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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빛머리 - 개코쥐코(2)

2021.11.27 03:5311.27

정촉은 그새 누런 옷자락을 탈탈 털었다. 달라붙은 흙먼지가 위로 자욱이 일었다. 벌써 열흘을 입은 옷이지만, 봇짐에 든 옷가지는 스무 날을 입어 갈아입지도 못한 차였다. 여분으로 가져온 짚신은 그새 다 헤져 버리고 지금 신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며칠을 더 가야 하나. 어제 만난 행인은 고을이 머지 않다고 했더랬다. 그 말을 믿고 하루 반나절을 걸었건만 아직은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머지 않은 거리의 기준이 타향 사람과는 다른가 싶던 정촉의 눈에 둔덕 너머 굴뚝의 연기가 뜨였다. 정촉의 입가에 말간 웃음이 달렸다.

뭇사람이 고을의 이켠저켠에 모여 있었다. 누추한 행색을 한 이들은 피로한 기색에도 불구하고 눈빛이 하나같이 형형했다. 담벼락에 기댄 채 눈으로는 사위를 흘기며 서로 조곤조곤 얘기를 나누는 된판이었다.
구태여 내지인 시늉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 티를 감추지도 않는 형국이 또 별스러웠다. 아무튼 낯짝을 두꺼이 하고 거기 냉큼 묻어 들기는 쉽지 않은 듯했다. 숨을 머금은 정촉은 태연한 걸음으로 무리들 중 하나에 다가갔다.
낯짝에 흉을 진 이들만 모아 놨는지, 서로 칼을 그어 주고 출사를 했는지 모를 살벌한 무리가 다가오는 정촉을 보고 말을 뚝 그쳤다. 정촉은 그리 똑바로 다가가 헛기침을 한 뒤 고개를 조금 빼었다.

“여보. 혹시 예 끼니 즘 때울 곳이 있슈?”

정촉을 이리저리 살피며 고개를 드는 무리 중 하나가 숙인 고개를 빳빳이 추켰다. 낯판은 흉이 쭉쭉 그어진 것이 고누를 두어도 될 상이었다.
그는 한동안 정촉의 차림새를 흘기더니 팔을 가만 들었다. 정촉의 고개가 팔이 가리킨 쪽으로 옮았다. 손가락은 저만치 뻗은 노상에서 조금 비켜 허름한 초가 하나를 찌르고 있었다. 과연 사람이 오가는 것을 보아 숫막이 맞는 것 같았다.

“아이, 저 있구만. 고맙슈.”

“…”

여전히 꾹 닫은 입매를 잠깐 살피던 정촉은 이내 몸을 돌려 가리킨 곳으로 다가갔다. 숫막까지 가는 그 짧은 노정에도, 노변에 비켜 선 무리들은 누가 지나갈 적마다 내는 말을 그치고서 가는 이만 시침히 흘겼다. 정촉은 별 소득 없이 가게에 다다랐다.
바잣문에 들어선 정촉은 먼저 마당을 두루 살폈다. 가게는 음식을 만들고 내는 사람들의 거동만 부산할 뿐, 마루와 평상에 두루 앉은 이들은 큰 소리 없이 음식을 입으로 나르기만 했다. 정촉이 안을 살피며 사립문에 가만 섰자, 안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다가왔다.

“자리는 있소만은.”

“음.”

고개를 끄덕인 정촉은 안주인을 따라 빈 마루에 가만 앉았다. 그 옆에 앉은 무리가 정촉을 흘겨 왔다. 안주인이 옆에 서서는, 누가 사람을 부를까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면서 정촉을 흘낏흘낏 보았다.

“저, 장국 한 그릇은 을마나 허유?”

정촉이 묻자 안주인이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요사인 그릇으론 잘 안 팔고, 베를 하나 맡기면 끼니에 숙박까지 치르외다.”

“을마나 재워 주는듀?”

“나흘이오.”

“잘 데는 있슈?”

“봐야 알겠는데…”

안주인이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마루 너머 방을 살피다 말다 하다 또 사람을 부르는 경황에 발을 구르는 터였다. 그러자 주인이 그를 밀어내며 부르는 사람 쪽으로 가라 일렀다. 아직 거동이 무른 것으로 보아하니 새댁인 것 같았다. 정촉은 주인과 끼니, 숙박 값의 흥정에 돌입했다.
포 하나에 나흘이라 일렀던 처음의 셈은 쏙 들어가고, 두 밤에 끼니까지 치면 한 필이라는 우격에 정촉은 열이 올랐다. 그러나 들어찬 사람들을 가리키며 싫으면 아서라는 억지에 정촉은 말문이 막혀 그러마고 말았다. 이게 모진 세파인가 싶어 정촉은 속이 죄 끄슬려 앉았다. 모친이 짠 마지막 포가 장사치의 품에 쏙 들어가 그만 자태를 감추었다. 정촉은 멍하니 그 품 안에 들었을 것만 보았다.
수작에 당한 것만 같은 턱에 정촉은 금세 내오는 장국도 입맛이 없어 몇 술 뜨다 이내 관두었다.

“어디서 왔소?”

여즉 마루에 앉아 턱을 치키기나 하던 주인이 이쪽을 슬슬 살피더니 내놓는 말이었다.

“…알어서 머허유.”

정촉이 퉁명히 대꾸하자 주인이 코웃음을 치고는 그릇을 밀었다.

“잘 먹어야 일도 잘 치를 거 아뇨? 게 멀리서 왔으니 배도 심히 주렸겠구만. 잡숫고 또 모자라면 말하쇼.”

이르고선 가락을 읊조리며 마당을 보고 앉았다. 정촉은 국을 뜨면서 그를 뜨문뜨문 흘겼다. 그리고 슬그머니 헛기침을 빼며 혀를 일으켰다.

“무어 쥐어다가 아넌 사실은 읎슈? 근방에.”

그러자 주인이 눈매를 대뜸 휘여 들었다.

“그, 보물?”

“…머, 그러쥬.”

“내참, 내가 그걸 알었으면 진즉에 칼 차구 들어갔게?”

그러나 금세 흰소릴 꺼낸다는 품으로 콧방귀나 끼는 치였다. 인상을 찡그리려던 정촉은 내처 달랠 빛으로 나섰다.

“아이… 여기 가게 주인두 몰르문 누가 알류? 고장에 듣넌 귀루넌 젤루 밝으실 틴디.”

“정말 아는 게 없어 그러지. 예 죄 앉은 사람들이 그걸 안 물었을까.”

“그러지 말구… 머, 동혈이 하나 있다든디..?”

“머, 그렇답디다.”

끔뻑끔뻑 대꾸한 치는 동한 것이 저물었다는 빛으로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정촉은 절로 찡그려지는 낯을 그저 냅두었다. 그리고 멀건 고기 기름이 떠 있는 국이나 죄 헤집었다. 꾹꾹 눌러 놓던 말이 입을 비집고 나왔다.
 
“어유. 귀두 그리 어두우신 분이, 귀 얇은 사램덜 모아다 이리 밥두 주시구 참 잘 되얐슈. 그 덕에 귀가 트이진 않아두, 귓불에 살은 즘 찌겄슈.”

“하하하!”

시원스레 웃어제끼는 것이, 놀리는 조로 던진 농이 용케도 좋게 여겨진 모양이었다. 쏘아지는 눈초리는 상관 않고 웃던 치는 천천히 웃음을 물리고 멀리 시선이나 던졌다. 이만하겠다는 생각에 정촉이 제 국이나 마저 들려던 참이었다.

“머, 나야 머 재수가 난 일이지만, 터놓고 얘기해서… 이게 다들 달려들 일인지는 잘 모르겠소.”

별안간 낸다는 소리가 그러했다. 정촉은 궁금증이 솟았다.

“시방, 여기 사램두 잘 모르넌 일이, 저 밑까정 퍼졌다넌 얘기유? 무어 굴뚝에 땐 기 있응께 연기가 났을 거 아뉴?”

“글쎄, 아궁이에 나무만 땐 게 아니라 그러지…”

주인이 이르며 제 입술을 조금 옹송그렸다. 정촉은 주인의 입 꼬랑지서 실실 새는 연기를 보고 막 지필 품으로 다가섰다.

“그럼 뭘 땠는듀? 예? 뭘 땠넝 규?”

“그… 아이 몰라-”

“아저씨!”

그만 일어서려는 품이기로, 정촉은 바삐 허리품을 부여잡아 내렸다.

“고향이 저기 멀리 중원(中原) 충주유. 빌어먹기두 허구 날품두 팔구 그러문서 시방에 제우 왔슈. 시방엔 미투리 여벌마저 다 읎어진 판이유, 즘 도와주슈..!”

하며 정촉은 발발 끓는 눈빛으로 주인을 쏘았다. 허참, 주인이 엉거주춤 섰다가 곧 못이기는 품으로 앉더니만 고개를 슬슬 밀었다. 정촉은 게 귀를 대었다.

“…그 소문 때문에 거기 들어간 이곳 사람이 진즉에 셋이구, 찾겠다고 좇아간 사람이 얼마 전에 둘이요.”

“헌듀?”

“헌디는 무슨… 다 없어져 버렸지.”

정촉은 눈을 부릅떴다.

“시방 죽었다는 얘기유?”

“죽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 여태 나오질 않으니. 스승들 돌아다니는 거 보면 모르오? 못 봤소?”

“스승이 머유?”

“그, 무당 말이요...”

싸늘한 소리를 놓던 이가 찌푸린 빛으로 제 상판을 긁었다. 그새 사람이 없어졌다니. 정촉의 속에 찬바람이 휑휑 불었다.
그리고 무당. 정촉은 부친이 했던 얘기를 가만 떠올렸다. 농으로 꺼내었음이 분명한 말이었건만, 그럴듯한 이야기가 정촉의 속에 형상을 갖추어 갔다. 게 보물이 있건 귀신이 서렸건, 신통력으로 찾을 양 불러다 맡긴다는 소린데.
참으로 칼잡이들뿐 아니라 굿쟁이들과도 아귀다툼을 할지 모를 각다귀판이었다. 또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를 죽을 판에 정촉은 마음 한켠에 큰 멍이 져 갔다. 맞은편에서는 “끙.” 하는 소리가 들렸다.

“괜스런 짓 말고, 이왕 행보한 거. 세상 구경, 산수 구경이나 하다 가시오.”

주인이 엉덩이를 털며 일어나 섰다.

“찾아 보면 삯일도 더러 있을 테니 노자나 잘 모아서 가고. 잠이야 고방이나 괜찮으면 그냥 내줄 테고.”

“머… 그런 일은 읎겄지만, 여하튼 고맙슈.”

“머, 이녁이 젊어서 하는 얘기요…”

“예에.”

정촉은 선의인지, 베를 꿀꺽 삼킨 조로 피우는 거드름인지 모를 것을 잠시 여기고선 다시 국을 들었다. 주인이 그런 정촉을 딱하게 쳐다보았다.

“…정 그러면 저기 양광(楊廣, 지금의 충청+경기) 사람들 있으니 가서 물어보던가, 저기는 벌써 엿새를 뭉갰으니 뭐 더 알런가 모르지.”

고개를 드니 맞은편의 턱이 평상 하나를 찌르고 있었다.

“그쪽 십팔검(十八劍)이라는데, 동도(同道) 후배를 어여삐 할지 또 어찌 알겠소.”

가리킨 평상에는 무리 하나가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끼니를 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전부 눈으로 채 담기기 전에, 정촉의 머릿속은 십팔검이라는 검명으로 꽉 채워져 들었다.


“아, 식사덜 잘 잡숫구 계시유?”

“잉? 누규?”

정촉이 다가가 묻자 무리가 눈살을 삐었다. 정촉은 뒤통수를 슬슬 긁적였다.

“아하하, 지넌 가마득헌 후배인듀… 감히 여쭐 진즉, 듣기루 십팔검이 계시다구..?”

“잉…”

하며 무리가 죄 멀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중 하나가 턱을 조금 쳐올렸다.

“잉, 나야 잘 묵구 있지. 우리 후배넌 잘 드셨넝가?”

정촉은 재깍 그리로 몸을 틀어 굽혔다. 허리를 핀 낯에는 감회가 와락 배어났다.

“아 예, 선배님. 이, 이리 뵈어선 감개가 다 무량허유.”

“잉…”

십팔검이 눈웃음을 지으며 수염을 쓰윽 쓸어내렸다.

“우리 짝 사램이구먼?”

“예, 헤헤…”

“아이구, 참 멀리서두 왔다.”

“멀리서 오긴 다 그리 왔지, 무얼.”

앉은 이 하나가 대뜸 퉁을 놓았다. 그러자 멀리서 왔다는 둥 운을 뗐던 이가 얼굴을 찡그렸다.

“우덜이야 본래 발품이나 저기허던 이덜이구. 이 사램은 초행인 것 겉은디.”

“예. 초행이구, 출사헌 지두 을마 안 됐시유.”

정촉이 활짝 웃으며 일렀다.

“허허, 동도 일방(一方)이로고.”

십팔검이 잔웃음을 내어 놓고는 자리에 가만 손짓했다. 정촉은 냉큼 자리에 묻고서 건네는 탁주를 목으로 털어 넘겼다.

“자네 하남(河南, 지금의 충남) 사램잉가?”

“아, 지넌 중원(中原, 지금의 충북) 사램이유.”

“잉, 그랴?”

“옛.”

그러자 히죽히죽 눈웃음이나 자리에 오갔다.

“허허, 양광의 꽁지서 왔누나.”

- 하하하! -

치 하나가 이르니, 터지는 웃음에 정촉은 죽을 맞출 품으로 쓰게 웃었다. 그러나 속엔 슬슬 화가 일었다. 이내 십팔검이 손사래를 치며 웃음을 죄 물렸다.

“춘장께선 검 즘 다루셨넝가?”

“그, 군에 을마 계시담 시방은 농사나 짓구 계시어유.”

“잉, 아부지 따라 군무(軍武)를 배얐구먼.”

“군무야 쓸 만허지.”

그러고선 제꺽 군 시절의 무용들이 돋아날 참이었다.

“예, 그 말구두 이것저것… 제우 흉내나 내넌 꼴이쥬, 헤헤…”

그 판에 정촉이 바싹 대답을 달자 잉잉 소리가 오가더니만, 옆에서 잔웃음이 일었다. 십팔검이 입가를 삐죽 당긴 채였다.

“여보덜. 중원 검기(劍技)넌 볼 만했등가?”

“글씨, 그짝 기예넌 듣본 적이 읎넌디..?”

“에이, 암만 못해두 전국에 열 손가락은 들겄지.”

- 하하하. -

“거참, 양광의 발바닥서 환영덜이 박허시구먼.”

정촉은 여즉 꾹꾹 욱여 왔던 말 타래를 입 밖으로 풀고야 말았다. 잔웃음 코웃음이 싹 가신 자리가 얼음장 같이 식어 내렸다.

“뭐라?”

“지리지(地理誌)를 보슈. 중원이 꽁지문, 거 밑에 하남은 발바닥 아뉴?”

냉기가 닿건 말건, 정촉은 타래를 줄줄 풀어냈다. 입가가 여즉 찢어진 채지만 웃음꼭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만 한 십팔검이었다.

“후배 예법이 저 북적(北狄)에 못잖구먼. 그 기운이 은제 중원꺼정 옮았넝가?”

“아이구, 선배님 예법두 저 남만(南蠻) 못잖네유. 겉은 남(南) 자 돌림이라 그렁가.”

과연 쏘아 보낼 법했던 소리에 정촉은 제꺽 찬물을 또 엎어 주었다.

“머여?”

“시방 머라 했넝가?”

스산한 물음들에 정촉은 일단 대꾸는 않고 팔짱을 척 꼈다.

“제갈공명이 운다 그랬슈.”

정촉이 마저 서리를 불어 주자, 십팔검의 삐진 입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금일에 후배 예법을 즘 배양해야 저기허겄다.”

“종이 갖다 드려유? 이름 자나 쓰실 틴디, 뵙잡은 함자넌 뒷간서 배후루다 배알허구, 그 종이짝은 뒷처리에나 저기허문 딱이겄쥬?”

“…”

낯짝이 그만 황색이 된 십팔검은 제 검집을 감쳐쥔 채 느직이 가게 바깥으로 손을 뻗쳤다. 정촉은 검자루를 쥐어 들고서 벌떡 섰다.

게운보름

바아악시이이혀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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