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혜령

2023.08.03 15:2408.03

위를 보세요. 천장을 본다. 아래를 보세요. 누런 바닥이 보인다. 팔을 들어보세요. 살짝 뻗어 보실래요.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의사는 다른 곳을 움직여 보란다. 

"갑자기 무리하셨나 봐요. 물리치료팀을 보내드릴 테니까 일주일 동안 물리치료 받으시고요 절대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든 일은 하지 마세요."

젊은 의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심상하게 말한다. 혜령은 그런 의사의 잘생긴 이마를 바라보며 한마디 보탰다.

"그래도 안 되면 어떻게 하죠?"

의사는 이맛살을 찌푸려가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잔다. 혜령은 성의 없어 보이는 의사와의 통화를 끊고 아픈 허리를 살살 돌려가며 소파에 누웠다.

회사를 그만두고 종일 청소하고 밥 짓고 빨래하고 빨래 넌다고 몸을 움직였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혜령은 일을 쉬고 나면 놀고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살림에 손을 대기 시작하니 끝날 줄을 모른다. 먹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구석구석 쌓인 먼지나 미뤄두었던 굳은 때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쌓아놓았던 겨울옷과 두꺼운 이불을 꺼내서 하나하나 다 털고 정리하니 일주일이 다 갔다. 화장실과 세면대도 락스와 수세미로 속 시원하게 닦아냈다. 

문득 미진이 생각났지만 생각은 이어지지 못하고 단속적으로 끊어진다. 손대도 손대도 늘어나는 집안일이 어쩌면 고맙기도 하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절대 과거를 추억으로 만들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다.

'그래 그건 추억일 수 없지.'

 아픈 결정이었고 슬픈 결론이었으니까.

 

노란색 스웨터를 털다가 문득 이게 미진이 선물해준 스웨터라는 게 생각났다. 그날은 몹시 추운 날이었다. 겨울이 생일이면 생일 선물은 대게 목도리, 장갑 정도다. 아직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만큼 부담스러운 선물을 받은 적이 없었다.미진은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작은 케이크와 함께 커다란 종이 가방을 안겨주었다. 종이 가방 안에는 노란색 스웨터가 다소곳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혜령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서 제대로 고마움을 표현 못 했다. 혜령이 매번 그렇듯 붉어진 낯빛과 난감한 표정에 뭔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해 입술을 씹은 채로 서 있었다. 미진은 그런 혜령을 생일 축하해요 하며 살짝 안아주었다. 코튼 향의 향수 냄새가 살짝 스쳐 지나가고 미진 특유의 우윳빛 냄새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스웨터를 살살 털어서 잘 개어 장롱 서랍에 넣는다. 장롱 서랍에는 겨울옷이 가득했지만 이상하게도 스웨터가 제일 새것 같다. 아까워 몇 번 입지 않아서 일 것이다. 매해 생일에만 스웨터를 입었다. 미진에게 보여주는 고마움의 표시였다. 남이 알면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혜령은 고마움을 이런 식으로밖에 표현 할 줄 몰랐다. 다섯 번의 생일이었으니 다섯 번 입었다. 그 다섯 번 동안 미진은 다른 선물도 안겨왔다. 그렇지만 혜령이 그 어떤 선물보다 스웨터를 아꼈다. 

'아마 처음 선물이어서 아닐까. 처음이란 그만큼 소중하니까.'

혜령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이 스웨터를 입을 일은 없을 것이다. 내년 생일에 미진을 만나 스웨터 입은 모습을 보여줄 리 없기 때문이다. 혜령이 미진에게 전화할 일도 미진이 먼저 연락할 까닭도 없기 때문이다.

 

혜령이 회사를 선택했다기보다는 회사에 떠밀려 들어갔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거의 일 년을 쉬었고 모아두었던 자금이 바닥나고 있었다. 육십 넘어 어디에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덜컥 내일부터 나올 수 있느냐는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전임자가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은 게 벌써 일주일이었다. 모집 공고에서 경력자 우대 같은 문구를 본 적은 없지만 콜센터 일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서슴없이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보낸 지 몇 시간 만에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던 것이다. 센터장이라고 밝힌 젊은 남자는 깔끔하고 뺀조롬하게 생겼다.

"내일부터 출근해 주실 수 있죠? 아침 9시부터 업무시간이니 출근 시간을 꼭 지켜주세요. 오리엔테이션은 오래 걸리지 않으니 내일은 일찍 집에 가겠지만, 퇴근은 원래 5시에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지켜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익숙한 듯 일방적인 통보라고 볼 수도 있는 말을 늘어놓고 통화 너머로 사라졌다.

입사해 보니 센터에는 직원이 3명 있었다. 좁은 공간에 책상 네 개를 놓고 전화를 받고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람이 직접 콜을 받는 걸 이해 못 할 사람도 있겠지만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어떤 고객들은 사람을 찾았다. 고령자일수록 더 그랬다. 도대체 Ai와 얘기하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게 그들의 요구 사항이었다. Ai가 발음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데도 불만이었다. 혜령의 역할은 Ai 대신 사람을 찾을 때 필요했다.

"도대체가 대화하는 맛이 있어야지."

상담 하다 보면 고객들은 고백하듯 이런 말을 하곤 했다. 그들은 항상 사람 맞죠? 사람 맞죠? 물어보고 나서 용건을 시작했다. 혜령은 물론이죠! 사람 맞아요. 하며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다정하고 넉넉한 분위기로 그들을 안심시켰다. 어떤 때는 Ai의 폐해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남았는지를 한참이나 이야기 했다.

회사는 이런 경우 고객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할 것을 요구했다. 혜령은 입사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육 담당관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얘기하라고요? 그럼 일을 하지 말고 고객과 수다를 떨라는 건가요?"

"네, 회사가 원하는 것은 여러분이 고객과의 일 처리를 빨리빨리 해서 많은 양의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어요. 어차피 그건 Ai가 다 하고 있어요. 여러분에게 회사가 원하는 건 Ai가 못하는 대화를 해 달라는 거예요. 고객만족은 그 부분에서 나올 거니까요."

그러다 보니 상담은 상담이 아닌 수다의 장이 되었다. 고객들은 마치 혜령이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말을 걸어왔다. 혜령은 자신의 얘기는 쏙 뺀 채 고객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요령을 익혔다. 혜령은 이런 어찌 보면 소모적인 일을 이해할 듯도 이해 못 할 듯도 했다. 고객만족을 추구한다지만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수다방을 만들고 아줌마들을 뽑아 종일 수다만 떨게 하다니 너무 이상했다. 

"아마 회사는 이런 것도 모두 Ai에게 학습시키고 있을 걸요."

미진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입사 일 년이 지나 4명 중 2명의 계약 관계가 파기되어 떠났다. 미진의 말이 맞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Ai 목소리가 더 여유 있고 편안해졌다. 바뀐 Ai 목소리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대부분 긍정 평가를 받았다. 혜령과 미진에게 넘겨지는 콜이 많이 줄었다. 떠난 두 명의 퇴사는 혜령이 생각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Ai가 아직 사람들과 수다는 떨 수 없으니 우리는 남겨놓은 거겠지. 그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던 혜령과 미진의 일은 그 후에도 2년을 더 갔다. 아무리 Ai가 뛰어나도 쉽게 점령할 수 없는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문제는 Ai가 발전하는 속도보다 사람들이 적응하는 속도가 중요했다. 사람들이 어느새 Ai에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주 특별한 고객을 빼면 Ai의 빠른 일 처리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Ai의 말을 못 알아듣겠다던 노인들도 기계식 말투에 익숙해졌다.

Ai보다 사람이 더 빨리 변한다. 처음에 그렇게 꺼리던 것도 익숙해지면 따라 하고 동화되어 간다. 혜령 자신은 어떤지 생각해보았다. 혜령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신발도 신다 보면 익숙해져서 나중엔 다른 걸 신지 못한다. 혜령은 사람의 이런 면이 나쁘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적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혜령은 사람들이 너무 빨리 적응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미진은 혜령보다 세 살 더 어렸다.

"어리다고 하지 말고 젊다고 해주세요."

세 살 어리네! 라는 혜령의 말을 듣고 미진이 한 말이었다.

"그래, 세 살이나 젊네!"

둘은 학창 시절처럼 깔깔대고 웃었다. 그렇게 웃어 본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미진과의 대화는 항상 학창 시절 단짝과의 대화 같았다. 업무시간에는 거의 말 할 시간이 없지만 일이 끝나면 식당이나 찻집에서 수다를 떨었다. 주로 고객과의 상담이 주제였다.

"저번에 그 할아버지 말이에요. 오늘은 나와 사귀자 하더라고요. 그래서 고객님, 전 아직 삼십도 안 된 처녀예요 했더니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끊어버리는 거 있죠."

그날 가장 재미있던 사건을 연기하듯 재현하며 힘든 하루를 마감했었다. 집안 얘기, 과거 따위는 서로 묻지도 않고 하지도 않았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았는데 미진도 좋아하지 않았다.

미진은 아픈 엄마 얘기를 간간이 했다. 치매가 있고 같이 살다가 요양원에 갔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갔는데 요즘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간다고. 엄마가 나를 못 알아보는 날이 머지않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슬프지는 않다고. 그냥 예전의 엄마보다 치매 할머니들과 같이 있는 엄마가 더 행복해 보인다고.

스치며 지나가듯 언뜻언뜻 튀어나온 것도 있었다. 잠시 만난 남자와 그 남자의 두터운 손, 듬성듬성 걷는 걸음걸이. 한때 짧았던 헤어스타일. 그래서 다들 십 대로 보았던 것. 굵은 테의 안경. 손수건. 그 손수건으로 엄마의 입에 흐르던 침을 처음 닦던 일.

이런 사소한 과거의 기억을 미진이 내놓으면 혜령은 재빨리 주워 담아 자신의 기억 사전에 등록해놓았다. 가끔 그 기억 사전에서 꺼내어 전체 이야기를 맞춰 나가보기도 하지만 아귀가 잘 맞지 않았다. 그게 너무 단편적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안 맞는 스토리인지 혜령은 알지 못했다.

 

물리치료사와 보조 로봇이 와서 물리치료를 해 주고 갔다. 아직도 불편한 허리를 돌아 눕히며 천장을 보니 어렸을 때 병원 간 생각이 난다. 이가 아파 치과에 갔더니 간호사 아줌마가 전구 달린 낯선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엄마가 옆에 있었지만 무섭기는 매한가지였다. 의사 선생님이 드릴로 이를 갈아댈 땐 아무리 울어도 성에 안 찼다. 아마 어린 혜령이 우는 소리는 온 병원에 울려 퍼졌을 것이다. 어찌어찌 끝내고 나왔을 때 혜령은 엄마에게 다시는 병원에 안 간다고 했다. 엄마는 웃으며 그럼 혜령이는 이제 사탕 못 먹겠네 라고 말했다. 혜령은 절대 사탕 같은 것은 먹지 않으리라 결심했지만 결국 서너 번 더 치과에 드나들고 말았다. 요즘 같으면야 이런 사연쯤은 고리타분한 얘기가 됐지만, 어찌 보면 삶에서 아픈 기억 한둘쯤은 가지고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엄마 사고 생각이 났다.

그땐 타워에 들어오기 전이었다. 혜령이 첫 직장에 출근해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던 도중에 엄마 사고 소식을 받았다. 엄마가 몰던 SUV와 당시엔 드물었던 자동운전 택시 차량과 충돌이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엄마의 차량이 앞차를 들이받았다. 엄마의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앞차를 들이받은 엄마의 차량은 급정거 때문에 오른쪽 차선으로 튕겨 나가고 그대로 뒤에서 달려오던 차와 충돌했다. 엄마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다. 자동운전 차량은 방어운전 상태였기에 큰 충격을 받지 않았고 안에 타고 있던 손님들도 멀쩡했다. 대신 엄마의 차를 들이받은 다른 차량의 운전사가 죽고 말았다.

이 사건은 자동운전 차량이 얽혀있어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혜령도 우연히 같은 장례식장을 사용하던 죽은 운전자의 가족도 언론의 괴롭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엄마의 과실이 분명했기에 집과 가진 모든 것을 처분해 배상해야 했다. 밤낮없이 집 앞에서 죽치고 있던 기자들은 그것마저 기삿거리로 이용했다. 다행히 엄마가 들어 둔 보험 때문에 빚을 지지는 않았지만, 아직 20대인 혜령에게 이 모든 것은 그야말로 감당하기 벅찬 시련이었다.

일에 집중 못 하는 혜령을 회사는 오래 붙잡아 주지 않았다. 사고난지 삼 개월 만에 혜령은 그만두는 듯 쫓겨난 듯 퇴직하고 말았다.

그즈음 혜령은 교회에 나갔다. 어디 맘 붙일 데, 의지할 데 하나 없는 혜령에게 교회는 유일한 위로였다. 낮에는 알바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남는 시간을 전부 교회에서 보냈다. 교회에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왜 하나님은 혜령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지 물어보았다. 목사님은 하나님의 큰 뜻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혜령은 아무리 하나님의 큰 뜻을 알고 이해해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가장 가슴 아픈 건 엄마는 하나님을 알지도 못하고 죽었으니 분명 천당에도 못 가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혜령은 엄마를 위해 기도했지만,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엄마가 구원받는 건 불가능했다. 혜령은 자신의 구원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엄마의 구원에만 관심이 있었기에 머지않아 교회를 떠났다. 혜령이 기독교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생활력을 회복한 후에는 흥미를 잃어버렸다. 마침 추첨에 당첨이 되어 타워로 들어 온 후 혜령은 교회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래도 혜령 인생에 유일한 행운인 타워 당첨이 한 때 열심이었던 자신을 하나님이 예쁘게 봐준 게 아닌가 생각했다.

 

혜령은 삼십이 넘고 사십이 다 되어도 남자 사귈 생각이 없었다. 주변에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소개해주어 만나봤지만, 딱히 끌리는 사람이 없었다. 잘 생긴 사람을 만나도 돈 많은 사람을 만나도 한두 번 만나고 나서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자신의 성향이 그쪽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암만 생각해봐도 그래서라기보다는 그냥 관심이 없고 귀찮은 쪽이 컸다.

딱 한 번 괜찮다 싶은 사람을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안경을 쓰고 살짝 구부린 자세로 앉아 약간은 미안한 듯 쑥스러운 듯 조용조용히 말하는 사람이었다. 남들이 보면 좀 맥없어 보인다 하겠지만 어쩐지 자신을 잘 이해해줄 것만 같은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남자 쪽에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었다. 혜령 또한 대체로 그런 편이니 만남이 지속해서 이어질 리 없었다. 다른 사람보다는 몇 번 더 만났지만 결국 아무도 서로에게 연락하지 않는 날이 왔고 그걸로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그 후로 누가 소개해 준다고 해도 혜령은 자리를 피하고 약속을 잡지 않았다. 혜령의 삶에서 남자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끝으로 불필요한 요소가 되었다. 어찌 보면 어릴 적 엄마와 헤어지고 몇 번 만나본 적도 없는 아버지 또한 자신의 작은 씨를 뿌린 역할 외에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혜령은 아버지에게 사랑 받은 기억이 없다. 혜령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어색하게 밥을 사주던 모습이다. 열 살 때 오랜만에 한국에 들른 아버지는 엄마의 허락을 얻어 혜령에게 밥을 사주었다.

"무얼 먹고 싶니."  

"짜장면."

아버지는 자신 앞에 짜장면은 먹지도 않고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혜령이 짜장면을 다 먹었을 때 아버지는 혼자 집에 갈 수 있니 하며 물어보고는 그대로 나가 버렸다.

지금은 아버지가 어디에 사는지 모른다. 한국에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에게 엄마의 부고를 알리지 않았다. 알리고 싶었더라도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는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려주지 않고 갑자기 죽었고 혜령은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엄마의 부재 후 혜령에게 삶은 그저 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알바로 전전긍긍하다 작은 인테리어 회사에 들어간 게 서른셋이 넘어서였다. 온갖 심부름을 다 하는 경리 일이었다. 사원들은 항상 바빠 보였지만 혜령은 꼬박꼬박 정시에 퇴근했다. 회사가 망하지만 않았으면 오래오래 그 회사에 다니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사장 아들이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하려다 부도가 나고 말았다. 출근 마지막 날 벌집 쑤셔 놓은 것처럼 엉망이 되어버린 사무실을 보고 혜령은 퇴직금이 날아간 것을 알았다.

혜령은 곧장 다음 직장을 알아보았는데 경리 업무는 벌써 Ai가 다 처리하고 있어 더는 경리사원을 뽑는 곳은 없었다. 그전 회사가 망한 이유는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지 못해서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세 가지 알바 일을 겹치기로 하다가 콜센터 상담원이 되었다. 콜센터에 처음 갔을 때의 생각은 젊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데에 내가 있어도 될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 대부분은 Ai가 담당했고 사람이 하는 일은 화면을 보고 읽어주면 되는 거라 어렵지 않았다. 회사는 사람이 많은 것에 비해 활기가 없었다. 자신들의 일을 곧 Ai가 대신할 거라는 소문이 흉흉했다. 자신들은 Ai학습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데이터에 불과하다는 소문이었다. 

혜령은 오랜만에 들어간 회사에 적응하기도 전에 위기감부터 느껴야 했다. 소문과 달리 회사는 더 많은 사원을 새로 뽑았다. 그리고 다음 해부터 회사는 사람을 하나 둘 내보내면서 그 자리를 Ai 상담원으로 채웠다. 관리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콜센터 상담원들이 계약직이었기에 직원들의 대화는 여기서 나가면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아무도 대세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혜령도 마찬가지였다.

 

미진과 둘 만 있는 직장은 직장이라기엔 너무나도 편안했다. 잠들기 전에 하는 일이 내일은 미진과 무얼 말할까 무얼 먹을까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루종일 같이 있고 하루종일 떠드는 데도 아쉬워 저녁을 먹고 차를 마셔야 헤어졌다. 많은 얘기를 하다 보니 미진과 미진의 인생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혜령과 달리 미진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둘 다 미진에게 잘 해주었고 미진은 밝고 꿈이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미진은 공부도 잘하고 친구도 많은 아이였다.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에 갈 때엔 얼굴이 아주 예쁜 건 아니지만, 남자들이 호감을 가질만한 순수하고 따뜻한 매력을 가진 여성이 되어 있었다. 같은 대학원 동기가 미진에게 접근했다. 남녀 관계를 잘 모르던 미진은 그냥 그걸 친절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학원 동기는 진지했다. 미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했다. 마지못해 미진은 둘이 사귀는데 동의했지만, 막상 사귀는 사람끼리 무얼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된 동기가 이런저런 이벤트를 하고 육체적 접근을 시도할 때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미진은 거부하지도 그렇다고 즐기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로 남자친구에게 끌려다녔다. 남자친구의 친구들이 모두 대학원 동기들이다 보니 둘의 관계를 다른 관점에서 의논할 상대도 부족했다. 동기들은 둘을 무조건 결혼할 사이로 공식화했다. 여기엔 반론과 부정의 여지가 없었다.

미진은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그 남자와 결혼했다. 그리고 아들을 하나 얻었다. 남편이 직장에 나가면 온종일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 나쁜 생활은 아니었지만 뭔가 아쉬운 구석이 있었다. 다른 여자들은 결혼해서도 직장에 나가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자신은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게 답답했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남편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심심해서 그러려니 하며 좀 더 많은 취미생활을 해보라고 충고할 뿐이었다. 아들이 커갈수록 아들에게 전념하던 시간이 남자 미진은 문화센터에 요가에 요리까지 배우러 다녔다. 그러다 적은 시간을 들여 용돈을 벌 수 있다는 문화센터 친구의 말에 넘어가 다단계에 빠지고 말았다. 신종 다단계는 모바일 앱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자신이 한 것처럼 모바일 앱을 깔도록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는 게 일이었다. 다른 사람이 앱을 깔고 거기에서 파는 제품을 사면 이익이 생겼다. 대신 초기 투자자금이 있었는데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르던 미진은 그 돈이 그리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혼 위기까지 가서야 자신이 피라미드 조직에 속아 돈을 날렸다는 걸 실감했다. 

남편은 이혼은 아니지만, 별거를 제안했다. 미진은 별거가 무슨 처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별거는 오히려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미진은 일할 자유를 얻었고 직장을 알아볼 자유를 얻었다. 미진은 완전히 혼자가 되는 게 이런 건지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막 스무 살이 된 아들은 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엄마의 삶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들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직장을 알아보는 미진에게 선뜻 오라고 하는 곳은 없었다. 마흔이 훨씬 넘어 쉰이 다 되어가는 아줌마를 환영하는 직장은 많지 않았다. 미진은 직장을 잡지 못하고 남편이 주는 돈을 받아 쓰면서 살았다. 남편은 많지 않은 돈을 보내면서 자신이 아니면 어쩌겠냐는 투로 불평도 허세도 아닌 아니 오히려 둘 다일 것 같은 메시지를 매번 보냈다. 그때마다 미진은 이른 결혼과 남편에게 의지했던 세월을 후회했다.

그러기에 콜센터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기절할 정도로 기뻤다. 미진은 자신에게 콜센터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 이전에 자신의 삶 그 자체라고 말했다. 혜령은 미진에게 언제까지나 이 직장에 남아있을 수는 없을 거라고 말했다. 혜령의 말은 우리가 하는 일을 Ai가 자져갈 것이라는 뜻이었는데 미진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라고 대답했다. 혜령은 굳이 미진에게 실망감을 심어주기 싫어 더는 말 못하고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2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막상 되돌아보면 긴 시간도 아니다. 삶을 살아내다 지친 혜령이나 이제야 제 삶을 살기 시작한 미진에게 어찌 보면 둘의 시간은 같은 시간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는 양상이 달랐고 느낌이 달랐다. 미진의 시간은 춤이었고 혜령의 시간은 달리기였다. 미진의 하루가 날렵했다면 혜령의 하루는 분주했다. 그러던 중 미진의 계약 해지 통보가 질주하던 둘의 시간을 동시에 내려 앉혔다.

 

미진은 겉으로는 당연한 것처럼 행동했지만 당황한 티가 무럭무럭 나왔다. 무엇보다 말을 조리 있게 못 하는 점이 그랬다. 콜을 받으면 상대편에서 뭐라 하든 항상 하이톤과 상냥함을 잊지 않던 목소리가 순간순간 끊기며 자꾸 가라앉았다. 발음이 엉키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놓치는 때가 생겼다. 혜령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기에 미진을 도와줄 여력이 없었다. 혜령은 나이가 더 많은 자신이 아니라 미진이 먼저 해고 통지를 받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대게 직장은 나이 많은 순서로 그만두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미진의 실적이 자신보다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미진의 평가는 항상 자신보다 조금 위쪽에 있었다.

미진은 혜령보다 항상 더 밝고 상냥했다. 그건 혜령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높은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해도 미진보다 낮았다. 대신 혜령은 친근감 있는 대사와 말투를 썼다. 노숙한 편안함. 상담 대상이 나이가 든 사람이 대부분인 만큼 혜령의 분위기는 잘 먹히는 편이었다. 목소리로만 보면 미진은 혜령보다 이십 년은 젊어 보였다. 게다가 말투에서 묻어나오는 어딘지 모를 원숙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인기가 많았다.혜령은 둘 다 언젠가 그만두는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먼저 미진에게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둘은 일을 마치고 센터장을 만나러 갔다. 공교롭게도 센터장은 벌써 퇴근했고 교육 가서 일주일 후에나 온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미진과 혜령은 좋은 대안을 만들어보려고 고심했다. 혜령은 내가 그만둔다고 하면 아마 회사에서 받아줄 거야 그러니 센터장이 올 때까지 안심하고 기다리자 했다. 미진은 그럴 일은 없을 거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언니도 여길 그만두면 힘들 거라고 했다. 둘의 이야기는 누가 더 회사에 필요하고 일이 필요한지 비교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서로 상대방이 회사에 적합한 사람이며 일을 그만두면 예전처럼 살면 된다고 우겼다.

"미진씨, 이러지마. 미진씨에겐 남편과 아들이 있잖아. 이렇게 일을 그만 두면 아들을 어떻게 보겠어?"

"언니, 전 일 그만 둬도 남편이 도와주면 되요. 언니는 언니 혼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한 푼이라도 더 모아야 되지 않겠어요?"

"미진씨, 내가 보기엔 이 일은 나보다 미진씨가 더 잘해. 지난달 평가도 나보다 미진씨가 더 낫게 나왔잖아. 고집 고만 피우고 내 말대로 해. 남편에 의지하는 거 미진씨가 가장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언니, 언니는 내가 여기 그만 두면 뭐 아무 데도 못 가고 또 집에만 있을 것 같아요? 언니는 날 그렇게 밖에 안 본거에요? 언니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닌 좀 섭섭해요."

"그런 말이 아니잖아. 이 직장이 미진씨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몰라서 그래. 난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고 앞으로도 혼자 살아갈 거야. 혼자 사는 일엔 미진씨가 나보다 초보라고. 내가 센터장에게 가서 얘기할 테니 미진씨는 그냥 가만히 있다가 계속 회사에 다니라고."

"언니, 언니 없는 직장에 제가 다니고 싶을 것 같아요? 전 혼자 여기 남는다는 생각만 해도 벌써 무서워요. 전 혼자 이곳에 있을 자신이 없어요. 언니가 없으면 아마 제 발로 그만 두고 말 거에요."

미진은 협박하듯 그렇게 말했다. 혜령이 생각해도 그런 구석이 없지 않았으나 미진에게 무엇이 좋을지 생각하면 좀 무리하더라도 설득하는 게 좋다는 마음이 변치 않았다. 급기야 둘은 크게 싸웠다.

"언니, 언니도 언니 인생을 제대로 책임지고 있는 건 아니잖아. 자꾸 내 사정을 들추지 말라고. 나도 내가 어떤 형편인지 잘 알고 있어. 언니는 언니 앞가림이나 잘 하란 말이야."

처음 있는 일이라 둘 다 즉시 사과했지만 불편한 마음은 퇴근하고서도 여전했다. 그날은 여느 때처럼 저녁을 먹으러 같이 가지도 않고 헤어졌다.

다음 날 혜령이 출근하니 미진이 보이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아 병가를 내었다고 했다. 미진이 없는 하루는 정말 길게만 느껴졌다. 답답한 가슴에 미진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여러 번 연락했다. 전화, 문자 모두 응답이 없었다. 그때만 해도 미진이 화가 많이 났나 보다, 많이 아픈가 보다 그렇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미진이 하루 이틀 사흘을 결근했을 때엔 조바심이나 참을 수가 없었다.

혜령은 미진의 집을 몰랐다. 그 오랜 기간 미진의 집을 알려하지도 않았다니 새삼 자신의 무심함이 크게 느껴졌다. 다급한 마음에 사무실 직원에게라도 물어보려고 문을 나서는데 마침 교육 갔다던 센터장이 들어왔다. 센터장은 심각한 얼굴로 혜령에게 잠시 앉아서 얘기하자고 했다. 난데없는 센터장의 등장에 당황한 혜령에게 센터장은 잔뜩 뜸을 들여가며 말을 꺼냈다.

센터장은 방금 미진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미진이 그러는데 혜령씨에게 미안하지만, 자신은 회사를 그만둘 마음이 없다. 혜령보다 자신이 먼저 그만두게 된 이유를 용납할 수 없고 설명을 원한다. 혜령씨가 자신을 위해서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 했다. 차마 혜령씨 앞에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혜령씨는 나이가 많아 업무 파악을 잘 못 할 때도 있다. 미진 자신은 그런 혜령을 많이 감싸주었고 이젠 회사를 위해서 밝힐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하고 갔다고 했다.

배신감이 배속을 파고 들었다. 아랫배가 꼬이는 느낌과 함께 다리 힘이 풀렸다. 센터장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입가가 파르르 떨려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센터장은 혜령의 그런 행동이 울려는 것인 줄 알고 급하게 티슈를 뽑았다. 혜령이 필요 없다고 손짓하자 머쓱해져 자신의 눈을 닦았다. 혜령은 곧 냉정함을 되찾았다. 미진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진은 정말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 않아. 미진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 자신이 먼저 미진에게 그만둔다고 하지 않았나?'

서운한 생각도 들었다.

'그냥 나에게 말해도 될 일을 왜 나에게 말하지 않고 센터장에게 말했나. 나에 대해 그렇게까지 나쁘게 얘기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무슨 고발하는 것처럼 그랬나' 하는. 

그러나 그런 것도 모두 이해되었다. 미진의 절박한 사정과 간절한 마음이 이해되었다. 아니 오히려 미진이 그렇게 나서준 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센터장에게 가서 사표를 건네고 미진이 남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수고를 덜어준 셈이 되었다.

혜령은 센터장에게 모든 것이 사실이며 자신은 이제 좀 쉬고 싶다고 했다. 길게 생각하지 않은 센터장은 그럼 혜령씨를 해고해도 되는 거냐고 재차 확인했다. 혜령은 그렇다고 그게 자신이 원하는 바라고 말했다.

센터장이 나가고 나니 너무 낯설고 썰렁해진 센터에 더 있기 싫어졌다. 어디 가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싶어졌다.

혜령은 외투와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거리로 나왔다. 

계약 해지 사인은 지금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언제든 전자결제로 하면 퇴직금과 함께 마지막 급여가 통장에 배달되겠지. 무엇보다 혜령은 미진에게 자신은 괜찮다고 다 이해한다고 전하고 싶었다. 전화는 여전히 불통이고 문자는 대답이 없었다. 그래도 혜령은 긴 문자의 편지를 미진에게 보냈다. 문자 끝 부분에 미진이 언제까지나 행복하길 빈다고 썼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진심이었지만 너무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문구라 오해할 것 같아 다시 지워버렸다.

그리고 거기에다 “잘 살아”라는 짧은 인사만 적어넣었다.

humm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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