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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날지 않는 새

2003.09.05 15:0009.05

날지 않는 새가 있었습니다. 그 새에겐 작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이름은 '꿈이 열리는 나무' 라고 했습니다.  꿈이 열리
는 나무는 날지 않는 새에게 물었지요.

"넌 왜 날지 않니?"

그러면 날지 않는 새는 되묻곤 했습니다.

"너에겐 왜 꿈이 열리니?"

날지 않는 새는 '내가 날지 않는 건 네가 꿈을 열매맺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거야.' 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날지 않는 새의 바램대로 꿈이 열리는 나무는 더 이상 묻지 않
았습니다.

  어느 날 '춥지 않은 겨울'이 다가와 이 둘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너희들과 같이 있어도 괜찮겠니? 나는 외로워서 누군가
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날지 않는 새와 꿈이 열리는 나무는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춥지 않은 겨울도 그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춥지 않은
겨울은 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것 같아서 외로울 때가 있어. 아무도
날 원하지 않는 것 같아서 슬플 떄가 있어. 하지만 그래도 난 항상
어딘가에 있을 수 밖에 없어. 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항상 날 슬프게 해."

  그러면서 눈물을 흘릴 때면 그들 주위로 무언가가 내리곤 했습니
다. 그것은 처음엔 눈과 같았다가 땅에 닿을 때면 비가 되어 있곤 했
습니다. 꿈을 꾸는 나무는 말했습니다.

"너의 슬픔이 나를 자라게 해서 미안해. 너의 슬픔이 나를 키워서
미안해. 너의 슬픔이 내 속에 꿈을 자라게 하고 그 꿈이 열매가 될
때 나는 네게 고마워 하게 될거야. 하지만 아무도 알 수 없어. 왜
네 슬픔이 나를 자라게 하는지. 그리고 왜 내 열매는 꿈인 것인지."

그리고 날지 않는 새는 꿈을 꾸는 나무의 말이 끝나고 나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저 멀리 하늘을 쳐다 보았습니다. 그의 눈엔 떠가는
구름이 보였고 날아가는 새들이 보였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나에겐 날개가 있지만 나는 날지 않아. 나에겐 더 이상 나를 속박하
는 운명이 없고 나는 나의 선택대로 살 수 있었어. 하지만 가끔 나는
생각하곤 해. 내가 정말 선택한 것이 맞는지. 어쩌면 나는 날지 않기를
선택하도록 운명지워진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나는 어쩌면 지금 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나는 항상 불안해. 내게 주어진 선택의 자
유가 두려워 미칠 것 같아."

   날지 않는 새는 날개를 펼쳐 두어번 날개짓 했습니다. 그리고 힘껏
발을 딛으며 하늘을 향해 날아 올랐습니다. 그리고 까만 점과 같이 작
아졌을 때쯤 날기를 멈추고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꿈이 열리
는 나무와 춥지 않은 겨울은 그런 날지 않는 새를 그저 물끄러미 지
켜보았습니다.

날지 않는 새의 몸은 땅 위에 패대기쳐져 몇 번을 튕기다가 멈추었
습니다. 날지 않는 새의 몸은 썩어서 흙으로 변해갔고 그 흙은 꿈이
열리는 나무의 양분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꿈이 열리는 나무에선 꿈이 열리고 춥지 않은 겨울은 그 곁
에 함께 있습니다. 그들은 죽은 친구를 추억하며 또 다른 친구가 찾
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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