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둑 이야기

2007.07.12 02:5707.12

  한 지방에 우기마다 수해가 지는 하천이 있었다. 어느 해, 새로 부임한 태수가 수마를 막기 위해 인부를 동원해 둑을 짓기 시작하여 2년만에 완공하였다. 둑은 하류 전체에 걸쳐 있었고 그 견고함이 대단하여 모두들 태수를 칭송했다. 태수의 공적은 황제에게까지 흘러 들어갔다. 황제는 친히 태수에게 금과 토지를 하사하고 일체 간섭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한 노인이 둑을 보러 왔다. 노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지도 쉬지도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둑 위를 돌아다녔다. 지켜보던 둑지기가 걱정이 되어 내려와 물었다.

  "노인장께서는 무슨 이유로 이리 걷기만 하십니까?"

  "내 딸이 근처에 있는데, 도무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구려."

  "여인이라면 몇달간 통 보지 못했습니다. 따님이 뉘신지요?"

  "장하(張河)라고 하오. 지금은 여기 태수의 부인이라오."

  태수의 부인은 둑을 지을 즈음에 죽었으므로 둑지기는 노인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때 노인이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바닥에 주저앉아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 기세가 대단하여 둑지기는 감히 손을 댈 생각도 못했다. 한참을 파 내려가자 둘둘 말린 뱀처럼 보이는 어른 팔뚝만한 나무조각상이 나타났다. 노인은 조각상에서 흙을 털어내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더니 잠시 후 낯빛을 환히 밝히고 둑 위로 뛰어 올라가 그것을 강에 던졌다.

  한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다가 물이 부글부글 끓고, 곧 새카맣고 커다란 용(龍)이 물에서 튀어 나와 하늘로 날아 올랐다. 용은 잠시 둑 주위를 멤돌다가 구름을 타고 남쪽으로 날아갔다.

  둑지기는 너무 놀라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노인은 용이 날아간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방향에 누가 살고 있소?"

  "태수님의 저택이 있소만‥‥‥."

  노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나마 딸이 무사하니 마음이 놓이는구려. 사위 장례식이 있을테니 난 이만 가 보겠소이다."

  둑지기가 돌아보니, 노인은 온데간데 없고 새카만 비늘만 하나 떨어져 있었다.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420 단편 오규수悟窺樹 화룡 2007.08.30 0
419 단편 벌(罰) 크라비어 2007.08.29 0
418 단편 잠수함 7호 카오로이 2007.08.21 0
417 단편 필립1 湛燐 2007.07.28 0
416 단편 우주종말동아리3 노유 2007.07.27 0
415 단편 푸른 고양이와 늑대소녀3 hybris 2007.07.15 0
단편 둑 이야기 singularity 2007.07.12 0
413 단편 그녀가 개가 되었다 하늬비 2007.06.28 0
412 단편 그레이브 키퍼(본문 삭제) Inkholic 2007.06.23 0
411 단편 무덤지기 singularity 2007.06.21 0
410 단편 눅눅하다1 황당무계 2007.06.19 0
409 단편 마녀의 조건(본문 삭제) Inkholic 2007.06.18 0
408 단편 하늘의 노란 눈 singularity 2007.06.15 0
407 단편 2 황당무계 2007.06.12 0
406 단편 건너편 황당무계 2007.06.02 0
405 단편 싸우는 남자 湛燐 2007.06.02 0
404 단편 곱다2 황당무계 2007.05.28 0
403 단편 냉장고 노유 2007.05.23 0
402 단편 외계인 앤솔러지(가제) 수록작 공지 5월 20일입니다. mirror 2007.04.28 0
401 단편 외계인 앤솔러지 공모 마감되었습니다. mirror 2007.04.28 0
Prev 1 ...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 11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