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장편 네크로포비아 _ 16

2014.05.23 20:2405.23

“아, 알고 있소. 이 몸으로는 당신과 만족스럽게 춤을 출 수는 없겠지. 부디 이 거북이를 내 몸이라고 생각해 주오. 이 무도회에 참가하기 위해 오래 동안 연습했다오.”

맙소사. 저 짤막한 거북이가 허리를 굽혀 격식인사를 보내고 있었다. 주변의 시선이 전부 나에게 꽂히고 있었다. 짜증이 치밀었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아 좋아. 좋을 대로 해봐. 냅다 손을 내밀었다. 거북이가 손을 마주잡아왔다. 곡이 빠르게 흘러갔다. 거북이가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휘저어진 커피처럼 빠르게 섞이며 돌았다. 거북이는 나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다만 한 손을 들어 해골을 내 눈높이와 맞춰 주었을 뿐. 뭔가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둥실 둥실, 손을 낮게 들어 거북이와 맞잡고 해골과 눈을 맞추며 빠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데. 어째서인지 몹시나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거북이는 실수한 번 하지 않았다. 완벽한 무도, 오히려 여태까지 춤추었던 여느 남자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리고 텅 빈 해골의 눈구멍은 마치 나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두가 손을 놓고 떨어져 나갔다. 파트너를 바꿀 시간이었다. 해골의 눈구멍에 살짝 푸른빛이 떠올랐다. 몸을 돌리며 다른 남자의 손을 잡았다. 마치 시선이 못 박힌 것처럼 해골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얼른 고개를 돌려 지금 춤추고 있는 남자에게로 향했다.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손을 놓고 싶었다. 지금 모두가 나를 보고 있다. 쉬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쉬고 싶었다. 정신을 바짝 잡아야 했다. 눈앞의 남자는 어떤 사람이지? 가면을 보았다. 바위가 떠올라 있었다. 스며들어야 했다. 남자의 허리 아래로 조금 손을 내렸다. 저 바위 같은 가면에 파문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또 잡았다. 쉬웠다. 이렇게나 쉬울 줄은 몰랐다. 묘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이제 이 홀 안의 모든 시선은 다 내 것이다. 심지어 여자들까지 날 보며 동경과 질투의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먼 곳을 바라보았다.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잠시 쉬어도 될 시간이었다. 중앙을 떠나 연회장 한 켠으로 몸을 옮겼다. 곧바로 사람들이 따라 몰려들었다. 무엇을 집느냐면 작은 과일 하나. 무엇을 마시냐면 작은 컵으로 한잔. 우아하고, 무겁지 않게. 동시에 맞은편 테이블의 남성에게 시선을 살짝 던졌다가 회수한다. 그러려던 찰나.

“그런데 말입니다.”

덜컥 들려온 목소리에 동작을 멈추었다. 온 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 살짝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다시 한 번 관찰했다. 은빛 가면 위로 고양이가 눈을 비비고 있었다. 살짝 뜨인 눈동자가 호기심을 가득 머금고 있다. 이 고양이 분명 내가 잘 아는 고양이다. 이 고양이와 뭔가 또 이상한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싫어한다. 부채를 펴고 얼굴을 가렸다. 어떻게 이 상황을 피하지?

“좋은 밤 아닙니까? 거기에 아가씨는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군요. 그것에 의미가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돌아오기를 잘하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까지 잘 적응하실 줄은 몰랐거든요.”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얼른 고개를 돌린 체 대답했다.

“혹시 저를 아시나요?”

“당신이 당신을 아는 만큼은 알지요.”

“그럼 전혀 모르신다는 거군요?”

팔락 팔락, 부채를 저었다. 저리 가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내게서 떨어져 줄 생각이 없었다. 쓰레기 냄새라도 맡은 걸까? 그가 얼굴을 살짝 디밀어왔다.

“잘 어울립니다. 그 모습의 당신은 마치 여기에 오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빛나는 군요. 하지만 제가 아는 당신의 모습은 좀 더 뭐랄까.”

저 입을 막기 위해서라면 주먹이라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수족이 묶여있는 답답함이라는 게 이런 것 이다 싶었다.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어떻게서든 잡아떼고 싶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죄송하지만 사람을 잘 못 보신 것 같네요. 괜찮으시다면 잠시 실례...”

“당신이 애써 만들어 놓은 것을 망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이것도 저한테는 충분히 재미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곳은 무도회장이지요. 친분을 주장하지 않을 테니 함께 하시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고양이가 허리를 굽혔다. 정말이지 고양이 같은 날렵하고 우아한 동작이었다. 주변의 여자 몇몇이 그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 바로 보였다. 정말이지 어울리는구만. 하는 수 없이 손을 잡았다. 주변의 시선이 이쪽으로 정신없이 빨려 들어갔다. 홀의 중앙으로 나아갔다. 음악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고양이의 가면에 배를 내놓고 뒹굴고 있는 아기 고양이의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귀엽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고양이는 하나도 귀엽지 않다.

‘무슨 짓이에요.’

‘그냥 아는 척만 한 겁니다. 어때요. 적응은 잘하고 있습니까?’

‘아무렴 신경 쓰지 말아요! 물론 돌아오게 해 준 건 당신이지만 그걸 선택한 건 저였다고요. 생색을 부리려거든.’

‘아뇨 아뇨.’

가면 속 고양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꼭 당신에게 간섭하기 위해 참석한 것도 아니고요. 여왕의 무도회는 심심풀이로 제격이지요. 당신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반가운 마음의 실례를 했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난 저 어두가 무섭다.

‘이대로 괜찮으신지.’

눈을 꼭 감았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 모습이 당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하시지는 않는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지금 인기인이다.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모두가 내 주변을 돌면서 춤을 춘다.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시지는 않는지. 그냥 궁금해서 말입니다. 그러면.’

파트너를 바꿀 시간이다. 고양이의 손길이 떨어져 갔다.

‘이따가 뵙지요.’

그가 인파에 묻혀 사라졌다. 잠시 멍해 있다가, 다가선 남자의 손을 반사적으로 잡았다. 가면에는 금화가 떨어져 있었다. 이 남자에게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이 남자를 끌어들인 것은 내 드레스지 내가 아닐 것이다. 가만히 다른 생각에 잠겼다.

아. 그 거북이 가면을 안 썼잖아. 그러고 보니 가짜 거북이다. 이미 가면을 쓰고 있는데 더 이상 무슨 가면이 필요할까. 시답잖은 납득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 내가 왜 저런 것에게 관심을 둔단 말인가. 차라리 눈앞의 이 남자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이 남자는 재미가 없다. 아 어서 파트너가 바뀌어야한다.

갑자기 음악이 조용해졌다. 돌연 눈앞의 남자가 내 손을 놓고 어느 곳을 향해 허리를 숙이는 것을 보았다.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가장 우아하고 아름답게. 이 홀을 향해 들어오는 최고의 목표를 향해 인사했다. 여왕이 들어서고 있었다. 가면과 두터운 옷으로 몸을 가린 토끼들이 깡총, 깡총, 모둠발을 뛰면서 이열로 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옷감을 길게 늘어뜨린 드레스 뒷단을 앞발로 받쳐 든 토끼들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여왕이 서 있었다. 그녀는 가면을 쓰지 않았다.

짝, 짝.

음악이 멈추었다. 여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찌르고 훑어내는 듯 한 시선. 조각한 듯 아름다운 코. 완벽한 미모였다. 하지만 딱 그것만큼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척, 척, 척, 척

발소리가 울렸다. 홀 안으로 카드 병정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이 창문과 출입구를 막고 섰다. 여왕은 키가 컸다. 여기에 서 있는 누구보다도 더 크고 깡말라 있었다. 그 옆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토끼는

째깍 째깍-

시계를 들고 있었다. 내 방에 있는 시계와 같은 물건이었다. 순간 공포감이 밀려왔다. 어떻게 해서든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몸을 움직였다간 튀어버린다. 아니, 튀어야 하는 것 아닌가? 튀어야지만 여왕의 눈에 들 수 있다. 하지만 튀면 저 토끼의 눈에 띄어버릴지도 모른다. 가만히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여왕이 팔을 토끼에게 내밀었다. 압도적으로 길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박력이 넘쳤다. 본능적으로 저 사람에게 거역할 수 없음을 느꼈다. 토끼가 어물쩡 움직이더니 금으로 치장된 홀을 넘겨주었다. 그녀는 그것으로 바닥을 꽝 ! 하고 내리쳤다.

그 입이 열리려고 하고 있었다. 저 목소리가 너무나 궁금함과 동시에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다. 귀를 틀어막고 싶음과 동시에 다가서고 싶었다. 몹시나 익숙한 감정이었다.

“연회를 즐기는 와중에 미안하군.”

목소리가 홀 안을 울렸다. 이곳의 누구보다도 더 큰 목소리였다. 하지만 귀청이 떨어져 나간다던가, 듣기 싫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명확하고, 전달이 확실한 연설가의 목소리.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몸을 떨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확실히 해 둘 사항이 있어서. 곧이어 연회를 계속하도록 하지.”

여왕이 손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카드 병정들이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더니, 한 남자를 여왕 앞으로 끌고 갔다. 여왕은 그의 얼굴을 흠칫 한번 보더니 주변에 살짝 손짓했다. 카드 병정중 하나가 남자의 무릎을 억지로 꿇렸다. 상황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돌아갔다. 카드 병정중 하나가 칼을 뽑아들었다. 내리쳤다.

남자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흡-

비명을 간신히 틀어막았다. 어느 누구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사람들의 어깨가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보았다. 토끼들이 수건을 꺼내 사방으로 튄 피를 열심히 닦아대었다. 머리가 멍해졌다. 왜? 도대체 왜?

왜 죽인 거지?

“저 자는 목이 잘릴 만한 행동을 했기에 목이 잘렸다. 백성들아. 저 자가 한 행위를 그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대들의 머리는 항상 무사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좋은 백성으로 남아준다면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지. 하지만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곧바로 목을 자를 것이야.”

여왕이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입가에는 야릇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가 명확한 발음으로 말을 이었다.

“세계의 아침에 반항아는 필요 없어. 아마 좋은 백성들이라면 모두가 동의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자의 머리는 머리장수의 서랍장에서 뒹굴게 되지. 하지만 이 자리에 그런 나쁜 백성이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위기를 어둡게 했군. 어서 음악을 다시 연주해.”

느릿, 느릿 음악이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한창 무도회가 진행되고 있을 때처럼 신나고 시끄럽지는 않았다. 여왕이 눈살을 찌푸렸다.

“들리지 않는다. 좀 더 크게 연주하라!”

쩌렁쩌렁 목소리가 울렸다. 악사들이 손을 떨고 있었다. 마치 리허설 때처럼 어설프고 엉망진창인 연주가 흘러나왔다. 악사들 중 하나가 음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 쇠긁는 소리를 냈다. 여왕이 폭발하듯 소리쳤다.

“저 놈을 목을 베라!”

모두가 숨을 죽였다. 병사 두 명이 악사들에게 난입했다. 다른 악사들이 피할 시간도 없었다. 칼이 휘둘러지고 악사의 목이 바닥에 뚝 떨어졌다. 피가 이리저리 튀었지만 어느 누구 비명 지르는 사람이 없었다. 어깨만 벌벌 떨었지 사색이 된 얼굴을 가면 뒤에 꽁꽁 감추고는 헛숨만 쉭쉭 들이마시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뭔가에 억눌린 것처럼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바로 끌려 나가서 저 꼴이 될 것 같았기에.

여왕이 찌푸린 인상을 펴며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언제 누구 목이 떨어졌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산뜻한 얼굴로 악사들을 향해 말했다.

“한명이 줄었으니 더 소리가 줄겠구나.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소리가 줄겠는걸. 외성까지 들릴 음악을 연주하지 못한다면 몹시 화가 날 것 같다. 만약 아까같이 형편없는 연주를 해 내 무도회를 망칠 것 같으면 너희 모두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전부 목을 벨 테니까.”

오호호, 말끝에 여왕이 짧게 웃었다. 이마에 잔혹함이 잔뜩 떠올랐다.

“너희를 대체할 악공들 따위 얼마든지 준비해 놨으니까. 뭣들 해. 어서 음악을 연주해. 손을 떨지 말고, 내가 선택한 악사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백성들에게 보여주도록 해라. 진짜 복종은 두려움과 긴장마저도 초월하는 법이지. 그리고 그게 내가 원하는 충성이다.”

여왕이 말을 마치고 악사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여왕의 심기가 점점 불편해졌고, 카드 병정들은 칼을 뽑아 허공에 휘두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나마 악사들 중 가장 심기가 굵어 보이는 사람 하나가 악을 쓰듯 연주를 시작했다. 선율에 독기가 묻어 있었다. 여왕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하나 둘, 악사들이 악기에 손을 가져갔다. 모두 이를 꽉 악물고 있었다. 이어지는 연주는 부드러운 선율도, 리듬감도 모두 잃어버린 단순한 발악처럼 들렸다. 여왕이 몹시나 흡족한 듯 고개를 까닥까닥 거렸다. 연주는 더더욱 커졌다. 춤은커녕 이 자리에 더 이상 머물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저 정신 나간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데. 저 사람과 친해지기는커녕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싫었다.

“자, 악사들이 연주를 시작했다. 연회를 재개하지. 모두 춤을 추며 마음껏 즐기도록.”

조용한 가운데 음악만이 독살스럽게 흘렀다.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저 여왕의 눈에 튀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목이 베이는 것은 아닐까. 모두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어 버린다면 여왕의 기분이 점점 나빠질 것도 당연한데.

누군가가 대신 나서줬으면 좋겠다.

모두 이런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 한켠에서 위험한 생각이 솟구쳤다. 나서고 싶다. 먼저 춤을 추자고 말해볼까? 옆 사람이 거부하면? 그 사람이 목이 베이는 것은 아닐까. 혹은 내 목이 땅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겁이 났다. 주인공이 되어야만 하는데. 이곳의 주인공은 이제 내가 아니었다. 잠시, 아주 잠시 무대를 휘어잡은 것만으로 의기양양했던 내 자신이 환멸스러울 만큼 좌중은 압도당해 있었다.

“그러면 춤을 춥시다.”

홱 하고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시선 끝에 당당히 선 남자의 가면에는 두 발로 얼굴을 가린 고양이가 떠올라 있었다. 맙소사.

“여왕께서 자유인지 방종인지 모를 것을 허락 하신다는데 모두 가만히 계실 겁니까? 모두 춤을 추지요. 저 악사들이 저렇게나 발악하는데. 여왕폐하의 무도회는 대충 이런 것이지요. 누가 더 열심히 해서 저분의 마음에 들까. 그걸 겨루는 대회 비슷한 것 아닙니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지금 먼저 나선다면야 뭐, 목이 잘릴 위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고양이는 살짝 팔을 벌렸다.

“크나큰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성공이라는 것이 바닥에 목을 떨어뜨릴 각오 없이 얻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면, 여러분은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좌중이 주르륵 밀려났다. 모두가 고양이에게서 한 발자국이라도 떨어지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모두들 여왕에게 나는 이런 무례한 자와는 다르다! 라고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둘러싸인 고양이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춤을 추실 분이 없다는 겁니까? 여왕폐하께서 바라시는데도? 이해할 수 없군요. 용감한 여성분들, 뻔뻔한 남성분들. 아무도 춤을 추지 않으시겠다는 겁니까? 그렇다면야.”

고양이가 여왕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곡 추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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