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염치 불구하고 자게에 올렸던 걸 결국 여기까지 끌고왔습니다;; 아주 본편과 상관없다고 할 수도 없어서...(_ _)

물론 예의상 자게에 올렸던 것보단 길어졌습니다;;(몇가지 뜯어고치기도 했고...)

그럼 수능 40여일남은 고3의 망상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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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렌은 에이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인시아는 에이리가 작고 귀여운 하플링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네가 에이리의 아버지가 되어야 해, 인시아."
  엘렌이 근엄하게 말했다. 인시아는 부정하려했다. 하플링은 하플링의 아버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에이리는 우란이었기 때문이었다. 인시아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책망했다. 우란 가족에 입양된 아이는 31번째 생일에 우란이 될 수밖에 없지. 하지만 에이리는 13살이 아닌가. 그럼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인시아는 그 자리를 떠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엘프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31번째 생일을 맞은 13살 짜리 우란인 에이리가 말했다.
  "안 돼 인시아. 문을 열면 안 돼. 그럼 태바다가 올 거야."
  이미 늦었다. 인시아가 문을 열기도 전에 태바다는 이미 와 있었다. 그는 아마루를 거꾸로 들고 있었다.
  "아마루는 키가 더 커지고 싶다는 군."
  점잖은 태바다가 반말로 지껄였다.
  "그래, 난 인간보다 더 커질거야."
  인간 아마루가 말했다. 하지만 얼굴에 수염이 나기 시작한 걸 보니 아무래도 드워프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아마루는 환호성을 질렀다. 인시아는 그냥 문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문을 열었다. 남부였다. 밀림. 그녀는 코웃음 쳤다. 그리고는 남부를 북부로 바꾸는 나무를 찾아 밖으로 떠났다. 그녀는 잘 정돈된 오솔길을 따라 종종종 내려갔다. 모퉁이 3개를 돌자 거대한 줄무늬 고양이가 나타나 쌀과자를 요구했다. 인시아는 쌀과자는 고양이에게 주기엔 너무 싼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때 맞춰 롬이 나타났기에 그녀는 롬에게 손뼉을 쳐주고 쌀과자를 얻어 고양이에게 내밀었다. 고양이는 쌀과자를 타고 달나라로 떠나버렸다. 계속 걷던 그녀의 눈앞에 탑이 나타났다. 칙칙한 벽돌로 쌓아서 뾰족한 지붕을 올린 전형적인 탑이었다. 탑을 바라보는 순간 그녀는 탑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마법사를 보았다. 뾰족한 모자, 길다란 수염, 늙은 얼굴, 그리고 벽마다 늘어서 있는 책들과 내용물이 수상쩍은 병. 그녀는 마법사를 적대했다. 이런 마법사 같으니! 그러자 마법사가 즐거워하며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넌 하플링이 어울리는 군."
  물론이다. 하플링에게 하플링이 어울리지 않으면 세상 그 누구가 하플링이 어울리겠는가.
  "그래, 넌 하플링이 어울려…. 저 친구가 인간인 게 어울리듯 말이야."
  인시아는 '저 친구'가 아마루라고 생각했다.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아마루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도 없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아마루가 이 탑 안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 탑 안에 있다. 저기 쓰러져 있다. 무기력하게,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하….
  "하플링 어떻게 생각하냐, 응?"
  마법사는 여전히 그녀를 집어든 채 바라보며 마치 손녀를 바라보는 노인처럼, 혹은 장난감을 손에 넣은 소년처럼 미소를 지었다. 인시아는 그저 멍하니 마법사, 아니 늙은 지천자(知天者)를 바라보았다.



  인시아는 눈을 떴다. 열린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새 소리가 들려왔다. 침실에 떠도는 먼지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걸 멍하니 바라보던 인시아는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녀는 꽃과 과일이 그려진(아마루가 선물한 것이었다)잠옷을 벗고 평상시 입던 긴 팔 옷으로 갈아입었다. 하품을 하며 부엌으로 향한 그녀는 급수기를 몇 번 작동시켜 물을 받아 세수를 하였다. 작은 여인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려다 수건을 어제 빨고 안 갖다놨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투덜거리며 옷자락으로 얼굴을 닦았다. 빵도 떨어졌다는 것을 기억해낸 그녀는 사과 한 개를 선반에서 꺼내 집어들었다. 하플링은 대충 닦은 사과를 베어 물며 집밖으로 나섰다. 외딴 곳이라고 해도 워낙 작은 도시라 빵집가지 가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 갓 구운 빵 냄새로 가득한 향기로운 곳에서 에이리와 엘렌을 만났다. 에이리는 어젯밤 하플링이 되는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인시아는 다정한 목소리로 정말 재밌었겠다며 말하며 활짝 웃었다. 에이리도 그녀를 보며 에헤헤 하고 웃었다. 에이리가 빵을 계산하기 위해 빵집 주인 쪽으로 가자, 엘렌은 얼굴을 찌푸리며 어젯밤 너무 무서운 꿈을 꿨다고,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친다고 소곤거렸다. 인시아는 짓궂은 목소리로(분명히 그는 잘못한 게 없는 데도)그를 놀려대었다. 아직도 꿈 따윌 꾸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은 꿈같은 건 꾸지 않고 잘 잔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밤이었다. 오랜만에 아마루가 연락을 했다.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걱정이 되었단다, 내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사람아. 인시아는 네가 무슨 내 할머니라도 되냐고 쏘아붙인 다음, 오늘 왜 이렇게 다들 꿈 타령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녀는 아마루한테 자신은 아주 잘 있으며 그런 개꿈 따윈 안 꾸니까 네 일 관리나 철저히 하라고 말했다. 아마루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고블린들의 최신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세상 모든 사람은 매일 밤은 아니어도 어쨌든 꿈을 꾸며, 단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뿐이란다. 인시아는 너같이 꿈 따위에 신경 쓰는 놈이 아니라면 무슨 상관이 있겠냐고 말했다. 아마루가 그럼 밤이 깊었으니 꿈나라 여행 잘하라고 인사를 하자, 그녀는 악몽이나 한 번 더 꾸라고 대꾸했다. 접속을 끊고 나서, 그녀는 투덜거리며 침대에 누웠다. 오늘 꿈 얘길 하도 많이 들었으니, 오늘밤은 꿈을 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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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셨길...(_ _)
미소짓는독사
댓글 2
  • No Profile
    SYF 06.10.02 06:19 댓글 수정 삭제
    독사님의 문학도 시리즈는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이제 40여일인가요, 힘내시길.

    ....저도 사흘째 철야하고 있는 중이라 남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안습)
  • No Profile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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