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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

2007.02.22 03:2202.22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테마의 단편입니다.



달 대륙 헤이니아 영웅전.
영웅전을 보면 달력 582년 영웅 데인 브로키아경의 영웅담이 나온다. 데인 브로키아경은 대륙 최강의 병기 중 하나인 가 엘프의 축복을 받은 창 가 란드를 들고 대륙의 최강자라고 불리었으며 그의 영웅담 또한 다양하다. 그의 마지막 영웅담에는 영웅 데인 브로키아경이 악마에게 혼을 빼앗겨 무자비한 살생을 벌이던 루인이라는 자를 성창 가 란드로 정화시켰다는 기록이 남아있는데 그 후 데인 브로키아경은 자신의 병기인 가 란드를 후세를 위해 봉인하고 자신 또한 종적을 감추어 그 연유가 흥미롭지 아니할 수 없다.



나는 루인. 한 때 신을 받들었던 자로 성전사라는 호칭으로 불리었을 무렵 로키니아 신전에서 계시를 받고 내 모든 것을 신에게 바쳤었다. 그 때 내 귀를 사로잡는 문구가 하나 있었다.
[신은 인간을 빚으시고 영혼을 불어넣으셨다.
우리들은 신의 피조물. 신께서는 태어나는 생명에게 친히 그 명분을 정의 내려 주셨다하시고. 이 몸 하나도 나의 것이 아니므로 신의 뜻에 따라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여야한다. ]

나에게는 나와 다른 인간들을 대할때 역시 신은 배신은 안하지만 인간들은 배신을 한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살아갔었다. 그런 나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나는 어떤 어려운 임무라도 해낼수 있었고 내 빛나는 명예도 지켜나갈수 있었다.
하지만 내 사랑스런 아내와 자식들을 신의 손으로 지우고나서 난 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믿음이였던가라는 자신에 대한 의문점이 내 가슴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내 자신만의 이기적인 믿음에 모든 악행이 빚어지고 불행해져 가고있었음을, 이교도였던 내 아내가 하고자했던 말은 그것이였을까?
신의 그릇 속에서 내 나약한 자신을 숨겨둔채 자신의 이기심만 채우기 급급했던 건 아니였던가.. 신의 은총이라는 빌미로 내 모든 행동을 정당화했던 것인가..
나에게 있어 신이란 존재는 자기합리화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신의 그릇으로부터 벗어나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나에 대한 그런 신의 정의 내림를 묵살하기 위해 나는 새로히 얻은 힘과 함께 피의 행보는 떠나기로 했다. 자신의 믿음이 더렵혀졌다..라고 생각하게 된 자신을 더 이상 가만히 놔둘수가 없었다. 이 점점 더 쌓아져만 가는 자신에 대한 불신을 불사르기 위해 나는 오늘도 피를 찾아다니었다.
하아 하아 하아
이미 내 머리 끝까지 치켜져 올라간 분노의 화살표는 내 잠들어버린 이성마져도 삼키어버려
더 이상의 내 존재는 이미 이곳에 없는 것 같았다.
내 짤막한 이성의 파편은 오른 손에 들린 마검 헬시오르가 이미 내 오른팔과 융화한 것과 같은 짙은 착각에 빠져 들게 하였다.
하아 하아 하아
또 얼마만큼의 피를 이 마검에 적시었던가.
내 온몸을 불살라 걸어 온지 어느덧 2년. 이제 나는 또 무엇마져도 불태워 내 존재의 대한 불신을 얼만큼 더 잠재워 버려야 하는가.
누구를 베어야하는가. 누구의 피를 마셔야하는가.
나는 끝없이 자문자답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끝없이 나 자신을 마검 헬시오르 속에 밀어넣고 있었다. 자신을 잃은 반쪽짜리의 울부짖음이였다.


달 대륙 하이니아 평원.
“웁컥!!!”
내 몸속에서 뛰쳐나온 검붉은 내 덩어리는 이 육신의 리미트를 알리는 듯하다.
튀어나온 피덩이가 시아에 들어오자 내 몸은 이 전과는 다른 또 다른 자극에 더욱 더 흥분하기 시작한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쾌감이 나의 잠시동안 매말랐던 분노를 적시어준다.
내 눈 앞의 있는 적은 너무나도 강했다.
.
.
.

[ 예전에 너라면 분명 저자와도 호각을 겨룰 수야 있었겠지만...아무래도 네 앞에 있던 저 녀석은 지금의 너로서는 도저히 당해내지 못할것같구나 ]
환상인가?
내 상처입은 어깨 뒤편에는 나와 계약을 맺었던 마족 레베스가 우두커니 서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 괜찮아, 괜찮아, 너 정도면 충분히 잘 타올랐다고 할 수 있지. 키득 마지막까지 잘 해보라구, 발버둥치는 자여. ]
“큭큭 웃기지마”
그의 한마디에 내 뚫린 가슴이 더욱 더 시려온다.
내 전방에 서있는 하얀 갑옷의 중년의 기사는 백마를 탄 채 단호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공격을 내질렀던  기나긴 우윳빛 창을 높이 내어들고 있는 그에게서 전해져오는 기운은 마치 석양과도 같은 뜨거움이였다.
[한 번만 더 그 공격을 맞게 된다면 산산조각이 나버릴거야..]
[한 번만 더 그 공격을 맞게 된다면 산산조각이 나버릴거야..]
“조용히 해!!”
그의 또 다른 한마디에 내 뚫린 가슴은 더욱 더 시려온다.
아직도 중년의 기사에게 일격을 당했던 치유되지 않는 왼쪽 어깨가 욱신거린다.
고통에 취해 들어가기도 잠시 중년의 기사가 안장을 박차고 다시 재차 창을 길게 내지른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말과 하나가 된 기사의 분신에 나는 그의 공격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허수아비마냥 눈만 뜨고선 그의 공격에 유린당하고 말았다.. 파르르르 떨리는 내 어깨에 감각이 사라짐을 눈치 챌 수있었다.
주저 앉은 채로 눈을 돌려보니 내 왼쪽 팔은 이미 그 자취를 잃고 흉물스럽게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숨이 가빠져 오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또 다른 감정이 나를 오염시켜간다.
무참히 떨어져나간 내 분신은 내 다음 모습을 상상하게끔해 주었다. 내 몸에 흐르던 투지에 구멍난 내 팔둑 사이로 점점 공포가 비집고 들어왔고 자신을 끝과 죽음으로부터 해방시켜주었던 내 마검의 울부짓음은 조금씩 사그러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좀 쉬는 편이?]]
움찔!!??
[내가 죽더라도 이 마검은 주인을 바꿀 수있다 이건가.. 큭큭 정말 지금 내 처지가 맘에 드는군...]

이빨이 덜그덕 거리며 내 육신에 경종과 함께 두려움이라는 옷을 한꺼풀 더 뒤집어 씌워가고 있었다.  
아무말 없이 창을 다잡으며 다시 나를 내려보는 기사의 눈빛을 보니 그에게 있어 나는 이미
사라져야 할 존재로 낙인이 찍혀있는 모양이다.
그것도 그러할 것이 무참히 피를 찾아 다니었던 나의 행보에 마침표를 찍어주려는 그것이 되려 하는 것일까?
하지만 저런 자 따위가 나를 정의내리게 할 가치따위는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했다.
[...!!]
파팍!! 재차 백마의 둔탁한 발굽 소리와 함께 한 발치에 내 범주안으로 그의 분신이 튀어 들어왔다.
기사가 두르고 있는 분신의 다음 궤적이 내 목을 노리고 들어올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푸욱 기사의 우윳빛 창이 하이얀 궤적이 내 눈앞에 드리움과 동시에 나의 몸이 부웅 뜨는 것을 느낀다.
또각 또각
백마의 말굽소리가 잦아들면서 나는 드디어 중년기사와 얼굴을 맞대며 바라볼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그의 하이얀 창이 내 배를 꿰뚫어 나는 공중에 뜬채 그저 덧없이 사그러가는 등불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긴 햇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아무 말 없이 나를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는 중년 기사의 한결같은 표정에 나는 더욱 더 이빨을 깨물고 내 마지막 분노를 그 자의 안면에  선사하며 나는 이 생과의 덧없는 영원한 작별을 고하였다.
.
.
.
.
.



“으오오오!!!!!!”
루인의 뜨거운 검은 피를 뒤집어 쓴 중년 기사는 창을 집어 던지고 괴로워하다 검붉게 달아오른 자신의 얼굴을 보고 분노하여 루인의 시신을 짖밟은 뒤 창을 버리고 자신을 씻을 그것을 찾아 끝없이 헤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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