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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겁쟁이 행성

2024.03.06 23:1603.06

어느 외계인이 지구인을 관찰하고 있다. 그 외계인들은 어둡고 딱딱한 외골격을 지니고 다리 혹은 팔이 8쌍 달린 종족이었다. 그 들 중에 덩치가 가장 크고  혼자만 많은 영양을 먹으면서 몸은 드물게 움직인 것 같은, 그 유난히 큰 날개와 딱히 실용적이지 않아 보이는 뿔을 가진 외계인들의 지도자가 말했다.

“흐음…, 이 행성인들은 우리보다 덩치가 몇백 배나 큰데, 우리가 이 행성을 점령할 수 있을까?….”

 

그러자 그 며칠동안 굶은 것 같이 몸은 말라비틀어지고 생각을 많이 하는지 몸에 비해 머리가 특출 나게  큰 부관 외계인이 말했다.

“넵, 하지만 이 자들은 겁쟁이들 입니다. 이걸 보십쇼.”

 

그 대두의 부관 외계인은 자신의 8개의 팔 중 가장 위에 있는 팔을 뻗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우주선의 스크린에 녹화된 동영상 재생되었다. 거대한 우주선(외계인 기준)의 함교에 위치한 거대한  화면에는 지구인들이 거미, 벌, 지네, 바퀴벌레에게 놀라서 도망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어느 가족은, 거실에서 TV를 보던 중에 TV의 옆면을 기어오르던 검고 튼실한 바퀴벌레를 발견하자 비명을 지르며 각자의 방으로 도망갔다. 거실에는 비명을 지르며 무기를 찾는 아빠만이 남아 있었다.

 

어떤 커플은 침대에서 무언가를 하려다, 벽면에 8개의 얇은 다리를 가지고 실을 타고 내려오는 작은 거미를 발견하자 하려던 일은 내팽개치고 비명을 지르며 상대할 무기를 찾으러 온 집안을 뒤졌다.

 

또 어떤 성인남자들은 길을 가닥 웅장한 날개 소리를 내는 벌을 만나자,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던 길을 거꾸로 질주하며 되돌아갔다. 그들이 끌던 수레는 엎어진 채로 방치되었다.

 

혼자 살던 어떤 성인여성은 늦은 밤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천장에 붙어 있는, 수십 개의 다리를 가진 지네를 발견하고는 뛰쳐나간 뒤 며칠째 그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친구집에서 살고 있었다. 

 

부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보십쇼. 저들은 큰 동물들을 가축으로 삼으며 잡아먹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희처럼 작은 생물들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희의 조상들이 점령에 실패한 행성이 아닐까요?, 그때의 기억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저희와 비슷한 생물을 보면 겁을 먹는 것이죠.”

 

“그럴싸하군, 그럼 언제쯤 공격이 가능하지?”

 

“30번 밤과 낮이 바뀌면 가능합니다. 저희를 좀 더 검고, 다리를 많은 모습으로 진화시켜야 하니까요. 저 겁쟁이들은 다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게, 다리고 최대한 많이 만들고 크기도 더 작게. ”

 

“그렇죠, 그것도 진행 중입니다. 아마 다섯 세대가 지나면 다리가 100쌍 정도 되는 겁쟁이들이 차마 쳐다도 못 볼 모습으로 될 겁니다.

 

“좋아, 그 정도까지 되는데 얼마나 필요하지?, 준비가 되면 바로 공격을 시작한다.”

 

지구의 밤낮이 바뀌기를 스물세 번 반복된 후, 겁쟁이들의 행성에서 수천 곳의 서식지에서, 일제히 수만의 외계인들이 떼거지로 날아올라 지구인들을 공격했다. 그 외계인 때 들은 눈앞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공격해 나갔다. 처음엔 침략이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다. 지구인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겁쟁이의 탈을 벗기 전까지는 말이다.

 

겁쟁이들, 지구인들은 이 생명체가 자신들의 생명과 사회를 위협한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겁쟁이의 탈을 벗고 무자비한 학살자로 변했다. 학살자들은 이 생명체를 새로운 돌연변이 해충으로 정의하고 그에 대한 해결법을 찾기 시작했다.

 

먼저 현재 지구인들이 가진 무기들을 사용했다. 살충제는 새로운 돌연변이 해충들에게는 그다지 큰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그 살충제로 만든 간이 화염방사기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또한 그들은 원시적인 재래식 무기도 사용했다. 파리채, 돌돌 말아놓은 신문지, 손바닥 등등, 비효율적이지만 효과적인 물리력이었다.

 

그러는 틈에 학살자들은 새로운 살충제를 연구했다. 그러기 위해 수많은 돌연변이 해충을 사로잡아 실험하는데 희생시켰다. 해부는 물론,  팔과 다리를 자르고, 뇌를 연구하고, 체액을 채취하여 분석하고, 심지어는 실험실에서 번식을 시키고 새로 낳은 알을 똑같이 연구하고, 그저 겁쟁이들을 침략하러 온 외계인들에게는 절망과 공포만이 남았다.

 

물론 그 공포와 절망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새로 개발된 살충제가 너무나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그 살충제가 개발된 지 한 달 만에 그들은 전멸했다. 

 

그 뒤로도 인간들은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알들과 서식지를 계속해서 찾아나갔고, 주기적으로 방역작업을 했다. 그러기를 5년 뒤, 그 돌연변이 해충이 박멸되었음이 선언되었다. 인간의 사상자는 수십 명에 불과했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침략했었다는 것을 아는 지구인들은 아무도 없다. 

 

단지 인간의 역사의 어느 부분, 딱히 평범한 사람은 관심도 가지지 않는, 곤충학의 일부분에 돌연변이 곤충이 대량발생하였고, 인간에게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어 박멸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그나마 어떤 이들은 이 사건을 지구의 환경오염, 그로 인한 기후변화와 이상현상 중 하나의 사례로서 경고를 하고 있었고, 이게 알려진 전부였다.

 

Ep 01. 겁쟁이 행성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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