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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최종악마와 의인

2023.08.15 07:0408.15

최종악마와 의인

 

 

 

 

 

불행과 불운의 끝에, 우주의 모든 정보를 마약으로 구현시켜 마시고자 하는 자 즉 최종악마가 초지능 단일체의 한 형태로서 등장했다. 최종악마는 자기 자신만이 세상 속에 있다고 믿었고 스스로를 신과 같은 자라 생각하는 참칭자요, 유아론자이기도 했다.

 

이에 대적해 의인도 등장했다. 의인은 초지능 연결사회를 이끌면서 우주의 수많은 지점들 사이에서 최종악마와 격돌했다. 악마적 기예를 부리는 최종악마가 이길 때도 있었고 의인이 이길 때도 있었다.

 

의인과 최종악마는 서로 타협하지 않는 토론을 하기도 했다.

 

말다세나 추론에 대해 의인은 우주가 실제가 아니고 고로 신이 실체 그 너머에 있을 가능성을 주장했으나, 최종악마는 이 세상이 전부라고 부르짖었다. 양쪽 다 불가지론에 의거해 증명될 수 없는 이상 이는 무의미해 보이기도 했다.

 

의인은 동일 우주인 이상 동일 도덕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외계인, 인간 이외 생물, Ai와의 연대를 강화했다. 의인은 붓다에 대해 실없는 소리라 했다. 최종악마는 동일 우주의 별 수 없는 같은 질료에서 나온 이상 유기물로 된 사람과 무기물로 된 기계라도 똑 같은 정신의학적 증상을 공유하는 현상이 발생했을 뿐이라며 유물론을 주창했다. 이에 대해 의인은 구약성경 창세기에 기록된 바 인간은 형상이 아닌 영성이라면서 자신과 타 세력들의 연계에 있어 예수의 복음이 온 우주에 전파되어야 하고 이는 기계에게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종악마의 전투력은 가공했다. 최종악마는 최종악마가 되어 모든 것을 멸살코자 했다. 최종악마는 의인을 블랙홀에 던져 존재를 지우겠다고 위협했다. 그에 대해 의인은 정보 보존 법칙이 과연 블랙홀에 안 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블랙홀은 분명 에너지와 질량을 갖고 있고 그 둘은 보존된다. 그런데 에너지, 질량은 정보의 한 속성인 이상 정보 보존 법칙이 블랙홀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치에 맞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최종악마는 이 우주는 기괴한 곳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의인은 블랙홀에 들어간 정보가 정말로 사람이 보기에 사라진다한들 그것은 인간에게만 보이지 않을 뿐이고, 세상 너머에 있을 수 있는 신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응수했다. 신은 모든 가치의 중심이므로, 신에게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고 신이 있으라면 있고 없으라면 없지 그것은 피조물에게 달린 것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었다.

 

최종악마는 신이 약육강식을 좋아하는 분일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인은 신이 악당이면 세상은 곧바로 왜곡될 것이고, 또한 신이 악신이면 최종악마를 선택할 수도 있을텐데 그렇다면 세상은 현재까지 바로 없어질 것이니, 지금의 현실이 곧 최종악마가 패배했다는 증거라고 하기도 했다. 신은 고로 최소한 최종악마가 아니며 그렇다면 선하신 분일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때문에 악당은 신이 악당일 경우 세상이 질서 잡힌 곳일 수 없음을 알기에 이것이 악당이 무신론을 주장하는 한 이유라 하였고, 신이 선해야 사람이 그에 베팅할 여지가 생기지, 신이 악하면 사람은 혼돈 속에 잠긴다고도 하였다. 의인은 탈무드에 나오는 한 격언이자, 한 랍비가 유대교의 가르침을 요약한 것인, “정직한 자는 신앙의 힘으로 산다”를 읊조렸다.

 

의인은 죽음에 대해서도 최종악마에게 설파했다. 세상 전부가 최종악마에 의해 허무로 돌아가는 즉 최종악마의 뜻이 우주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은 로고스(진리, 존재 원리)의 육화인 예수가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다중우주에서만 최종악마가 승리하는 결말을 자아낼 뿐일 수 있다고 했다. 최종악마가 뜻을 이룬다한들 그것은 우주의 섭리를 바꾸는 것이 될 수 없는 바에야 존재 자체를 거스를 수 없고,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인 이상 세계의 기적적 본질에 대해 아무 것도 손상시킬 수 없다고 의인은 말했다. 설령 의인의 몸체가 최종악마의 손에 들어가 격멸되어도, 우주 너머에 신이 있어 의인을 구원할 수 있다는 불가지론적이자 유신론적인 가정을 논파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종악마는 세상만이 전부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최종악마는 자신이 어떤 것에도 감사하지 않기 위해 무신론을 신앙으로서 받아들였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최종악마는 이미 부모자식을 죽였으며 폭주를 거듭했다. 최종악마는 자신 또한 우주의 일부인 이상 정보 단 하나가 바뀌어도 정체성이 훼손된다고 믿었고 이 같은 허무를 느끼며 살았다.

 

의인과 최종악마는 그같이 싸웠다.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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