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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눈이 오는 진짜 이유

2022.02.12 11:0002.12

“여기는 메이지 11호 달로 출발합니다”

“알았다 오바 행운을 빈다.”

 인간에게 우주란 풀 수 없는 보물 상자였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지만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했다. 그러던 중 샛별 9호에서 생체 신호를 발견했다는 정보를 발견했고, 미세한 시작이지만 모든 과학자들부터 시작해 국민들은 놀라워하며 기대했다. 우주에 작은 생체신호라도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주에 누군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인간이 우주에 생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랑 같았다.
 국제 우주 본부는 최고로 유명한 과학팀과 우주탐사선 팀을 소집했다. 긴말 필요 없이 모두가 같은 이유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과학팀은 우주복을 얼마나 안전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을지에 매 순간 회의를 진행했고, 우주탐사선 팀은 새로운 우주선 오바댜 12호를 준비하며 우주조종사를 뽑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한창일 때 국제 우주 본부에서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거 봐 이거! 인공위성에 작은 발자국이 찍혔어! 진짜 생명체가 실존한 거야!”

 모두가 그 소식을 듣고 더 불을 붙였다. 평소보다 두 배 빨라진 작업 속도와 효율로 9월에 출발한 우주선이 5월로 줄여졌다. 이 소식을 들은 방송사는 생중계로 송출하고 있었다.

 “여러분 보십쇼! 드디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이 찍힐 겁니다!”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오바댜 12호는 지구에서 폭발적인 굉음과 함께 멀어져 갔다. 우주 조종사들은 모든 엔진과 기계에 문제없는지를 확인하면서도 계속 우주탐사선 팀이랑 연결을 하고 있었다. 

“여기는 오바댜 12호 문제없이 대기권을 나가고 있습니다”

 얼마냐 걸린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모두가 기대하며 오바댜 12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오바댜 12호의 신호를 받은 우주 본부는 약간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니깐.. 없어졌다고? 먼지처럼?”

“네.. 아무런 반응도 송신도 사진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누군가 우주선을 빨아들인 게 아니라면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없었다. 우주 본부는 이러한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주 조종사들의 목숨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총장님! 여기 보십쇼 우주선은 없어졌지만 우주 조종사의 생체신호는 잡힙니다. 혹시 어디 갇힌 게 아닐까요??”

 그 소리에 총장님은 다시 달로 출발하는 우주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모든 우주 본부 팀에게 지휘했다. 우주 본부는 하나의 집단으로 한 몸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날 뜬금없이 눈이 내렸다. 차갑고 하얀 눈이. 모두가 미쳤다고 말했지만 관심은 오직 달에 있는 생명체에 갖게 되었다. 

 “진짜 존재하는 거였어.. 분명 지금 우리를 기다리면서 우주 조종사들을 보호해 주고 있을 거야"

 며칠이 지나자 우주 조종사의 생체 신호조차 사라졌지만 이미 벌써 다음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든 우주 본부 사람들은 하나도 지쳐 보이지 않는 기색이었다. 자신들이 하는 일에 보람과 성취를 느꼈는지 매 순간이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샤롯 13호가 엔진 점검과 오바댜 12호와는 다르게 더 많은 검사 시간을 소요했다. 우주 조종사 숫자 또한 저번에 2명이었지만 이번에는 총 4명으로 2명 충원해서 출발했다.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한 역할도 확실하게 마쳤다. 다시 모든 나라에서는 동시에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출발!!!”

 하늘로 쏟아져 올라가는 샤롯 13호는 이제 작은 콩알로 변해 지구를 떠나고 있었다. 분명 무사히 달에 착륙할 거라고 모든 사람은 믿었다.

“팀장님 엔진이 이상합니다!”

 “뭐??! 이석화 빨리 엔진상태 확인해 봐!”

“아무 문제 없습니다!”

“조종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팀장님 앞에 누가 있습니다, 저건!!”

  우주 본부에 또 영상 하나가 전송돼 왔다. 과학팀과 우주탐사선 팀은 조용히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 속에서는 우주선에 빈 화면과 한 명의 우주선 수리로 들어간 이석화 조종사가 보였다. 하지만 그에 모습은 다소 어색하고 이상해 보였다. 마치 모든 언어를 잃어버린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껌뻑껌뻑 뜨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나자 우주선은 갑자기 터지면서 이석화는 그때 잠깐 한마디를 했다.

“끼”

  창문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12월이었지만 다른 겨울과 다르게 이번에는 더 이른 시기에 내리고 있었다.
우주 본부는 긴급회의를 시작했다. 분명 마지막 단어가 힌트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어떤 생명체의 이름인가에 대해 토의를 했다.

“생명체를 보고 이석화 조종사가 말했을 겁니다. 분명 살아있는 존재라고요.”

“끼라고 끝냈습니다. 혹시 어떤 생명체의 새끼가 아닐까요?”

 “끼.. 조끼를 입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의견들은 하나도 통일되지 않았다. 그중 제일 괜찮은 의견을 투표해서 뽑힌 결과는 생명체의 새끼라는 의견이었다. 우주 본부에서는 회의를 통한 결과로 다시 한번 달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인이 아직 낯설어 그런 거입니다! 한 번 더 가서 만난다면 분명 괜찮을 겁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지도 않고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 없다. 이번에는 우주 조종사를 부모로 뽑아 생명체 새끼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모습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선도 귀여운 색깔로 칠해서 가야 합니다! 제일 아이들한테 무해한.. 파란색과 연한 주황색으로 합시다!”

 우주선이 다시 출발을 앞두고 있었다. 처음과 다른 모습으로 귀엽고 아무런 위협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 같이 한목소리로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어떻게라도 좋으니깐 한 번만 그 생명체를 만나고 싶었다. 직접 이야기는 나누지 못해도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했다. 

우주선이 다시 없어지기 전까지 말이다.

 “아니 뭐? 또 없어졌다고 가다가 어디 블랙홀이 빨아먹은 거냐?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총장님 저 그게..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안되겠다 탄티늄으로 도배해서 보내자 우주 조종사도 보내지 말고 카메라만 수백 개 달고 보내”

 “네?! 아니 괜찮으시겠어요??? 탄티늄은 자원 자체도 상당히 비싸서 우주선으로 만들라면 몇십 조를 써야 할 텐데..”

“인류에게 있어서 이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나?!”

 우주 본부는 긴급하게 다시 우주선을 만들었다. 세상에서 절대 부술 수도 녹일 수도 없는 자원으로 말이다. 탄티늄으로 엔진을 만들고 외벽을 세우고 내부를 지을 때 그 실루엣은 이루 말할 수 없게 강해 보였다. 마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같이 보이기도 했다. 우주선 밖과 안에는 수많은 카메라를 연결시켰다. 우주선이 출발하자마자 바로 볼 수 있게 녹화 버튼을 동시에 연결시켜 두고 버튼을 따로 만들어 준비를 끝냈다. 

 인류는 다시 우주선이 떠나기 전까지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었다. 우주 본부는 출발하자 영상 녹화 버튼을 눌렀다. 결국 인간이 승리하는 것을 굳게 다짐했다.

“가자!!!”

 우주선은 강한 엔진의 위력과 출력으로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쳐 지구를 쏜살같이 빠져나왔다. 우주 본부는 출발과 동시 영상 녹화를 생중계로 송출하고 있었다. 우주선이 달에 가까워질 때 순간 움직임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아직 거리가 있어 정확히 볼 수는 없지만 분명 움직이고 있었다. 상체가 위아래 위아래 반복적인 운동을 하고 있었고,    조금 더 가까워지자 그 생명체는 우주선이랑 눈이 마주친 것 같이 순식간에 달에서 뛰어 중력을 무시한 체 우주선을 덥석 잡아왔다. 
 영상이 포착한 생명체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누구는 그 자리에서 먹고 있던 음료수를 그대로 뱉었고, 우주 본부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생명체는 우주선을 어딘가에 안착시키고 열심히 빻는 행위를 하였다. 빻는 중간에 우주선에 붙은 카메라 하나가 튀어져 나와 중력에 둥둥 떠다니며 생명체를 찍고 있었다. 그제서야 모든 사람들은 확신했다. 그때 이석화 조종사가 말했던 ‘끼’의 의미를 정확히 알았다.

“야, 저거 맞지..?”

“맞는 것 같은데..?”

“저거 토끼잖아..”

 ‘달 토끼..”

두 귀를 쫑긋 높게 들어져 있으며 양발로 지면을 밟고 서 있으며 두 손에는 절구로 우주선을 열심히 빻았다. 동화책에서 보던 상상이 현실이었다. 영상을 찍던 카메라에 토끼의 말도 흘러나왔다.

 “아우야, 이거 왜 이렇게 딱딱하냐 요새 자꾸 이상한 게 날라오네. 1월에 보내야 하는데 저번에 5월에 한 번 실수했잖아”

“그러게요 형님 요새 왜 이럴까요.”

 두 토끼는 계속 빻았다. 절대 찌 그러 질수 없는 우주선은 고운 하얀 가루가 되어갔다. 토끼는 그제서야 절구를 내려놓고 옆에 있는 하얀 가루가 가득 담긴 통에 쓸어 넣었다. 순간 우주 본부는 두 눈을 의심했다. 그 고운 하얀 가루에 파란색과 연한 주황색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까지 모든 우주선과 조종사들이 하얀 가루로 변한 거라고..?”

 여기서 끝이라면 인류는 잠깐 충격을 먹고 말았을 것이다. 그 뒤에 일어난 행동은 더 충격적이었다. 토끼는 하얀 가루가 가득 담긴 통을 푸른빛을 자랑하는 지구에 던졌다. 하얀 가루는 그렇게 지구로 서서히 가속력을 얻어 빨라지고 있었고, 지구에 대기권에 도달하자 하얀 가루를 보호하고 있던 유리가 깨졌다. 
 모든 사람들은 밖에 나와 하늘을 보고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하얗고 차가운 게 떨어졌다. 모든 도시에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살면서 느낀 눈의 정체를 무의식적으로 감지했다. 온몸이 하얗게 굳어 그 자리에 빳빳하게 서 있었다.

“엄마! 눈 색깔이 파란색하고 주황색이에요! 이쁘다”

***

“형님 이번에도 늦지 않게 끝냈습니다”

“어우, 이번에는 좀 힘들었다 요즘에는 왜 이렇게 빻기 어려운 것만 날라서 오냐 특히 생명체 뼈는 또 처음 빻아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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