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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엽편]『고양이』

2006.10.19 02:0010.19

Wirtten By K.kun
        
        
        
        
                                   『고양이』
        
        
        
        
        
        
         삐죽삐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 빌딩들의 모습에 언제부터인
         가 고양이는 메마른 대지에서 하늘을 볼 수 없었다. 그것은 고양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 구역의 터줏대감 들개, 얼마 전까지 그곳 상
         공을 활보하던 비둘기도, 쓰레기통의 안주인이었던 들쥐마저도 하
         늘을 보지 못했다.
        
         비둘기는 하늘이 비좁다며 넓은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들개
         는 낯선 사람들의 손에 이끌러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들쥐와 자신
         만 남자 고양이는 슬펐다
        
         언제나 활짝 열려있던 하늘은 더 이상 열려있지 않았다. 고양이가
         있던 그곳엔 애정 어린 손길을 가진 아침 햇빛도 보이지 않았고 무
         더운 여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만드는 부끄럼쟁이 바람도 나
         타나지 않는다.
        
         《고양이는 슬피 울었다.》
        
        
        
        
         마지막까지 함께하던 들쥐가 굶어 죽자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 하늘
         을 향해 소리쳤다. 큰 소리로 울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하늘은 보
         이지 않는다.
        
         달빛이 교묘한 웃음을 뿌린다. 고양이는 힘없이 네발을 움직여 거
         리고 나갔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거리에 위험한 물건
         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지만 지쳐버린 고양이는 사람들 사이를 무
         작정 걸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베이지 색에 연갈색 줄무늬를
         가진 고양이를 무서워하지도, 반가워하지도 않는다.
        
         고양이가 수많은 빌딩을 무심코 지나가는 것같이, 사람들도 고양이
         옆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고양이는 구슬피 울어보기도 했지
         만 아무도 고양이를 보지 않았다.
        
         《고양이는 슬피 울고 또 울부짖었다.》
        
        
        
        
         집으로 돌아온 고양이는 몸을 둥그렇게 말고 자리에 누웠다. 잠을
         자려했지만 춥고 배고픈 현실 때문인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꾹 참고 잠을 자려했다. 잠을 자면 고양이는 언
         제나 행복한 나라에 있었다.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고 친구들이 있
         고 따뜻한 보금자리가 기다리는 행복한 낙원이 그의 눈에 펼쳐졌었
         다. 하지만 그날 저녁은,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직 깊은 밤. 고양이는 사시나무 떨 듯 몸을 가볍게 흔들고 빌딩
         을 올려다본다. 캄캄한 밤의 그림자가 사방에 깔려있어 너무나도
         위험하게만 보이는 뾰족한 빌딩들. 고양이는 용기를 냈다. 배고픈
         고양이는 이제 빛을 훔치는 어둠이 두렵지 않았다. 하나의 우주와
         같이 스스로가 빛을 뿜는 고양이의 두 눈은 빌딩들의 사이를 환히
         밝혀주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달빛조차 닿지 않는 어두운 골목을, 고양이는 난간을 타고 올라갔
         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치 않았던 고양이는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실로
         오랜만에 즐거움을 느꼈다. 그런데 갑자기, 고양이가 걸음을 멈췄
         다. 고양이의 눈앞에 달빛이 놓여 있었다.
        
          그 고운 빛깔의 모습이 난간 끝에 살짝 걸려있는 것을 본 고양이
         는 깃털 같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하늘나라의
         별님과 같이 노랗고 고운 빛깔을 가진 달빛을 눈앞에 둔 고양이가
         살며시 앞발을 뻗는 그 순간, 심술을 부리는 구름이 달을 삼켰다.
        
         《고양이는 슬피 울고 울부짖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높이, 더 높이 올라가면 다시 달빛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된 고양이는 더 이상 좌절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날랜 몸놀림으로 난간을 올랐다. 고양이가 타고 올라가던
         난간은 갈수록 좁아졌지만 이상하게도 고양이는 무섭지가 않았다.
        
         가끔 부는 매서운 바람도, 고양이에겐 너무도 친근하게 느껴졌다.
        
         고양이는 즐거웠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
        
         고양이가 나비처럼 훨훨 나는 것 같은 경쾌한 걸음으로 난간을 질
         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이 구름의 짓궂은 장난을 나무라자
         다시 드러난 달은 달빛의 싸늘한 손길로 고양이의 전신을 쓰다듬었
         다. 환한 달빛이 고양이의 작은 몸 위에 한가득 쏟아진다.
        
         고양이는 이제 울지도, 울부짖지도, 괴로워하지도 않았다. 이제야
         행복을 느낀 고양이는 그 부드러운 손길을 털끝으로 감미하며 눈을
         감았다. 달빛을 머금은 진주가 고양이의 눈가에 살짝 맺힌다.
        
         고양이는 행복했다.
        
        
        
        
        
         콰앙! 유리창을 관통한 금속 물체가 고양이의 옆구리에 들어갔다.
        
         갑자기 뜨끔한 통증이 오자 고양이는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
         다. 비틀비틀 거리면서 난간을 올라가던 고양이는 결국 균형을 잃
         고 땅으로 추락했다. 달이 포근한 웃음을 보내보지만, 바람이 부드
         럽게 감싸 안았지만 고양이는 멈추지 않고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다.
        
         《추락하는 고양이의 눈에 비친 건 무엇일까.》
        



- End -
댓글 1
  • No Profile
    Chrimhilt 06.11.21 20:01 댓글 수정 삭제
    글터의 그 분이로군요. 이 바닥(?)이 좁다 보니 여기서도 뵙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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