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외출

봄이지만 밤 공기는 약간 뜨거웠다. 생각해보니 오늘 불꽃놀이가 한강 둔치에서 있다고 뉴스가 떠들었다. 작년에 구경갔다온 후 일주일은 이야기할 정도로 장관이었고, 또 보고 싶은 마음에 주민자치센터와 불꽃놀이를 두고 고민했다. 돈이 먼저라면 왠지 내가 속물 같고, 무시하고 불꽃놀이를 가자니 가정부 아줌마에게 미안해진다. 어차피 둘 다 비슷한 곳에 있으니 일단은 가면서 생각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여전히 쿡쿡 쑤시며 아픈 오른쪽 얼굴을 부여잡고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섰다. 옆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던 불빛이 거의 사라져가는 지점쯤에 남녀가 벽에 기댄채 키스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 발소리에 고개를 든 남자가 실실 웃으며 빨리 지나가라고 손짓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재빠르게 걸었다. 그가 나를 어려워하지 않은 건 지금 내  모습이 15살에서 23살 정도로 보이고 눈을 마주치지 않았기 떄문이다.

그들을 외면하고 골목을 돌아 몇 번쯤 커브를 틀자 지하철 입구가 나왔다. 뱀파이어의 속도로 달리면 한강 둔치까지 30분도 안 걸리지만, 오늘처럼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닐때 그런 행동을 하면 눈에 확 뛰어 난리가 난다. 뱀파이어가 사람들 속에서 살려면 조용히, 없는 듯이 생활하는 게 철칙이다. 그래서 답답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승강장에 내려가니 불꽃놀이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손에 음식주머니, 돗자리 등을 들고 떠들어댄다. 어찌나 분위기가 즐겁고 화사한지 내가 인간이었던 시절에도 그런 일이 있었나..하는 부러움이 솟아올랐다.  

나는 1남 4녀 중 셋째였다. 우리 가족은 연예인이 2명이나 나올 정도로 외모가 뛰어난 집인데, 미운 오리 새끼처럼 나만 평범했다. 객관적으로야 평범이라고 말할지라도, 그들 속에서는 이상하게 못 생겨 보였다. 누구를 닮았나 했더니 집나간 고모란다. 그 분의 사진을 본 순간 어째서 나만 이런 유전자를 받았는지 화가 치밀었다. 전형적인 작은 눈과 낮은 코, 윗입술과 아랫 입술의 부조화까지 한국 사람이라는 거대한 모래 속의 하나였다.  

우리 가족을 보지 못한 친구들은 나를 보통의 여자애로 생각했지만, 집에 와본 애는 아마도 나를 주워온 아이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뭐 이제는 뱀파이어가 되버렸고, 그렇게 소원하던 아름다운 외모도 물 건너갔으니 마음 접고 살기로 했다. 성형수술을 해도 본래 형태로 돌아가버리니 잘못된 선택에 목 놓아 울어봤자 떠나간 버스일 뿐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 스승님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보셨다.  

[니가 본 뱀파이어는 원래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그런 거지. 넌 어디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정보를 받은거야?]    
[그게..외국인이었어요. 그래서 전 뱀파이어가 되면 그 사람 같은 외모가 될 줄 알았죠. 물어보니까 그렇다고 하길래..]
[뭐라고 물어봤는데?]
[뱀파이어가 된 후로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