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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파시 삼단계

곽재식

1.

한 동안 나는 내가 텔레파시를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고민했다. 보통 사람들의 검은 속마음을 너무 잘 알게 되어서 견디기 어렵다, 뭐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나는 사람들이 위선적이라는 것이 그렇게 절망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나는 사람의 속마음이 만약 그대로 나에게 읽힌다면 부산스럽고 혼란스러운 것이 가장 문제일 거라고 생각한다. 보기 싫은 내면이 보이는 것이라든가, 반대로 의외로 사람들이 희망적이라는 감상을 느끼기 전에, 너무 많은 생각이 여러 사람들의 머릿속에 계속 오락가락하는 것이 느껴지면 헷갈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중해서 한 가지 생각을 오래 하지 못하며, 집중해서 한 가지 생각을 하는 중에도 사소하고 잡다한 생각이 자꾸 아주 작은 알갱이로 머릿속을 튀어 다닌다. 연말 정산의 숫자를 계산하는 중에도, 어디가 아팠길래 의료비를 이렇게 많이 썼지 하는 생각에서 부터, 어쩐지 요즘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 배꼽 옆이 잠깐 간지럽다는 생각에, 나도 언제인가부터 작심하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의사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별별 생각이 계속 왔다갔다 한다. 어떤 생각이 피어 난다는 것을 의식조차도 하기 전에 사라지는 짧은 생각들은 더 많다.

 그게 그나마 내 마음 속에서 그렇게 반짝거리니까 견딜만한 것이지 남들이 하는 그런 어지러운 생각들이 계속 들리고, 보인다면 얼마나 정신 없을까. 12개의 TV화면을 동시에 켜놓고 2초 마다 서로 다른 채널로 돌리며 방송을 보는 것과 비슷하겠지. 너무 헷갈리고 너무 소란스러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라면 내 상황은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내 텔레파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지는 못한다. 그저 내 생각을 다른 사람 머릿 속에 전해 줄 수만 있을 뿐이다. 그것도 내가 원할 때에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전해 줄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온갖 생각이 내 머릿속에 밀려 들어 오는 바람에 머리가 아파 오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라면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내가 정말 싫어하던 같은 반 학생을 미쳐 버리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텔레파시로 욕설과 저주를 계속해서 쉬지 않고 보내면 그 놈이 버틸 수 있을까? 어디서 누구로부터 들려 오는 소리인지도 알 수 없는 것이, 계속해서 마음 한 구석에 어떤 알듯 말듯한 다른 사람이 너는 더럽고 야비한 놈이라고, 너는 쓸모 없는 놈이라고 계속 중얼거리는 것 같겠지. 그러면 맨 정신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내가 비굴하게 돈을 빼앗기고 군것질거리를 사오는 심부름을 할 때에는 정말 그렇게 하고 싶었다.

 좀 더 무섭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주 받은 귀신이 들러 붙어서 속삭이는 흉내를 낸다고 하거나, 악마가 붙어서 자꾸 귀에 헛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겁을 먹고 부들부들 떨게 할 수도 있었고, 그게 아니라도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어서 계속 초조하고 곤두선 상태로 몇 시간 동안 몰아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걸핏하면 거친 욕을 하고 누구를 어떻게 폭행하겠다느니, 누구를 죽여 버린다느니, 하는 말을 7월 교실 땀냄새 풍기듯 입에서 흘리고 다니는 인간이었지만, 자기 마음 속에서 그렇게 낄낄거리는 비웃음이 허구헌날 들려 온다면 그것을 두고는 누구를 두고 욕을 할 수도 없고, 누구를 때려서 해결할 수도 없다. 내 생각보다 조금 덜 멍청한 놈이었다면 아마 자신의 뇌가 병이 들었고, 언제나 회복 될 수 있을까, 하루 종일 걱정할 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을 하면 한결 내 마음은 가라앉았다. 내 텔레파시 기술로 상대방의 마음을 직접 조종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마음을 환히 꿰뚫어 보고 그 계획을 피하거나 역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어디인지 모를 곳에서부터 그 마음 속에 직접 속삭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술, 그것만으로도 나는 사람 하나를 아무도 모르게 몰래 폐인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언제든지 너를 병들어 망가지게 할 수 있다. 네가 아무리 무서운 척 하고 대단한 척 해도 네가 지금 그럴 수 있는 것은 아직 내가 너를 봐주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나는 너를 봐주고 있는 것이지, 내가 너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하지는 않았다. 한 두 번쯤 시험 삼아 텔레파시를 보내서 그 놈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본 것이 전부다. 내가 저지르기에는 너무 잔인한 짓이라는 느낌도 있었거니와, 세상의 규칙을 어기는 악한 행동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세상에는 규칙을 어기는 악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그런 사악함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것이 세상의 불행과 악의 뿌리라고 믿었다. 내가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남을 미쳐 버리게 해 버릴 수 있다고, 그렇게 해서 싫어 하는 놈들을 없애 버린다면, 그러면 나도 세상의 악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다. 나쁜 사람들은 처벌 받지 않을 거니까 세금을 빼돌리고 사람을 괴롭힌다. 텔레파시는 들키지 않으니까 인간을 망가뜨려 버리는 수법을 쓰는 사람은 그런 나쁜 사람들과 한 통속인 것 같았다.

 모를 일이다. 한 두 달만 더 그 놈 얼굴을 같이 보고 지냈으면, 그렇거나 말거나 무슨 짓이든 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놈이 먼저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전학 온 애 길을 들인다며 그 놈이 멋 모르고 검사 아들인가 판사 아들인가 하나를 때렸다가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그번부터 그 전학생에 대한 소문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데, 그 놈은 “검사 아들이 이런 학교에 왜 오냐?”라면서 전혀 믿지 않고 그저 다른 비슷한 애들 대하듯이 덤벼들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애 엄마인 검사인가 판사인가는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자기 지역구에 있는 학교에 자기 자식이 다니는 것이 더 기자들에게 잘 보일 거라는 말을 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저렇게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학교가 잠잠해지고 나니, 나는 잠깐 후회가 되기도 했다. 이게 과연 더 바람직한 해결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의 해결법은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 검사의 아들이 내가 속한 무리에 들어 와서 당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밖에 없을까? 차라리 최대한 빨리 깨끗하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하늘의 징벌인 것처럼 내가 나서는 것이 여러 사람에게 더 좋은 일 아니었을까? 나는 여러 가지 상상을 해봤지만 답은 구하지 못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나는 한 사람이 나와 같은 텔레파시 솜씨를 갖고 있고 그때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그 능력으로 사람을 망하게 하는 재주를 결국 실제로 썼던 사례를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 간다.

 그는 내가 상상만 했던 그 방법을 실제로 어릴 때부터 계속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방법에 점차 익숙해져 나갔다고 했다. 그는 일평생을 살면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항상 몰래 텔레파시로 저주하고 욕해서 아무도 모르게 망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되면서 점점 어두운 성격이 되고, 싫어 하는 사람을 아무도 모르게 제정신이 아니게 만들어 버리는 재주를 이용해서 점차 무서운 사람으로 변해 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는 악당들 사이에서 두려움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고, 절대 들키지 않고 어떤 사람을 제거해 주는 청부 업자 같은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는 가운데 그는 자연스럽게 범죄의 왕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는 부유하게 살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무서워하며 떠받들었다. 한동안 그는 그 재주를 이용해서 사기 도박 같은 것을 한 적도 있었다. 카드를 대신 보고 아무도 몰래 짜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텔레파시로 알려 주는 수법을 활용했다. 절대 서로 말하거나 의논하면 안 되는 규칙이 있는 도박에서 그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나 다름 없을 테니까.

 그렇게 살면서, 그는 범죄 세계에 푹 빠져 살면서 점차 세상 무서운 줄 모르게 되었다고 한다. 성실한 노력이나 떳떳한 일의 밝은 세계에서 벗어나 지내는 동안 근본 성격부터가 어둡게 변해버렸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도 자신을 이길 수는 없다는 생각은 점차 강해졌다. 그리고 필연적인 결말처럼 그는 그러다가 결국 그는 불행하게 망했단다.

 내가 들은 이야기에서 그는 어떤 다른 범죄 조직의 두목과 겨루다가 비참하게 최후를 맞았다고 했다.

 그 결말의 사연은 이러했다. 상대방 두목을 보고 그는 역시 텔레파시 기술로 마음 속에서 계속 귀신 목소리로 속삭이면 겁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상대방 두목이란 자는 아주 심각한 마약 중독자라서 일상생활이 계속 환청을 들으며 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가 텔레파시로 위협하는 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도저히 이길 수 없고, 그는 최후를 맞이 한다. 그런 이야기였다. 혹은 처음 사기 도박 파트너였던 그의 텔레파시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배신을 한다는 이야기와 엮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2.

그런 저런 생각 속에서 나는 텔레파시를 내 삶의 중심에 놓고 살지는 않을 거라고 결심했다. 뭐, 타고난 성정이 겁이 많아서 그렇게 마음 먹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텔레파시를 쓰는 일이라고는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기고 싶을 때 정도였다. 무엇을 낼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상대에게 “바위, 바위, 바위”하는 생각을 보내면, 열에 여덟 아홉은 그 말이 자기 마음 속에 갑자기 떠오른 계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바위를 내기 마련이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다닐 무렵이 되어서야 세상이 바뀌었고, 나는 내 텔레파시를 좀 더 쓸모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학자들이 텔레파시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밝혀 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밝혀 낸 것은, 머릿 속으로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생각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품으면서 집중하면, 실제로 그 생각이 허공에서 새로 발견된 일종의 자기 홀극 파동의 형식으로 방사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세기가 극히 미약하기 때문에 그것이 정밀한 측정 장비로 측정될까 말까한 수준이지만, 간혹 가다가 나처럼 꽤 세기가 강한 사람들도 있고, 그런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뇌가 그것을 감지하여 그 생각을 전달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 정도의 텔레파시를 가진 사람은 우리나라에 대강 몇 백명 정도는 있는 것 같았다. 그 중에 오 분의 사 이상은 자기가 그런 텔레파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고 있다가, 연구기관에서 측정을 한 후에야 그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하기야, 남에게 자기 생각을 보낼 수 있는 텔레파시는 일부러 실험이라도 해 보지 않는 이상 깨닫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무심코 남에게 생각을 보냈다고 해도, 그걸 상대방이 받았는지 안 받았는 지 확인하게 되기란 어렵다. 남의 마음 속에 들어갈 수 없으니, 내가 보낸 것을 상대방이 받았는 지 어쨌는 지 바로 알 수는 없다. 이를테면, 보낸 쪽에서는 그냥 “면접관이 나를 뽑아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정도이고, 받는 쪽에서는 “왜인지 모르지만 저 사람을 뽑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괜히 느끼게 되는 정도다.

 텔레파시 현상이 확인된 후에 “나는 귀신에 들렸다”고 말하고 다니던 무당이 사실은 자신의 룸메이트가 텔레파시를 할 수 있고 자신을 맹렬하게 미워하며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욕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등의 사례가 종종 나타났다. 곧 텔레파시를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내가 예전에 상상했던 그 텔레파시로 남 괴롭히는 수법이란 것은 암살이나 테러리즘과 다름 없다고 경고를 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심지어, 자신이 텔레파시를 할 수 있다고 예전부터 깨닫고 있는 사람들은 그 사이에 우리 몰래 텔레파시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지 않냐는 의심이 일기도 했다. 그러니 텔레파시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다 잡아 들여서 혹시라도 그 사람 중에 하나가 텔레파시로 남의 정신을 망가뜨린 적은 없는 지, 사기를 친 적은 없는 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만약 텔레파시 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 그랬던 사람이 있다면 당장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인권운동가 출신의 국회의원은 그런 일제 단속과 조사, 처벌만이 평범한 우리 서민들과 아이들을 보호하는 길이라면서, “텔레파시 대뇌 기형 전수조사 법안”을 만들어서 실제로 텔레파시 수치가 높은 사람들을 싹 다 잡아들여서 털어보자는 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반대로 악용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내가 바로 거기에 걸린 적이 있었다.

 내 옆옆집에 살던 변호사 한 사람이 자기 결혼 생활이 2년전 파탄 난 것이 나 때문이라고 고소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텔레파시로 자신과 자신의 아내에게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계속해서 속삭여서 정신을 괴롭혔고 그 때문에 자신과 아내와의 관계가 깨졌다고 말했다. 나는 경찰에게 붙들려 갔고 텔레파시 수치를 또 조사 받기도 했다. 실제로 숫자가 높게 나오자, 경찰들은 정말 나를 위험하고 나쁜 사람처럼 몰아 갔다.

 나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고 할 이유도 없으며, 인생 사느라 바빠서 그런 일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 변호사는 나 같은 사람이 사악하게 개입하지 않았다면 자기처럼 좋은 조건과 환경의 부부가 그렇게 관계의 파탄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객관적인 통계 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가 마음 속에 알 수 없는 충동을 느꼈던 날짜와 시간을 기록한 일지를 보여 주었는데, 그는 그 때가 바로 내가 텔레파시로 자신의 마음 속에 “네 마누라는 마귀야. 네 마누라는 악마야”라고 중얼거린 바로 그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텔레파시를 쓴 적이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모르게 텔레파시를 써서 마음 속으로만 전달되었다든가 되지 않았다든가 하는 과거의 일을 확실히 증명할 방법은 없었다. 변호사는 가끔 마음 속에 정말 이상하게 부정적인 느낌이 밀어 닥쳤다고 증언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그 무렵 그 변호사가 담배를 끊으려고 했기 때문에 괜히 마음이 불안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나 내 추측도 추측일 뿐이었다. 한창 텔레비전에서 텔레파시를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이상한 사람들인지 열심히 떠들던 때라, 나는 재판에서 질 것 같았고, 자칫 감옥에 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재판 말미에 나는 한 가지 모험을 하기로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재판 중에 내가 얼마나 결백한 지 말했다. 그러면서 내 텔레파시를 내가 할 수 있는 힘껏 가장 강하게 써서 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텔레파시로도 전했다. 살면서 지금까지도 그때가 가장 있는 힘껏 텔레파시를 시도한 때였다. 그 텔레파시로, 나는 지금 텔레파시를 쓰는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너무나 부당하고 가혹하며, 내 신세는 말 할 수 없이 억울하고, 피해자인 척 하는 저 변호사는 그냥 얼간이일 뿐이라고 모든 사람의 뇌 속에 직접, 내 마음을 속삭였다.

 그 효과는 아주 좋았다. 말과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생각, 크고 강하고 한편으로 미묘한 감정, 그 자체가 다른 사람의 뇌 속으로 밀려 들어 갔고, 모두가 그것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말이 아니라 내 진심이 그대로 응축된 생각의 덩어리였으며, 그것은 어떤 훌륭한 작가가 온갖 화려한 글솜씨로 묘사하는 문장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다채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이 밀려 오는 체험에 전율하며 감동했다. 그 경험을 생소하게 여겨서 사람들이 “역시 텔레파시란 너무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다”라고 느껴서 나를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까 나는 걱정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날 분위기는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내가 누명을 썼고 불쌍하다는 분위기에 다들 휩쓸렸다.

 그 시절 이런 재판에서 판사들은 그냥 분위기와 눈치로 판결을 내릴 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해서 재판에서 이길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혼란스럽던 초기에 그런 일을 당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억울한 일을 먼저 당한 것이 다행이라니 처량하기도 하지만, 생각해 볼 수록 정말 그렇다. 지금은 재판이 불공정해진다면서 재판 중에 상대편 변호사, 검사나 판사에게 텔레파시를 거는 것은 엄격히 금지 되어 있다. 더 교묘한 사람에게 지금 쯤 비슷한 일로 걸려 들었다면, 빠져 나오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재판에서 이기고 보니, 비슷한 사건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1년 정도는 좀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그렇지만, 원칙이 정해지고 정부의 단속 지침과 판례가 나오면서 그런 시기도 서서히 끝이 났다.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린 이유는, 무엇보다도 알고 보니 고위 공무원이나 갑부와 같은 사회의 큰손들 스스로가 텔레파시를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별로 믿을만한 자료가 아니기는 했지만 100대 기업 전문 경영인들 중에 25%가 텔레파시를 할 수 있고, 3급 이상 공무원 중 40%가 텔레파시를 할 수 있다는 발표도 있었다. 그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손해 보는 일을 할 이유는 없었고, 텔레파시를 쓰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어느 인권 문제보다 빠르게 잘 조율 되었다.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고위층은 자신들만이 할 줄 아는 텔레파시를 이용해서 사회 대다수를 농락하고 자신들만의 우월한 실력으로 몰래 우리를 지배하고 있으니, 그런 사람들을 몰아 내야만 정의로운 사회가 온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그 사람들은 바로 그것이 대부분의 사회 문제와 갈등의 근본 원인이므로 그것을 뿌리 뽑지 않는 한은 우리 사회의 문제가 아무것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외친다. 이 사람들은 그런 주장으로 단체를 만들고, 이론을 만들고, 학파를 만들고, 사상을 만들고 있다.

 사회 고위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그게 그런 지 어떤 지는 영영 모를 일이다.

3.

텔레파시에 대한 연구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초기에 한 몫 잡았던 사람들 중에 가장 큰 돈을 번 사람들은 “예민선지자”라고 하던 사람이었다. 예민선진자들이란, 환청이 들린다고 하는 정신질환자들을 주목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곧 이 환청을 겪는 정신질환자들이 사실은 다른 사람이 보내는 텔레파시에 유난히 민감할 뿐, 사실은 무슨 병이 든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미약한 텔레파시도 어떤 사람들은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아무도 듣지 못하는 마음 속의 목소리를 그들은 듣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런 환자들을 자신들의 일원으로 끌어드렸다.

 이 예민선지자들의 주장은 얼마 후 겉잡을 수 없이 인기를 얻었다. 그러니 환자들 중에 갑자기 치료를 중단하거나 입원 중에 퇴원하는 사람들이 대거 나타나게 되었다. 이 주장에 솔깃하는 보통 사람들도 계속 빠르게 늘어났다.

 결국 의사들이 나섰다. 의사들은 예민선지자들의 주장이 잘못 되었음을 입증하고 싶었다. 의사들은 실험을 했다. 주변에 아무도 텔레파시를 보내는 사람이 없을 때 살펴 봐도 이 사람들은 환청이 들리니, 텔레파시와는 관계가 없지 않냐고 밝혔다. 그러나 예민선지자들은 주변에서 텔레파시를 보내지 않아도, 이 사람들은 너무 예민해서 다른 도시, 다른 나라, 지구 반대편의 텔레파시 보내는 사람들이 무심코 보내는 텔레파시도 감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민선지자들의 세력은 굉장히 커졌고, 논쟁은 가열 되었다. 결국 엄청난 돈을 들여서 환청 듣는 예민선지자 한 사람을 우주선에 태워서 혼자 달에 데려다 놓았을 때에도 환청이 들린다는 것을 실험한 후에야, 이 사람들이 듣는 환청이 다른 사람이 보낸 텔레파시가 아니라는 것을 대다수에게 납득시킬 수 있었다.

 졸지에 헛소리꾼이 되어버린 예민선지자 중에 일부는 끝까지 자신들이 얼뜨기 돌팔이였음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끝까지 억지를 썼다. 이제 그 몇몇 예민선지자들은 환청을 듣는 사람들은 사람의 텔레파시가 아니라 하늘과 땅, 별과 우주의 생각을 듣는 거라고 주장했다. 이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하늘이나 우주라는 것 전체도 정신이라고 부를만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 정신이 내뿜는 텔레파시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 예민한 특수 체질의 사람들은 그 텔레파시를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주변에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텔레파시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은, 바로 온 우주의 정신을 직접 듣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에는 텔레파시로 사람 미치게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요즘에는 미친 사람들이 텔레파시를 듣는다는 이야기가 도네.”

 나중에 그녀는 그 뉴스에 대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서는 무슨 보통 사람도 우주의 정신을 듣게 해주고 텔레파시에 민감해지게 해 주는 건강식품이라면서, 환청 들리는 환각제를 팔다가 적발 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사회 지도층이 텔레파시로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다”라는 사상에 푹 빠진 사람들 중에는 자기 자식을 출세시키겠다며, 그런 건강식품을 일부러 사다 먹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디텍터 나오고 나니까 이제 그런 사람들도 좀 없어지는 것 같더라.”

 15년만에 그녀를 다시 만나 점심을 같이 먹을 때, 그녀는 그 일에 대해 그렇게 설명했다.

 그녀와 내가 다시 만난 경위를 설명하면 이렇다. 몇 달 재판에 시달리느라 인생 계획이 약간 틀어진 나는 그제 껏 정식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시간제 임시직 일을 이것저것 하며 지내고 있었다. 하기야, 그것도 핑계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그때 재판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요즘 같은 세상에 내가 멀쩡한 직장에 자리를 잡았을 가능성은 높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임시직 직장 이외에도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여러 자잘한 다른 일들을 잡히는 데로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 대학의 연구소에서 텔레파시 실험을 하기 위해 실험대상을 모집하고 있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일전에 시행 되었던 일제 조사 때에 나는 “B등급 위험인물”로 진단 받은 적이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나 정도면 상당히 텔레파시가 강한 편이었고, 어지간하면 꽤 구하기 힘든 시험대상일 거라고 생각했다. 시험에 지원하고 수고비를 받으면 액수가 얼마나 될까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그 대학에 찾아 왔고, 그 연구소에서 일하는 몇몇 대학원생들의 안내를 받아 이런저런 기초 검사를 받았다. “야, 누나 이것 좀 봐요.” “형, 이거 신기하네요.” 아직도 자기들끼리 누구누구나 누구오빠 누구형 누구언니로 서로를 부르는 대학원생들은 내 검사 결과에 놀라며 내가 듣는 지 마는 지 별 상관 않고 자기들끼리 한참 떠들었다. 나는 귀한 실험 대상으로 뽑혔고, 곧 실제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만나고 보니, 그 실험 담당자가 다름 아닌 바로 그녀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사이에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었다. 졸업식날에도 그날 아침 8시 쯤 교실에 아이들이 시끌벅적 우글거릴 때 섞여 잠깐 얼굴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마지막으로 학교문을 나서는 순간에도, 그날 저녁 이리저리 무리 지어 어울렸던 모임에서도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 때, 그녀를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단숨에 그녀를 알아 보았다.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인터넷 웹페이지라든가 이곳저곳에서 지금 어떻게 지내는 지 볼 기회는 있었으니까. 이상하게 나이 들어 버린 나에 비해서 그녀는 별로 변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녀가 나를 알아 보는 데에도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내가 놀라 얼굴로 쳐다 보고 있었으니, 그녀는 혹시 아는 사람인가 생각했을 것이고, 그러자 옛 기억을 뒤지다가 나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녀는 나를 반가워 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요즘에는 디텍터가 진짜 잘 되더라. 예전에 처음 디텍터 나왔을 때는 재미 삼아 내가 한 번 텔레파시를 해 보면, 다 잡아내는 게 아니라 한 절반 쯤? 60% 쯤? 그 정도만 텔레파시를 하고 있다고 잡아냈거든. 그런데 요즘에는 정말 100%더라고.”

 그녀는 이렇게 반갑게 만났는데 다음에 실제 실험하러 올 때는 일찍 와서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고 제안했고, 그래서 나는 그녀와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다.

 “디텍터”라는 제품을 처음 만든 일본 회사는 상당히 돈을 많이 벌었다. 주변에 텔레파시를 하는 사람이 있는 지 없는 지 확인하는 장비가 바로 그 디텍터였는다. 텔레파시가 보안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기관에서도 사갔고, 텔레파시가 불공정하게 사용될 수 있는 면접장이나 도박장, 사법 기관에서도 디텍터를 사갔다. 나중에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에도 차차 디텍터가 설치 되었고, 개인이 휴대용으로 디텍터를 사는 경우도 많았다. 일본 회사에서 갑자기 그렇게 돈을 벌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그걸 해야 한다는 계획을 정부에서는 급하게 세웠고, 그녀와 같이 영리한 학자들은 정부에서 뿌리는 연구비를 타 먹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요즘에는 디텍터를 작게 만들어서 휴대 전화에 심는 기술을 만들겠다고 난리야. 블록커라고 해서, 누가 텔레파시를 써도 영향을 안 받게 방어해 주는 장치도 점점 효율이 좋아지고 있고.”

 “너희 쪽에서 연구하는 건 뭔데? 너희도 디텍터 작게 만드는 거나, 블록커 연구해?”

 “야, 왜 내 얘기만 물어봐. 네 얘기도 해봐. 너는 뭐하는데?”

 나는 머뭇거렸다. 그렇지만 숨길 수도 없었다. 어차피 실험 대상 지원서에 기재한 내용이었으니까, 그녀는 내가 일하는 직장에 대해서 보려면 볼 수 있었다.

 “셜리 로보틱스 알지? 거기 마케팅 팀에 있어.”

 내가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는 셜리 로보틱스 제품을 쓰다가 불만 생긴 사람들이 전화를 하면 전화를 받아 주는 일이었다. 보통 인터넷을 통해 불만 사항은 접수하게 되어 있는데, 간혹 그런 걸 쓸 줄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전화를 걸면 대신 타이핑을 해 주는 게 내 일의 전부였다. 월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임시직이었지만, 어쨌건 마케팅 팀 사무실 공간 안에서 일하니까, “마케팅 팀에 있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다.

 “재밌겠다. 나도 셜리 로보틱스 꺼 써. 야, 그런데 네가 광고 너무 잘하는 거 아니야. 새 제품 나올 때 마다 계속 사게 돼서 진짜 너무 로봇에 돈을 많이 써.”

 입으로는 불평을 말하고 있었지만, 농담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는 그녀의 눈은 밝게 웃고 있었다.

 오후에 진행된 실험은 간단했다. 나는 그림을 보고 그 그림이 무엇을 그린 그림인지를 텔레파시로 그녀에게 보낸다. 그림은 삼각형, 사각형 처럼 간단한 것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시장통에서 서로 격투를 벌이는 것 같은 아주 복잡한 것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개발한 장비로 그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측정했는데, 그녀는 그 측정 결과를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 봤다.

 “지겹지? 그래도 벌써 절반도 넘게 했어. 조금만 더 수고 합시다. 그래도 오늘 하루, 한번만 하면 끝이니까 끝까지 집중 좀 해주시고.”

 “뭐, 편안하고 재밌구만. 이렇게 하고 이 만큼 버는 거면 날마다 여기 오라고 해도 오겠다.”

 “끝까지 안 지겨워 하는 지 한번 보자고.”

 그때 그녀는 뭔가 생각할 것이 많은 결과가 나왔는지, 잠시 말을 멈추고 유심히 컴퓨터 화면을 살펴 보았다.

 “실험은 생각대로 잘 되는 편이야?”

 “어, 생각대로.”

 그리고 그녀는 말로 설명하기 무척 어려운 특이한 표정으로 변해 갔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하고 있던 말은 중얼거리며 그대로 이어 나갔다.

 “그냥 텔레파시를 누가 하고 있고, 그게 강도가 세다 안 세다, 그런 걸 알아내는 게 요즘 디텍터잖아. 그런데 우리 팀에서는 뭘 하려고 하냐면, 기계로 무슨 텔레파시인지 그 내용을 읽어 내는 것도 해 보려고 하거든. 아직 정확하게는 알아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닌데, 대충 뭔가 복잡한 이야기를 텔레파시로 보내고 있다, 간단한 이야기를 보내고 있다, 이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거든. 그거 말고도 몇 가지 더 감지할 수 있는 게 있고, 그런데. 오늘 해 보니까, 잘 작동 되네.”

 곧 실험은 계속 되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다 끝나자, 그녀는 좀 더 상세하게 조사를 해야겠다면서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가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사무실에서 앉아 기다렸다. 내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니, 안쓰러운 지, 같이 시험을 지켜 보던 대학원생이 굳이 나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실험 참 잘 된 거 같거든요. 저희가 예상했던 이상으로 기대가 좋아요. 이제 완료 됐다는 진단만 나오면 실험은 다 끝이고요, 더 이상 또 오실 필요 없이, 수고비는 저희가 계좌로 곧 입금해 드릴게요. ”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런데, 결과가 좋으면 대신에 일거리는 더 많아지시는 거 아니에요?”

 “뭐, 그렇죠. 팀장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냐면, 나중에는 기계로 텔레파시 신호를 만들어 낸다든가, 텔레파시 신호를 저장하고 조작하고 수정한다든가 그런 것도 하실려고 하시거든요.”

 “아아… 그래서 무슨 무기 같은 거 만들려고 하는 건가요? 정말 무시무시한 생각을 적에게 막 쏘아 보내는 정신 공격 무기 같은 그런 거.”

 “아니오. 그런 건 아니고요.”

 대학원생은 자기 연구소에서 꿈꾸고 있는 것은 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을 텔레파시 형태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그런 방법을 이용하면 글로는 쉽게 전하기 어려웠던 묘한 감상을 전달할 수도 있고, 나중에는 수식이나 도면으로도 쉽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복잡한 철학 이론이나 과학 원리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기도 쉬워질 거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는 다같이 더 높아질 것이고, 남을 이해하는 것도 더 쉬워지는 세상이 올 거라고 말했다.

 그 대학원생은 글이나 말보다 텔레파시에는 더 많은 것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글로 쓰는 것보다 말로 하면 같은 뜻이라도 더 많은 내용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서, 글로 “이제 가도 돼”라고 쓰면, 그냥 가도 된다는 뜻만 있지만, 그걸 말로 하면 목소리와 말투를 듣고 거기에 섞인 감정을 더 많이 짐작할 수 있다. 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인지, 아니면 이제 좀 가라고 암시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글자로 쓰면 같은 것이라도, 말로 하면, 지금 상황이 다급한지, 여유있는지, 화가 났는지, 즐거운 지도 담아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만큼, 텔레파시에는 같은 뜻이라도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복잡한 정신 상태가 담겨서 전달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 음절 한 음절, 한 마디 한 마디, 소리에 따라 시간 순서대로 전달되는 말에 비해서 텔레파시는 그런 뜻의 덩어리가 동시에 뭉텅이로 전달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파란 풀밭이 있고, 그 위에 흰 연구소 건물이 서 있으며, 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다”고 말로 전해주면, 풀밭, 건물, 사람을 차례대로 떠올릴 수 밖에 없지만, 같은 내용을 텔레파시로 전해 주면 그 광경을 그린 그림을 보는 것처럼 한 번에 그 뜻이 전달된다고 했다. 그런 차이를 이용해서, 더 심오한 의사 소통에 도전하고, 나아가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어떻게 되어 있는 지 그 구조에 대해서도 알아 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왜 우리가 같은 말을 해도 자기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에게 말하면 싫어하는 티가 난다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텔레파시로 전달을 하면, 그냥 ‘삼각형 그림이 있습니다’ 같은 정말정말 단순한 이야기를 전달해도 그 텔레파시 속에는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상대방에 대한 온갖 생각이나 지금 내 감정 상태가 어떤가 하는 것이나, 그런게 조금씩은 다 묻어날 수 밖에 없다고 저희 팀장님은 생각하시거든요. 예를 들어서 내가 누구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면 아무리 그 마음을 철저하게 감추려고 해도, 그 마음이 워낙 세기 때문에 텔레파시에서 그냥 단순한 사실을 알려주는 한 마디 내용만 전달한다고 해도 무조건 그 사랑한다는 감정도 같이 묻어서 전달 될 거라는 거죠.”

 대학원생은 그리고 나서도, “그런데 이건 또 비언어파 생각이고, 언어파 사람들 생각은 달라요. 그 사람들은 사람들은 뇌 구조가 저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데 그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언어라는 공통의 수단을 통해서 소통을 하는 거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텔레파시라고 해도 소통은 언어로 하는 거지 언어를 넘어서는 방법으로 서로 뇌 구조가 다른 두 사람이 소통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운운하며 길게 이야기를 했다. 뒤에 뭐라고 했는 지, 나는 잘 생각은 나지 않는다. 그러면 그녀는 내 실험 결과에서 무엇을 더 읽었을까? 지금껏 내가 그녀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내색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 마음을 보았을까?

 마침내, 그녀는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처음 만났을 때와 전혀 다름 없는 반가워하는 표정이었다.

 “오늘 정말 수고했어. 다음에 또 보자, 야.”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몰라 머뭇거리기만 했다. 그냥 멍청하게 몇 마디 대답을 하고, 뒤돌아섰다. 뒤에 그녀가 내 뒷모습을 보고 서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동안 했고, 그리고 걸어 나와 다시 그녀와 헤어졌다.

 돌아 오는 길에, 백 번도 천 번도 더 넘게 생각해 봤지만, 그녀가 또 보자는 “다음”이라는 것이 내일이나 다음 주라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시 십년이나 이십년 후 쯤을 말하는 것인지 내 눈치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 2017년, 역삼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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