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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로드런너 - 꿈의 지팡이

2005.06.20 15:3006.20

로드런너 - 꿈의 지팡이

“헉, 헉!”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배낭의 무게는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리고 있는 내 발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내 등 뒤로 쫓아오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의 손톱에 갈갈이 찢겨버리고 말것이기에.

“크롸롸롸!!!”

  지금도 한 놈이 바짝 따라 붙어 나를 덮치려고 한다. 다행이도 이럴 때를 대비한 수단이 있긴 하다. 나는 지체없이 내 한쪽 손에 들린 짤막한 지팡이로 땅을 내리쳤다. 그러자 검은 수렁이 땅 위에 생겼고 나를 덮치려던 괴물은 그대로 그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괴물의 생사는 확인할 틈은 없다. 나를 쫓아오는 다른 괴물들이 수렁속으로 빨려들어간 놈의 머리를 밟으며 쫓아오기 때문이다.
이런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도 내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감돌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내 배낭속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황금들의 무게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나의 생계수단이자 꿈인것이였다.


  내 이름은 존 스미스. 무척 평범한 이름의 사내이다. 하지만 하는 일은 그다지 평범하지 못하다. 고대 유적의 각종 함정들을 돌파해서 보물을 꺼내오는 자. 트레져 헌터가 내 직업이기 때문이였다. 이제 서른을 갓 넘긴 나이지만 나는 이 방면에서는 제법 명성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육상부에서 탐을 냈을 정도로 뛰어난 주력과 점프력을 가진 나는 이 힘을 이용해서 유적들의 함정을 능숙하게 돌파했고 수많은 보물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와 함께 나는 이 방면에서 누구나 알 수 있는 하나의 별명을 얻게 되었다. 로드런너라는 별명을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재미있는 정보가 입수 되었다. 그것은 한 장의 고지도로 그 고지도를 해석해본 결과 수많은 황금과 함께 사라졌던 아즈텍제국의 잊혀진 지하유적으로 가는 지도였던 것이였다. 나는 지체없이 아즈텍제국의 사라진 황금들을 기대하며 그 고지도를 더듬어 지하유적을 찾아 낼수 있었고, 나는 내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각종 함정을 뚫고 유적 최하층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역시 내 기대대로 그곳에는 말 그대로 산더미 같은 금괴들이 쌓여 있었고 나는 희희낙락하여 그 황금들을 내 배낭에 넣을 수 있을 만큼 넣었다. 그렇게 황금을 챙기고 있었을때 나는 그 수많은 황금산 가운데 홀로 우뚝히 서있는 돌 제단을 보게 되었다. 그 돌제단에는 아즈텍 제국의 문자로 짤막한 글이 쓰여져 있었다.

-꿈의 지팡이

  그리고 그 제단 위에는 새까만 짤막하고 볼품없는 지팡이가 놓여있었다. 시장에 팔아봐야 돈도 안될 지팡이였지만 고고학자들이 연구자료랍시고 무척이나 비싼 가격에 사들이기 때문에 나는 주저없이 그 지팡이도 챙겼다. 그러나 이변은 그 지팡이를 든 순간 일어났다.

-드르르릉!!!!

  사방에 막혀있는 석벽들이 열리고 흉흉한 기운이 석실 전체를 감쌌다.

“크르르르르......”

  열린 석벽 너머에는 마치 원숭이의 친척같은 이상한 생물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의 몸정도는 가볍게 찢을 것 같은 긴 손톱과 흉흉한 눈빛, 커다란 덩치는 그것들이 원숭이하고는 거리가 먼 말도 안되는 괴물들임을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나는 지체없이 허리춤에 찬 총을 꺼내어 놈들의 발 앞에 갈겼다.

-탕! 탕!

  그러나 놈들은 총소리를 듣고도 기세가 죽기는커녕 더 사나워진듯했다. 거기다 점점 나를 둘러싸는 그 놈들의 숫자도 심상치 않을 정도로 많았다. 도저히 총으로는 택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즉시 몸을 돌려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크와와와!!!!!!”

  놈들은 내가 등을 돌려 달아나는 것을 보고 커다란 함성을 지르더니 나를 목표로 마구 뛰어오기 시작했다. 놈들은 그 큰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민첩했고 그 중 몇 마리는 크게 점프를 해서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가로막고 섰다.

“제기랄!!”

  계단을 가로막고 선 놈들에게 달리면서 총을 갈겼지만 놈들의 가죽은 뭘로 만들어 졌는지 총알이 먹히지를 않았다. 놈들은 지체없이 나에게 달려와 그 커다란 손톱을 휘둘렀고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피하려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크와?!!!!”

  내가 허리춤에 꽂아놓았던 지팡이의 끝이 바닥에 닿으면서 괴물들이 딛고 있는 바닥에 커다란 검은 수렁이 생겼던 것이였다. 놈들은 그 수렁으로 끌려들어갔고 나는 무릎을 꿇은채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크와아! 크와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뒤에서 밀려들어오는 괴물들의 소리에 나는 주저없이 뚫린 계단을 향해 돌진 하였다. 그것이 끈질긴 도망의 시작이였다.

  그렇게 나는 괴물들의 추격을 받으며 등에 황금을 지고 달리고 또 달렸다. 트레져 헌터를 시작한지 8년이 넘었지만 이렇게까지 달려본 적은 오늘이 처음일 것이다. 총도 통하지 않는 괴물들을 상대로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내 발과 이상한 검은 수렁을 만들어 내는 검은 지팡이 뿐이였다. 놈들은 엄청난 속도로 나를 쫓아와서 간혹 나를 잡을 뻔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 검은 지팡이 덕에 위기를 넘겼고 나는 계속 도망을 다닐 수 있었다.

  “저리 가!”

  계단를 올라가는 나의 발목을 붙잡으려 하는 괴물의 안면에 강력하게 발차기를 먹인 후 나는 얼른 계단로 올라가 또다시 윗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커다란 석판 뚜껑으로 내가 기어올라온 구멍을 덮어버렸다. 이걸로 놈들은 올라오지 못할것이다.

  “헉, 헉......”

  너무 뛰었더니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숨을 고르고 배낭속에 물통을 꺼내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약간은 미지근한 물이였지만 사력을 다해서 뛴 나의 목에는 너무나도 달콤하고 시원한 물이였다. 나는 배낭에 다시 물통을 집어넣으며 내 배낭 속에 들어있는 황금들을 보았다. 이정도의 양이라면 2백만 달러는 가볍게 넘을 것이다.
  어렸을 적, 너무도 가난했던 나는 사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에는 돈이 필요했다. 그 덕분에 나는 많은 꿈들을 포기해야만 했고 그때 하나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꿈을 위해서는 수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거금을 쉽게 만질 수 있는 트레져 헌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이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꿈들을 이룰수 있는 돈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포기할 수는 없다.

  -덜컥! 덜컥!

  내가 닫아놓은 석판뚜껑이 덜컥거리면서 열리려 하고 있었다. 내가 혼자서 겨우 끌어낸 뚜껑인데 놈들에게는 별 무게가 아닌 모양이다. 아마도 곧 있으면 놈들이 저곳을 튀어나오겠지.

  “네 놈들에게 이걸 양보할 수는 없지!!”

  나는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놈들도 뚜껑을 열고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이제 거의 도착했다. 놈들의 추격은 여기까지 계속되었지만 나는 그들을 뿌리쳐가며 지상층에 도착할수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이곳을 빠져나갈수 있을것이다. 그때 격렬한 진동이 통로전체를 흔들었다. 놈들도 그 진동에는 견딜 수 없었는지 이리저리 나뒹굴었고 나도 겨우겨우 자세를 유지하며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잠시 후 진동이 멈추었고 나는 놈들이 나뒹구는 틈을 이용해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몇의 끈질긴 놈들은 나를 다시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 코너만 돌면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나온다. 지하에서 살던 놈들이니 만큼 빛 아래에서는 잘 움직이지 못하겠지.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이런 젠장!!!!”

  아까 그 진동으로 인해 출구로 나가는 복도가 완전히 무너졌던 것이였다. 그리고 내 등 뒤로는 여전히 괴물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지팡이를 쓴다 해도 괴물들을 다 수렁에 넣을 수는 없을 것이였다.

  “여기까지인가......”

  그렇게 내가 자포자기 하려하는 순간 나는 천장 양가로 걸쳐져 있는 세로로 길게 손으로 잡을수 있을 것 같은 석재 구조물이 있었다. 그래..... 저걸 이용하다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지팡이를 허리춤에 꼽고 힘껏 뛰어서 그것을 잡았다. 그리고 손을 바꿔가며 벽에 붙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놈들은 복도가 무너져서 밑에 끝을 알수 없는 구멍이 있건 말건 상관없이 나를 향해 뛰어 오르는 것이였다. 그리고 그중 한놈이 내 배낭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이거 놔!”
  “크와오!!”

  나는 팔에 힘을 꽉 주고는 몸을 좌우로 흔들었지만 놈은 좀체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놈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배낭을 좌우로 크게 찢어버렸다.

  “아..... 안돼!!!”

  놈은 잡을 곳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깊고 깊은 구멍 속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내 보물들도 같이 그 구멍으로 떨어져 버렸다. 내 꿈들이 어둠 속으로 묻혀버리는 순간이였다.


  나는 눈물을 삼키고 필사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온 순간 또 한번의 엄청난 진동과 함께 유적의 입구 전체가 무너져 버렸다. 이제 저 유적속의 수많은 황금들은 그대로 어둠 속에 묻혀 버린것이였다.

  “결국, 건진 건 이 지팡이 하나뿐인가......”

  나는 무너진 유적의 입구를 바라보며 나는 주저 앉아버렸다. 꿈을 위해서 열심히 달렸지만 건진 것이 없다는 허탈감에 피로가 가중되는 것 같았다. 나는 주저앉은 채로 내가 그 유적에 다녀왔다는 유일한 증거인 지팡이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지팡이를 아무리 땅에 대어봐도 그 검은 수렁은 생기지 않았다. 낡을대로 낡은 지팡이의 끝이 조금씩 부스러질 뿐이였다. 그때 그 부스러진 끝에서 뭔가 반짝하며 오후의 햇살을 반사했다.

  “이건 뭐지?”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그 부스러진 지팡이의 끝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황금이이였다. 그 지팡이는 본래 황금이였는데 겉에다 나무를 감싼것이였다. 나는 얼른 겉의 나무들을 다 부스러트리고 그 황금의 지팡이를 보았다. 그 지팡이 겉면에는 아즈텍 문자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꿈은 사람들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렁과 같은 것
   꿈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힘이 되는 것
   꿈은 쥐고 있으면 언젠가는 행복한 것-

  “.......그래서 꿈의 지팡이였나?”

  나는 그 황금의 지팡이를 쥐고 다시 일어섰다. 이번 일은 대실패였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마냥 주저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긴 오늘은 잃어버린 황금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내 손에 여전히 있으니 완전히 실패는 아닐것이다. 그것이 있는 한 나는 또다시 보물을 찾아 힘을 내서 달릴수 있으니 말이다........


작가 후기

아주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탕! 탕! 꽤엑!) ‘로드런너’라는 전설의 울트라스팩타클환타지로망서스팬스 액션게임(...뭐냐 이건?)이 있었답니다. 올드게임팬들이시라면 ‘아! 그거~!’ 라고 아실 바로 그 게임이죠. 이 소설은 그 게임을 바탕으로 제작된 일종의 팬픽션(각혈)이랍니다..... 요즘은 정말이지 소설의 소재가 너무나도 생각이 나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고 벽에 머리를 학대하면서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 과거 스토리가 없었던 올드액션게임에 스토리를 붙여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로드런너는 그런 생각으로 쓰여진 두 번째 소설입니다.(첫번째는 아주 예전에 쓴 ‘문패트롤’...) 하지만 소재가 좋다고 글이 좋다는 법은 없는 법! 결국 제 극악허접삽질 글솜씨로 좋은 소재 다 망쳤으니 이 죄를 어떻게 다 갚을까요. 다만 엎드려 비나니 짱돌만은 용서해주세요...(어이, 이봐요 총같은거 꺼내면 전 죽어요!)

          
    
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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