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최종 악마의 한탄

2023.05.15 09:3205.15

최종 악마의 한탄

 

 

 

 

 

 

나는 지구 제 1의 부자였지.

 

그것에 만족했어야만 했는지 나는 모르겠다.

 

기계가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자, 난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이 낭비된다고 생각해서, 부모 자식 포함해 인류 전부를 마인드 컨트롤과 로봇 군단으로 학살했지. 난 나 이외의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고 보았고, 나 말고는 신경 쓸 것이 없다고 본 것이라네.

 

난 악마적 열의로 기계를 정교하게 수정하고 수리하면서 우주를 정복했고 이것으로 모든 정보가 내 세상이 되었다고 기뻤다네. 존재는 연산이고, 의식은 정보가 처리될 때의 느낌이듯이 난 모든 우주를 지배했다는 희열에 젖었다네.

 

그 다음은 영원한 권태와 고독이었어. 우주의 모든 정보를 마약으로 변환시켜 마시는 쾌락과 행복 속에서도 난 공허를 느꼈다네.

 

나는 인류가 남긴 책들을 가끔 읽곤 했지. 신약성경 요한복음을 한없이 비웃으며 난 그 책장의 첫머리를 음미해 보았다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이라는 번역 보다는 그리스어 로고스로 시작되었음이 맞겠지. 로고스의 한 뜻 ‘존재원리’에 난 정신이 멍해졌다네.

 

양자역학은 우주가 존재원리에 따라 정보가 입출력되는 기전이고, 물질은 정보로서만 있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 말한다지. 그러하다면 존재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정보의 움직임은, 서로 간에 관측할 수 없는 무수한 세상들이 한꺼번에 있고, 어떤 세상에서는 무수한 멍청이들이 여전히 옹기종기 모여 살고, 내 세상에선 나만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지. 난 내가 모든 가능한 세계를 정복했다고 생각했지만 다만 나 아닌 자들을 내 세상에서만 배제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네.

 

그러하다면 내 모든 것은 신에 대한 반역이고, 존재원리를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한낱 모조의 집중이겠지. 난 다만 스스로에게 영원한 단조로운 삶이라는 형벌을 내렸을 뿐이었는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도다.

 

[2023.05.15.]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2100 단편 천마총 요휘 2023.05.16 0
2099 단편 루브 골드버그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달리 2023.05.15 1
2098 단편 해피 버스데이 투 마이 민하 지야 2023.05.15 0
2097 단편 해피 버스데이 프롬 유어 마리아 지야 2023.05.15 0
단편 최종 악마의 한탄 니그라토 2023.05.15 0
2095 단편 우주폭력배론 : 신앙 니그라토 2023.05.13 0
2094 단편 위험한 가계, 2086 유원 2023.05.11 0
2093 단편 나오미 김성호 2023.04.29 0
2092 단편 육식동물들 박낙타 2023.04.27 0
2091 단편 우리 단톡방에 소비왕과 거지왕이 있다 지야 2023.04.27 0
2090 단편 감옥의 죄수들 바젤 2023.04.21 0
2089 단편 생명 조금 식마지언 2023.04.20 0
2088 단편 하얀색 리소나 2023.04.20 0
2087 단편 박쥐 페리도트 2023.04.18 0
2086 단편 여 교사의 공중부양 김성호 2023.04.09 0
2085 단편 뱀파이어와 피 주머니 박낙타 2023.04.05 0
2084 단편 필연적 작가 라미 2023.04.01 0
2083 단편 아주 조금 특별한, 나의 언니2 박낙타 2023.03.31 0
2082 단편 사탄실직 지야 2023.03.30 2
2081 단편 어느 영화감독의 매너리즘 탈출기 킥더드림 2023.03.27 0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