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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일탈

2005.07.24 23:5207.24


일탈




오늘따라 괜히 차가운 겨울바람에 짙은 입김이 입에서 괜스레 흘러나왔다. 주위는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 사람들은 각자의 바쁜 일상에 빠져 오늘도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웃음이 나온다.
문득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어제 저녘에 내렸던 눈 때문에 깨끗한 하늘은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다. 그런 하늘을 날고 있는 새의 기분은 어떨까?
좋을까? 아니면…….

“하하.”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웃음소리 때문에 잠시 잃어버렸던 정신이 제대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나는 여기에 있으면 안된다. 아니 있어서는 안된다. 시계를 바라보니 ‘9:15분’ 을 넘기고 있다.
나도 모르게 욕을 내뱉고 싶었지만 참았다.
움직이려고 다리에 힘을 줬지만 뇌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별로 움직이고 싶지 않은가 보다. 젠장.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 문득 담배 생각이 나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부스럭.

손 끝에 느껴지는 감각에 담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담배를 꺼내서 이번에는 라이터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씨발!”

이번에는 정말로 욕이 나와버리고 말았다.
담배를 바닥에 팽개치듯이 던져버리고는 다시 한 번 입김을 불었다. 새하얀 연기가 꼭 담배처럼 느껴진다. 중독자처럼 손이 덜덜 떨려왔다. 왠지 모르게 지금의 현실이 매우 불안하게 느껴졌다.

삐리릭! 삐리릭!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내 주머니 속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임을 알고는 천천히 꺼냈다. 발신번호를 보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상사인 김부장이었다. 이름은 뜨지 않았지만 그의 번호는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여보세요?”

폴더형의 핸드폰을 열고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반대편은 나와는 다른게 보다.

“야 이 새끼야, 지금 몇 시야? 왜 아직도 안 오는거야!”
“…… 죄송합니다. 오늘은 몸이 아파서 못 갈 것 같은데요.”
“니가? 니가 아프다고? 지랄하고 자빠졌네. 10시까지 안오면 자네는 해고야!”

뚜뚜뚜!

할 말이 필요없다는 듯이 김부장은 전화를 끊어버린 듯 했다. 휴대폰 너머로 반복되는 음이 들려왔다. 핸드폰을 닫고는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시 시계를 확인하니 2분이 지났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회사로 출발한다고 해도 10시 안에는 도착하기 힘들 것이다. 김부장이 옛날부터 나를 미워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아프다고 말했는데. 젠장.

“개같은 새끼!”

김부장을 비하하는 표현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낄낄!” 거리며 웃었다. 직접 앞에서 말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속이 시원했다.
웃음을 멈추고 나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향했다. 지금이라도 간다면 회사에서 짜르지는 않겠지. 천천히 나는 옆에 놓여진 가방을 들고는 회사로 향했다. 가는 동안 사람들의 표정을 일일이 살폈다. 역시나 모두 삶에 찌든 표정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 또한 그들과 다른 점이 없었다. 다 똑같은 인생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탈을 꿈꾼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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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뇰 05.08.06 22:45 댓글 수정 삭제
    단편이라기보단 단상에 가깝군요. 좀더 수행에 정진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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