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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감옥의 죄수들

2023.04.21 01:5504.21

일자리를 찾던 젊은이는

감옥에서 보초를 서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젊은이보다 한참이나 먼저 들어온 선임은

보초라고 하기에는 너무 늙고 지쳐 보였지만

친절하게 감옥의 규율과 주의사항들을

젊은이에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죄수들…

감옥의 죄수들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웠습니다.

 

젊은이는 어둠속에서 번뜩이는 죄수들의 눈에서

참을 수 없는 피의 갈망을 보았고

포식자를 연상시키는 그 눈빛에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하지만 선임은 그들이 마치 귀여운 아기라도 된 양

온정 어린 눈길과 함께 죄수들을 어르고 달래 주었습니다.

 

그럴 때면

죄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져

붙잡고 흔들던 창살을 놓고

차갑고 어두운 감옥의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잠시나마 침묵했습니다.

 

그렇게

보초를 선 지 5일째 되던 날 밤

선임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젊은이는 감옥에 울려 퍼지는 끔찍한 비명을 들었습니다.

 

비명이 들린 곳으로 달려간 젊은이는

바닥에 쓰러져 발작을 일으키는 죄수를 보았습니다.

 

열쇠로 감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젊은이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감옥 문이 닫히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선임이었습니다.

 

선임은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고 문을 잠그더니

열쇠를 비틀어 부러뜨렸습니다.

 

감옥에 갇혀버린 젊은이는

창백해진 얼굴로 창살을 붙잡고 흔들며

감옥에서 꺼내 달라고 선임에게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선임은 젊은이를 외면한 채

죄수들을 가둔 감옥의 문을 차례대로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하나둘씩 감옥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는 죄수들…

 

모두 축제라도 가는 듯 들뜬 얼굴로

젊은이가 갇힌 감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루보스! 레르순게무스! 루보스! 레르순게무스!

 

순간

젊은이는 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에 뒤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창가의 창살 사이로 떠오른

하얗게 광기를 내뿜는 보름달을 등진 채

그 육중한 몸을 일으키는 거대한 무언가를…

 

그것은

얼마 전까지 발작을 일으키던 죄수가 아니었습니다.

 

온 몸을 뒤덮은 굵고 거친 털

먹이를 향해 길게 튀어나온 주둥아리와

날카로운 송곳니…

 

젊은이는 어릴 적 잠자리에서

할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보름달이 떠오르는 밤

끓는 피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늑대로 변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만

오늘은 늑대를 위한 밤이 아니라는 것을

젊은이는 곧이어 깨달았습니다.

 

시퍼런 보름달이 떠오른 지금

죄수들의 채우지 못한 폭력에 대한 열망을

채우기 위한 밤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루보스! 레르순게무스! (늑대여! 일어나라!)

루보스! 레르순게무스! (늑대여! 일어나라!)

 

 

 

안녕하세요. 유튜브에 단편을 올리고 있는 바젤이라고 합니다. 먼저 제 이야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몇 년 전 인터넷으로 웹진 거울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 올라온 글들을 읽고 많이 주눅이 들었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로도 계속 글을 썼지만, 주위에 글 쓰는 사람도 없고 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그걸 알려줄 사람도 주위에 없어 이렇게 짧게나마 피드백을 구하는 글을 올립니다. 아래에 제 유튜브 영상 링크도 달았습니다. 광고성 글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쳇바퀴만 도는 불쌍한 작가 지망생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시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s://youtu.be/3lPNzOHEw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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