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 . 우린 왜 그토록 과거의 존재에 집착하는가? . , 아마 그건 그 존재 위에 쌓여야 할 현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은 아닐까? .
수영장의 물은 파란색이었고, 노랑색이었고, 초록색이었다. 발 담그고 있기 좋은 따뜻한 물이었다가 순간 얼어버리곤 하는 물이었다. 수영장 가장 가운데에는 물마개가 있었다. 수영장 가운데 위에 권총이 있었다. 수영장에 또 쏘면 수영장이 막혔고 권총은 흐느끼다 엉엉 울며 수영장에 물을 가득 채웠다.
난 단 한번도 확인해 본 적이 없었다.
핸드폰 안테나에 미끼를 달아 기다리면 핸드폰은 소리치거나 바르르 떨게 되는데 이때 핸드폰을 들어올리면 탄피물고기가 잡혀 사그러가는 기포들을 붙잡으며 안테나에 물고 절규하고 있다. 핸드폰보다 더 큰 탄피물고기였다.
난 그걸 탄피물고기라고 불렀다.
탄피물고기를 잡으려면 미끼를 아주 잘 써야 한다. 탄피물고기를 요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탄피물고기를 다 먹고 옥상 난간으로 향했다.
그 맛은 어떻게 표현해도 절묘하게 비껴나가는 그런 맛이었다.
권총은 수영장 가운데를 쏘고 수영장 물은 빠졌었다. 권총이 총을 쏘면 탄피가 밖으로 떨어져 공기방울과 함께 물 속을 헤엄쳐 다녔다.
권총은 어딜 향하는 소리도 냈었다. 나도 잘 몰랐지만.
권총에는 다리 ( )가 있었는데,
권총에는 팔 ( )가 있었는데,
권총에는 얼굴 ( )가 있었는데, 그게 어디에 달렸는지는 잘 모른다.
권총이 흐느끼다 엉엉 울 때 나는 탄피물고기 낚시를 시작했다. 권총의 총성은 컸다. 권총이 물을 채울 때에도 소리가 컸던 것 같다. 권총은 앙칼진 소리와 비명과 울음과 흐느낌으로 난간을 붙잡고 있는 날 쐈다. 총을 맞고 난간 아래로 떨어졌다.
탕
#2
수영장이 끄윽한 트림 소리를 내며 안개를 뿜어내고 안개는 주위를 집어 삼킨다. 수영장 물이 조금 더 차올랐다. 수영장이 끄어억 하며 트림 소리로 안개를 짙게 하고 안개의 눌림에 기절했다.
물은 차갑고 짜다. 물이 차오를 때 쯤 이면 울음을 참는 소리가 들린다.
마네킹 가슴의 모양을 한 권총이 나를 보고 있다. 마네킹은 수영장에서 튀어 올라왔다. 마네킹의 얼굴은 웃는 얼굴이다. 마네킹을 두고서 멀리 떠나가려 한다.
두 손에 기다랗고 예리한 유리조각을 쥐고 나의 등에 유리조각을 박았다.
그리고 한 번 더 박았다.
권총은 내가 전에 준 눈알 하나를 간직해 세 개의 눈으로 날 본다.
권총을 보니 지난 밤 생각이 나서
날 향했다고 생각했던 권총의
날 향했다고 생각했던 권총의
날 향했다고 생각했던 권총의
날 향했다고 생각했던 권총의
날 향했다고 생각했던 권총의
소리들을 되뇌며 마네킹을 쓰다듬는다.
안개를 빚어. 웃는 얼굴, 두 가슴. 여자 마네킹이다.
안개 틈새로 마네킹의 웃음이 전해진다.
안개 틈새는 안개 뿐. 그 틈새도 안개 뿐 이다.
안개는 너울너울 내 팔을 가린다.
처음부터 없는 내 팔을 안개가 보여준다.
깜빡임도 없이 끄윽한 트림소리와 함께 서서히 휩쓸려 안개에 쌓여간다.
사라져 갔다.
넘실넘실. 나무가 군데군데 심긴 울타리다.
넘실넘실. 운동장
넘실넘실. 이다
넘실넘실. 멀어지는 듯 작아지는 권총
넘실넘실. 이다
넘실넘실. ( )
이런 것 따위가 확신이던가?
사라진 발등과 팔
마네킹을 향해 달려간다.
#3
수영장 가장 깊숙한 곳에서 ( ) 소리 지르고 있다.
수영장 가장 자리에서 ( ) 낚시하고 있다.
수영장 물 속에서 ( ) 안테나를 물고 있다.
수영장 가장 깊숙한 곳에 ( ) 세 번째 눈을 향하고 있다.
( ) 웃는 얼굴로 안개 속 사라져가는 ( ) 보고 있다.
( ) ( )를 보는 ( ) 보고 있다.
( ) ( )를 보는 ( ) 가리고 있다.
( ) ( ) 사이 스멀스멀 끼어드는 ( )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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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왜 그토록 과거의 존재에 집착하는가? . , 아마 그건 그 존재 위에 쌓여야 할 현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은 아닐까? .
수영장의 물은 파란색이었고, 노랑색이었고, 초록색이었다. 발 담그고 있기 좋은 따뜻한 물이었다가 순간 얼어버리곤 하는 물이었다. 수영장 가장 가운데에는 물마개가 있었다. 수영장 가운데 위에 권총이 있었다. 수영장에 또 쏘면 수영장이 막혔고 권총은 흐느끼다 엉엉 울며 수영장에 물을 가득 채웠다.
핸드폰 안테나에 미끼를 달아 기다리면 핸드폰은 소리치거나 바르르 떨게 되는데 이때 핸드폰을 들어올리면 탄피물고기가 잡혀 사그러가는 기포들을 붙잡으며 안테나에 물고 절규하고 있다. 핸드폰보다 더 큰 탄피물고기였다.
탄피물고기를 잡으려면 미끼를 아주 잘 써야 한다. 탄피물고기를 요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탄피물고기를 다 먹고 옥상 난간으로 향했다.
권총은 수영장 가운데를 쏘고 수영장 물은 빠졌었다. 권총이 총을 쏘면 탄피가 밖으로 떨어져 공기방울과 함께 물 속을 헤엄쳐 다녔다.
권총은 어딜 향하는 소리도 냈었다. 나도 잘 몰랐지만.
권총에는 다리 ( )가 있었는데,
권총에는 팔 ( )가 있었는데,
권총에는 얼굴 ( )가 있었는데, 그게 어디에 달렸는지는 잘 모른다.
권총이 흐느끼다 엉엉 울 때 나는 탄피물고기 낚시를 시작했다. 권총의 총성은 컸다. 권총이 물을 채울 때에도 소리가 컸던 것 같다. 권총은 앙칼진 소리와 비명과 울음과 흐느낌으로 난간을 붙잡고 있는 날 쐈다. 총을 맞고 난간 아래로 떨어졌다.
#2
수영장이 끄윽한 트림 소리를 내며 안개를 뿜어내고 안개는 주위를 집어 삼킨다. 수영장 물이 조금 더 차올랐다. 수영장이 끄어억 하며 트림 소리로 안개를 짙게 하고 안개의 눌림에 기절했다.
마네킹 가슴의 모양을 한 권총이 나를 보고 있다. 마네킹은 수영장에서 튀어 올라왔다. 마네킹의 얼굴은 웃는 얼굴이다. 마네킹을 두고서 멀리 떠나가려 한다.
그리고 한 번 더 박았다.
권총은 내가 전에 준 눈알 하나를 간직해 세 개의 눈으로 날 본다.
권총을 보니 지난 밤 생각이 나서
날 향했다고 생각했던 권총의
날 향했다고 생각했던 권총의
날 향했다고 생각했던 권총의
날 향했다고 생각했던 권총의
날 향했다고 생각했던 권총의
소리들을 되뇌며 마네킹을 쓰다듬는다.
안개 틈새로 마네킹의 웃음이 전해진다.
안개 틈새는 안개 뿐. 그 틈새도 안개 뿐 이다.
안개는 너울너울 내 팔을 가린다.
처음부터 없는 내 팔을 안개가 보여준다.
사라져 갔다.
넘실넘실. 나무가 군데군데 심긴 울타리다.
넘실넘실. 운동장
넘실넘실. 이다
넘실넘실. 멀어지는 듯 작아지는 권총
넘실넘실. 이다
넘실넘실. ( )
이런 것 따위가 확신이던가?
마네킹을 향해 달려간다.
#3
수영장 가장 깊숙한 곳에서 ( ) 소리 지르고 있다.
수영장 가장 자리에서 ( ) 낚시하고 있다.
수영장 물 속에서 ( ) 안테나를 물고 있다.
수영장 가장 깊숙한 곳에 ( ) 세 번째 눈을 향하고 있다.
( ) 웃는 얼굴로 안개 속 사라져가는 ( ) 보고 있다.
( ) ( )를 보는 ( ) 보고 있다.
( ) ( )를 보는 ( ) 가리고 있다.
( ) ( ) 사이 스멀스멀 끼어드는 ( )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