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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국왕의 호위병

2019.01.23 07:2501.23

 

 

새로 선발된 국왕의 호위병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젊은이는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일 년 전

하나둘씩 결혼해 가정을 꾸려 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젊은이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모아둔 재산도 내세울 만한 기술도 없었던 젊은이에게

가정을 꾸린다는 건 먼 세상 이야기와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풀이 죽어있던 어느 날

젊은이는 마을의 장터에서

국왕의 호위병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날 밤

젊은이는 좀처럼 잠이 들 수가 없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황금색 갑옷

화려한 장식과 값진 보석들이 박힌 검과 방패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마을 처녀들의 눈길

 

 

다음날

젊은이는 단숨에 성으로 달려가

국왕의 호위병으로 자원했습니다.

 

 

한 달 후

수척해진 젊은이의 얼굴에서

예전의 모습을 찾기란 힘들었습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옥 같은 훈련에

온몸의 근육은 쉴 새 없이 비명을 질렀고

사소한 움직임에도 격식과 예절을 따지느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두 달도 안돼

절반이 넘는 자원자들이 이탈했고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자원자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무척이나 치열했습니다.

 

 

젊은이는 그 모든 순간을

절벽에 매달린 심정으로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나

젊은이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마침내 국왕의 호위병 명단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입대식 날

젊은이는 구경꾼들 사이에서

마을 처녀들의 뜨거운 시선을 느꼈습니다.

 

 

입대식이 끝나자

새로 들어온 호위병들을 위한

연회가 열렸습니다.

 

 

온갖 산해진미가 끝도 없이 나왔고

넘치는 술잔은 바닥을 보일 틈도 없이

계속 채워졌습니다.

 

 

머리끝까지 술에 취한 젊은이는

숙소에 가는 길도 잃은 채

연회장 바닥에 널브러져 곯아떨어졌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온몸을 흔들어 깨우는 거친 손길에

잠에서 깬 젊은이는

자신과 동료들을 둘러싼 선임들을 발견했습니다.

 

 

각자 한 손에 시퍼런 단도를 들고

몸에 실 한 올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선임들의 모습에

젊은이는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이윽고

영문도 모르고 어리둥절해하는

신병들에게 선임들이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젊은이를 포함한 신병들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날카로운 단도로 잘랐습니다.

 

 

영혼까지 잘려나가는 듯한 끔찍한 고통에

젊은이는 돼지 같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선임들의 반질반질한 맨몸에

성기가 달리지 않은 것을…

 

 

그렇습니다 그들은 거세병들이었던 것입니다.

 

 

성 안의 귀부인들을 지키기 위해

호위병들은 모두 거세를 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의식이 흐려지는 가운데

젊은이는 시야에서 점점 흐릿해지는

행복한 한 가족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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