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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2009.08.29 00:1108.29





lunaticun.netlunaticun@msn.com
 웹진 크로스로드(crossroads.apctp.org) SF 컬렉션의 세 번째 앤솔로지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가 지난 7월 출간되었다. 국내에 흔치 않은 SF 단편집이 권마다 열 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꾸준하게 출판되고 있다는 소식에 일단은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먼저 작품 목록을 일별하면, 이영도, 듀나, 임태운, 송경아, 설인효, 노기욱, 김보영, 김몽, 김선우, 백상준 열 명의 작가가 각각 집필한 열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좁은 한국 SF 시장에서 2년 동안 세 권의 단편집을 펴내다 보니 한 눈에 보기에도 중복되는 작가가 많다. 이 책에는 먼저 출간된 두 권의 앤솔로지에 작품을 수록한 바 있는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가 정확히 5:5이고, 그 중 상당수는 이곳 거울에서 활동하는 작가이며, 웹진 크로스로드에 소설을 실은 바 없는 작가라고 해서 신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 슬슬 작가층이 얕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올법하다. 게다가 먼저 출간된 두 권에 비하면 많이 걸러진 것 같지만 아직 SF라는 장르에만 충실한 앤솔로지라고는 말할 수 없는데다가, 수록된 작품 간의 질적 차이도 상당히 폭이 큰 편이라 이제 막 SF에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빼어난 작품들은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이고, 이런 작품들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웹진 크로스로드와 같은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일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마니아에게는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모순된 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부디 웹진 크로스로드가 한국 창작 SF에 허락된 몇 안 되는 지면 중 하나라는 자리에 머물지 않고 빼어난 작품과 유망한 신인 작가를 계속 발굴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이제 서두는 줄이고, 본격적으로 앤솔로지에 수록된 열 편의 작품을 간단히 살펴볼 시간이다.

   이영도 | 별뜨기에 관하여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별뜨기에 관하여}는 크로스로드의 첫 번째 앤솔로지 [얼터너티브 드림]에 수록된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와 연속성을 지닌 작품이다. 전작의 배경에서 50년 정도 지난 후 인류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선 ‘별뜨기’라는 생소한 단어가 눈길을 잡아끈다. 초광속 우주선이 존재하고 외계인과 문화를 교류하는 시대에 걸맞지 않게 점성학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별자리를 읽고 해석하는 점성학에서 더 나아가 별자리를 ‘쓰는’ 방법을 제안하며, 이를 별뜨기라 부른다. SF라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설정과 익히 알려진 작가의 우리말 작명 감각이 호감을 준다.
 이 작품에는 세 종족이 등장하는데, 여러 종족을 등장시켜 그들 사이의 차이와 동질성을 논하면서 인간의 특성에 대해 고찰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은 그의 처녀작 [드래곤 라자](이영도, 황금가지, 2008년 11월)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화두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판타지 단편집 [오버 더 호라이즌](이영도, 황금가지, 2004년 2월)에 수록된 작품들을 포함한 이영도의 단편 소설들은 독자에게 설명하려는 어조가 강하다. 평소에도 인문학적 지식 전달형 소설을 쓰며 자신만의 철학을 독자에게 설파하려 든다는 비판을 심심치 않게 듣는 그다. 그나마 장편에서는 주제를 이야기에 녹여낼 수 있는 지면이 충분하고 작가의 능력도 뒷받침되고 있지만, 단편의 경우에는 짧고 굵게 끝맺으려는 의지가 강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마지막에 가서는 설명조가 튀어나오는 것 같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품 내내 비난조인 위탄인을 향해 열심히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던 주인공이, 한 순간에 우주 교류 시대가 가져온 풍요를 즐기며 정체되어 버린 인류를 재가동시킨다는 목적의식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로 탈바꿈한다. 그가 그동안 감추고 있었던 숭고한(?) 의지를 자신의 입으로 설명해 버리는 장면의 어색함이란. 전작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문화적 소수자의 입장에서 회의하고 번민하며, 다른 소수 문명의 생명력을 발견하고 돌연 깨달음을 얻는 총체적인 과정이 단편 소설의 지면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거나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은 주지 않았다는 것과 비교해볼 때, {별뜨기에 관하여}의 어색하고 성급한 마무리는 아쉬움을 남긴다.

   듀나 |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앤솔로지의 표제작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정도의 의미로 통하고 있는 호라티우스의 금언 카르페 디엠Carpe Diem에 좀 지나치게 충실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기계 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문명에서 일어난 핵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낸 종교 아닌 종교는,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 그 자체를 포용하고 찬미하며 죽은 자와 관련된 것은 금기시하며 배척하는 엄격함을 보여준다. 행성을 개척하려고 온 기계문명의 전도사와 같은 이들이 이 종교를 누구보다 철두철미하게 고수하는 주인공과 충돌하는 것은 당연지사. 작가는 이들의 대립을 통해 삶과 죽음, 문화의 전승과 발전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주인공의 고집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는 독자가 판단할 문제로 남겨두고 있다. 결말은 고전적이기는 해도 여전히 듀나 식의 해결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태운 | 채널
 형사인 주인공이 의문의 뇌사 사고를 수사하다가 자신까지 휘말리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수사하는 과정 그 자체가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흡사 미국 수사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따라갈 수 있는 흥미진진한 전개가 흡인력 있게 이어진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TV(여기에서는 하이비전) 영상을 통해서 상대의 무의식을 자극한다는 설정이 재미있으면서도 섬뜩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기왕 주인공이 형사이고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범죄 배후를 쫓는다는 설정을 택했으니, 범인을 추적하고 그의 의도를 파악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낸 추리와 SF의 멋진 이종결합의 탄생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수사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과 그 기술을 자기만족을 위해 악용함으로써 벌어진 참극을 묘사하는 데 치중한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송경아 | 하나를 위한 하루
 SF 소설에서 SF적인 설정은 으레 주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임에 반해, {하나를 위한 하루}는 송경아 작가가 쓴 SF 단편들이 거의 그러하듯 설정은 부차적이고 인물의 심리와 갈등 묘사에 더 공을 들인 작품이다. 하나밖에 없는 딸 하나와, 역시 두 번은 얻을 수 없는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딜레마를 그려내고 있다.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김보영 외, 창비, 2007년 11월)에 수록된 {소용돌이}에서 보여준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공항에서 집까지 가는 동안 형과의 대화와 화자의 과거 회상을 오가며 전체적으로 담담하게 이어지는 이야기 안에 가족의 의미, 부모의 내리사랑, 인간을 저울로 재어 다른 인간과 대체할 수 있는가 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화자의 마지막 말에 그의 선택을 추측해볼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 점이 여운을 남기기는 하지만 그리 산뜻하지는 않다.

   설인효 | 진짜 죽음
 인간에게 영혼이 있는가, 인간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화두에 대한 답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의 탐구와 의견차이로 인한 갈등 끝에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으며, 정신적인 면에 상대적으로 무심한 현대인에게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될 수 있는 주제이다. 이 작품은 ‘만약 인간의 죽음 후에 아무 것도 없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작품의 반은 인류가 이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야 하는가에 대해 사회 각층의 인사들이 토론하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는데, 학자, 정치가, 의사 등으로 유형화된 토론자들이 각각의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는 고리타분한 주장을 펼치는 데 그쳤다. 솔직히 고등학생들을 모아 놓고 위와 같은 가정 하에 같은 주제로 토론을 시킨다고 해도 나올 만한 발언들이라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소설가의 입을 통해 설명되는 ‘진짜 죽음’이 가지는 의미와 다소 맥 빠지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결말이 빈사 상태에 빠진 작품을 기사회생시킨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렇듯 전반부와 후반부가 판이하게 달라서 뭐라고 평가하기 힘든 어정쩡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라서 아쉬울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죽은 자는 잊고 오직 현재의 생을 살아갈 뿐이라는 엄격한 철학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하는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와 연이어 배치되었다면 재미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노기욱 | 소울메이트

 여러 사람 만나고 헤어지며 아픔을 겪다가 일생일대의 사랑인 줄 알고 결혼했더니 애정이 식어 매일 싸우다 이혼하는 일 없이, 젊었을 때 참된 반쪽을 찾아서 평생을 알콩달콩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한숨을 내쉬는 당신! 이제 걱정은 접어두세요. 과학적 이론에 근거하여 당신의 소울메이트를 찾아드립니다! ― 외로운 솔로의 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멋진 이야기인가. {소울메이트}는 늘 애정에 굶주려 있는 현대인의 감수성과 SF적인 상상력이 깜찍한 조화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 앤솔로지에 수록된 작품 중 가장 호감을 가지고 읽었던 글이다. 정신적․육체적 파장이 가장 잘 맞는 반려를 찾아주는 기계, 후아유의 등장으로 변화한 세상을 코믹한 필치로 그려내면서, 동시에 서른이 넘도록 소울메이트를 찾지 못해 이 시대 마지막 싱글족의 하나가 되어버린 주인공의 여러 가지 의미로 눈물 나는 회상 장면을 오가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솜씨가 능수능란하다. 작가와 다른 성별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택하여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별다른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다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무정한 기계가 진짜 사랑이 아니라 부정하더라도, 설사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은 여전히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는 결론이 훈훈하여 미소를 짓게 하는 작품.

   김보영 | 0과 1 사이
 김보영은 장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한국 장르문학계에서 확고하게 SF에 충실한 글을 쓰는 흔치않은 작가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접할 때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 기대치를 가지고 읽게 되는데, {0과 1 사이}는 양자 역학과 시간 여행이 청소년기에 대한 회고, 한국의 구시대적인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탄생한 흥미로운 작품으로 그의 이름을 건 SF로서 손색이 없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양자역학과 시간여행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작품의 줄거리뿐만 아니라 서술 구조를 통해서도 구현해내려는 시도를 한다. 작품의 말미에 가서야 정체가 밝혀지는 1인칭 화자의 서술과 수애 엄마의 관점이 교차하고, 수애 엄마 편에서는 몇 번인지도 모르게 시간여행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독자는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고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혼돈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레 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로 수렴하면서 동시에 열려 있는 멋진 결말에 도달한다. 그리고 앞서 읽은, 혼란스럽고 복잡해 보였던 이야기들이 시간여행이라는 갈림길 저편에 존재하고 있으며 동시에 출발점이 되는 이야기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감탄하게 된다. 어느 어른에게서 아이에게로, 미래에서 과거로, 원인에서 결과로, 결과에서 원인으로 여러 방향을 향해 퍼지는 메시지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요즘 들어 과거로 역행한 것만 같은 현실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기에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김몽 | 차이니스 와이너리
 소위 ‘치즈 파동’이 일어났을 때, 중국에서는 가짜 계란과 가짜 치즈가 불티나게 팔린다는 괴담에 가까운 기사를 읽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탄산칼슘과 석고 가루, 색소 등의 싸구려 재료로 흰자 노른자까지 완벽한 가짜 계란을 만들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런 현실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차이니스 와이너리}는 중국의 짝퉁 시장과 유전자 복제 등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버무린 작품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인권과 유사 식품, 유사 인간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나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단순한 문제제기 정도에 그칠 뿐이다. 가짜 음식과 가짜 인간(사실은 인권이 없다고 여겨지는 복제인간)을 등장시켜 독자에게 충격을 줌으로써 문제의식의 표면화를 꾀한 것 같지만, 그마저도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인터넷 뉴스 기사보다도 감흥이 덜했다. 결말은 비극적이기는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고, 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마무리로 평이한 인상을 남겼다.
 여담이지만, 실제 음식의 맛을 완벽하게 따라하면서 인체에는 손톱만큼도 유익한 점이 없는 가짜 음식들의 묘사를 읽고 있자니 닐 게이먼, 테리 프레쳇 공저, [멋진 징조들](닐 게이먼, 테리 프래쳇, 시공사, 2003년 9월)에서의 검은 말을 탄 기사 ‘기아’의 활약이 떠오른다. 소설적 설정이기는 하지만, 멸망의 징조로 등장한 것들이 이미 현실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생각하니 어쩐지 등골이 서늘해진다.

   김선우 | 양치기의 달
 유전자 조작을 받고 새로운 행성으로 날아와 개척할 땅을 찾아다니는 이주민들인 램(Lamb)과 그들을 안내하고 보살피는 셰퍼드(Shepherd)의 세계를 접한 외부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향에서 변변히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잔혹한 운명과 함께 주어진 기회를 모험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외부인의 시선에 어린 것이 연민인지 두려움인지 모호하다. 작가가 설정에서 좀 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해 보이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없어서 멈추어버린 것 같은 인상을 주어 아쉬움이 남는다. 앤솔로지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한 편. 하모니카를 부는 셰퍼드와 그를 따르는 램들의 목가적인 평온이 담긴 한 폭의 이미지만이 어렴풋이 남는 작품이다.

   백상준 | 우주복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조우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처음 보는 인류에게 호의를 품은 아름다운 외계인이 보여주는 순진무구한 잔혹함이 공포를 더한다. 그러나 이 앤솔로지의 주요 독자층이라면 이미 웬만한 고전을 포함한 국내외 SF를 상당수 섭렵한 이들이 대부분일 터, ‘외계인과의 조우’라는, 흔하다고 말하기도 입이 아픈 소재와 ‘서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비극’이라는 전개를 보여주는 이 작품이 그러한 독자들을 상대로 작가가 의도했던 충격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말미에 쓴 소리를 덧붙이자면, [앱솔루트 바디](박민규 외, 해토, 2008년 9월)와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의 출판사인 해토에서는 앞으로 교정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오타에 그렇게 신경 곤두세우면서 읽는 타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에 대여점용 도서와 고등학교 교과서를 제외하고 ‘눈에 띄는’ 오타가 가장 많았던 책으로 기억한다. 특히 {진짜 죽음}같은 경우에는 웹진 크로스로드에 게재될 당시의 오타가 상당 부분 교정되기는 했지만 세심함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만약 증판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다시피 단편집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인지 전반적인 작품의 질은 고르지 않다. 작가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역량에 비해 실망스러운 작품이 있는가 하면 유명 작가의 글이 아님에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 작품도 있었고, 앤솔로지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수록작의 평균적인 질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생각되는 작품도 있었다. 그러나 십인십색이라고 모든 작품이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 단 하나의 작품일지라도 거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책을 읽는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앞으로 크로스로드 컬렉션을 통해 더욱 많은 SF 작가와 뛰어난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만 말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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