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2007.04.15 22:2704.15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2007년 4월 14일

사람들 가운데는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들이 있다. 이 녀석은 살아 있기는 한건가? 할 정도의 숨소리를 내뱉으며 금붕어같은 입을 옹알옹알 거리는 녀석들. 나는 기분이 내키면 그들에게 먹이를 주는 식이고 기분이 나쁘면 돌이라도 집어던지는 것이다. 항상 그런식이였다. 내가 다니고 있는 이 계남 고교에서도 그런 머리가 빈 녀석들은 널리고 널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어찌 신기하게도 그들에게도 살 구멍을 만들어 주셨으니 정말로 이 세상은 잘 꾸며진 일류 조직 세계인것같다. 한마디로 생각없는 쓰레기들도 다 쓸데가 있는 것이다. 그런 녀석들도 없으면 누가 딱가리같은 더러운 짓까지 할수 있을 것인가.
옛 말에 그것을 증명하는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조직세계. 이 것을 학교란 곳에서 제일 먼저 가르친다는 것을 평생 눈치채지 못하고 금붕어처럼 사는 녀석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아직도 무슨 만화책에서라던지 영화를 보면서 독불장군을 꿈꾸는 어리석음만 쌓아가는 녀석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어, 이루야. 오늘 k파이트에 3학년 형들도 온대 ”
“아, 오늘은 놀러가봐야 겠구만.”

어리석음은 또 다른 어리석음을 부르는 법. 나 또한 조직내에서 하나의 주춧돌로 존재하려면 어느정도 어리석음의 교양을 쌓아두지 않으면 안된다. 프라이드, k-1이 한창 유행한다는 지금 선배형들의 딴지로 우리 학교에서는 머리가 빈 금붕어들을 모아다가 일종의 대전 게임을 한번 내 아이디어로 만들어 보았다. 점점 더 형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이 게임은 금붕어들끼리 일부러 싸움을 붙이고 그들에게 서열을 부여함으로서 나름대로의 긴장감을 넣어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전 상대를 금붕어들 사이에서 투망으로 건지듯 골르면 되는 것이고 3학년 형들의 입김으로 대전 상대를 물색할수도 있는 조그마한 엔테테이먼트 성격의 게임이였다. 처음엔 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문제가 생기는 듯했지만 인간의 군중심리라는 것은 그 싸움을 하는 녀석들도 보는 녀석들도 하나가 되버린다는 이용하기 쉬운 것이였다..

“오늘은 2학년2반 똘아이랑 1학년 센님이랑 붙나보네?”
“3학년 형들이 예쁘게 보고 있다지 아마 1학년 샌님.”
“머 쓸만한 녀석이라면 한번 데려와 봐. 어떤 녀석인가 궁금한데?”

학교 뒷산 공터.
바로 K 파이트가 이뤄지고 있는 우리 조직의 홈그라운드이다. 이미 3학년 형들끼리 주선한 녀석들이 주먹다짐을 하고 있는지 뒷산을 돌아가던 나와 내 똘마니들에게도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정태야 , 슬슬 우리 손을 뺄때가 온것같지 않냐?”
“아 K 파이트요? 지금 이루형 대신 대식이 형이 더 열성적으로 하고 있으니깐 손 때셔도
될 꺼예요. 벌써 정리하실 생각이시죠? 그...선생들.. 귀에 들어가고 있는 소문..“
“아, 그래. 3학년 형들은 알아서 처신할테지만 우리들은 도중에서 덤탱이 씌워지는 처지라 몸 사리는 것도 배워둬야 한다고.”
“큭큭 그래도 가끔씩 이루형은 소심해지신다니깐요.”
“선견지명, 선견지명이다 이눔아”

김정태. 내 오른팔이기도 한 이 녀석은 겉멋만 들어가는 다른 후배들과 달리 꽤나 머리 회전이 빠른 녀석이다. 그래서 내 밑으로 들어온것이기도하고 호랑이는 호랑이를 불러들인다는 것인가? 아무튼 내 심중을 잘 이해하는 녀석이다. 이미 나와 정태는 학교를 졸업하고 같이 술집을 차려 볼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 3학년 형들을 통해 알아둔 시내 마스터(유흥가    형님들을 이렇게 부르곤 한다.)들과 기도 마스터님들(나이트 클럽의 웨이터중에 최고 선임자)들과도 어느정도 친분관계를 쌓아가고 방학때마다 일거리도 도와드리고 있으니 이제 괜찮은 사채 마스터만 알아 낸다면 돈을 최대한 끌어댕기고 그 때까지 힘써서 적어둔 내 연락처들을 풀어서 괜찮은 마님들을 통해 누나들을 고용한다면 서둘러 작은 술집부터 시작한다고 쳐도 나만의 영역은 보존할수 있다는 것이 내 계획인것이다.
돈은 돈을 부르고 사람은 사람을 부른다. 이 내 머리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커다란 조직이 하는 말에 먼저 귀귀울인 자의 여유라는 놈이다.

“어이 저 녀석.”

정태와 몇몇 뒤에서 수군거리는 똘마니들과 공터에 다다르니 눈앞에 보이는 거므스름한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눈에는 깊은 무게가 드리워진 그의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음에도 나는 그 녀석의 눈에 흠짓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 녀석의 동작도 하나 하나 매끈하여 눈앞에 있는 덩치녀석을 느긋이 요리하듯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맞음에도 통증을 못느낀다는 듯이 자신은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라 오락실에서 보는 진정 대전 캐릭터가 된듯한 느낌을 느끼게 해 흠찟 놀라게 하는 것이였다.

“머야 저 녀석?”
“아 저 녀석이 샌님이라고 불르는 1학년이예요.”

나는 싸움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 녀석은 내 눈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순수한 호기심. 오래동안 잠들었던 내 근육들이 깨어나는 듯 짜릿함. 신기한 녀석이였다. 저런 눈빛을 가진 녀석이 누군지 점점 더 궁금해져 갔다.

털썩
덩치녀석이 드디어 쓰러졌다. 3학년 형들도 숨죽이고 지켜보다 덩치가 쓰러지자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먼저 그 샌님이라 불르는 녀석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다독이는 것이였다.
그 제서야 순수하게 미소짓는 샌님.
나는 또 다시 흠짓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저런 미소를 질 수 있다는 건가? 사람들 사이에서 구경거리가 된 주제에 아무말도 못하고 옹알거리는 다른 금붕어들과는 달리 어째서 저녀석은 이런 지저분한 자리에서 저런 미소를 지을수있는 건가? 나는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들어가 힘껏 저녀석의 등짝을 후려 갈기고 싶은 마음이 턱끝까지 차올라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한걸음 한걸음 그 녀석의 뒷통수를 향해 다가갔다.
내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단숨에 내 주특기인 하이킥이 들어갈 것만 같은 발치에 서 3학년 선배들 사이에서 아무말없이 미소짓고 있는 샌님녀석의 뒷 언저리에서 나는 내 발을 힘껏 내질렀다.
퍼억!!!
“아 미안해, 너무 힘이 들어갔네? 얼마나 강한 놈인지 보고 싶었거든 하;”
어색한 변명과 함께 둔탁한 소리는 분위기는 돌이킬수 없다는 듯 가라앉아 버렸다.
이미 차가운 쇠스푼을 이빨로 물어 뜯을 때와 같은 오한이 3학년 형들의 표정을 일그러지게 시작했다. 흥이 깨져버렸다는 듯이. 내가 자신을 주체 못하고 크게 실수해버린 걸까?
“이루, 뭐하는 거야. 정신 나갔냐?”
“아니예요. 형. 이 녀석 강하다길래, 저도 모르게 그만.”
“함부로 까불지마 형들 사이에서 이게 멋대로 족질은. 주환아 괜찮냐? ”
주환?? 그 샌님이라 불르는 녀석의 이름인가 보다.
“아, 괜찮아요”
주환이라 불리는 그 녀석은 다시 몸을 일으켜 고개를 돌리며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별 다를거없는 검은 눈동자. 누루스름한 피부, 이목구비가 뚜렷하지만 어딘가 피곤해보이는 인상이였다. 평범한 인상. 너무나도 평범해서 말을 건네기가 어색해지는 그런 느낌.
“....”
“....”
아무 말없이 나를 지켜보는 그 녀석의 눈에는 나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고 잇다는 듯이 나는 싸움하러 온 로봇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였다. 왠지 다시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것이 있어 주먹에 힘이 들어갔지만 3학년 형들의 눈치가 심상치 않아 나는 속으로 삵히며 주먹을 풀수밖에 없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왜 이리 몸에 힘이 들어가지? 왜 이렇게 저 녀석을 때려주고 싶을까 ]
그냥 적당히 가져다가 놀고 버리자. 금붕어들은 다 그렇다. 소모성 배터리를 갈아치우듯이 나와 스쳐간 여자들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금붕어 사이에서 저 녀석은 자신은 홀로 충전식 배터리라는 것을 광고라고 하고 싶은 것일까? 뼈 속까지 재탕 할때까지 지저분한 이 공간에서 숨쉬고 싶은 것일까? 그 녀석 발치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쓸데없는 내 감정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왜 일까??

아마도 나는 그 눈빛이 맘에 안들었던거 같다.

다른 금붕어들과는 다른 먼 곳을 보는 듯한, 왠지 슬픔에 가득차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깊은 슬픔의 우물이 눈망울에 잠겨있고 그럼에도 덤빌 테면 덤벼보라는 도발적인 눈빛, 그 양면적인 투명한 거울이 내 눈에 비쳐져 나도 모르게 화가 났던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냥 그저 화가 났을 뿐인 것이다. 진짜 아무 생각없이 말이다.


------------------------------------------------------------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저만의 분위기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ㅋ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380 단편 벚꽃 질 즈음2 세뇰 2007.04.17 0
379 단편 원하는 자 땅콩샌드 2007.04.16 0
단편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라반디스 2007.04.15 0
377 단편 1025442 moodern 2007.04.15 0
376 단편 이별 라반디스 2007.03.26 0
375 단편 에반게리온의 죽음1 이름 2007.03.19 0
374 단편 기차 여행1 M.Mori 2007.03.19 0
373 단편 폐인1 이니 군 2007.03.18 0
372 단편 [미니픽션] 카페 Adios 현서 2007.03.16 0
371 단편 앙팡테리블 나길글길 2007.03.07 0
370 단편 응가 드림 하나씨 2007.02.28 0
369 단편 [외계인] 부름 하나씨 2007.02.28 0
368 단편 [외계인] 블랙아몬드 roland 2007.02.28 0
367 단편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 라반디스 2007.02.22 0
366 단편 옆집 남자2 異衆燐 2007.02.19 0
365 단편 기억 - 남은 기억 용량 없음 화룡 2007.02.07 0
364 단편 알퐁스 필리에 씨의 죽음 M.Mori 2007.02.05 0
363 단편 [외계인] 어떻게 처리해야 잘 처리했다고 소문이 날까.1 異衆燐 2007.02.01 0
362 단편 치유되지 않는 상처 라반디스 2007.01.31 0
361 단편 자유의 날개짓(하)2 화룡 2007.01.17 0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 11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