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예언을 따라

2023.08.21 20:5108.21

어렸을 적엔 해낼 줄 알았다. 내가, 나만이 해낼 줄 알았다. 그땐 지금 내 손에 들린 이 장검이 이렇게 무거운 줄 몰랐고, 고작 들개 하나를 상대하는데 이렇게 목숨이 오락가락할 줄도 몰랐다.

들개의 몸집은 늑대만큼 컸다. 녀석의 눈은 시뻘겠고 으르렁거리며 드러낸 이빨은 제법 날카로워 보였다. 보통의 들개라면 검을 몇 번 휘둘러 위협하면 꼬리 내리고 도망갔다. 그런데 이 녀석은 달랐다. 배가 아주 홀쭉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사람인 나를 먹잇감으로 노린다니. 너무한 거 아냐.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냐.

들개가 다시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앞구르기를 하고 몸을 일으켜 곧장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녀석이 어찌나 빠르던지 검을 휘두를 세 없이 다시 앞구르기를 해야만 했다. 빨랐다. 진짜 빨랐다. 굶은 지 며칠은 되어 보이는데, 이게 바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인가. 젠장. 이러고 보니 만만해 보이긴 할 것 같다.

이번에는 제법 날렵하게 검을 휘둘렀다. 또다시 빗나가며 바윗덩이를 치고 말았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찌르르한 느낌. 아. 이 나가면 안 되는데. 나는 다시금 가까스로 몸을 던져 피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구르지도 못했다. 급하게 몸을 던져 낙법도 못해 흙바닥에 얼굴부터 처박았다. 하. 벌써 죽는 건가. 용과의 전투나 오크 군단과의 사투 끝에 죽는 게 아니라, 굶주린 들개의 먹잇감으로 생을 마감하는 걸까.

“이 개새끼야!”

내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고 이에 들개가 잠시 당황한 듯 멈칫했다. 나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나무 위에 오르자 들개는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낼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저 들개가 나무도 탈 줄 안다면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겠지. 나는 숨을 고르며 어서 저 녀석이 힘없이 꼬리 내리고 다른 먹잇감을 찾아 떠나길 기다렸다. 허나 녀석은 내 바람과는 다르게 그 자리에 그대로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러고는 이빨을 드러낸 채 침을 질질 흘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수업 시간이 졸지 말걸. 교수님이 말했었지. 지금 졸면 단명한다! 그 말이 맞았다. 나중에 후배들을 볼 날이 있다면 수업 시간이 졸지 말고 필기 열심히 하라고 말해줘야지. 나중이란 게 있다면. 아아. 잡생각은 말고 저 들개에 대한 수업 내용을 떠올려야 한다. 약점, 약점…… 무슨 약점이 있었는데. 들개의 약점……. 어어? 그러고 보니 저 들개는 오크나 트롤 같은 몬스터가 아니었다. 그저 들개일 뿐. 몬스터 수업에서 다룬 적이 없었다.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도망칠 수 있을까. 하. 도망이라니. 어렸을 적에 그리던 나의 모습에는 도망이란 선택지는 없었는데. 그것도 들개에게 쫓겨.

“좋아. 내가 졌어. 근데 나를 먹을 순 없어. 혹시 배고프다면…… 음식은 나눠줄 수 있는데. 우리 이쯤에서 협상을 하는 건 어떨까.”

나의 말에 들개는 또다시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이거면 될까.”

나는 호주머니에서 이틀 전 떠나온 마을에서 샀던 쿠키를 꺼내어 녀석에게 흔들어 보였다. 녀석의 새빨간 눈이 쿠키로 향했다.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으려고 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낸다.

“일단…… 맛 봐. 입맛에 맞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굶어 죽는 것보단 낫다구.”

내가 쿠키를 녀석에게 던졌다. 녀석이 일어났다. 주둥이를 들이대 쿠키 냄새를 슥 맡더니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려 나를 노려보았다.

“저거 맛있는 건데. 그래. 이렇게 된 거 우리 둘 다 굶어 죽자구.”

나는 앉기 좋게 뻗은 굵은 나무줄기에 엉덩이를 제대로 얹었다. 이제 장기전이다. 들개 녀석도 다시금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며 쉽사리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알렸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한 시간이 흘렀을지 모른다. 어디선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내가 지나온 저편 산길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살았다. 살았어! 하지만 기쁨도 잠시. 생각해보니까 쪽팔린다. 너무 쪽팔렸다. 고작 이런 똥강아지 하나 잡지 못해 나무 위에 올라가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니.

말소리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들개한테 물려 죽은 용사로 역사에 남지 않을 테니까. 고블린과의 사투 끝에 죽었다고 하는 게 조금은 덜 쪽팔릴 테니까.

고블린 둘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둘은 절친한 사이인 듯 서로의 어깨를 툭 치며 장난을 주고받았다. 열 살짜리 어린 아이만 한 키의 두 고블린은 다른 고블린보다 훨씬 못생겼다. 이빨은 또 어찌나 누런지. 그래도 제법 무장을 한 상태였는데 한 녀석은 허리춤에 어느 집 주방에서 훔쳤을 식칼을 차고 있었고 다른 녀석은 장도리 망치를 차고 있었다.

“야. 저거 뭐냐.”

식칼을 찬 고블린이 나를 보고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인간인데. 뭐야. 왜 저기에…….”

장도리 망치를 찬 고블린도 나를 보았다. 두 고블린의 시선이 위아래로 오락가락하더니,

풉.

고블린한테 들켰어도 쪽팔린 건 쪽팔린 거였다.

“어이, 아기 용사! 우리가 도와줄까?”

식칼을 찬 고블린이 두 손을 동그랗게 모아 확성기마냥 입에다 대고 소리쳤다.

“어어.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고, 지금 이 상황은 말야…….”

그때였다. 두 고블린을 향해 들개가 달려들었다. 날랜 동작으로 순식간에 식칼을 찬 고블린의 목을 물어뜯었다. 놀란 장도리 망치 고블린이 망치를 채 빼기도 전에 들개는 망치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끄아악. 단말마와 함께 망치를 든 고블린 역시 목을 물어뜯겼다.

이후 들개 녀석은 맛없기로 유명해 오크들조차 냄새도 맡지 않는다는 고블린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매우 역겨운 관경이었고 나는 윽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식사를 마친 들개는 아쉬운지 나무 위의 나를 슥 올려다보고는 자리를 떠났다. 배고프긴 무척이나 배고팠나 보다. 세균덩어리인 건 고사하고 맛이 없어도 너무 없는 그 고블린 고기를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머리와 내장까지. 두 고블린은 거의 뼈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엄지와 검지로 빨래집개마냥 코를 집었다. 냄새가 지독했다. 이렇게 뼈밖에 남지 않으니 마치 인간 아이의 시체 같아 보였다. 구토가 올라오는 걸 참으며 나는 이 끔찍한 밥상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전리품은 꽤 많았다. 사실 요즘 같은 불경기엔 고블린한테서도 버릴 게 하나 없었다. 이런 장도리망치마저도 다 돈이 되었다. 녀석들의 금화주머니에는 동전 몇 닢과 진짜인지 도금인지 모를 귀걸이도 하나 들어 있었다.

저녁 어스름이 질 즈음 근처 주막에 도착했다.

주막은 작고 허름했다. 주막 안에는 용사로 보이는 차림새의 남자가 여럿 있었다. 그중에는 마흔은 되어 보이는 용사도 있었다. 30기일까. 어쩌면 20번대 후반 기수일지도 몰랐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30기 혹은 20번대 후반의 용사는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으로 벽난로 앞에서 불을 쬐고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타이밍을 보자고 마음먹었다.

기다란 바가 있었고 그 너머 살집이 두둑한 주인장이 인사를 건넸다. 바 너머 벽면에는 낡은 장검 한 자루가 걸려 있었다. 장검 손잡이에는 왕실의 상징인 유니콘이 새겨져 있었다.

“용사 출신이시군요?”

서른 즈음으로 보이는 비만 주인장이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 삼 년 했었더랬죠. 그래서 용사님들 다 존경합니다요. 용사 시절에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는지 몰라요. 어이구. 나 같은 건 용사 못 된다 싶어서 여기 자리를 깔아버린 거죠.”

“저도 그런걸요. 아까 전까지만 해도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고요.”

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 맥주? 아니면 식사 먼저?”

“일단 밥부터 주세요.”

“선불입니다. 요즘 뭐…… 아시죠? 워낙 튀는 놈이 많아서.”

비만 주인장이 두 손을 모으고 눈빛을 빛내며 나를 보았다. 꽤나 탐욕스러운 눈빛이었다.

“아아 그럼, 전리품부터 현금화할 수 있을까요?”

나는 바 테이블 위에다가 전리품을 쏟아냈다. 식칼과 망치, 녹색 피에 젖은 자그마한 가죽 갑옷, 몇 가지 용도를 알 수 없는 쇠붙이와 혹시 매우 값진 것일지도 모를 귀걸이 한 짝. 비만 주인장은 어느새 돋보기안경을 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덩치에 비해 매우 재빠른 듯했다. 비만 주인장이 능숙하게 물건들을 훑으며 중얼거렸다. 이건 못 쓰겠는데…… 아니 이건 덜렁거리는데, 여기 기스도 너무 심하고…… 여기가 많이 찌그러졌네…… 이건 도금이네 그냥…….

“총 삼십 닢에 해드릴게요. 아무래도 상태가 영 좋지 않아서……. 이 정도면 많이 쳐드리는 겁니다. 제가 또 용사님들 존경하니까 이 정도로 쳐주지요. 딴 데 가서는 이런 물건 아예 매입도 안 해요.”

어디서 뭘 먹고 저렇게 뒤룩뒤룩 쪘나 했더니.

뭐라 말하려 입을 여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언제 왔는지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딱 봐도 오십 닢은 쳐줘야지.”

낮고 중후한 목소리.

“아니 이런 잡동사니를 오십에 친다니요, 용사님…….”

“오십에 해줘. 자네도 용사였잖나. 용사끼리 장사하지 말자구.”

비만 주인장이 툴툴거리며 오십 닢을 내놓았다. 그러고는 맛없게 생긴 스프와 빵을 테이블 위에 탁 소리 나게 올려두고는 이십오 닢을 내놓으라고 했다. 턱없이 비싼 가격에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뒤의 더러운 수염 기사를 돌아보았다. 수염 기사가 지그시 고개를 끄덕였다.

맛없게 생긴 스프는 조미료를 너무 많이 쳤고 빵은 딱딱하면서 눅눅하기까지 했다. 제길. 오늘만큼은 진짜 맛있는 걸 먹고 싶었는데.

더러운 수염 기사가 내 옆에 앉았다.

“선배님은 몇 기이신가요?”

내가 물었다.

“삼십이 기야. 정확히 말하면 삼십이 점 오 기야. 우리 세대는 잘 모르더군.”

“점 오요?”

“요즘은 아예 없지만 가끔씩 그런 해가 있었어. 삼십삼 기가 출전한 그 해, 그러니까 그 해 겨울 전 초여름에 우리 기수를 급하게 모집해서 출전시켰어. 가끔 그렇게 여름이나 가을에 보낼 때가 있었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종종 그랬어. 근데 요즘은 아예 없더군. 왕국 입장에서도 아무래도 비용 문제며 뭐며, 또 여러 가지 혼선도 있었을 테고 좀 생각할 게 많으니까 아예 일 년에 한 번씩만, 딱 겨울에만 출전시키는 걸로 정해 버린 것 같아.”

“아아. 몰랐어요.”

“자네는 몇 기지?”

“저는 오십삼 기입니다.”

“얼마 안 됐구만.”

“이제 일 년차입니다.”

내가 빵을 뜯으며 말했다.

점 오 기사가 뭐가 웃긴지 킬킬거리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곰방대를 꺼냈다.

“요즘은 뭐, 용사들에게 별 기대를 안 하는 것 같아. 관행이 된 것 같달까. 그냥 으레 하는 일이니까 하는……. 용사 수업도 참 많이 변했다던데. 처벌도 사라지고 뭐……. 그래도 우리 기수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야. 요즘은 뭐……. 아. 자네를 보고 하는 말이 아냐. 고블린 몇 마리를 해치운 것 같군. 그거 쉽지 않은 일인데 말야. 몇 마리였지?”

이 선배, 조금 꼰대 기질이 있는 것 같았다.

“두 마리였습니다.”

내가 해치운 건 아니지만, 굳이 자초지종을 설명할 필요까진 없겠지. 그나저나 세 마리라고 할 걸 그랬나.

“두 마리더라도 한꺼번에 달려들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지.”

“어어. 그쵸. 성가시죠. 그런데 선배님은 어떤 몬스터까지 잡아보셨나요?”

“몇 년 전이었더라. 오크 다섯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든 적이 있었지.”

오크 다섯 마리라니. 지금의 나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요즘은 말이야. 지원도 끊기고, 봉급도 더 이상 오르지 않아. 왕국에서는 그저 생사 여부만 확인하고 말 뿐인걸. 예언이 있으니까, 그게 뭐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이루어지겠지 하면서 그냥 손 놓고 있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용사 수업은, 하……. 내가 볼 때는 말야. 요즘 젊은이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됐어. 한참 안 됐지. 아아. 오해하지 말게나. 자네는 철저히 준비가 된 것 같다만, 아닌 친구들을 꽤 많이 본다네.”

슬슬 기분이 나쁜데.

“그런데 궁금한 게, 옛날에는 총도 지급되었다고 하던데요?”

사실 처음부터 이 더러운 수염 선배를 눈여겨보고 말을 걸고 싶었던 게 이거였다. 총. 나는 총을 보고 싶었다. 왕실에서 제공했다던 총.

“아마 사십 기 때까지 지급되었을걸. 물론 나도 받았지.”

점 오 선배가 꽤나 우쭐한 표정으로 두르고 있던 망토를 슬쩍 재꼈다. 그러자 허리춤에 찬 단총이 드러나 보였다. 정말이지 멋들어지게 생긴 총이었다.

“한번 만져 봐도 될까요?”

점 오 기사가 자신의 더러운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허리춤의 단총을 꺼냈다. 바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올려두며 이렇게 말했다.

“아주 치명적인 무기야. 조심히 다뤄야 해.”

나는 처음으로 총이란 걸 만져봤다. 총신은 매끈하고 차가웠다. 마치 새 것인 양 반질반질 윤이 났다. 관리를 잘한 모양이었다. 총구에서는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아아. 화약 냄새란 게 이런 걸까. 문득 나는 내 허리춤의 보급용 장검이 부끄러워졌다. 일 년 사이에 이도 많이 나가고 손잡이에 때도 많이 탔다. 조심히 다룬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저편 벽난로 옆에 세워둔 점 오 기사의 장검은 내 것보다 길이가 몇 센티미터는 더 길어 보였고 손잡이도 더 고급형이었다.

“자. 이제 이리 주게. 위험한 녀석이라구.”

점 오 기사가 재빠르게 내 손에서 총을 가져갔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다시금 허리춤에 찼다.

“혹시 탄약이 아직 남아 있나요?”

“음……. 다 떨어졌지. 지급 요청을 올린 지가 이 년이 넘었는데 아직 결제가 떨어지지 않았어.”

점 오 기사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예전이 좋았다죠, 용사 하기.”

“그래. 예전이 좋았다지. 나 때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예전에는 총과 검도 고급으로 맞춰주고 사슬갑옷에 심지어는 말까지 줬단다. 기나긴 불황, 그리고 용사들의 실패가 거듭되자 용사에 대한 지원이 점점 줄어들었다. 올해부터 말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이게 왕실 재정 문제 때문만은 아니고……. 원래 용사는 걸어 다녔습니다. 역사서를 보시면 알 수 있어요. 다음 해에는 사슬갑옷에 대한 지원을 끊는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사슬갑옷 만들 바에 농기구나 더 만들라는 여론이 너무 거세서……. 40기까지 지급되었다는 단총은 인건비 타령을 하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휴대용 단검 또한 지급이 중단되었고, 최고급 철로 만들던 왕실의 장검 대신 어느 대장간과 제휴를 맺어 보급형 장검을 양산하여 보급하기 시작했고……. 53기인 나는 보급형 장검 하나만 달랑 지급받았다. 아니. 이걸로 용을 때려잡으라고?

 

잠자리는 불편했다. 바닥에서 자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침대 매트리스가 딱딱했다. 또 이상한 시큼한 냄새가 났는데, 단지 침대 시트를 빨지 않았다고 해서 날 만한 냄새가 아니었다. 나는 여러 번 뒤척이다가 일어나 앉아 마른세수를 했다.

맥주는 내가 쐈다. 맥주 한 잔 가격이 열 닢이었다. 폭리도 이런 폭리가 없었다. 맥주를 몇 잔 마셨더라. 그 선배란 작자가 연거푸 세 잔이나 마셨지. 나는 돈 아까워서 한 잔 시켜놓고 홀짝홀짝 아껴 마셨는데. 총 한 번 만져본 값이 삼십 닢이라니. 와우. 비싼 몸값 맞네.

점 오 기사는 자기 자랑이 좀 심했다. 아까는 오크 다섯을 잡았다더니 말이 바뀌어 여덟, 아홉, 그러더니 열일곱까지 숫자를 늘렸다. 뭐, 참아줄 만했다. 그런데 뇌리에 박힌 말이 있었다. 그게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맥주를 따르고 있던 비만 주인장을 가리키며 했던 말.

“차라리 저 뚱보 녀석이 부러워. 자리 잘 잡았잖아. 나도 이제 슬슬…… 이 생활 청산 해야지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 뭐 때문일까 생각 많이 했거든. 꼴에 용사랍시고 존중받는 게 좋아서일까. 아니, 아니지. 요즘 세상에 존중은 개뿔. 널리고 널린 게 용사잖아. 그럼 뭐 때문일까. 아직도 내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거란 그런 헛된 꿈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거란, 그런 헛된 꿈.

엄마는 나를 배고 아빠의 등짝을 몇 번이고 후려갈겼다. 삼월생은 안 된다고 했잖아. 어떡할 거야. 응? 그러게 좀 조절을……. 그럴 때마다 아빠가 엄마에게 말했단다. 헛된 꿈 안 갖게 내가 잘 가르칠게. 자기야 응? 내가 미안해. 엄마는 만삭이 될 때까지 아빠의 등짝을 후려갈겼고 아빠는 그때마다 미안하다 했단다. 그리고 삼월에 예정대로 내가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한테 질리도록 들은 말이 있다. 넌 예언의 용사가 아니야. 그냥 대를 이어 야채장수가 되자. 아님 농부가 될래. 언제든지 말해. 밭 사줄까. 그래. 아예 네 이름으로 밭을 하나 사놓자. 지금부터 농부 교육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암. 뭐든 조기 교육이 중요한걸.

그러나 결국 나는 용사가 되었다. 그 예언이 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출전한 지 일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고단한 용사 생활에 질릴 대로 질렸다. 지금까지 고블린만 해치워 보았고 그 숫자도 넷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은 몬스터로 치지도 않는 들개한테 물려죽을 뻔도 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괜히 용사 한다고 했나.

점 오 선배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해봐. 혹시 몰라? 예언의 용사가 자네일지 어떻게 알아. 잘해, 잘하라구. 끄억. 공주의 생사가 어떤지는, 뭐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공주님도 구하고 말야. 일단 난…… 아닌 것 같아. 끄억!”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꼬끼익! 여기 닭은 갑자기 주둥이가 틀어막힌 것마냥 울다가 만다. 그게 신경 쓰여서 간신히 든 잠도 곧잘 깨기 일쑤였다. 눈을 떴을 땐 정오에 가까워져 있었다.

조식은 유료였다. 여덟 닢을 달라고 했다. 스프 반 그릇에 작은 빵 하나. 나는 고민하다가 테이블 위에 동전을 내려놓았다. 비만 주인장이 재빠르게 움직여 조식이 담긴 더러운 쟁반을 내 앞에 탁 하고 내려놓았다. 동전을 챙기는 손놀림이 무슨 도박장의 꾼마냥 빠르다 못해 볼 수조차 없다. 주막에는 나뿐이었다. 모두 일찌감치 여정을 떠난 모양이었다.

“여기 물 한 잔만 주세요. 혹시 물도 돈 내고 마셔요?”

비만 주인장이 씩 웃더니 물 한 잔을 따라 내밀었다.

“특별히 용사님들한텐 무료.”

내가 주인장에게 억지로 웃어보였다.

“존경이 담긴 물이네요.”

물맛도 더럽게 없었다.

나는 빵 쪼가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테이블 위에 지도를 펼쳐놓았다. 어디까지 왔더라. 펜으로 <용사네 주막>이라는 이 주막 위치에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왕국 수도에서 출발해 일 년이 지난 지금, 여기였다. 음. 나쁘지 않은걸.

석 달 간 진행되는 용사 수업에서 나는 중상위권에 속하는 점수를 받았다. 석 달이란 기간은, 용사가 되기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내가 생각하기로 딱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나쁘지 않은 속도로 여기까지 왔으니까. 이런 속도로 앞으로 반년 정도만 가면, 그곳에 도착할 터였다.

오십여 년 전, 왕국 역사상 최고의 예언가인 케이가 이런 예언을 남겼다.

 

삼월에 태어난 자가 첨탑에 갇힌 공주를 구하고 세상을 구원하리라.

 

그러고는 픽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용사는 혼자 다닌다. 여럿이서 함께 공주를 구하면 아무래도 공주의 남편감을 정하는 게 문제가 되어서 그러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추측했다. 어쨌든 별 이유 없이 혼자 다녔고 나도 혼자 다녔다. 그래도 가끔 용사들끼리 길동무를 하곤 했다.

두 명의 용사는 같은 기수-48기로 동기였다. 특이하게도 첫 여정 때부터 함께 다니고 있다고 했다.

“정말 선배님들은 큰바위 마을로 안 가시게요?”

내가 물었다.

“뭐, 보급이라고 해봤자 다 쓰레기 같은 거 아니겠어? 시간 아까워. 그 시간에 차라리 현상금 걸린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나아.”

애꾸눈 선배가 말했다.

“그래도 보급을 받는 게 더 이득이지 않을까요?”

“이봐 후배 친구. 앞으로 이런저런 일들 다 겪어보겠지만 말야. 한마디만 할게. 용사가 대우받던 시절은 지났어. 가서 보급품이란 걸 받아보면 알 거야. 확 집어던지고 싶어질걸. 이딴 쓰레기 때문에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니 하면서 말야.”

키 큰 선배가 말했다.

큰바위 마을에서는 마을 차원에서 용사에 대한 보급품 지원 제도를 시행 중이라고 했다. 마을 앞에 커다란 지하 동굴이 있었는데 거기서 트롤과 고블린이 들끓어 고생 중인 마을이었다. 아마 그 때문에 보급품으로 용사를 유혹하는 거라고. 근데 꼭 몬스터 소탕을 해야 보급품을 지급한다고는 명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 같은 일 년차 용사가 잠깐 다녀가기 좋았다. 보급품도 얻고, 이런저런 견문도 넓힐 수 있고. 살짝 길을 돌아야 하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저번에 어디였더라. 밤나무 마을이었던가. 거기서 용사님 환영합니다 보급품 있습니다 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대서 헐레벌떡 가봤더니, 우리한테 뭘 줬는지 알아?”

“뭔데요?”

“회복 능력이 좋은 약초랍시고 뭔 잡초 말린 걸 주는데 기가 차서 원.”

“효과가 없었나 봐요?”

“효과는 개뿔. 오히려 독이 올라서 독 빼느라 고생 많았다구.”

키 큰 선배의 말에 애꾸눈 선배가 낄낄댔다.

“얘 진짜 독이 올라서 오른발이 아주 새카매졌다니까. 그 독 빼느라 그간 모은 돈 다 털어야 했지. 그때 얘가 나한테 진 빚이 있는데, 그거 아직 못 갚았잖아.”

키 큰 선배가 애꾸눈 선배의 어깨를 툭 쳤다.

“그나저나 오십삼 기 후배 친구, 바로 어둠의 성으로 간다고 했지?”

“네.”

“그거 추천하지 않아. 우리도 처음엔 그렇게 여정을 짜고 앞으로 쭉쭉 갔거든. 우리가 왜 돌아왔는지 알아?”

“왜요?”

“어둠의 성 근처에는 상급 몬스터가 즐비하고 개체수도 엄청 많아. 심지어 하늘을 날아다니고 마술을 쓰는 몬스터도 있다구. 우리들은 한입거리야. 이 녀석 눈이 어디서 이렇게 됐는지 알아?”

키 큰 선배가 애꾸눈 선배를 가리켰다. 애꾸눈 선배가 큼큼 기침을 했다.

“잘못하면 죽어. 죽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죽어. 그래서 되돌아온 거야. 우리도 아직 한참 부족해. 웬만한 실력 갖고선 안 돼.”

키 큰 선배의 조언 다음 애꾸눈 선배의 조언이 이어졌다.

“처음부터 오크를 해치울 생각은 하지도 마. 걔네들 겁나 잘 싸워. 우리도 용사 짬밥이 좀 찼는데, 아직도 일대일로 간당간당 하다니깐. 가볍게 고블린 정도로 해야 해. 고블린은 잡아봤지? 뭐, 네 마리를 한꺼번에? 아니야? 아아. 그럼 우선 고블린만 집중적으로 파는 게 좋아. 그러니까 두 마리부터 해서 세 마리, 네 마리, 여섯 마리……. 이렇게 한꺼번에 상대하는 숫자를 늘려보는 거야.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말고 둘 셋 넷 순서대로. 이해했지? 고블린 녀석들 생각보다 잔기술 좋고 날래서 순식간에 배때기에 칼침 박더라.”

나도 알았다. 최근에 상대한 고블린은 아직 다 큰 고블린도 아니었는데 꽤 까다로웠다.

“그리고 괜히 허세 부리지 마. 삼월에 태어났다고 해서 다 용사가 아니라구. 삼월생인 게 무슨 초능력을 타고난 게 아냐. 아아. 맞다. 근데 그 소식 들었어? 조만간 왕실에서 용사 수업을 없앤다고 하더라구? 대예언가 케이의 예언이어서 지금까지 어떻게든 붙잡고 있던 거지. 다른 예언가의 예언이었으면 진작 관뒀을 거야. 음. 그래 맞아. 용사 수업을 없앤다는 건, 왕실 측에서도 결국엔 케이의 마지막 예언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셈인 게지. 그렇게 놀라진 말라구. 아직 확정된 건 아니라는 말도 있고……. 우리 용사들끼리는 믿음을 가져야지. 안 그래? 이 짓거리 신념 갖고 하는 일인걸. 왕국이 우릴 저버릴지언정……. 아무튼 내 말은 그러니까 신념은 갖되 허세는 부리지 말라는 거야.”

갈림길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두 명의 48기 용사들은 헤어지면서까지 조언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어스름이 지고 있었다. 오늘 안에 큰바위 마을에 도착하긴 글렀다. 야영을 해야 했다. <용사네 주막>을 떠나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몬스터와 마주친 적은 없었다. 이 숲길은 몬스터 출몰이 적다고 들었다. 심심할 정도로 없는 것 같았다. 대충 길옆에서 잘까. 그래도 혹시 모른다. 용사 수업에서 배운 대로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텐트를 쳤다. 길에서 이삼 미터쯤 벗어난 자리, 키 낮은 나무들 사이에 검은색 텐트를 쳤다. 텐트 군데군데 고블린 향수도 뿌렸다. 근데, 고블린 고기 좋아하는 굶주린 들개가 또 있는 건 아니겠지?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텐트 안에 들어가 누웠다. 곧이어 사위가 어둑신해졌다.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선배들의 조언 때문일까. 조금 돌아서 가야 할까. 아직 고블린 하나 잡는 것도 이리 벅찬데. 하늘을 날고 마술을 부리는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까. 첨탑을 지키고 있다는 용을-커다랗고 포악한 용이 첨탑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진위 여부는 모르지만 다들 그 용을 언급하는 만큼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아닐까- 물리칠 수 있을까.

내가 예언의 용사라면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 예언의 용사가 아니라면?

부엉이가 울었다. 어느새 한밤이었다.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큰바위 마을에서 보급품부터 탄 뒤 고블린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엄마 아빠에겐 몇 년 안 걸릴 거라고 했다. 금방 돌아온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벌써 일 년이 흘렀고 나는 여전히 고블린이나 상대해야 한다.

문득 엄마가 한 말이 떠오른다. 뭐 공주? 너 공주가 몇 살인지 알기나 하니. 자그마치 일흔하나야 일흔하나. 아주 쭈굴쭈굴한 할머니라구. 그마저도 살아 있다면! 그 할머니한테 키스하고 막 그러는 게, 그게 네 꿈인 게야?

기어코 포악한 용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원한 뒤, 나는 그 할머니 공주와 함께 왕국의 수도로 돌아올 것이다. 할머니 공주는 관절염 때문에 서 있는 것도 쉽지 않고, 나는 그런 나의 배우자를 부축하며 결혼식을 올릴 것이다. 결혼식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객도 별로 없다. 그마저도 붕대를 둘둘 감았거나 다리를 절룩이는 용사들뿐이다.

그게 내 꿈인 걸까.

텐트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작게 들려 벌레 소리인가 했다. 그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수십은 될 법한 발소리가 되었다. 거칠게 욕지거리를 내뱉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군장을 단단히 갖춘 모양이었다. 철컥철컥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오크 군단이었다.

나는 서둘러 검집에서 장검을 뽑아들었다. 아니다. 이게 필요한 게 아니다. 나는 고블린 향수를 찾았다. 고블린 향수를 온몸에 뿌리고 바짝 엎드렸다. 숨소리를 크게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저 오크 군단이 그냥 가던 길을 지나가기를 바랐다.

발소리와 욕지거리 소리, 군장 소리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느껴졌을 때, 그 소리가 일순간에 멈췄다.

“이봐. 인간 냄새 나지 않아?”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글쎄. 더러운 고블린 냄새는 나는 것 같은데.”

“죽은 고블린 냄새야.”

“그럼 고블린 시체가 있나 보지.”

“인간들이 고블린 향수를 뿌린다던데.”

“윽. 더러워.”

“혹시 모르니까 뒤져볼까?”

“인간 고기가 당기긴 한데, 힘들게 뒤졌는데 썩은 고블린 시체 따위나 건지면 화가 나서 못 견딜 것 같아.”

“그럼 우리 중에 하나가 고기가 되면 될 텐데.”

“이봐. 우리끼린 서로 안 잡아먹기로 했잖아. 좀 교양 있게 살자구.”

“그래서 여기 좀 뒤져볼래 말래.”

“됐어. 귀찮아. 어차피 인간 고기 먹으러 가는 길이잖아.”

“거기 인간이 그렇게 많아?”

“우리 모두 인간 하나씩 먹을 만큼.”

“그럼 빨리 가자.”

발소리와 군장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 소리가 천천히 멀어져 아예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나는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어서 달려가야 했다. 큰바위 마을로 달려가 알려야 했다. 여자와 아이들을 대피시키고 사내들은 무장을 해야 했다. 용사들이 몇이나 모여 있을까. 보급품은…… 쓸 만할까. 어쨌든 어서, 어서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일어서고 싶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아 고블린 냄새나 풍기며, 살아남고 싶었다.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텐트에서 나와 마을로 향했다. 한밤의 숲은 어두웠다. 무언가에 걸려 엎어지기 일쑤였다. 나무가 자꾸만 내 앞을 가로막았다. 어느 순간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이 방향이 마을로 가는 방향이었던가. 쉬지 않고 나아갔다. 마을 사람들을 구해야 했다. 삼월에 태어난 나는 용사였다. 예언의 용사가 아닐지언정 그래도 용사였다. 그러므로,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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