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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까마귀의 아이-3

2010.06.30 19:4006.30

"그 신부는 나를 바보로 아나봐."
나는 키득거렸다. 바람의 긴 머리카락이 내 입가를 간지럽혔다. 신부가 바곳에 대해 말하는 순간, 나는 나도모르게 토르에 버섯에 대해 말할뻔 했다. 다량을 흡입할 경우 죽을 수도 있지만 아주 약간만 흡입하면 천상의 쾌락을 가져다주는 버섯이었다. 삼년 전 나이든 베스할멈이 세상을 떠날 때, 나는 그것을 직접 사용하기도 했다. 베스할멈은 그래도 마을에서 내게 잘 대해준 사람이었는데, 덕분에 끔찍한 고통은 겪지 않고 죽었다.
그렇지만 신부 앞에서 그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람은 서재에 앉아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아이리나가 마지막으로 고해성사를 왔던 그날 말이다. 아이리나는 활기차고 명랑한 성격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그날, 남편이외에 다른 남자와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람은 그가 누구냐고 묻지도 않았다. 다만, 그녀자신에게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라고 충고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총명한 여자였다. 그러나 아이리나의 아버지나 형제, 남편은 그녀의 그런 가치를 몰랐다. 그들 중 그녀가 읽고 쓰는 고대 헬레어(헬레니스어의 고어)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몰랐으니까. 오히려 여인인 그녀에게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시따위는 쓰지 말라고 했던가.
'더 캐물었어야 했나?'
그람은 우울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후회는 언제나 늦었다. 아이리나는 얼마후 자기방에서 뛰어내렸다. 자살은 범죄다. 더더구나 그녀는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있었다. 아이는 세례도 받지 못한 채 죽었다. 법에 의해 두사람모두 교회에 묻히지 못했다. 어쩌면 그람이 그녀와 더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면 그 일을 막을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람은 자세하게 캐묻는 건 아이리나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피상적인 충고로 끝내고 말았다.
아이리나가 죽고 난후 그람은 잠시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그녀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알피드에 대한 회상이 아이리나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기 전에는 말이다.
두 기억은 서로 연관이 없으면서, 묘하게도 맞물려서 그람을 우울하게 했다.

엘켄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교회당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직 새벽이 오기전이라 교회안은 어두웠다.어둠이 깔린 교회는 낮의 성스러운 모습과 달리 기괴하고 음울해보였다. 엘켄은 교회의 돌바닥위에 무릎을 꿇었다.눈물이 한두방울씩 바닥에 떨어져 번져나갔다.
'넌 마녀에게 홀린 것이다.'
사흘전, 한차례의 자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직후 나스인 사제가 엘켄에게 해준 말이었다.
'자살을 하려고 했던 것도, 그리고 여자와 관계를 맺은 것도 모두 마녀의 소행이다.'
'그여자, 그라이아이는 아이를 가졌다고 했습니다.'
엘켄의 아버지는 엄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자신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은 조금이라도 참지 못했다. 설사 자신의 아들이라고 할지라도. 그라이아이로부터 아이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엘켄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민에 시달렸다. 엘켄의 아버지는 결코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엘켄은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고, 그것을 나스인사제에게 들켰다. 나스인 신부는 오래전부터 엘켄의 교육과 신앙을 담당해온 사람이었다. 엘켄은 그를 아버지 이상으로 따랐다. 나스인 신부도 아버지 못지 않게 엄격했지만, 언제나 엘켄의 편이었다는게 달랐다.
'정신차려라. 그아이는 네 아이가 아냐. 마녀가 관계한 악마의 자식이다. 마녀가 악마와 짜고서 네 아이인것처럼 한 것이다. 그여자와의 일을 자세히 떠올려보거라. 뭐 미심쩍은 것이 있지 않으냐?'
나스인 신부는 거칠게 엘켄의 어깨를 쥐고 흔들면서 물었다. 엘켄은 고개를 저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전, 전 그녀의 눈을 봤습니다. 그 오른쪽 눈, 붉은 사안을 말입니다. 그래요, 그녀를 좋아하게 된건 그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녀의 집에는 상아 신상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자기 어머니가 고대의 유적지에서 주운 물건이라고 했죠. 그리고...'
'신상이라고?'
나스인 신부가 눈을 크게 치뜨면서 물었다. 엘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였구나. 그거였어. 이 배교자 마녀같으니라고.
엘켄, 나는 너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내가 가르쳐 왔으니까. 너는 결코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할 아이가 아냐. 이건 마녀의 소행이다. 그것외에는 설명이 안돼. 걱정하지 말거라. 그리고 자살같은 어리석은 짓은 다시는 하지 말아라. 내가 다 알아서 하마. 모든게 해결될거야.'
나스인 신부는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그리고, 다음날 그라이아이의 집으로 병사들이 몰려갔고, 작은 신상하나가 발견되었다.그라이아이는 필사적으로 자신은 마녀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그 모든 것은 소용없는 짓이었다.
"제발 구원해주소서. 도와주십시오."
엘켄은 누구에게 하는지 모르는 말을 중얼거리며 길게 엎드렸다. 새벽 여명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돌 바닥을 비추었다. 엎드려 있는 엘켄의 머리위에도. 엘켄은 한참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밖에서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엘켄은 재빨리 일어나 창가옆에 가 섰다.무질서한 군중들이 서로 밀치면서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군중사이에서 누군가가 보였다. 그라이아이였다. 엘켄의 눈이 크게 흡떠졌다. 그라이아이는 창백한 얼굴이었다. 탐스렀던 갈색 머리칼은 뽑혀나가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였다. 그라이아이의 눈은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라이아이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엘켄은 창가의 그늘이 자신을 온전히 감춰주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그라이아이가 찾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으므로. 결코 그눈과 마주치지 않기를, 엘켄은 빌고 있었다.
골목에서 한사람이 뛰쳐나와 붉은 쇠막대기를 그라이아이의 팔에 찍어눌렀다. 그라이아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쇠막대의 이글거리는 열기와 함께 그라이아이의 붉은 살점도 함께 떨어져나갔다. 엘켄은 입을 막고 고개를 돌렸다. 엘켄은 빨리 행렬이 지나가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했다. 그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엘켄은 창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라이아이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미친 듯이 웃어젖히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말똥이 쥐어져 있었다. 경악과 혐오어린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그라이아이는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입가에 가져갔다.
"개간권이라."
엘켄은 문서를 읽으며 중얼거렸다.문서에는 개간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글귀와 함께 정부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현재 대륙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엘켄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전쟁광인 황제와 왕으로 둘러싸인채 에우로프대륙에는 끝없는 혈풍이 몰아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황제는 세금으로도 충당할 수 없던 전쟁비용을 고리대금이라는 형식으로 긁어모았다. 이른바 농민들에게 춘궁기에 곡식을 빌려주었다가 가을 추수때에 되돌려받는다는 것이었다. 원래는 백성들을 구제한다는 구제책이었는데 갈 수록 이자율이 높아지더니 거의 원곡식의 두배 세배로 껑충 뛰고 말았다. 이것은 돈을 긁어모으는데에는 꽤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황제가 이런 방식으로 돈을 모았다는 소식이 퍼지자 너도나도 이 방식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트라이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제는 트라이아는 황제가 지배하는 텔라하제국도 아니고, 법황이 다스리는 헬레니스법국도 아니라는 것이다. 두 나라는 비옥한 토지와 온화한 기후라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트라이아는 두나라와 어떤 공통점도 없었다. 트라이아에서는 그런식으로 긁어모아봤자, 자살하는 농민만 늘뿐 아무런 소용도 없었던 것이다.
안달이 난 트라이아의 현 국왕 프레드릭 14세는 머리를 쥐어짜고 쥐어짜서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마련했다.
'버려진 땅을 개간하자, 휴경지도 없애고, 삼림도 없애자, 전 국토를 농토화하자.'
"휴경지는 없앨 수 없고..삼림을 없애는 수밖에 없군."
현재 트라이아의 농학이라는 것은 토지를 삼등분하여 개인땅과 영주땅, 휴경지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거름을 준다든가, 지력을 돋군다는 생각은 아직 트라이아에서는 낯선 것이었다. 비록 저 남부 헬레니스에서는 시험적으로 해서 많은 효과를 거두었다지만, 트라이아에서 실행되려면 한참 걸릴 일이었다. 농지를 여러번 일궈먹으면 땅이 금방 피폐해지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쉬는 땅을 두는 것이었다.
"삼림을 말씀입니까?"
오래전부터 엘켄의 비서노릇을 해오던 일레프가 물어왔다. 일레프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안감이 묻어났다. 엘켄은 그 의미를 알기는 했다. 숲이란 미지의 공간이었다. 숲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며,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거주하는 땅이었다. 인간은 그곳으로 들어갈 때면 반드시 이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 오래된 미신은 겨울이 오면 거의 밤이나 마찬가지인 트라이아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숲은 금방 어두워졌고, 어둠 속에서는 인간의 시력과 지식이 무력해졌다.
"이 세상은 모두 신에게 바쳐진 것이다. 숲역시 마찬가지지. 두려워할게 무엇이 있는가?"
엘켄은 언짢은 목소리로 말하며 문서를 덮었다. 엘켄의 마음속에는 이미 숲을 개간하겠다는 결심이 서 있었다.

요새 들어 쉽게 잠을 잘 수가 없다. 여기저기서 고함이나 외침이 들려온다. 인간은 결코 들을 수 없는 종류의 고함을 말이다.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곤 했다. 작은 요정들이나 정령들이 이따끔씩 나타났지만, 모두들 내게 제대로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단편적이거나 두서없는 말로 끝나기 마련이었다.
"불꽃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거야. 빨리 이곳에서 달아나야 해."
내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그람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관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숲에는 오래된 존재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 오래된 존재들은 숲에서 살면서 인간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흉내낸다고 합니다. 이들은 사람의 죽음을 미리 알아차리고 예언하기도 하며, 저주를 내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관리가 말하고 있는 것은 트라이아의 오래된 미신이었다. 그람도 어렴풋이 어렸을때 유모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었다. 유모는 그람이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날이면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숲에는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이 있답니다.'
그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 미신이 개간하고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겁니까?"
"사람들은 겁을 집어먹었습니다. 개간을 통 하려고 하지 않아요. 숲에 불을 질러야 하는데, 모두 저주가 무서워서 도망치기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신부님이 나서주셔야겠습니다. 그 존재들을 쫓아내는 의식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관리는 일방적으로 자기가 할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람은 당혹스러웠다. 숲에 대한 미신이며, 개간이여 하는 것들은 모두 그람에게 낯선 것이었다. 솔직히 그람은 개간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웠다. 숲을 불태우고 그 위에 농지를 개간하면 첫해 수확량은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금새 지력이 소모되어 피폐해진다는 것도 특징이었다. 설사 수확량이 많다고 해도 그 수확량이 고스란히 영지민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그람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난 무엇을 해야하지?"
그람은 고민에 빠졌다.

쿵쿵.둔탁한 울림이 숲가장자리에서 울려퍼졌다. 웃통을 벗어제낀 사내들이 벌목을 하고 있었다. 새벽단잠에서 채 깨지못한 산새 서넛이 놀란 가슴을 안고 후두둑 날아올랐다. 그람은 성수를 뿌렸다.
"이 모든 것은 신의 뜻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므로, 자연의 모든 피조물들은 복종하라"
그람은 이런 내용의 주문을 외우며 작업장을 맴돌았다. 그들이 베고 있는 나무는 이른바 요정의 나무라는 것으로, 인간세계와 숲의 세계의 경계선이자, 둘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신목이었다. 지금 벌목꾼들과 그람이 하고 있는 일이란 신목을 제거하고 요정들을 내쫓는 의식이었다.
왠지 고대 헬라 사제들이 행했다는 축귀의식이 떠올라 그람은 마음이 편치 못했다.무당이라도 된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꺼림찍한 기분을 뒤로 하고, 그람은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섬겨야 하는 것은 우리의 주 엘 한 분입니다. 요정을 섬기거나 그 상징물을 갖는 것은 곧 주 엘을 부정하는 것이며, 이교의 신을 섬기는 배교 행위입니다. 여러분이 정말로 신실한 엘의 자녀들이라면 조금의 두려움 없이 이 숲을 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여러분 중에서 이 숲을 개간하는 동안,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자는 거짓된 신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람의 말에 모여 있던 군중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요정에 대한 사람들의 신앙은 몹시 뿌리 깊은 것이었다. 그람은 요정을 믿지 않았다. 고대 헬라인들이 섬겼던 숱한 이교의 신들처럼 요정들도 한낱 미신에 불과했다.
'어쩌면, 트라이아사람들의 미신을 부술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
그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비록 트라이아국왕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긴 해도, 어쨌건 이것은 미신을 제거하는 일이며, 그가 섬기는 엘을 드높이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람은 좀더 강도높은 발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네 형제나 아내,혹은 생사고락을 함께 한 친구가 나아닌 다른 신을 섬기자고 하거늘, 그를 따르지도 말고 동정하지도 말고 숨겨주지도 말 것이며, 용서없이 돌로 쳐죽이되, 반드시 네가 먼저 그를 죽이고 그 다음에 뭇사람들이 죽이게 하라.’ 신명기 제 13장 6절에서 8절!"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순식간에 멈췄다. 때마침 벌목꾼들의 "넘어간다"는 고함이 울려퍼졌다. 이어서 쿵하는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람은 다시 말을 이었다.
"‘만일 너희중 어떤 잡류가 일어나서 한 마을사람들을 유혹하여 다른 신을 섬기자 하거늘, 그 가증한 일이 사실이면, 마땅히 그 마을 사람과 마을에 살아 숨쉬는 모든 것을 죽이고, 약탈한 물건은 한데 모아 불태우며, 마을의 터에 새 건물을 영원토록 세우지 못하도록 하라.’신명기 제 13장 12절에서 16절까지의 내용입니다. 성전의 내용이 이와 같은데, 이 말씀을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 당연히 그자와 그자의 가족을 죽일 것이며, 한 마을이 그렇다면 그 마을의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도 죽음을 당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의 분노입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질려가고 있다. 소리 없는 동요가 거세게 사람들의 가슴에 밀어닥치고 있었다. 그람은 이제 되었다 싶어서 아까와는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주 엘은 자애로운 분이십니다. 주님의 백성들이 죄를 뉘우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 자진해서 맹세한다면 용서해주십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순박한 얼굴의 아낙에서부터 건장한 체구의 사냥꾼까지 모두 울면서 앞으로 나와 엎드렸다. 그들은 주머니에서 호랑가시나무 가지에서부터 겨우살이며, 온갖 부적들을 하나둘씩 꺼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그람은 자애로운 얼굴로 그들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주님의 이름으로 네 죄를 사하여주노라."
그람은 사람들을 시켜 그 부적을 한데 모아 태우도록 했다. 부적은 매캐한 냄새를 피우며 검은 연기를 가늘게 피워 올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엘켄 영주가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그람은 약간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했다.
"주의 종으로서 마땅히 할 일이었습니다."
"그러시겠죠."
엘켄은 그렇게 말하고 숲에 불을 지르는 일을 시작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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