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cbiblio.net/CB/늘 느끼는 것이지만 입에 근근히 살점 몇 개 붙이려면 노력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그나마도 요샌 기 십년 전만 해도 산 한 바퀴 돌고 나면은 그 날 그 날은 걱정 없었던 것이, 요즘엔 새니 토끼니 작달만한 것들은 씨가 통 마른지라 암만 인간 아니래도 별 수 있나, 그 놈의 사회 틈바구니에 껴서 부대끼는 수밖에.

응, 꼬리가 아홉이라도 그걸 무엇에 쓴담? 이빨이 얼마나 날카롭든, 달음박질치는 속도가 적토마도 울고 가든, 십리 밖서도 냄새 풍기면 김포수네 족보 없는 잡견만치 맡아채든 요즘 세상에 돈이면 장땡도 아니고 삼팔 광땡인 걸.

잘난 여우는 기생충 득실거리는 고기 뜯어먹고 살아도, 못나도 부티 좔좔나는 여우는 거위 간도 넙죽 넙죽 눈치 볼 일 없이 삼키더라.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하지 않나. 시대가 다르다. 이젠 돈태 흐르는 여우가 잘난 여우인 것이다.

"이모, 내가 *장끼 넣어달라니까! 그리고 *깔별로 넣지 말고 파란색 재고 많으니까 빼라 그랬드만 멀쩡히 들어가 있더라?"

그래서 나도 일한다.
다만 잘난 여우 될 생각은 없고, 새벽시장 좀 돈다.
찾은 직종은 '사장님이 미쳤어요!' 고
속옷 판다.
빈 상가 찾아서 한 두어 달 옷 걸어놓고 장사하다 슬슬 동네 아줌마들 다 같은 빤스 입고 돌아다닐 즈음 옮겨간다.
예쁜 언니들은 어떻게 난닝이라도 한 장 더 끼워준다.아저씨들 트렁크는 불쾌해서 안 판다.
오냐, 굿직종이로구나 더덩실 춤출 종류도 아니지만, 뭐 어때.
세금도 잘 안내는데.
나라에 돈 안 뺏기고, 입에 고기만 넣으면 더 바랄 것도 없지.
이 정도면 만족해야지 과욕 부리면 어디 쓰나.

"글쎄 아까 분명히 깔별로 챙겨 넣으라 그랬어. 내가 다 들었구만, 나중에 와서 이렇게 생떼 부리면 다음부터 물건 못줘."

"거 장사 한 두 번 하나? 젊은 놈 입에 풀칠 좀 하재니까 그냥 넘어가."

다만 요렇게 부부가 금실 좋게 엉덩이 붙이고는 밤낮 사기 칠 궁리하는 꼴만 안 본다는 전제 하에.

"아, 환장할 노릇일세! 하루 이틀 보는 사이도 아닌데 나한테까지 이럼 안 되지, 이모. 저기 옆옆집 미자 누나도 고개 흔드는 거 보면 모르우?"

그리고 미자 누나가 내가 그 말 하자마자 모른 척 시선만 홱 돌리지 않는다는 전제도 필요한가?

어쨌든 다시금 말하지만 잘난 여우 되겠대는 생각 안 품고 겸허히 살면, 요 세상이란 게 인간냄새야 (특히 테스토스테론 냄새가 환장하겠다) 복장 뒤집게 많이 나지만 살기 나쁠 거 없다.








여우는 우월하다. 적어도 내 보기엔 그렇다.
tv에 연예질 한다며 얼굴 내비치고 수작부리는 저 젓내 못 가신 애들만 봐도 그렇다.
눈매 야릇해, 구변 좋아, 얼굴 세모꼴 번드르르해, 몸 늘씬해.아주 그냥 죽여줘요지.
오빠 사랑해요. 누나 너무 예뻐요. 언니 정말 좋아해요.

하이고, 저 인간 애기들 저래 매달리는 꼴 좀 봐라.
사람 홀려먹어 애걸복걸하게 만드는 직업 가진 놈 치고 여우만한 종자가 팔도 뒤져 있던가.
오소리나 너구리나 나와 보라고 그래라.
나야 지금 고시텔 방 한 켠에 앉아서 이어폰 끼고 dmb 보고 앉았지만은
그래도 딴 때 같으면 눈길도 안 줄, 정류장 5분 거리 삼호빌라 사는 언니,
내 눈웃음 세 번 치니까 주저 않고 만원어치 사가더라.(다음엔 브라자도 하나 껴줄란다.)

'오라버니, 형님 그러지 말고 이 길로 오세요. 그래도 이보다 수월한 게 없어요.'

80년대쯤엔 고 말도 왕왕 들었다만 안 속길 얼마나 다행인가.
요샌 얼굴 하도 갈아치우고 이름 바꿔 끼고 나오는 통에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다만,(그래도 눈빛 보면 여운지는 안다)
같은 얼굴 달고 살면 그 인기를 얻었대도 어느 날 거품마냥 삭 꺼지는 걸,그 이유로 둔갑 다 도로 하는 꼴 보니 쉽지도 않겠더라.
거기에 애기들 밥그릇에 껴들어서는 좀 더 먹겠다고 내 맞덤벼서 싸우고 뺏으리? 200년 남짓 산 저것들한테서?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장사 하고 싶으면 하고.
그런데 돈이 눈앞에서 그냥 고기로 세어지면 그래, 도무지 장사 접고픈 맘이 안 드는 거라.

"누나, 요즘 이런 게 유행이야. 그냥 집에 가져가, 가져가. 집에 남편은 뭐 맨날 같은 속옷 안 지겨운가? 누나가 남편 갈고 싶은 거나 똑같지."

또 뭐 남의 부부생활 껴들고 훈수 놓는 거야 어차피 책임질 거 아닌 바에는 더 없는 레크레이션인 걸.

"어유, 총각이 못하는 소리가 없네, 그냥."

"아, 총각 아니야. 내가 집에 딸린 식구가 몇인데. 누나가 이거 안 가져가면 그 가격에 내놓고도 못 팔았다고 나 색시한테 혼난다."

"수염도 덜 여물어놓고선 뭘 색시타령이야? 몸에 털도 안 났네. 에이, 그래 까짓 거 내가 가져간다."

"잘 생각했어. 인심써서 내가 한 장 더 준다."

여우가 본디 거짓말 잘한다는 소리는 죄 낭설인 것이, 내가 저런 언변 어디 태어날 때 달고 나왔나.
계집 끼고 시시덕대며 아닌 말로 농짓거리 하는 게 장사수완인 동물은 내 알기로 인간밖에 없다.
또 그래, 혼자 산대도 거짓말도 아니지.사실 내가 려말에 꼬리 여섯 달려 여적 애송이였던 시절엔 지금은 헤어진 마나님하고 새끼 좀 까놨는데.
딸려 살진 않더래도 그 암여우 근 이백년 들어 내 사는 꼴 보면 울화가 치민다며 덕덕 긁어대는 걸.
그러니 장사라도 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지금 와서는 어디 사는 지도 냄새 희미해져 모르지만.







총이며 뭐며 때문에 사냥개 입 안이든, 침 죌죌 흐르는 사냥꾼 입 안이든, 손에 냄새 더럽게 밴 무두쟁이 입 안이든 죄 물려가고는 몇 남지도 않은 여우들.모여서 북닥이며 살면 빈자리가 훨씬 태가 나는지라 통 가보기도 싫고,
끼리 모여 필요 없대도 인간 말 뽄새 그대로 쓰는 것도 싫고,
피차 대놓고 마주 서서는 먼저 인사 던져오지 않는 바에야 하도 둔갑을 풀었다 놨다 해서 얼굴도 알기 힘들고.
가끔 여우 냄새 비스무리한 내음 한 번 맡을치라면 아예 쳐다도 안 보고 다른 데로 가 버린다.

"이게 누구요, 내 진즉 월북해서 소식 끊겼다는 소리나 들었는데. 거죽 벗긴다고 끌려나 가지 않았나들 하더만, 임자 살아는 있던 게로군?"

그래서 털가죽 냄새가, 잇새에 낀 고기 찌끄래기 부패한 냄새가 샐샐 나더라도 봐야 속만 터지지, 별 수 없어서 고개 돌릴 생각을 통 안 하는데... 오늘은 소리도 들리나? 웃겨서 원.

"아니, 혹 원주 누이요?"

"그럼 뉘겠소. 이게 얼마만이련가?"

참, 언제 그랬냐는 듯 제깍 돌아설 일이나 자유로 야밤 교통사고나 빈번하다지만 이런 법도 다 있다.
그래도 사냥철 피하면 한 목숨 건사할만 하대서 야산 죽때리고 산다는 게 여길 다 내려오면 반칙 아니려나. 트렌치 코트, 스카프, 앵클 부츠…. 그것도 잘 갖추고.

"해방 전 기묘년 지나고는 처음이오."

"그럼 거진…6.25 동란이 한 60년 되어 가는데도 가물가물한 걸 보면 꽤 오래 못 봤군 그래."

"꽤랄 것까지야 있나, 어디. 한 세기도 못 채우고서는 오래되었다 말하니 이 사람 기억력도 영 못쓰겠네. 그런데 정말 월북했단 소리가 도는 게요? 당최 영문을 모를 일이로군. 그래도 십 수 년 전까지는 얼굴 디밀 자리는 뺀 적이 없는데."

그치만은 빈자리 보기 싫다 부러 피해 다녀도,
정작 만나면 말 섞고 정 가는 게, 이게 가을을 타는 것인지.



그러나

"아, 사람 기억력을 못 쓰는 거겠소? 여우 머리라야지, 사람 머리라고 하면 쓰나."

아, 예. 여우, 여우. 사람 가위표, 여우 동그라미.

"허허허, 뭐 그렇겠구려."

있던 정도 아니꼬와 쓸려나가네, 이 여우야.







지하철 순환선을 타고,
말을 곱씹어 보고,
웃으면서 슬며시 눈꼬리를 휘는 것이 딱 여우 같던 꼴상도 떠올려 본다.

-거 인간 물이 적잖이 들었구려. 사람 냄새가 너무 나서 내 말거는 데 적잖이 망설였다오.

아니, 사람 운운할 테면 저는 왜 해발 20m 밑으로 구태여 기어내려왔다던?
치고 들어오는 놈 본보기 보여준답시고 같이 엉겨 살아보자는 핏덩이들 모가지 따는 시늉은 여태 왜 했고?
산 속에 살면 곱게 곱게 제 텃밭 지키면서 잘 살면 될 걸 어디 만사 참견 못 해서 안달인가?
나는 왜 저런 처자에게서 외로움을 느꼈나.
동족이라고 저 모양인 것을.

"저기, 괜찮으세요?"

그래, 난 여우고, 자넨 인간 구색 갖추기에 환장한 여우고.
우리 둘다 여우고.
진정해야지, 진정.

귓전으로도 들을 가치도 없던 것을.
겉모양으로 사람 모양새 나서 못 알아보겠던 짝 난 건 딱 저면서, 어디다 대고.
유행 잡아타서 옷 입은 꼬라지 하고는 고속버스 터미널 상가 좀 가 본 가닥이드만.

그러나 원만한 세상살이라는 것이 입이 내켜한다고 이런 저런 썰 내놓고 풀어놔서는 성립이 안되는 것이라.
그쯤이야 제깍 알고 일상 실천할 현명한 동물이 아니냐 이 말이야, 여우라는 족속이.

"아, 깁스 푼지 얼마 안됐는데. 아, 아. 아, 습…. 그 신발로 남의 발을 작씬 밟고도 괜찮아 보여요?"

지금처럼.

아무렴 그렇고 말고.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턱 거만하게 치켜세우고, 눈 가늘게 뜨면서 여자 상대로 이런 말을 하나.
괜찮아요, 괜찮아요, 백만 번도 괜찮아요 웃겠지.

"어떻게 해…. 죄송해요, 정말."

이목구비는 순진상에, 사회 물은 덜 먹어 본 애기상에, 지금 내 말 듣고 울상 된 얼굴 보고 위로도 해 주고.

"어떻게 하긴요. 합의 봐야죠."

"예?"

"지금은 바빠서 얘기하기 힘들고, 휴대폰 좀 줘봐요."

"왜, 왜요?"

저렇게 당황하는 거 귀엽다고 볼에 있는 살이라도 집어보고.

"주말에 보려면 번호는 알아야 될 거 아니에요."

뭐 그렇게 이쁘다, 이쁘다 그랬겠지,
이렇게 상황 급반전 시켜서 사악 웃어보이는 연기같은 거 할 생각도 안 했을 걸.

"합의금으로 데이트 한 번, ok?"

아가, 네가 아무리 아이 라이너로 눈꼬리를 올려 빼본들
내가 눈 한 번 접어서 샐샐 쪼개면 게임셋이야.
난 여우잖니.

아아, 대체 이 어디가 여우답지 않단 말인가.








사람 간 먹고 인간되려 용쓴다는 택도 없는 자뻑은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몰라도, 사람 간 말고 사람 간장약이 좋다는 사실은 내 인정하지.
본시 인간이 꺾어진 스물 지나면 나이가 들수록 내장기관이란 놈의 기능이 퇴화하는 것이렸다.
또한 여우도 동물이니 별반 다를 바 없을 터, 옆 방 고시생하고 소주육병 걸쳤대면 보신으로 복합 우루사 한 정은 몸에 넣어줘야 몸이 편한 것이다.

약을 입에 넣고, 물 들이켜서 목구멍 뒤로 꿀떡 넘기는데 문득 생각이 난 게 데이트 약속.

암만 후끈한 프라이데이 나잇 분위기가 혈혈한 이 내 맘에 분탕질을 쳐 싱숭생숭함만 잔뜩 방생케 했대도
클럽 드나들긴 싫어요, 근데 소외가 외로워요, 옆구리가 시려와요 타령 하며 술 푸는 게 아니었구나.
곧 옆구리 뎁힐 일이 생길 것이었고만.


언니, 누나, 엄마, 자기 타령하면서 장사하는 상판이라 아무리 평시에 관리는 잘 되어있대도,
술먹고 눈 충혈되고, 얼굴 잔뜩 부어올랐는데 여자 만나러 나갈 수 있는 작자 있으면 내 천금을 주고 노하우를 뇟속에서 긁어오겠네.

이거 아예 둔갑을 도로 해야 하나?

냉장고 문짝 열고, 붓기 빠지라고 얼굴 쳐박고,
고민도 억세게.
응, 진짜 억세게.









"동물원 좋아해요?"

"네. 어릴 때부터 동물 구경하는 거 좋아했어요. 오면 마음도 편하고."

나는 짐승, 너는 사람.
근데 나는 요 짐승들 종합세트에서 불편하고, 너는 편한 게 무슨 조화래니.

"무슨 동물이 제일 좋아요?"

"표범이요."

그래, 나도 표범은 늘씬해서 좋더라.
눈 마주치면 찌릿찌릿 서로 벼락 칠 때도 있지, 암.

오후 다섯 시 케이비에스 동물의 왕국에서나 서열 타령 어쩌고 하지, 치타는 서열이 낮아서 사냥을 하면 숨기고 먹는대요 이런 게 진짜가 아니거든.
같이 새끼 볼 일이 요원해서 그렇지, 남녀 문제라는 게 동물 간 서열이 어쨌어 저쨌어 이런 범주 안에서 해결이 나는 게 아니에요.

"아, 저도 그래요. 표범 움직이는 거 보면 참 멋있어요."

어쨌든 넌 일단 아웃일세.
사람 두 번째 인상이 참 별로구먼.









고 연애질이라는 것이 여우 계집하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달라 예전엔 퍽 재미났었는데.
그래, 그랬는데.
난 여우고, 얜 인간이구나 싶은 그런 기분도 애진작에 가셔서 그런가.
암만 한동안 안 하다보면 또 구미당길 날이 올거라 생각해봐도, 예쁜 얼굴 보고 좋네 좋아 한 번 장난질 쳐보고는 두 번째 쯤 가면 시큰둥.

방구석에 몸을 내돌려도 도무지 피로가 가실 기색이 없는 걸 보니 인간들이 하는 일련의 연애활동이란 것이 택시태워 집 들여보내고, 손 안쓰게 밥 떠먹여 주는 게 차지하는 몫이 태반이래도 꽤 중노동이긴 한가 보군 하며 말고.

지하철에서 만나서 동물원 가고, 그 데이트 간 데서 아이스크림 알바 후리고, 꼬신 알바하고 영화보다가 영화관 매점직원하고 눈 맞고, 눈 맞아서 클럽 놀러갔다가….
꼭 덫에 걸린 날짐승 빼먹듯이 쏙쏙만 하는 것이다.

아까운지고. 그 시간을 왜 길바닥에 돈 뿌리듯 죄 뿌렸누.

하기사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봐야 내놓고 속알맹이보면 매한가지란 거, 일대일 만남을 그렇게 양껏 해봤으니 이젠 단단히 깨우칠 때도 되긴 했지.

같은 얼굴이면 지갑에서 돈 나와서 매출 올려줄 때가 뒤에서 후광이 따라오며(동면매출同面賣出이라),
흥부네 집 아새끼들 지지배배 제비마냥 집구석에서 이거 달라, 저거 달라 하는 태 아닌 바엔 안 사갈 양을 날 잡은 양 몰아사가는 아줌마들은 그야말로 보살로 보인다는 걸.

그것말고는 인간 여자에 뭔 매력이 있나 작금에 와서는 다 까먹었네.
얼굴 마주대고 샐샐대는 게 싫은 건 여적지 아닌데 말야.

"그래, 신나게 옆에 인간 끼고 놀아나니 좋든?"

"아, 하도 만나다보니 갈수록 재미가 줄어드네 그려."

"그래?"

"그렇대도."

"이 화상덩어리가 말도 뻔뻔하게 잘 내뱉고 있구만."

"화상? 그게 뭔…. 아니, 여보 마누라?!"


그렇다고 여우의 매력을 도로 물씬 느끼는 것도 아니고.

어이쿠, 당최 문은 어떻게 열고 들어왔나, 이 사람.
아니, 이 여우.



그만큼 했으면 이제 되었네, 자네.

목소리를 진득허니 내리깔고는 수염이라도 쓰다듬으며 근엄히 내자를 다스리는 모양새야 오브코스 오마이드리미다.
오라, 그렇지 맞장구를 자진모리가 뭐냐 휘모리로 쳐줄 자신도 있다만
꼬리털에다가 촘촘이 다라라라락 박아넣은 세월이 얼마가 되었든 조딴 말을 못한다는 것은 무릇 수컷에게 있어 만고불변의 진리다.
허나 꿈이라는 것이 본시 이 땅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기에 그리도 아련하고 아름다우니 나는 다만 방 한 구석에 홱 돌아누워 씁쓸함을 꼴베서 먹이는 소마냥 되새김질 한다.

리리리도 아니고 니니니 자로 똑똑 떨어지는 말로 똑부러지게 30분 가량 친히 지도를 해주시지 않았던가.

왜 이러고 사니
여자 끼고 노니 좋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니
너 미쳤니
너너너, 니니니
아주 명줄을 놓아버리겠니
니니니

그냥 클럽에서 판을 돌리게 쉐끼, 쉐끼 리믹스도 할 저 말뽄새에 대고 쓸 댓구가 내게 없다는 걸.


"아, 단도리도 좀 유도리있게 하면 아니 덧나나? 어디 구레나룻을 함부려 당겨대누? 거 여적 쑤셔오네."

"그것이 귀밑머리지, 구레나룻이던가? 그래, 산채 나갈 때 들고 나간 가산은 다 어쩐게요?"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한다지 않소. 그래도 나라에 가진 것 내어주고도 내 이 한 몸 아주 잘 건사하고 사는 중이니 양호한 편이구만은."

"허이고, 그리 조선 땅 애껴서 나오는 말이 단도리에 유도리구려. 나라는 어느 적부터 가졌길래 나라요? 임란 적에는 못 두고 보겠다 옆구리를 그리 긁어도 못들은 체 가만있더만. 왜, 가죽도 죄 벗어주지 않고."

참다참다 참자, 못참으면 어쩔 건데, 그래 한 번 돌아보자 하면서 홱 봤다.
다 봤어, 이 처자야.

"뭔 할 말이라도 있소?"

근데, 관두자.
자기 아낙 하는 말에 껀껀이 걸고넘어지는 수컷이 어딨다던?
이건 돌아누우니 보이는 얼굴이 결코 쉐끼쉐끼, 저 쉐끼 제끼라우도 할 상이어서가 아니다.
아주 염라대왕 명부라도 들입다 채와서는 이름 제껴버리겠다 나오겠단 생각도 절대 안 하는 중이다.











자자, 무섭지 않아.
아, 그럼.
무서울 리 없대도.

"그나저나 왜 온 게요? 그간 서방 없이 팔자 폈다는 얘기에 팔도에 다 퍼졌다오."

정다워서 정 튀고, 지분대서 지문 사방에 남게 놀아날 맘 남도록 막 신접살림 차린 새신랑각시는 아니더래도
이혼조정 받는 거나(3주 후에 뵙는 그거) 별거나 매한가지니까 대화는 꼭 필요해 말을 던져보는데

"팔도는 뭐 이북도 쳐서 팔도요? 아니면 남도, 북도 갈라놓은 거 넣어서 팔도요?"

"거, 그 여우 말꼬리 한 번 잘 잡네 그려."

마나님 저리 얘기하는 거야 스무스하게 넘어 간다 쳐도

"아, 원주 언니가 네 서방 비쩍 골았다며 은근히 책잡는데 내가 가만있으란 말이요? 행색 봐서는 잘 챙겨먹고 다니는 꼴이 아니라대. 입에 붙겠는 거 있거든 그거나 말해 보시오."

원주 그 여우 참 여러 가지로 앞이나 뒤나 남의 속 긁어놓는데 재주있다.

"그냥 고기반찬 후하게 내서 상이나 한상 차려 주구려."

근데 또 왜 이 소탈한 바람은 저래 휙 째진 눈으로 바라보나?
아, 여우로군.

"고기가 반찬이라 했소?"

그래, 알았어. 잘 알아 먹겠다.
상 차려내라는 게 싫은 게다.

"거 상 차려주기 싫으면 말고 치킨이나 한 마리 시켜주오."

"치킨?"

"양념 반, 갈릭 반으로."

"허!"

그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반반 시켜서 500원 더 내는 거 아까워 하는 것이 야속한 노릇이긴 해도 피차 오랜만인거 이제는 깔끔히 처신하자.

"무도 한 팩 더 달라하고."

가급적 지폐 덜 깨도록 아예 무 값 500원 더 붙여서 15000원 깔끔히 만든다.

"아, 간이나 천엽은 아니래도 육사시미는 먹겠다 해야 하는 거 아니요! 닭이라도 생닭을 먹든가!"

그런데 왜 싼 거 타령하는 와중에 사치 좀 깜냥 있게 부려볼래도 어디 이 유센가.
거 이 처자, 그새 성정 참 많이 이상해져 있고만.













알람을 끈다.
뒤통수를 세 차례 벅벅 긁고는 안 떠지는 눈으로 벽지에 그려진 꽃을 서른 송이 세서
손가락으로 그 선 연결해 평행사변형, 육각형, 열대어, 별을 그려본다.
전표 계산하고, 물건 빠진 거 점검하고, 그거 다 했고.
그래도 일주일 새 물건 꽤 나갔으니 도로 들여와야겠고….


거 마나님 한 번 뫼시고 나니까 몸은 피로에 젖어들었고, 목은 반면에 퍽도 건조하고,
아이, 까짓 장사 하루 접…긴 무슨, 벌써 접고 접고 접어서는 달나라 갈만큼 종이 도톰해지게 접었네.
성미 헐렁한 놈이 벌인 자영업이라고 그나마 없던 밑천도 탕진탕진 진탕 해먹고 길바닥 나앉을 일 있나.
일하자, 일.

수레, 가방 챙기고, 버스 잡고, 시장시장시장시장.


"어요, 이모부 오랜만이죠? 희한하게 볼 때마다 반갑다니까."

아침마다 너는 아름답다 거울 보며 그리 헛되지 않은 칭송이야 낯짝 간지러워 못 날려준대도
세수 멀끔히 한 얼굴에 띈 아름다운 미소와 입가 걸린 공치사는 세일즈를 업삼아 몸담아 인생 돌리는 이한테 기본이라.

"오랜만은 무슨. 얼마 되도 않았드만은 또 왔어? 보기하고 다르게 하여튼 수완 좋아. 하기야 와서 넉살 떠는 것만 봐도 견적일랑 다 나오긴 허네."

"아이, 수완은 무슨. 하루 이틀 안 보면 그게 오랜 거지, 그럼 금세 된 건가? 혼자 나오셨어? 오늘 이모는 안 계시나?"

또한 담벼락이 높은데 대문에도 꽉꽉 걸쇠 채워놨으면 구멍이라도 쐐기 콱콱 박아 넣어가면서 공략을 해야지.

"오늘 계타러 나가서 없어."

안주인 꼿꼿히 버틸 때는 곧 죽어도 안된대는 노란색만 쏙쏙 빼 갈 좋은 빅기회, 굿호재를 맞춰서 오다니.
한창 때 안성 유기전도 이만은 못했겠다 싶다.

"무슨 계모임을 새벽부터 나가?"

다만 굴러가는 상황은 앞뒤옆옆 요모조모 아저씨 얼굴 꼴 네모, 내 얼굴 꼴 세모, 우리 이모 아줌마 꼴 여섯모 확인한다.

"온양에 온천 갔어."

아, 그럼 당연히 오케이.

"그럼 가게 혼자 보시나, 오늘?"

"그렇게 된 셈이지, 뭘. 혼자 안 보면 누가 와서 봐준대나, 어디."

참 타이밍 맞추기도 재능 축에 넣으라면 내가 통재는 통재를 뱃심가득 퉁퉁허니 챙겨가졌어.











그래.
인간 세상 내려와 산다 해도, 생업에 목숨 걸 필요는 없는 게지? 그렇게 아등바등 굴 이유 뭐 있나.
나는 여우의 정체성으로 충만해 있으니 그리 안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목적, 구성, 진행, 추이, 제반사항 두루두루 짚어주고 마음속에 결심한바 이루고야 말아서 그것이 요물이다 타령 듣는, 정말 생짜 여우래도 혹간 가다 농땡이가 필요한 법….
(이거 어째 말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언제 봐도 참 동생 싹싹하고, 똑부러지는 게 맘에 내가 차. 한 잔 받어."

술은 입에 쫙쫙 붙고,
가을 전어가 며느리는 못 데려와도 시장기 돌아 뭣좀 간절하다 싶은 이 수월히 끌어들이고.

"어이코, 그럼 한 잔. 흐흐. 아이, 근데 나 조카 아니었나?"

먹고 살자고 장사하지, 장사하려고 먹고 사는 게 아니잖아.
암암암. 암 그렇지.

"뭘 나이를 아주 도맷금으로 먹여버리려고 작심을 했나. 형이라 그래. 어? 이 집이 말야, 딴 집은 다 병수 늘려 팔아먹으려고 도수 낮춘 걸 들여와도, 여긴 독한 정도가 변하는 법이 없어."

아저씨 벌써 말 꼬여가니 안주발 세우기도 녹록하고, 가게 안도 뜨슷하고.

"예예예."

"참이슬이 다 뭐야. 진로는 금딱지지, 진로 골드, 금딱지. 응? 내 말 맞지?"

술 참 밝힌다.
제 할일 않고 농땡이 피우기로는 인간을 제일로 쳐줄란다,

"그지, 소주는 25도여야지. 20도, 19.8도? 그거 맹물이라 못 쓴다니까요."

예이, 하등족속들.
여우는 일 하나 정해놓고 나서는 정히 못하겠는 일 아니어든 눈길 도통 돌리는 법 없단 말씀이야.

"건배!"

"아, 건배!"

근데 그럼 내가 여우다우려면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아니, 인간 득시글거리는 틈에서 인간처럼 오늘 못하면 내일 죽을 것처럼 독기 품고 달려들지 않는 게 여우다운 거지.
아니, 그래도 인간은 농땡이요, 여우는 외곬수지.
아이씨, 아무렴 어때.
내가 여우가 아니면 누가 여우야.
아, 술맛 좋다.

"거 잘도 들이키네. 이 친구 대놓고 흥정 따질 때는 안 그런 듯 싶어도 참 인간미 넘치고 좋아, 허허."




*장끼 : 영수증
*깔별 : 색깔별

ha3t님은?
90년 6월 3일생. 기분이 나아지는 방법으로 글을 택해 쓰기 시작했다. 외부활동은 안해서 남한테 드러낼만한 이력은 없다.
글을 쓰기 시작한 때는 측정 불가능하고 , 글을 쓴다는 의식이 처음으로 있었던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드라마 팬픽을 쓰면서였다.
독서량이 적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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