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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들개

2005.07.10 18:3107.10

들개

1.
나는 늑대가 무서웠다. 늑대에게 왼팔을 물린 이후로 왼팔을 쓰는 것이 불편했고, 늑대나 개를 보면 왼팔에 경련이 일었다. 아버지는 당장 늑대를 토벌할 것을 명령했다. 그 이후로 영지주변에서 늑대를 찾아볼 수 없다.
두려움이라는 안개가 걷히자 호기심이라는 구름이 일어났다. 나는 갑작스럽게 늑대에 대해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 둘은 사촌지간이었다. 나는 점점 개라는 생물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아졌다. 어쩌면 늑대는 이제 내게 환상으로 남았을 뿐이고, 개는 여전히 현실 속에서-아버지의 사냥개만 해도 버젓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늑대는 몇백 년, 아니 몇천 년에 걸쳐서, 사육되어 왔다. 인간의 규율에 맞게 달래거나 폭력을 가함으로써 철저히 늑대의 야성을 몰아내고 순종적인 동물을 만들어냈다. 그것을 개라고 부른다.
나는 문득 찬장에서 양피지를 꺼냈다. 하지만 비가 오는 탓인지 눅눅했다. 촛불에 비춰서 말리려다가 생각을 고쳤다. 책상 옆에 늘어뜨려져 있는 줄을 두어 번 잡아당기자 벽에 설치된 나팔관에서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도련님?”
“편지를 적으려고 하니까, 양피지를 좀 들고 와다오.”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신입 시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공손하게 건넨 양피지를 받았지만 이것도 마찬가지로 눅눅했다.
“이 양피지...”
난 한숨을 쉬고 양피지를 책상 위로 대충 던졌다.
“눅눅하잖아. 이래서는 잉크가 번진다고.”
“죄송합니다. 새로 가져오겠습니다.”
난 손을 들어 시녀를 제지하고 말했다.
“이런 밤중에 소란스럽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니 관둬라. 그러고 보니 날씨 탓에 이런 것이니 다 마찬가지일 것 같다. 차라리 여기 촛불로 좀 종이를 말리도록 해라.”
“...예.”
양피지종이가 촛불을 가리자 음울한 그림자가 시녀의 얼굴에 드리워졌다. 흡사 어둠 속에 얼굴이 녹으려는 것 같았다. 왠지 기분이 불편해져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급한 용무가 아니셨나 봐요.”
“음?”
“아니, 밤중에 편지를 적겠다고 하셔서 급한 일이신 줄 알았거든요.”
난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냥 놔둬.”
“예?”
“생각해보니 난 편지를 쓸 생각이 아니었어. 단지 잠이 안 왔을 뿐이지...”
그 말에 시녀가 움찔했다. 난 손을 저으면서 피식 웃었다.
“그런 건 아냐. 정말로 편지를 쓸 생각이었어. 그냥 네 말을 들으니 갑자기 편지 쓸 생각이 없어졌을 뿐이야.”
말하는 도중 순간 욕구가 일었지만, 어차피 말라빠진 계집이라 안는 맛도 없을 것이다.
“예에.... 실은 저도 잠을 못 자고 있었어요.”
시녀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양피지를 다시 말아 책상 위에 탁 놓았다. 그 ‘탁’하는 소리가 괜히 크게 울렸다. 그나저나 이상한 일이군. 나야 상념에 빠져서 잠이 안 온 거라지만, 저런 무식한 여자아이가 사색을 즐길 리도 없고. 시녀라는 건 피곤해서 보통 일찍 잠들지 않나?
“잠이 안 온 이유라고 있었나?”
“글쎄요.”
시녀는 여전히 양피지 두루마리를 꼭 쥔 채 대답했다. 그녀는 어느새 창가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나도 자연히 창문에서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무래도 들개 울음소리 때문에 그런가 봐요.”
“들개?”
“제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익숙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는데... 들개들이 짖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계속 잠을 못 들었어요.”
“예민하군.”
난 창밖의 소리에 귀를 집중했다. 하지만 갑자기 촛불 빛이 유난히도 뜨겁게 느껴졌다. 특히 이마가 간지러워서 무의식중에 오른손으로 긁었다. 그러자 미끌미끌한 땀이 흥건하게 묻었다. 웬 땀이...... 땀을 훔치려다가 왼손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 것처럼 천천히 일어나 창문에 다가갔다. 빗방울이 나뭇잎에 부딪히는 소리는 들렸지만 짐승들이 짖는 소리 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다.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하지만 빗소리만 커질 뿐이었다. 왼손의 떨림은 멈췄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시녀는 당황한 눈치였다.
“에, 저기... 늑대소리일 수도 있고...”
“이 영지엔 늑대가 없어.”
“아, 아무튼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도 얼마나 시끄러웠는데요. 지금도...”
흠... 물론 이 시녀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난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내 귀에는 빗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도련님?”
목소리에 희미한 떨림이 느껴져서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다. 시녀의 표정은 내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종류의 표정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은 ‘복잡한 표정’이라는 것밖에 없었다. 난 눈살을 찌푸렸다.
“도련님... 저기,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았어요.”
뭐? 등골이 밑바닥부터 차갑게 얼어버리는 것 같았다.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바깥의 소리에 집중했다.
맙소사. 어째서. 어째서 그랬을까. 어떻게 저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하고 있었을까!
나는 떨리는 손을 간신히 들어 창문 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왼손뿐만 아니라 오른손까지 떨렸다. 눈치 빠른 시녀가 재빨리 창문을 닫아줬다. 뒷걸음질하다가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버렸다. 사실은 낮부터 들린 소리인데, 며칠 전부터 들린 소리인데 안 들린 척했다. 두려움 때문에 현실을 외면해버렸다. 짧고 높은 소리들이 끝없이 반복되어서 빗소리라고 나 자신에게 암시를 걸어놓고...
“괜찮으세요, 도련님?”
떨리는 손을 들어서 손바닥을 내려봤다. 땀으로 축축하다. 반사적으로 시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게 되었군. 비가 와서 양피지가 눅눅한 게 아냐.”
내 손바닥의 땀인데 그걸 가지고 종이가 눅눅하다고 해버리다니. 그러고는 계속 저 짐승소리가 빗소리라고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놓다니.
“도, 도련님. 주치의를 부를까요?”
“아니, 아냐. 가지마.”
발작적으로 시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시녀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나 자신을 안정시켰다.
“맙소사.”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아니, 부끄러웠다. 진정되고 나니 머릿속이 차가워졌다. 맙소사! 겨우 들개를 두려워하는 한심한 모습을 이런 하찮은 계집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그래, 지금 당장 날 비웃어도 어쨌든 입을 막도록 해야 했다. 부들부들 떨었다느니, 들개를 무서워하느니 하는 소문이 퍼지면 아버지와 형에게 어떤 소리를 들을지 알 수 없다.
“...너 말이야.”
“예.”
천천히 일어나 시녀를 내려봤다. 그 순간 그만 멈칫해버렸다. 시녀의 얼굴에는 비웃음 따위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눈빛만 가득했다. 그 얼굴이 너무 순수해 보였다. 나는 당황해버려서 고압적으로 하려던 말을 우물거리며 해버렸다.
“이건 소문내지 마라. 음... 그, 그럼 돌아가도록.”
“아... 네, 넵”
시녀가 허리를 숙였다가 총총히 물러났다.
말라빠진 계집이지만... 나는 다시 시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얼굴이 제법 귀여웠다. 들개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도 잘 올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시녀에게 다가갔다.
“아......”
나는 소녀의 하얀 목덜미에 키스하며 천천히 단추를 풀었다.

2.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바로 이틀 전에도 아버지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 그날은 기분이 좋아서 평소보다 술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그 중산가의 딸도 술이 꽤 들어갔던 것 같고... 이름도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영주의 아들이 중산계급의 처녀와 놀아났다는 것이 아버지에겐 참을 수 없는 모독이었던 모양이다. 뺨 한 대를 맞고 나서야 어머니와 형이 나서서 말렸다. 그런데 겨우 이틀 만에 신입 시녀를 건드려 버린 것이다. 나는 얼굴을 감싸 쥐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벌써 아버지의 노기 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녀는 이미 시녀복을 다 입고 침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그녀가 내 머릿속을 꿰뚫어 본 것처럼 말했다.
“어젯밤에 도련님이 불러서 일찍 깨울 것을 당부했다고 말하면 되죠. 저는 이제 도련님을 깨우러 온 거구요.”
“아...”
내 표정이 멍청했던 걸까. 그녀는 히힛거리며 말했다.
“도련님은 공부를 많이 해서 아시는 것은 많은데 현실적인 문제는 잘 대처를 못하시는 것 같아요.”
뭣이?
“하긴 그게 차남들의 특징이더라구요.”
“......”
나는 기분이 약간 상해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내가 앉았던 자리의 주름을 펴면서 천연덕스럽게 계속 말했다.
“저는 계속 방을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도련님은 지금 갔다 오세요.”
“뭐? 갔다 오다니...”
“어제 밤늦게까지 들개 울음소리 때문에” 그 부분에서 나는 잠깐 움찔했다. “잠을 들 수가 없었다고. 그렇게 둘러대고 경비대장에게 들개를 어떻게 해야겠다고 말씀하시고 오세요. 거짓말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사실대로 해줘야 하니까.”
그럴 듯했다. 그러면 아귀가 딱딱 들어맞을 것 같다. 하지만 금세 마음 한구석에서, 어린데다가 그것도 하찮은 계급의 소녀가 하는 말대로 따라서 하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아, 그리고...”
그녀가 주머니 안에서 손수건을 하나 꺼냈다. 레이스도 없고 문양도 없는 싸구려 손수건인 듯했다.
“땀나면 이거 쓰세요.”
나는 얼떨결에 손수건을 받았다. 촉감은 부드러운 것이 생각보다 좋은 손수건인 듯 하다. 새하얀 손수건의 끝자락에 ‘유라 릴시비아’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마차 안에서 유일하게 걱정되는 것은 경비대장의 반응이었다. 과연 잠이 안 온다는 이유 때문에, 들개를 토벌한다든가 몰아낸다는 건의를 받아들일까? 그리고 그 경비대장은 나를 은근히 무시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은 분명 건성건성 들을 테지. 마차에 오르기 전만 해도 단지 유라와 잤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구실로 떠나는 거였지만, 지금은 정말로 들개를 쫓아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밤만 해도 당장, 들개 울음소리에 부들부들 떨면서 잠에 들지 못할 것이다.
나는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어떻게 경비대장을 설득할지 구상했다. 마차 바퀴가 굴러가는 만큼 머릿속을 굴렸지만 마땅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바퀴자국처럼 꼬이던 생각만 남은 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경비대장의 초소였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바깥에서부터 농민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의아함을 감추고 문 안으로 들어가니 그 안에는 들끓는 신음으로 가득했다. 냄새 나는 농민들이 붕대를 감고 침을 튀기며 고함을 외치고 있었다. 경비대장은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는 꼬아 올린 수염을 두텁게 기르고 눈매가 축 쳐져 전체적으로 광대뼈가 돋보이는 얼굴이었다.
나는 흥분한 농민들 사이를 피해갔다. 경비대장이 먼저 나를 알아보고 농민들을 밖으로 나가도록 명령했다.
“무슨 일 때문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든 건가? 이런 것은 처음 보는군. 아예 봉기나 반란을 일으키는 거면 몰라도. 아직 한참 수확기인데.”
“네. 그래서 저희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그놈의 들개 때문에 수확이고 뭐고 다 때려치운 상태입니다. 하긴... 들개한테 팔을 뜯겨 먹히는 상황에서 수확이 웬 말이냐 싶기도 하지만서도요.”
나는 재빨리 바깥을 보는 척하면서 몸을 돌렸다. 경비대장에게 왼팔의 경련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예 팔이나 다리가... 혹시 사망자도 나왔나?”
경비대장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먹혔다고? 웁
“웨에엑! 우우읍! 윽...”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을 간신히 참았다. 입안에 신맛과 쓴맛이 감돌았다. 난 겨우 잠자리에 못 드는 정도였는데. 그들은 그 순간에조차, 내가 유라를 탐닉하고 있는 순간에조차 그들은 짐승들에게, 이빨에 뜯겨 고기가 한낱 고기가 되어버렸단 건가? 우웩...
“괜찮으십니까?”
몸을 일으켜서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목소리에 경멸적인 어조가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들개 토벌에 대한 얘기를 짤막하게 꺼내고 불쾌감을 떨쳐내듯이 서둘러 일어섰다.
“들개 토벌은 이미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래? 하루빨리 토벌이 완료되었으면 좋겠군.”
난 뒤돌아서 나가려고 했으나 경비대장이 나를 붙잡았다. 그래, 더러운 농민들 따위보다야 나하고 상대하는 것이 더 낫다는 거로군.
경비대장은 능글맞은 웃음을 걸치며 말했다.
“어차피 들개들이야 늑대가 없어지니까 활개치는 조무래기들입니다. 단지 그 숫자가 줄어들 생각을 안 하고 자꾸 늘어난다는 거죠.”
“들개가 늘어나? 이상한 일이군. 그렇게까지 번식력이 강한 동물인가?”
“인간처럼... 번식력이 왕성하죠.”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했다.
“인간하고 개하고 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게. 개를 때려잡으면서 인간하고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는 자네 정신상태가 의심스럽군.”
나의 퉁명스러운 대답에도 경비대장은 한쪽 입가를 올리고 대답했다.
“설마요. 전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바래다 드릴까요?”
뻔뻔스러운 놈.
“됐네.”

나는 복잡한 심경으로 집에 돌아왔다. 게다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달갑지 못한 것을 보고 말았다. 목이 잘리고 등뼈가 발라진 시체가 두 구 널브러져 있었다. 둘러선 경비병들이 창으로 시체를 더 후벼놓은 뒤에야 붉은 덩어리가 되어버린 그것을 항아리에 담아 운반했다. 속이 뒤집히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보다는 너무 갑작스러운 충격에 몸이 굳고 사고도 마비되었다. 아무리 농노라지만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런 형벌을 받는단 말인가?
나는 무슨 일인지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방으로 돌아갔다. 정신없이 걷던 와중에 유라를 만났다. 아니, 유라는 내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이 창백하시네요.”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입을 열었다간 그대로 토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도망가요.”
나는 갑작스럽게 망치에 맞은 기분으로 유라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도 창백했다. 나는 한순간 시체에 대한 건 싹 잊어버렸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갑작스럽게...”
유라는 입술을 지그시 물며 대답했다.
“들개 토벌은 이미 시행되고 있었죠?”
“음. 어떻게 알았어?”
“봤거든요.”
유라는 이미 몸을 거의 못 가눌 것처럼 보였다. 계속 입을 열려고 하는 그녀에게서 정신이 나간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진정해.”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진정해. 일단 들어가자.”
문을 닫자마자 그녀는 안도 되는 것인지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어깨를 들썩이며 온몸을 떨고 있다. 나는 일단 물 한 컵을 건네주었다.
“저 봤어요.”
유라는 마치 술을 마시듯 물을 벌컥벌컥 삼켰다.
“토벌 장면을요. 들개를 토벌하는 모습을 전부 다 봤어요.”
하긴, 피범벅이 되었겠지. 피라는 것은 어린 여자에게 심한 자극일 것이다. 나는 유라의 등허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하지만 아무리 당황했다고 대뜸 도망가자니. 어젯밤의 일로 어떤 환상을 품었던 모양이다.
“유라. 잊어버려. 진정하고.”
유라의 등이 한번 움찔했다가 떨림이 아주 미세하게 변했다. 그녀는 내 옷을 꽉 붙잡은 채로 내 얼굴을 올려봤다.
“도련님은 못 봤어요? 도련님은 아예 현장에 가셔서 상황을 더 잘 알고 계신 줄 알았어요.”
그렇다. 이런 우둔한 놈. 유라가 토벌장소 근처에 갔을 리가 없잖은가. 이 저택에서 벗어날 리가 없잖은가.
“그렇다면...”
유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반동처럼 고개를 크게 저으며 중얼거렸다.
“저택 안에서 무슨 일이 났다는 거야? 뭘 봤다고? 그럴 리가. 그럴 리가...”

3.

유라를 따라가 도착한 곳은 저택의 지하 감옥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걸 단순히 감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해보니 지하 감옥이란 말이 너무 절묘했다. 말 그대로 지옥이었으니......
내가 봤던 두 구의 시체는 이 지옥의 일부였다. 나는 사고가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아까 봤던 항아리와 ‘비슷한 항아리’들이 수백 개 보였다. 검붉은 덩어리가 들어있는 항아리에서 악취가 올라왔다.
철창이 세워진 감옥 안에는 조용히 앉아있는 농민이 있는가 하면 소란스럽게 날뛰는 농민도 있었다. 양쪽 다 미쳐버렸을 것이다. 조용히 미친 자들은 자포자기에 가까운 심정이리라. 나는 차마 그들의 공허한 표정을 보기가 두려웠다. 그런데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나는 뭔가에 취한 것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부류를 자세히 살펴봤다. 어깨가 굳었다.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목이 없었다. 전부 시체들이었던 것이다. 아니면 시체라고 조차 부를 수 없는 토막 더미였다. 정신병에 걸리기 직전의 풍경에 난 발가락 끝부터 얼어 버렸다.
그 와중에 미쳐 날뛰는 자들의 고함 소리가 귀에 쑤셔왔다. 너무 똑똑히 들렸다. 그 소리는 개 울음소리. 요 며칠 간 계속 되었던 빗소리처럼 단편적이고 산발적인 바로 그 울음소리였다!
만약 유라가 내 뒤에서 나에게 기대고 있지 않았다면 난 그대로 실신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유라는 얼굴을 내 등에 파묻은 채 말없이 서 있었다.
나는 집 앞에서 토벌 장면을 그대로 목격한 것이었다. 그 농민들은 아마 죄인이 아니었을 것이다. 짐승에게는 죄인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누군가가 들어왔다. 유난히 귀에 거슬리는 쇠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것은 아버지였다. 아버지와 경비대장. 유라가 잡아당기듯 내 옷을 세게 쥐었지만 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꼼짝 않고 있었다. 아버지는 웃고 있었다.
경비대장이 감옥에 있던 자를 한 명 꺼냈다. 칼 손잡이로 무자비하게 내리찍고는 아버지의 앞에 무릎 꿇렸다. 아버지는 그 농민의 턱을 걷어찼다. 그리고 그 위에 걸터앉았다. 아버지는 히죽거리는 표정으로 그자의 살점을 뜯어먹었다. 내장을 씹어 먹자 경비대장도 뒤따라 창자를 질겅거리며 입가에 피를 묻혔다. 어두운 지하에서 질척거리는 내장 씹어먹는 소리가 가득 울렸다. 아버지는 바닥에 앉은 채로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갈망하고 있었다. 아직도!
“자아...”
그의 하얀 이에는 빨간 피가 묻어 흐르고 있었다. 멀리 떨어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너무 똑똑히 들렸다. 왼손이 떨렸다.
“그럼 이사벨을 함께 뜯어 먹자꾸나.”
이사벨은 나의 어머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아내다.

난 뛰고 있다.
계속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구할 수는 없었다. 아니, 자신이 없었다. 어머니... 계속해서 눈물만 났다. 내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던 사이에 영지는 들개 천지로 변해버렸다. 컹컹거리며 네 발로 뛰는 그들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썼지만, 훌륭하리만큼 들개의 모습이었다.
난 뛰고 있다.
유라의 손목을 잡은 채로 정신없이 달렸다. 유라도 나처럼 두려워하고 흥분했지만, 나보다 침착하게 길의 방향을 알려줬다. 지금 가고 있는 곳은 사람들이 잘 쓰지 않던 북쪽 통로이다.
난 뛰고 있다.
난 계속 뛰고 있다.
이제 어떡해야 할까. 저들과 싸울 자신은 없다. 나는 육체에 자신이 없으며, 그들은 육체적으로 움직인다. 야성을 가진 들개의 움직임과 다를 바 없었다.
난 계속 뛰다가 멈췄다.
“허억... 허억... 허억......”
너무 숨이 찼다. 다리도 무겁고 심장도 폭발할 것처럼 뜨거웠다. 유라가 내 등을 만지며 날 격려했다.
“더 뛰어야 해요.”
난 숨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쫓아올까? 사람들이 없는 북쪽이니까 이제 슬슬 안심해도 될 텐데...”
“아뇨. 여기 이 도시를 빠져나가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어요. 그리고 그들은 빨라요. 냄새도 잘 맡구요.”
나는 유라가 줬던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려다가 생각을 고치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여야겠지. 일단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야? 저... 미칠 것만 같은 자들에 대해서.”
유라도 힘들었는지 천천히 걸으며 대답했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저도 여기서 멀지 않은 영지에서 살던 후작의 딸이었어요. 영지에서 일어난 일은 지금 이곳과 다를 바 없어요. ...오빠와 도망치다가 저만 겨우 살아남았죠.”
유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계속 이었다.
“후... 영지를 빠져나와 떠도는 도중에 험한 일도 좀 당했지만... 거의 1년 전 일이죠. 아, 그러고 보니 그 오빠도 둘째... 차남이었어요.”
난 그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유라의 등을 꽉 껴안아줬다.
“저도 아는 건 거의 없어요. 단지 먼저 겪어서 아는 정도 뿐...”
“그래. 그렇다면 우리 앞으로 어떡해야 할지 얘기해보자.”
나를 올려다보던 공허한 눈동자가 차츰 생기를 되찾았다. 나는 유라의 손수건으로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줬다.
“이제 이 도시에 인간은 우리 둘밖에 남지 않은 거겠죠?”
이 넓은 도시에 남은 단둘의 인간... 괜찮다, 그렇더라도. 이제 서로 의지해주면서 살면 된다. 문득 왼팔이 저려왔다.
저 멀리서 컹컹 짖는 소리가 어렴풋이 울렸다.
“뛰자.”
나와 유라는 출구를 향해 뛰어갔다. 저들은 빠르게 달리고 냄새를 잘 맡는다.

4.

주변이 점점 어두워졌다. 하늘은 탁한 보라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출구 쪽 성벽의 그림자가 질척해 보였다. 뒤돌아보니 들개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쫓아왔다. 저녁이 다가오는 건가? 배고프다...
“조심해요!”
발 앞에 무언가가 있다. 하마터면 걸려 넘어질 뻔했다. 딱딱한 나무 등걸 같은 것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
시체였다. 몸을 뜯어 먹힌 경비병이다. 비명을 지르다가 성대를 뜯겨 먹힌 듯하다. 목에서 피가 아직도 흐르고 있고, 그의 표정은 입을 한껏 벌린 채 일그러져 있다. 손목이 텅 비어 있고 팔목 군데군데가 뼈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럴수가... 어둠에 묻혀서 잘 안 보였지만 주위에 이런 시체가 즐비했다. 악취를 못 느끼고 있던 것이 신기할 정도다.
“내려보지 말고 그냥 뛰어요.”
왼팔이 찌릿거렸다. 아차 싶어 뒤를 보니 들개는 이미 몇 걸음 앞에 있었다.
“히익!”
이미 늦었다. 그들은 너무 빠르고, 우리는 너무 약하다. 묵직한 무게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 순간 귓가에 맴도는 거친 숨소리와 입김, 피냄새 섞인 땀냄새가 너무도 강렬하게 나를 후볐다. 손바닥에 땀이 미끄러웠다. 나는 그만 유라를 잡은 손을 놓치고 바닥에 처박혔다. 머리가 띵하고 입안이 꺼끌꺼끌했다.
“꺄아아악!”
나는 어질어질한 머리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잘 안 된다. 턱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도련님! ...꺄악! 이, 이거 놔!”
읏... 나는 힘없이 흙을 집어서 던졌다. 흙더미는 비웃듯이 닿지도 않았다. 들개들은 유라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옷을 잡아 뜯기 시작한다.
그만둬! 나는 무의식중에 경비병 옆에 떨어진 검을 집고 달려들었다. 경비병은 아무래도 검을 쓰지 못하고 죽은 듯했다. 검 날이 너무 잘 들었다. 예상과 달리 아주 쉽게 적의 머리에 검이 박혔다. 힘겹게 검을 뺐지만 날이 나가 있었다. 하지만 몽둥이라도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유라의 주변에 몰린 들개들에게 무작위로 검을 휘둘러 내쫓았다. 그녀는 힘이 빠졌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내 팔을 잡았다. 그녀의 두 손이, 아니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 몸도 떨리고 있었다.
조금만 뛰면 출구인데... 검을 겨누며 조금씩 발을 뒤로 옮겼다. 만약 저들이 달려든다면 조금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때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우야.”
“형...?”
형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 마을에서 사람을 죽이다니. 진정해라. 넌 또 환상을 본 거다. 진정해. 진정하고 네가 누군지 떠올려 보렴. 넌 지금 환각을 보고 있어.”
“무슨 소리야, 형? 어머니가... 어머니가......”
주변이 조용해졌다. 들개로 변한 인간이 모두 물러섰다.
“어머니는 잘 계시다. 넌 또 환각을 본 거야. 어렸을 때 늑대의 환각 이후로 넌 계속 환각에 시달렸어. 다시 네가 누군지, 네가 살던 곳, 네가 뭘 하던 사람인지 차분하게 생각해 봐라. 넌 지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야.”
형의 말에 갑자기 모든 것이 흔들렸다. 자신을 잃어버렸다. 내가 환각에 시달렸다고? 유라가 내 환각 속의 존재라고? 아버지의 그 끔찍한 모습도 단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란 말인가? 나는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때 유라 내 등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다.
“저런 말에 현혹되지 말아요. 자신을 믿으세요.”
“유, 유라...”
“적어도 지금 저는 믿을 수 있잖아요.”
유라의 감촉이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감촉조차 나의 착각이라면...
“유라... 뒤에서... 말하지 말고 모습을 보여줘.”
아니, 그럴 필요 없이 내가 뒤돌아섰다. 그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그녀는 눈물을 한 방울 흘리며 말없이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유라의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줬다.
고개를 돌려 형을 노려봤다. 아니, 저자는 형이 아니다.
“아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형은 분명 두발로 서 있지만 입가에 묻은 피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단지 짐승일 뿐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잘 계시다.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달빛에 언뜻 비친 그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유라. 일단 산으로 피하자.”
이번엔 뒤를 보지 않고 뛰었다. 고개를 돌리면 속도가 늦어진다. 유라는 약간 힘겨워했지만 내 손목을 꾹 잡고 계속 따라왔다. 뛰다가 발목을 채여서 신발이 벗겨졌다. 그래도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뛰었다. 어차피 들개의 모습인데, 왜 뒤돌아본단 말인가.
거의 산자락까지 왔다. 들개들은 우리를 포위하듯이 둘러쌌다. 어느새 형이 벌써 쫓아왔다. 야광처럼 눈이 붉게 번들거렸다.
“아우야. 마지막 기회다. 네가 산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널 찾을 수 없어져. 어서 돌아와.”
“닥쳐! 어머니와 아버지를 먹었지? 입가의 그 피는 뭐야?! 넌... 이미 형이 아냐.”
갑작스럽게 눈물이 나왔다.
“정말로 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지.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형과 부모님 곁을 떠나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쪽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이미 내 눈에는 형까지 네발로 걷는 들개로밖에 안 보여...”
“...도련님......”
그 순간에 형과 네발로 걷는 남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들개처럼... 유라와 나는 공포에 이끌려 뒷걸음치다가 뒤돌아 뛰었다.
“도련님... 왼팔이 진정된 것 같아요.”
그랬다. 나무 사이로 더 이상 짐승의 야광 눈도 보이지 않았고 왼팔도 떨리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힘이 빠져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유라도 내 옆에 쓰러지듯이 앉았다.
“......”
어찌된 일일까. 어째서 사람들이 그런 괴물로 변해버렸을까. 알아볼 방도는 없다. 무언가를 캐내기엔 나와 유라는 너무 약한 존재였다. 어쩌면 광견병과 정신질환이 합병증으로 발생해서 치명적인 전염성 광견병이 퍼진 것일 수도 있었다.
“유라는 어떻게 생각해? 저렇게 사람들이 변해버린 이유 같은 거...”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이렇게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그 왜... 개란 것은 인간을 잘 따르잖아요. 그건 인간하고 개가 비슷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겉모습은 달라도 무언가 아주 비슷한 것이라고. 그런데 비슷하다면 그 둘의 모습이 바뀌기도 쉬운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개와 비슷하다...라. 그렇군.”
발작증세처럼 갑작스럽게 왼팔의 경련이 일어났다. 나는 오른팔로 왼팔을 억누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완전히 어둠뿐이었다. 아무래도 기분 탓이겠지.
나는 산 속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거대한 세계다. 나는 유라와 함께 천천히 어둠을 뒤로하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달빛을 받는 유라의 하얀 살결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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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단편입니다만...
입시준비하는 동안 글을 못 썼더니 감이 아직도 안 돌아오네요. 흑



블루베리
댓글 2
  • No Profile
    세뇰 05.07.11 13:02 댓글 수정 삭제
    즐겁게 잘 봤습니다:) 존경하는 오시이 마모루 선생의 '인랑'을 은근히 연상케 하는 부분이 많군요. 개가 인간을 잘 따르는 건 인간이 개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라...

    마무리가 아쉽습니다, 고농축이 단편의 맛인데 말이죠.
  • No Profile
    블루베리 05.07.11 16:22 댓글 수정 삭제
    감사합니다^^ 마무리... 여운을 주고 싶었는데 저의 실력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군요. 인랑은...... 보고 싶었는데 못 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소재가 개와 인간... 비슷하군요[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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