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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빛머리 - 새벽(1)

2021.11.27 03:5211.27

“아부지.”

“…”

정촉이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아부지를 불렀다. 그러나 부친은 대꾸도 없이 디딤돌에 앉아선 낫만 슥슥 갈았다.

“검 즘 내주슈.”

“왜.”

“…쩌, 북계 선천에 함 가 볼랩니다.”

“가아.”

돋아난 대답들은 짧음에도 무심한 조가 한껏 서렸다. 냉큼 솟아난 수락에 흠칫하던 정촉은 눈을 끔뻑끔뻑 감았다 떴다.

“예, 갈 텡께 검 즘 내주슈.”

“그랴, 저 장농 뒤에 있잖어.”

하며 턱이 방안을 한 번 찔렀다. 그리고 금세 낫으로 돌아왔다. 무어 진지하게 대좌할 빛이 없다는 걸 슬슬 알아 갈 참으로, 정촉은 속이 허해졌다.

“거야 알쥬. 진짜 갖구 가유?”

“가아. 몸은 두구.”

슥슥. 입이 그랬듯이, 손도 다른 기미는 없이 숫돌을 그저 왔다갔다했다. 그럼 그렇지, 정촉은 마른 입을 다셨다.

“몸두 필요헌듀.”

“아녀, 검만 들구 가아.”

“검만 내주시지, 자식 몸은 왜 가져간대유?”

“검이야 내 것이되, 몸은 너 어매 인가를 받아야 헐 거 아녀?”

“지 건디유, 지 몸은.”

“그랴, 마음보넌 가져가. 거야 네 겅께.”

주거니 받거니, 착착 오고 가던 대담은 정촉의 몸은 앗고 마음은 보전하는 식으로 매듭을 지었다. 퍽이나 보람이 남는 흥정에 정촉은 눈살을 힘껏 찡그렸다. 슥슥 갈리는 소리가 귓가에 가득 들어찼다.

“마음으루 검을 들 맨치 수련이 들 됐슈, 지넌.”

슥슥.

“그래서 삼가 의관을 매무시허구, 검에 의향을 찬찬히 물어 볼 터인듀..?”

정촉이 이르자 말없이 움직이던 손이 멈칫 그치더니, 다시 움직였다.

“쟤넌 말 안헌 지 즘 됐어.”

“그류? 은제 입을 닫었대애?”

“그 사정이야 몰르겄구 글씨, 얘 말두 들어봉께 일리가 또 있더라.”

그리 이른 부친이 정촉의 어깨 너머를 흘낏 살피더니 제꺽 낫을 귓가에 대었다.

“잉잉. 그러지? 잉.”

그 당치도 않은 품에 정촉이 어안이 벙벙할 때였다.

“잘 들리쥬?”

돌아보니 모친이 광주리를 든 채 스산한 빛으로 부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잉, 그럼.”

“잘 들려야 헐 규, 잉.”

하고는 모친이 광주리를 들고 부엌께로 가선 철퍽 앉았다. 좇아간 동생이 물 바가지를 건네자 모친이 푸성귀를 씻겼다. 시커먼 낯을 하고서 다시 낫을 갈려는 부친에 정촉은 바싹 다가가 앉았다.

“…거 보물이 있대유, 아부지.”

“얼씨구.”

“그왜 거란 눔덜 말유우, 그적에 난리 때 남기구 갔다넌듀?”

“그랴? 거 절도사(節度使) 살판 났누나.”

예상 못한 대답에 정촉은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속으로 구실 거리를 생각해 빚었다.

“들응께… 거 소문두 흉흉허구, 재게 감춰서 찾기가 쉽지 않다넝 거... 겉은듀..?”

“어이쿠, 굿재이덜 한몫 노누겄다.”

연신 낫이나 갈며 내는 농에는 우습지도 않다는 티가 와락 배어났다. 정촉은 더 나설 작정을 물리고 마당을 가만 쳐다보았다. 바자울타리 틈새로 불어 오는 실바람이 정촉의 안면에 슬슬 끼쳤다.

“너두 고만 맴을 잡넌 것이 워텨.”

“맴은 무신 맴이유.”

언제고 듣지 않을까 싶었던 말에, 정촉은 전혀 내키지 않는다는 빛으로 먼 곳만 바라보는 양했다. 그러나 “용케…” 하고 첫머리를 떼는 품으로 봐서 부친은 내처 작정이 선 듯했다.

“…네가 천자문은 깨쳤응께, 주산(珠算)을 배워선 잡과(雜科)를 칠르든지. 네가 맴만 정했다문야, 헹펜이 못 보탤 정돈 아닝께.”

정촉은 고개를 비켜 얼굴만 벅벅 긁었다. 부친의 눈길은 여전히 낫에 머물렀다.

“전쟁두 끝난 참에, 당장 쓸 사램이 안 모잘르겄냐.”

“머… 붓 쓰넝 건 생심이 통 안 들어유.”

쭈그려 앉아 정촉은 콧바람을 길고 가늘게 뿜었다. 앞에 뵈이는 낫갈이의 자태가 퍽이나 초라했다. 돌아오자마자 검호(劍豪)도 붓질은 얼마큼 익혀야 한다며, 검을 다루기 앞서 천자문 책자부터 쥐어 주던 부친이었다. 그때만 해도 멋스럽기 그지없던 칼잡이는, 검을 내던진 세 달 전부턴 심지가 죄 끄슬린 낫잡이가 되고 말았다.

“장개넌? 갈 겨?”

“아이, 즘 있다가유…”

그리고선 또 감감하여 쇠붙이 가는 소리와 푸성귀 씻기는 소리만 마당에 가득 찼다.

“고새리두 꺾을 때 꺾넌 벱인디.”

“…”

“넌 무얼 꺾을 겨?”

불쑥 이르는 부친에 정촉은 눈썹이 삐죽 솟았다.

“아부진 무얼 꺾으셨는듀? 여즉?”

“꺾을 기 읎어 등허리나 꺾었다.”

냉큼 말씀이나 내놓고서 또 감감 낫 갈이였다. 주름이 흉하게 진 장부를 보며 꾸부정히 앉았던 정촉은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제 농구를 챙기고 마악 나서려는 참이었다.

“은제 속 채릴 겨?”

뒤편에서 성큼 짓쳐 오는 트집이었다. 정촉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다물어.”

“어무니! 형 또 바람 들렸슈우!”

하고 버럭 지르기로, 정촉은 속에 군내가 피어올랐다.

“또 문?”

“칼 바람이지 머유!”

끝내 관심이 솟은 모친의 물음에 동생이 크게 일렀다.

“아주 기양, 바람 잘 날이 읎어어. 안 재울 겨?”

그리로 도는 정촉의 고개가 굳었다.

“남 바람에 맘 쓰덜 말구, 너 댓바람에나 용 써.”

정촉이 날이 선 대꾸를 내놓자, 녀석이 눈썹을 한껏 튕겨 올렸다.

“흥, 워디 칼 바람만 들렸으문 말두 안 햐. 보리 바람두 들었넌디. 쩌기 점이 형네, 이분에 날 보리 주겄다구 약조꺼지 혔든디?”

“문 소리여?”

“흰소리유, 가유.”

정촉은 모친 앞에 서선 이만 밭에 가자며 이끌었다. 그러나 녀석의 힐난은 그칠 줄을 몰랐다.

“웬 늙은이가 한나 와선, 고려일검이 으떻구, 북계에 보물이 으떻구 막 지깔였다넌디.”

“잉? 그짓말 허넝 거 봐, 백제일검이라 했넌디. 보물은 또 머여?”

정촉은 낯빛을 딱 천연스레 하고서는 난딱 거짓부렁이라 몰았다. 그러자 듣는 낯판에 독이 그득그득 올랐다.

“마악 꼬드깅께 또 칼 바람이 들어선, 늙은이 즘 먹여 달라구 숫막엘 보냈다 안 허유. 그 대신에 이분에 보리 날 거, 그거 난딱 주겄다구! 그게 시방 사램 말이여?”

들은 체도 안한 녀석이 괄괄하게 소리 움큼을 쏟았다. 정촉은 태연한 척 턱을 치켰으나, 속으로는 땀이 방울져 내렸다.

“하이고… 고려 시절에 백제나 찾구 앉었기루, 망령난 할배나 즘 보살피라구 보낸 건디. 거참.”

“어이구, 시방 누굴 돌볼 터수여? 보리가 형 거여?”

“아! 전란 중에두 상하 간에 도의넌 지켜야 허넌 법인디, 지 딴엔 전후 도의두 읎어? 쯧쯧. 공경이란 걸 몰러.”

“누군 공경을 알어서 어무니 고생 시키구?”

“…”

끝내 쏘이는 말막음에 정촉은 입을 딱 닫고 말았다. 더 드밀 대꾸나 있는가 정촉을 빤히 쳐다보던 녀석이 몸을 홱 돌고선 새참을 들고 문을 나섰다.

“…지허구 나허군 세 살 차밲에 더 돼? 글을 깨치문 머햐.”

지나며 하는 소리가 정촉의 속을 콱 찔렀다.

“더 해애, 아주. 잉? 골육상쟁이 워디 먼 데 말이여? 느희두 아주 작살을 내서 형제 상쟁(相爭)을 해애. 잉?”

가는 뒤통수에 대고 모친이 얼마 타일렀다. 그러고도 녀석은 한 번 돌아보지도 않고 나서고, 부친은 흘낏흘낏 눈초리나 던지는 마당이었다. 한숨을 훅 내쉬며 가려는 정촉의 옷자락이 죽 쥐어 당겨졌다. 정촉을 세운 모친이 다가서서는 아들의 머리칼을 가만 쓸어 주었다.

“내 웬수지, 지 웬수여?”

서늘한 손가락이 머리칼 사이사이를 만지며 지났다. 정촉은 내리는 시원한 기운에 눈을 내리깔았다.

“아들, 안 그랴?”

정촉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지두 그리 멍청허진 않슈… 점이 지 혼자 그리 떠죽거링 규, 약조꺼지넌 안 저기했슈.”

“가서어, 늘 내던 곳에 내기루 매김을 했다구, 저기해애.”

“예…”

모친이 손을 내리고 몸을 돌려 걸었다. 정촉이 그 뒤를 졸졸 좇았다.

“근디 두 말 정도넌 내두 안 돼유? 성화든디.”

“이따 꼭 순시헐 겨. 알었지?”

“…예.”

따라붙는 볕이 중천이었다.


“음, 음음. 으음…”

김을 매던 부친이 대뜸 낫을 귀에 대어 들었다. 그러면서 한동안 “응응.” 타령이었다.

“아 글씨… 쉬엄쉬엄, 저기허라넌디?”

하기로 모친이 굽힌 허리를 펴고 섰다.

“그류? 딴 말은 읎구?”

“머라머라 저기허넌디. 그 밖엔 까마득햐.”

참으로 날붙이와의 대담에 통달한 듯 부친이 술술 일렀다. 십수 년을 쥐어도 내는 말이라곤 없던 병기를 내친 까닭이 거기 있는가 싶었다.

“이잉.”

모친이 알았다며 고개를 까딱였다.

“재게 들어야지, 그럼.”

“아구구.”

말이 닿자마자 부친이 앓는 소리를 내며 낫을 버려두고는 제 자리에 펑퍼짐히 앉았다. 모친은 그러는 품을 챘다는 빛 하나 없이 낫질만 거듭했다.

“갸가 헐 말이 오죽 많겄슈? 낫자루 쥐 본 지가 시방 멫 달 안 되넌디.”

“…”

“더 쥐구서 꼭꼭 들으슈. 오죽 반가울까.”

당사자 같았으면 속이 푹푹 패일 말을 모친은 태연히도 일렀다. 인상을 쓰는 채 잠자코 듣던 이가 후유 한숨을 쉬며 낫을 쥐었다.

“넋이 나갔지… 왜 기어들어선 이 사달이여어, 내가아.”

그러자 모친이 허리를 피고서는 부친이 있는 쪽을 보고 섰다.

“어유, 저 아재 또 저러신다. 애덜아. 아재더러, 집 나가 애비 도리두 못헌 너그 아부지 즘 찾아 달라 그래라아. 저 아재 그만 보내구.”

“저 아줌니가 시방 머라넝 겨? 잉?”

이번엔 지지 않겠다는 듯 앉은 이가 발딱 서서 용틀임이었다. 이미 제 할 일이나 신경쓰고 있는 이에, 부친은 두 손을 되알지게 허리로다 척 짚은 기세로 맞섰다.  

“야, 애기야.”

부친이 대뜸 근처의 녀석을 보아 불렀다. 녀석이 부르는 기척에 문득 몸을 일으켰다.

“예?”

“저 아줌니가 시방 뭐랴.”

그리 묻자, 사정을 다 들었음에도 입을 떼기는 쉽잖은 양, 녀석이 눈을 슬쩍슬쩍 흘기며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친은 낫질만 하는 품이었다.

“어허, 이눔이?”

부친이 연방 재촉하고 나서야 녀석이 입을 뗄 듯했다.

“그, 저기, 저희 어무니가유… 지덜 아부지 즘 찾어 달래유.”

하고선 다시 제 일을 찾아 했다. 부친은 얼어붙은 듯 가만 섰다가, 낯을 죄 그을린 채 낫만 휘둘렀다. 고개를 내린 정촉도 이제 그러기를 좇았다. 저려오는 볕이 뻘겋게 저물었다.


정촉은 뜨고 있던 눈으로 옆편을 살피고서는 살그머니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조심스레 밀었다.

“워디 가?”

“소피, 인마.”

답을 듣는 둥 마는 둥 녀석이 돌아누워 다시 잠을 청했다. 정촉은 일단 방을 빠져나온 뒤에야 벌렁벌렁 뛰는 가슴을 다스렸다. 좀 있자니, 별 것도 아닌 것에 괜스레 속을 졸였던 것이 우스웠다. 정촉은 마루 밑에 진즉 쟁여 둔 봇짐이 잘 있나 한 번 살피고 안방 문을 살살 잡아당겼다.
문짝이 문틀에서 슥… 슥… 밀려나오기로, 힘을 조금만 더 주면 스르르 열릴 것도 같았다. 그러나, 퉁..! 끼이익..! 하고 열리는 문짝에 정촉은 염통이 지붕 위로 솟구칠 뻔했다. 눈앞 한 치까지는 올랐다가 돌아온 염통을 잠시 추스린 정촉은 다리를 살살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막 밀어 넣을 참이었다.

“누겨?”

“아, 지유.”

정촉은 태연스레 문짝을 닫고 걸어와 모친 옆에 누웠다.

“머햐, 안 자구.”

“아이, 또 머라 그러잖유우…”

“아, 저눔 증말!-“

탓에 잠이 깨었던지 부친이 버럭 성을 내며 모로 누웠다. 혀를 끌끌 차던 모친이 이불을 내어 주다 이내 장농으로 갔다. 보건대 벨 것을 꺼내 줄 것 같았다.

“그, 베 두어 필만 내 주슈.”

하자 모친이 농 밑칸을 뒤져 베를 찾고는 그대로 건네었다. 정촉은 건네받은 것을 잘 포개어 머리맡에 두었다.

“침 묻히지 말어라.”

“예에.”

그리고 다시 가만 누워 있을 동안이었다. 정촉은 졸음기가 짓치려는 것을 용을 써 물리치고 한 각을 견디었다. 양친이 고롱고롱 코를 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정촉은 이불을 벗고 베었던 베를 품에 조심스레 넣었다. 그런 뒤에 누인 몸을 천천히 장롱 쪽으로 움직여 갔다.
정촉은 장롱 뒤켠에 끼워져 있던 검을 집째로 집어 품에 잘 안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문쪽으로 머리를 두었다. 이제는 다리에 힘을 주어 살살 밀 차례였다.
소피라고 또 둘러댈 필요 없이,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도 다행스레 양친은 깨지 않았다. 정촉은 마루를 내려와 미투리를 신었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 부뚜막 근처를 살폈다. 그 구석에 과연 해묵은 원방패가 놓여 있었다. 내려 앉은 먼지를 후후 턴 정촉은 방패를 등판에 맨 뒤, 방패의 양 끝에 달린 끈을 어깨와 허리춤을 가로질러 맨 뒤 매듭을 지어 조임을 늘리고 줄였다.
봇짐도, 노잣돈도, 여분의 미투리도, 병구(兵具)도, 부친이 귀향할 적 썼던 삿갓도 다 마련한 정촉은 마당에 가만 섰다. 이때껏 삶을 누렸던 초가도 가려는 장부를 전송할 양 고즈넉히 섰다. 터전을 살피며 눌러쓴 삿갓을 매만지던 정촉은 마침내 몸을 돌렸다. 서슬 퍼런 새벽이 그 앞에서 뛰었다.

게운보름

바아악시이이혀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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