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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스윙바이 온칼로

2023.07.30 15:1607.30

엄중한 분위기의 한 연구소, 어두컴컴한 방 안에 스포트라이트처럼 테이블의 정중앙에 동그란 빛이 쬐이고 있다. 새하얀 테이블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자들은 털 한 올이라도 빠질까 위생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있다. 그 중 가장 직급이 높아 보이는 이가 결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시작해볼까."

 

그의 말에 다른 이들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장갑을 당기며 착 소리를 냈다. 미세한 컨트롤을 위해 핀셋을 치켜든 이들은 조심스럽게 그것의 껍질을 까기 위해 노력했다. 하늘색의 매끈하고 타원형으로 볼록한 금속이었는데, 마치 나무의 열매처럼 보였다. 윗면으로 보이는 ― 편의상 그들은 무늬가 보이는 쪽을 위라고 정했다. ― 부분에는 하얀색으로 알 수 없는 패턴, 혹은 글씨 같은게 보였다. 뒷부분에는 작고 기다란 구멍 같은 게 있었는데 연구원 중 하나가 조심성 없게 그 부분을 핀셋으로 찔러보려다가 야단을 맞았다.

 

세 명의 연구원이 열매의 몸통을 잡고 가장 연차가 높은 자가 열매의 껍질을 들어올렸다. 왜 '깠다'라는 표현 대신 '들어올렸다' 라는 표현을 쓰냐면, 정말로 핀셋으로 뚜껑을 들어올리듯 가볍게 껍질을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열매의 내부에는 하얀 씨앗 두 개가 들어있었는데 그는 그걸 꺼내 물에 살짝 젖은 솜으로 감싸고 밀폐된 용기에 담았다. 그후로 한참 동안 열매를 뒤적거렸지만 쓸만한 건 씨앗 두 개 뿐이었다.

 

"수고했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실험실을 정리한 뒤 마스크를 벗으며 그가 말했다. 새하얀 마스크 밑으로 붉은색의 기다란 촉수 덩어리가 꿈틀대며 검은 침을 흘렸다. 오징어 입처럼 뻐끔거리는 하나의 구멍이 쩍 벌어지더니 능숙하게 다른 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분석실에 씨앗이랑 가져다 두고."

 

"네, 들어가세요 교수님!"

 

그의 곁에서 연구를 돕던 이들은 사실 불쌍한 대학원생들이었다. 외계인이지만 (외계)인권이 없는 자들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불리는 존재들 말이다. 대학원생 중 하나는 교수가 나가자 죽은 동태 눈깔을 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연차가 쌓인 노예인만큼 현란하게 결과지를 수합했다.

 

 

 

[ ???의 열매 ] _ 씨앗 채취 완료, 인류 문명 AC 2000년대 지구에서 자랐을 거라 추정됨. <SAMSUNG>이라는 알 수 없는 무늬가 있음. 

 

 

*

 

 

이곳은 UWI139834Y년의 안드로메다의 한 행성! 인간이 햇수를 세는 방식으로 따져보자면 AC 10203003년 쯤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거두절미하고 바로 이곳 '위룸쥣기기채내 행성'에서는 과거에 다른 은하에 살았던 외계 생명체, '인간' - 학술명: INGAN (여기서 웃어주면 된다. *외계인식 농담이다*) - 에 관한 탐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 원대한 여정은 갤리뽀니야의 한 알루미늄 농사꾼으로부터 시작이 되었는데 그는 알루미늄 열매가 열리는 나무 밑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었다. 들숨과 날숨을 통해 황과 질소가 들락날락했다. 머리가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그것도 소리라기보다는 머릿속을 울리는 아주 이상한 웅얼거림이 들려왔다.

 

 

 

[ 유 _ 조-수 50_13-_/ 좋8-_ / 어--요_ 1-_00/ _-글 ]

 

[저_녁-으로... 사람? __-나_-__-좋아_- 그거-_해요--_... 저-___--_수정_데요__-__-]

 

 

 

그것은 아주 뱀처럼 낮고 기이한 쉭쉭거림이었다. 농부는 온 촉수에 소름이 오소소 끼쳐 이 알 수 없는 소리의 원흉을 기필코 찾아내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맸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속삭이는 괴상한 음절은 어딜 가도 똑같은 크기로 울렸다. 그는 결국 뇌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병원에 찾아갔지만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정신과를 갔을 때야 환청을 동반한 조현병이라고 판명받고 장기 입원을 하게 되었지만 그걸로 상태가 더 나아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알루미늄 농부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비슷한 증상을 겪고 병원에 찾아와 입원하는 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처음에는 의료진들만 머리를 감싸쥐었지만 점차 과학자, 심지어 종교 분야의 사람들까지 이러한 경향을 분석하기에 앞다투었다. 사이비 종교 중 산소로 호흡하면 몸의 효율이 더 좋아진다는 이상한 교리를 믿는 이들은 이것이 황과 질소로 호흡하는 생명체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어서 빨리 산소로 호흡을 해야한다고 지껄였다. (그러다 몸이 산화되면 어쩌려고!) 각설하고 이 이야기는 결국 혜성처럼 등장한 어느 천재 언어학자로 인해 진실이 밝혀졌는데 복원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유튜브 조회수 50213 / 좋아요 823개 / 싫어요 1000개 / 댓글 ] 

 

저녁으로 똥 먹은 사람? (수정됨)

 

ㄴ 나!!

 

ㄴ 저요~!!

 

ㄴ 나 그거 진짜 좋아하는데!

 

ㄴ 저 그거 맨날 해요~

 

ㄴ 저기요 님들아 이 댓글 수정됐는데요.

 

본문 전체의 내용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해석이 상당히 어려웠다. 위룸쥣기기채내 행성의 지성체들이 듣는 주파수와 이 이상한 문자들의 주파수대가 교묘하게 경계에 걸쳐있어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음절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다만 기계를 사용하여 가청 주파수 외의 주파수를 처리하긴 했는데 그로 인해 듬성듬성이나마 해석이 가능해졌다. 인간에 대한 연구는 활발해지다 못해 거의 유행이 되었다. 이를 다룬 TV 쇼가 활발히 진행되었고 때때로 유사과학자들이 슬쩍 발을 들이밀긴 했지만 곧바로 욕을 먹고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어느 왁자지껄한 호프집 벽면에 달린 작은 텔레비전에서는 진행자와 한 언어학자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저녁'이라는 단어는 우리들에게 무기질 쉐이크 같은 식량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라는 건 자신들의 종족을 이야기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똥'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분석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개체들의 말을 분석한 결과 '똥'이라는 단어는 인간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듯 싶습니다."

"아까 다른 개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그렇다면 이 음성들이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여러 개체의 것이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인간들은 실수라는 실제 세계에 살면서도 특이하게 '인터넷'이라는 허수의 세계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모양입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고대의 종족이죠? 인공위성을 파견하여 지구의 궤도에 안착시켰는데 현재 지구에는 인간 대신 유기물로 된 식물들이 살고 있다는 정보를 보냈습니다. 인간은 아주 오래 전에 멸종한 것으로 분석이 됩니다."

"유기물로 된 생명체들이라, 정말로 우주는 넓고 신비한 것들로 가득 차 있군요."

 

언어학자는 진행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나마 동의를 표했다. 그 뒤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바닥에 大자로 뻗어 고래고래 술주정을 부리는 자들의 소행으로 인해 말소리가 묻히고 말았다.

 

 

*

 

 

"오늘은 또 뭡니까?"

 

 

대학원생 장빠스뚜이(1282세)는 벌써 대학원에 머문지 58년이 된 포닥 *post-doc* 김뚜찌(1892세)의 파리한 안색을 보고 할 일이 아주 많이 늘었을 거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는 품 속에 작은 유리 상자를 껴안은 채 신중하게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장빠스뚜이와 눈이 마주친 김뚜찌는 입에 붙은 촉수를 좌우로 휘저으며 테이블을 치우라는 표시를 보냈다. 그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재빨리 테이블을 정리했다. 김뚜찌는 테이블에 상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두었다.

 

 

"이... 이건?"

 

 

김뚜찌가 내려둔 것의 정체를 보자 실험실에 있던 모든 자들이 헉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매끈한 금속으로 된 머리와 꼬리, 그리고 몸통에 은색 무늬를 두르고 있는 아주 작은 존재가 미동도 하지 않고 테이블에 놓여있었다. 누군가는 이 끔찍한 광경에 다섯 눈을 가리고 울음소리를 냈다.

 

"우리와 같이 금속으로 구성된 생명체잖아요! 비록 겉모습은 다르지만... 이렇게 조그마한 아이를 도대체 어쩌시려고 여기에 데려오신 거예요?"

 

비윤리적인 행태에 거세게 반발하는 후배들을 보고 김뚜찌는 선배의 면모를 보이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한층 분위기가 누그러지자 그가 차분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지구 탐사 로봇이 구해온 미라 같은 것일 뿐이야. 과거에는 우리처럼 살아 숨쉬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벌써 죽은 지 오래된 녀석이야. 종의 이름은 '만년필'이야."

 

그러고는 프로젝터를 통해 가상 복원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가 가져온 표본처럼 검은 몸통의 개체들도 있었지만 경우에 따라 흰색과 분홍색이 마블링된 개체, 별가루가 붙은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개체, 혹은 머리부분이 없는 개체도 있었다. 모두들 화면에 집중한 채 다음 설명을 기다리고 있자 포닥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 녀석들은 육지에서 인간들과 공생하며 살았을 거라는 추측이 우세해. 운 좋게 표본이 남아서 우리 연구실에 가져오게 되었지.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어. 다들 준비해. 해부해볼 거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구실에 있던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릿속엔 이제 덩그러니 놓여있는 만년필에 대해 느끼는 연민보다 이런 중요한 연구에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이 우세했다.

 

그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그것을 살짝 찔러보기도 하고 머리를 돌려 열기까지 했다. 다이아몬드처럼 뾰족한 은으로 된 모서리가 드러났고 그건 발성기관, 혹은 입과 비슷한 기관으로 추측되었다. 대학원생들은 계속해서 해부를 진행했다. 몸통을 돌돌 돌리자 내장으로 보이는 부분이 드러났는데 투명하고 기다란 공간 안에 혈액으로 보이는 액체가 진득하게 굳어 있었다.

 

"내장이 투명해서 내부가 훤히 보이네요."

 

"신기하네. 안에 검정색으로 된 막이 하나 보이는데 혈관의 판막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걸까?"

 

김뚜찌는 판막으로 보이는 부분이 길게 밖으로 빠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살짝 돌려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검은 액체가 울컥하고 그것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으악!"

 

뻣뻣하게 말라붙은 입에서 검정색 피가 토해진 걸 보고 대학원생들은 모두 사색이 된 채 뒤로 물러났다. 만년필은 계속해서 액체를 뱉어냈고 결국 투명한 내장이 전부 비워질 때까지 그 일은 반복되었다. 끔찍한 광경에 누군가는 김뚜찌를 노려보며 말없이 연구실을 박차고 나갔고 주저앉아 우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리 죽었다지만...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생명체인데... 그것도 어린 개체의 시신을..."

 

"정신차려! 다들 단체로 뭐 잘 못 먹었냐? 우린 생물학부 대학원생이라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그냥 조직 샘플만 조금 취하면 되는 건데 어떻게 시신 내장을 비틀어 꽈버릴 수가 있어요? 당신이 이 실험을 망쳤어!"

 

쾅 하고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났다. 김뚜찌는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문가를 보고 서 있었다. 곧 지도교수가 들어오고 김뚜찌는 중요한 샘플을 함부로 사용하고 그것도 비윤리적인 행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한동안 연구실에 나오자 못했다. 당연히 졸업도 미뤄졌다.

 

 

*

 

 

네~ 이번에는 김말라꿈이 교수님과 한모니카 교수님, 그리고 까뜨리나숑 교수님을 모셔보았습니다! 교수님, 현재 진행하고 계시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근신 처분을 받고 집 근처 싸구려 호프집에서 김뚜찌는 텔레비전에서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김말라꿈이 교수. 그의 지도 교수이자 졸업을 유예시킨 장본인이었다. 옆에 있는 한모니카 교수는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워낙 유명해서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연구한 천재 언어학자라지? 그리고 까뜨리나... 뭐시기는 잘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한모니카 교수입니다. 갤리뽀니야의 농부 사건, 다들 기억하고 계시죠? 그날 농부가 겪은 현상은 인간들이 사용하던 의사소통 망의 주파수와 우리의 가청 주파수대가 일부분 걸쳐있어 발생했던 일입니다. 그 후로 저희 연구진들은 끊임없이 탐사대를 보내 생명체들의 샘플들을 채취하고, 지구의 생태계를 조사했습니다. 정말 놀라웠었죠. 우리는 그중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인류 문명의 실마리에 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한교수의 말이 끝나자 김교수가 그의 말을 이어받았다. 김뚜찌는 분노에 차 이글거리는 두 개의 눈으로 화면 속의 그를 노려보았다.

 

'저 교수놈, 내게 눈이 두 개밖에 없다며 인신공격을 하곤 했지.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차별주의자 같으니라고.'

 

그러나 텔레비전 속의 김교수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태연하게 술술 설명을 내뱉고 있었다. 김뚜찌는 그의 촉수를 리본 모양으로 묶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다.

 

과거에는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을 안착시켜 빙글빙글 돌며 먼 거리에서 망원경을 통해 관측했지만 이제는 탐사선이 직접 지표면에 착륙하여 생명체 샘플을 수집하고 돌아다니며 인류 문명의 잔재를 찾아 헤맸죠.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온칼로'라는 것입니다.

 

김교수는 숑교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까뜨리나숑은 목을 가다듬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온칼로라는 단어는 생전 처음 듣는 기괴한 단어였다. 그가 덧붙인 설명에 따르면 '온칼로'라는 지구의 단어가 우연찮게도 우리 종의 가청 주파수대에 전부 포함되는 기적 같은 일 때문에 시원찮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발음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숑교수가 말을 마치고 만족스럽게 미소 짓자 곧이어 방송 화면에 커다란 복원도가 띄워졌다. 우주 개미의 땅굴처럼 깊고 복잡한 구조물의 모습에 김뚜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간들은 원래 저런 식의 구조물에서 사는 걸까?

 

 

이 괴상하고 복잡한 구조물은 바로 '온칼로'라는 것입니다. 저희가 보낸 탐사 로봇이 지표 내부를 투시해 본 결과 이런 형태의 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탐사 로봇이 내부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어떤 보안 장치로 인해 결국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죠. 이곳의 지표면 또한 이상한 건축물로 들어 차 있었습니다. 아주 높고 뾰족한 알 수 없는 구조물이었죠. 학계에서는 이걸 외계로부터 오는 통신 파장을 받기 위한 일종의 우주 와이파이 같은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인간들은 정말 이상한 짓을 많이 하는구나.'

 

김뚜찌는 어느새 모든 걱정을 내려두고 텔레비전 내용에 푹 빠져있었다. 온칼로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점점 더 부풀어 갔다. 까뜨리나숑은 TV 쇼가 끝나기 전 진행자에게 무어라 속닥거렸다. 그리고 TV 프로가 끝나며 나오는 광고 배너와 함께 '지원자 모집'이라는 화면을 보여주었다.

 

 

김뚜찌는 세 개의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스윙바이 온칼로,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별의 에너지를 훔쳐서 최적화된 우주선의 궤도를 만들어내는 스윙바이라는 단어에 처음 듣지만 왠지 멋져보이는 온칼로라는 새로운 단어의 조합이라니! 인간 문명의 지식들을 훔쳐 우리의 것으로 만든다는 거창한 뜻으로 들렸다. 김뚜찌는 서둘러 지원자격을 찾아보았다. 화면 하단에 작게 적힌 '단, 위룸짓기기채내 행성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 있음.' 이라는 문장은 이제 그의 안중에도 없었다.

 

 

*

 

"저 포닥 그만두겠습니다."

 

김뚜찌는 교수에게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김교수는 그를 잠시 쳐다보더니 그냥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김뚜찌는 조금 화가 났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붙잡지도 않는 교수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부릴대로 부려먹고 다 써먹었으니 이제 나가라는 건가? 물론 교수의 머리통을 직접 뜯어서 확인해보지 않는 이상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길은 없었지만 김뚜찌는 자신의 추측이 맞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교수에게 입도 뻥긋 못하고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지난 주 스윙바이 온칼로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어젯밤 비로소 결과가 나왔다. 지원자 3명 전원 합격. 김뚜찌는 지구에 간다는 꿈을 이룰 기회를 얻고야 말았다.

 

그로부터 다시 3달 뒤, 훈련을 마친 김뚜찌는 우주선에 오르게 된다. 그는 자신이 지구의 문명을 밝혀내는 선구자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학원에서 탈출한 자는 이제 이 행성마저 탈출할 예정이다. 3,2,1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잠시 뒤 몸이 뒤로 잡아당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우주선에서의 생활이 지루해질 무렵에 지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뚜찌 외 두 명의 외계인들은 지표면에 발을 내디뎠다. 자신들의 행성보다 중력이 아주 살짝 약했기에 그들은 껑충껑충 뛰며 자신의 높은 점프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지도를 보면 여기서 1km 내에 온칼로가 있어요. 제대로 찾아온 거 맞네요."

 

탐사대원 중 하나인 박다꼬가 말했다. 그가 말한대로 멀리서 뾰족한 피사체의 흐릿한 형상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조금 더 걷자 삭막하고 자칫하면 무시무시해보이는 거대한 가시들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미적 취향이 참 독특한 걸. 아, 이거 와이파이 같은 거라 했지?"

 

한미미는 가시에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길게 쓸어내려보았다. 매끈하고 차가운 느낌. 그가 다른 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냥 평범한데? 여기 안에 무슨 전선 같은 게 들어있나?"

 

김뚜찌와 박다꼬도 똑같이 따라해보았다. 퉁퉁 두드려보기도 하고 가져온 장비들을 사용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전자파도 잡히질 않았다.

 

"와이파이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예술을 위한 건축물인가봐."

 

"기괴하네."

"그러게 말이야."

 

김뚜찌는 열정이 팍 식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잖아? 대학원을 박차고 나온 게 0.0001 퍼센트 정도 후회되긴 했다. 그러나 박다꼬가 저 너머의 거대한 비석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그도 정신을 다시 차릴 수밖에 없었다. 웅장하게 땅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비석에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적혀 있었다.

 

방사선 폐기물은 석재로 둘러싸인 800헥타르 지역 내의 화강암 표면 700미터 아래에 묻혀 있습니다. 추가적인 정보는 비석 중앙에 있는 글을 확인하세요. 

 

Radioactive wastes are buried 700 meters below the surface in granite within an 800 hectare area bounded by 10 stone markers. Further information is at the central monument.

 

Los residuos radioactivos están enterrados 700 metros bajo la superficie en granito en una superficie de 800 hectáreas con 10 marcadores de piedra. Más información está en el monumento central.

 

Les déchets radioactifs sont enfouis 700 mètres sous la surface dans du granit dans une superficie de 800 hectares délimitée par 10 marqueurs de pierre. De plus amples informations sont disponibles au monument central.

 

그들은 여태까지 음성으로 된 지구 언어를 이해하는 훈련을 했지 문자로 적힌 언어를 보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비석 옆에 표지판과 그림이 걸려 있어 어느 정도 내용을 유추해 볼 순 있었다. 세모난 붉은색 표지판에 해골 모양, 달리는 사람과 화살표, 그리고 하늘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이 무언가를 발산하고 있었다. 세 명의 외계인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기 시작했다.

 

"저게 무슨 뜻일까? 정말 이상한 그림이야.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 같은데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뭘까?"

 

"하늘에 있는 무언가는 외계의 통신 전파가 아닐까? 여기가 와이파이 같은 곳이라는 설도 많이 제기됐잖아."

 

"하지만 우리가 직접 전자파를 측정해본 결과 아무런 반응도 없었잖아. 와이파이는 아닌 것 같아."

 

"그럼 하늘에 있는 거 말고 해골 모양이랑 달리는 사람에 집중해보자."

 

김뚜찌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해골 모양... 그리고 달리는 사람...

 

"아, 나 알 것 같아!"

 

"역시 대학원생!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 무슨 뜻인데?"

 

김뚜찌는 대학원생이라는 호칭이 별로 달갑진 않았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그가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숨을 들이마시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했다.

 

"힙스터들의 클럽 같은 거야. 생각해봐, 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해골 문양이 있는 티셔츠를 입고 문신을 해. 게다가 이 기괴하고 이상한 가시들, 누가 봐도 튀기 좋아하는 자들이 만든 건축물이지. 하늘에서 나오는 화살표는 조명을 말하는 것 같고 달리는 사람 옆에 있는 화살표는 출입구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일 테지."

 

"그럴 듯 한 걸? 왠지 너의 말이 맞는 것 같아! 김뚜찌,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우리들만 있었다면 아마 여기서 막혀 성과 없이 고향 행성으로 돌아갔을 지도 몰라."

 

한미미의 칭찬에 김뚜찌는 으쓱해졌다. 그때 박다꼬가 옆에 있는 액자 그림을 보고 물었다.

 

<뭉크의 절규>

 

"그럼 이건 뭘까? 양 손을 볼에 붙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데. 주황색 배경이라 이상한 느낌이 드네."

 

"그건 조명 색이 주황색이라 그런 거겠지. 너무 좋아서 놀란 거 아닐까? 이런 거 있잖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충격적으로 최고인 클럽'. 사람들 끌어모으려고 붙인 거겠지."

 

수식어가 과하게 붙은 단어를 꺼내며 김뚜찌는 자신의 의견이 맞다는 것을 어필했다. 박다꼬는 잠시 고민하다가 수긍하고 입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들은 그림들의 사진을 찍어 자신들의 행성으로 파일을 전송한 다음 발걸음을 옮겼다.

 

 

 

*

 

그들은 거대한 화강암 벽과 마주했다. 이거 뚫어야겠지? 삼총사는 서로의 얼굴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말을 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 그들은 서로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박다꼬는 챙겨온 연장을 들고 화강암 벽을 뚫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만들어졌고 그들은 몸을 수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콘크리트 벽이 그들을 가로막았고 비석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문자들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박다꼬는 상관하지 않고 그대로 파고 들어갔다. 어차피 못 읽는다, 저거. 한참을 파고 파도 자갈과 화강암, 콘크리트만 나올 뿐이었다.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지? 그리고 여기 클럽 맞아? 누가 클럽 문을 이따구로 만들어?"

 

한미미는 불안한 마음에 넌지시 말을 꺼냈다. 김뚜찌는 위치 서비스 어플에 뜬 좌표를 보고 이곳이 맞다고 확신했다.

 

"클럽이 망했나 보지. 계속 파보자. 이 방향이 맞아."

 

박다꼬의 불도저 같은 실행력과 자신의 생각에 과하게 확신을 가지는 김뚜찌, 그리고 될대로 돼라며 그 모습을 구경하는 한미미는 결국 엄청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박다꼬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얘들아, 여기 좀 와 봐! 비밀 방을 찾았어!"

 

"뭐? 정말?"

 

김뚜찌와 한미미는 재빨리 박다꼬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정말로 아름답고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일단 벽면에는 비석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문자들이 빼곡하게 수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 외에 처음 보는 그림들도 보였다. 김뚜찌는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는 그것들 중 하나가 천체의 운행을 알리는 그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곳의 항성 주위를 지구가 10만 번 돌 때...?"

 

김뚜찌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른 그림이 있는 곳을 향했다. 네모낳긴 한데, 어딘가 찌그러진 이상한 문양이 있었다.

 

<주기율표>

"좌석인가 보다. 클럽에서 전용 좌석제도 운영하다니, 정말 체계적이고 핫한 클럽이었나 본데?"

 

날카로운 추리로 결론을 내놓은 그에게 모두가 감탄했다. 그때 박다꼬는 자신이 들고 있던 전파 탐지기의 눈금이 미친듯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거 왜 이래?"

 

모두가 그에게 다가가 그가 들고 있던 전파 탐지기를 살폈다. 정신 사납게 움직이는 눈금 치고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가 울리고 있긴 한데, 뭐지?

 

사실 그건 인간들이 설치한 사이렌이었다. 이 방에 들어오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사이렌을 설치해둔 건데 하필이면 사이렌의 음역대가 이 모지리 삼총사가 속한 종족에게는 들리지 않는 주파수대였다. 그리고 정말로 이 모지리들은 기기의 이상인 줄 알고 이 상황을 무시했다. 그들은 입구를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전에 하던 것처럼 그대로 땅을 파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무언가 우드득 소리가 났다. 땅을 파던 박다꼬는 의아함을 느끼고 다른 이들을 불렀다.

 

"여기 뭔가 딱딱한 게 있는데?"

 

"돌은 원래 딱딱하잖아."

 

"아니야, 이거 진짜 이상해. 다른 거랑은 차원이 다르게 단단한데? 안 부서질 것 같아."

 

"너 여기까지 오면서 힘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은데, 내가 해볼게. 넌 좀 쉬고 있어."

 

김뚜찌는 박다꼬에게 연장을 건네 받고 능숙하게 드릴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씩 물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그럴 줄 알았다며 박다꼬를 돌아보고 말했다.

 

"이거 봐, 뚫리잖..."

 

하지만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무언가 번쩍하고 강렬하게 섬광이 터지더니 연쇄적인 폭발과 함께 세 명 모두 저 멀리로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지면 전체가 흔들리고 눈도 깜짝할 새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지구에 살고 있던 유기체들은 순식간에 폭발했고 살아남은 것들마저 유전자가 변형되어 이상한 몰골을 하고선 무시무시한 병을 앓게 되었다. 세 명의 외계인들은 눈을 부여잡고 땅바닥에서 뒹굴었다. 다행히 그들의 몸은 인간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아주 단단한 소재로 만들어졌고, 생채기는 조금 났지만 어딘가 부러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그들에게도 유전자 변형이 일어났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김뚜찌였다. 김뚜찌는 주위를 더듬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모든 곳이 폐허였다. 어느새 그들은 지표면 위에 누워있었지만 사실 지표면 위인지 아래인지 이제는 분간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김뚜찌는 몸을 가누고 나머지 둘에게 기어갔다. 몸을 흔들고 뺨을 살살 쳐보자 그들 또한 의식을 되찾고 김뚜찌를 알아보았다.

 

"으... 무슨 일이야... 다들 괜찮... 어어?"

 

자신을 깨우는 김뚜찌의 얼굴을 보고 한미미는 입을 떡 벌렸다. 김뚜찌는 그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한미미는 입만 벙긋벙긋거렸다. 그때 김뚜찌 옆으로 바짝 다가온 박다꼬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에게 말을 꺼냈다.

 

"너... 김뚜찌 너..."

 

"왜, 왜 그래? 무섭게. 뜸 들이지 말고 그냥 빨리 말해."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김뚜찌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자 한미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 눈이 다섯 개가 됐어."

 

"뭐라고?"

 

김뚜찌는 그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근처의 호수로 달려갔다. 이제는 연두색으로 반짝이는 호수의 표면에 그의 얼굴이 비쳐보였다. 그는 털썩 주저앉았다.

 

"눈이... 다섯 개야... 다섯 개가 됐어."

 

그리고 기쁨에 가득 차 울음을 터트렸다.

 

"드디어...! 내 콤플렉스가 해결됐어! 나도 이제 눈이 다섯 개야!"

 

한미미와 박다꼬는 감격에 차 눈물을 흘리고 있는 김뚜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그 기쁨을 누렸다. 성형외과에서도 성형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두 개의 눈 때문에 늘 주변의 수근거림을 듣고 살았다. 하지만 스윙바이 온칼로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다들 뭐라고 말할까, 내게 인신공격을 했던 교수 앞에 나타나면 뭐라고 할까?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비록 지구는 쑥대밭이 됐지만 그는 정말로 행복했다.

 

 

*

 

그들은 위룸쥣기기채내 행성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비록 거대한 예산을 들여 시도한 프로젝트는 아주 박살이 나다 못해 정말로 물리적으로 폭발해버렸지만 대신 그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바로 지구를 성형 행성으로 삼는 것이었다. 지구에서 나오는 방사능이라는 물질은 그들의 건강에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안전하면서도 그동안의 의학 기술로 불가능했던 경지의 시술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유전자가 변형되는 정도는 랜덤이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지구를 떠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방사능으로 뒤덮인 지구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주었다.

 

이제 전 탐사대원이었던 김뚜찌는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관해 말하고, 성형외과 광고도 찍었다. 그와 함께 지구에 갔던 한미미는 팔이 하나 더 자랐지만 일을 하기가 수월하다고 좋아했고 거시기가 하나 더 생긴 박다꼬는 ― 김뚜찌는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그가 바지를 벗고 보여주었다. 그 뒤로 한동안 김뚜찌는 밥을 먹지 못했다. ― 애인이 생겼다. 세 외계인은 서로를 진정한 친구라고 여겼고, 이야기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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