을까.

학부모 직업칸 은 너무나 힘들고 외로운 직육면체의 독방같았다.
엄마는 돈을벌러 매일 밑창이 다나간 신발을신고
울퉁불퉁한 길을 밟으며 출근을 했다
엄마의 발목을 잡는건 자갈이 급히 부딪히는 소리가나면
덩치가 큰 남자들을 무리로 달고선
무섭게달려와 도망가지못하게, 앙칼지게 머리채를 잡고
협박을 하는 마담도 아니었고,
금요일 밤 9시만되면 엄마방에 노크를하는,
어느순간 엄마 자신도 모르게 눈물까지 보이며 마음을줬던
29살 사회 초년생 '장기손님' 도 아니었다

바로 집에서 그남자 손에 길러지는 나였다.

매일아침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우리엄마는 말했다
혜선이 넌 신희숙 ,권형섭 의 딸로살지말고
니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너대로의 삶을 살아라  라고.

평범은 말처럼 쉽지않았고, 예외는 없었다.
이미 현실은 이렇구나 라고 깨달았을땐
허무하지도않았고 받아들이기 힘든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아마 현실직시를 하지 못하고 출발점이 이미 도착점인
아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 바득바득 우스운 오기를 부릴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내현실에 최선을다했다.

일상생활이 따분해 지쳐있는 사람들의 가성비 좋은 안주거리가
되지 않으려했다.
나를 책임지려 했던 엄마의 삶을 기리고 따라 살으려 했다.
그렇다고 엄마처럼 내자신이 부끄러워서 날 놓아버리는 바보같은짓은 하지 않으려했다.
또,  난 이미 주체적인 삶을살고있고
나약한 창녀들의 머리채를잡고 몇번이고 자각을 시켜줄것이다.
그들이 엄마에게 했던것처럼.

별반짝임은 보기엔 아름답지만 만질수도, 안아볼수도 없다
하지만 난 보기에 별보다 아름다웠고, 그것의 가치를 환산해
알맞은 값을 지불하면 마음껏 만질수있고 마음껏 안을수 있는, 
'고학력자'보다 사회에서 더 실용적인 존재 이다.

고급 장기손님들은 죽어라 희숙을 찾고
배움에 욕구가강한 어린아이들은 희숙언니를 동경하며 졸졸졸 따라다닌다.

'희숙' 
난 오늘도 약 6~7개월 간의 인생을 책임져줄 장기손님에게
빛이나는 명함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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