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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노래하는 도시

2008.05.30 23:2505.30

하늘은 왕에게 끝없는 젊음과 끝없는 잠을 더불어 내려준다. 달은 왕을 밤마다 찾아가 빛으로 안는다. 하늘과 달은 같은 님이다.


모든 것들은 오로지 체제 유지를 위해 사용된다. 이를 위해서 모든 활동은 도시 오컴의 제약을 받는다. 덕분에 체제는 끝없는 안정 속에서 손쉽게 몇 천 조의 몇 조 배 년 이상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시공을 보낼 수 있었다. 체제는 도시라고만 불린다. 도시 오컴만이 수를 아는, 아주 많은 도시들이 있지만, 사람들은 도시라고만 스스로의 도시를 부른다. 다른 이름은 불필요하다. 도시 하나에 960조의 인구가 살아야한다는 점이 거의 없는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을 뿐이다.

무한한 비실체인 도시 오컴의 존재 의의인 실체들 가운데 하나인 쿼트는 키가 작고 어깨가 좁고 가슴이 가는 사내다. 165cm, 50Kg, 76cm-64cm-66cm이니 그런 평가는 맞다고도 할 수 있었다.

쿼트는 도시에서 오전 시간에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매일 그렇듯 아침 7시에 포근한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대 옆에 있는 자그마한 탁자 위에는 깨끗한 물 한 잔이 놓여 있다. 탁자 위에 놓인 작은 컴퓨터는, 도시 오컴으로부터 오는 여러 은혜를 사람들에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물을 마시고 잠깐 천장을 응시한다. 전등 하나를 빼면 비어 있는 깔끔한 천장은 쿼트를 은유 아닌 실체로서 언제나 내려보고 있다. 샤워기 아래로 간다. 그에게 가장 상쾌한 느낌을 주도록 갖가지 조건들이 맞춰진 물이 쿼트의 가냘픈 황백색 몸을 매만진다. 쿼트가 샤워기 아래서 나오자 물이 끊긴다. 쿼트가 젖은 체 방안을 돈다. 가볍게 머리를 흔들 때마다 떨궈지는 작은 물보라에 잠깐 잠깐 무지개가 서린다.

쿼트는 25살인 지금까지 도시 밖을 보는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엄청난 빌딩들이 서로 끈적하게 뒤엉킨 체 도시는 핵에까지 파고들었으니까 못 보는 것이 당연하다. 가끔씩 방바닥에 습기가 올라오는 것만 같다. 그래서 손바닥을 대어 보면 따뜻한 방바닥일 뿐이다. 한때 이 방이 하와이 앞 바다였다는 기록이 가물가물 이어져 올 뿐. 높이 230cm, 세로 450cm, 가로 456cm의 거의 네모 난 방은 안락하기만 하다. 쿼트는 아낌없이 온갖 것들을 베풀어주는 도시와 도시 오컴을 사랑한다.

한때 지구라 불렸던 이 도시는, 모든 사람이 아기 때부터 55세가 될 때까지 늙어 가는 고전적 추억이다. 55세가 되면 다시 20세 때의 몸 상태를 되찾은 다음, 다른 도시로 방과 더불어 웜 홀 이주를 간다. 한때 행성이나 항성으로 불리던 다른 도시들로 차례차례 건너뛴다. 새로운 도시들은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미리내랑 우주랑 초시공을 넘어 생겨난다. 가장 나이 든 사람이 가장 새로운 도시를 채우도록 하는, 도시 오컴의 균형 잡힌 심리학적 배려가 살아 숨쉬고 있어 추억은 외로워지지 않는다. 유토피아는 알맞게 사나워야한다는 경구가 쿼트를 잠깐 가벼이 스친다.

침대 옆에 놓인 좌변기에 가서 오물을 버린다. 사타구니는 좌변기에서 나온 물과 김이 말끔히 닦아준다. 샤워기 옆 단추를 누르자 한 순간 방안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다. 빛이랑 김을 그에게만 집중시킨 까닭이다. 물기가 기분 좋게 마른다.

방안을 돌고 나자 탁자 위에 있던 컵은 치워져 있고 대신 따끈한 녹차 한 잔이 놓여 있다. 훈훈한 세라믹스 팔이 놓아 둔 것이다. 녹차는 언제 마셔도 시원하다.

8시다. 수도꼭지를 따서 찰랑거리는 모유 500ml를 받는다. 오늘 고체 식품은 어떤 것일까. 도시 오컴은 언제나 모유를 주지만, 고체 식품은 언제나 다르게 준다. 사소한 궁금증이 조그마한 요동을 주면서 가득한 행복에 즐거운 긴장을 만든다. 따뜻한 닭고기 뭉치에 버물린 복합 열매 소스. 이 모든 건 사물 합성기로 도시 오컴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꼼꼼히 말하면 모든 음식이 합성이므로, 음식 앞에 합성 자를 붙이는 건 불필요한 일이다. 쿼트는 모든 영양소와 맛이 알맞게 어우러진 758.2Kcal의 아침 식사를 고마운 마음으로 든다. 곧 도시 오컴이 정해 주는 여자와 결혼하게 될 것이다. 후보자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부딪칠 지 모른다. 어떤 여자가 다가 올 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행복의 연못에 던져 질 작은 파문. 아기자기한 행운의 빛이 쿼트의 삶을 더욱 따뜻하게 해 줄 것이다.

아침 9시 30분. 쿼트는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도시 오컴이 주는 일을 금토일을 빼고 하루에 6시간씩하고 있다. 일 - 방 밖에 모르는 평온하고 안전한 삶. 방은 직장으로 가고 있다. 방이 통째로 움직여간다. 일 끝나면 책 대여점에 들리자. 단골 책 대여점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그곳으로 방이 움직인다. 그런 다음 방문을 열고 책 대여점에 가서 주로 20세기 책들을 빌려 본다. 책 내용을 머리 속에 꼼꼼히 갈무리하는 데엔, 배당된 메모리 칩을 아끼지 않는다. 방 한쪽 벽을 메운 책꽂이엔 그가 사랑하는 1000여 권의 책들이 영구 대여 상태로 깨끗하게 꽂혀 있다. 아직 방문은 열리지 않는다.

종소리가 맑게 울린다. 방문이 얌전하게 열린다. 쿼트가 깔끔한 턱시도 매무새를 마지막으로 훑는다. 괜찮구나. 쿼트가 직장에 이른다.

높이 300cm, 세로 545cm, 가로 1023cm의 방이다.
어제까지 못 보던 방문이 하나 더 있다. 다른 방문 하나는 쿼트의 방이다.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낯선 사람과 만나는 건 설레는 일이다. 게다가 결혼 후보자일 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 오컴은 쿼트를 잘 헤아려 그와의 결혼에 적합한 사람 열댓 명을 불규칙하게 등장시킬 것이다. 결혼을 해도 다음 도시까지 이혼하지 않고 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혼은 그냥 3번 이혼하자고 말하면 이루어지고 도시 오컴은 새로운 짝을 찾아준다. 이혼의 까닭은 다른 이성과 결혼하고 싶다는 것 밖에 없다. 보통 첫 결혼은 가장 깊은 우정과 믿음의 반려자를 만나게 해준다고 선배들은 여러 책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설령 그 사람과 몇 년 못 가 이혼한다고 하여도 그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같이 늙는다는 점이, 그 뒤로 이어지는 20세의 영생 보다 더 큰 기댐을 서로에게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연애는 남자, 아이, 로봇, 동물, 유전자 복합 인간, 가상 캐릭터, 섹스 기구, 다른 별 사람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를 낳는 것도 인공 자궁이나 유전자 합성기를 쓰면 좀더 쉽게 할 수 있다. 육아와 연애의 가장 숭고한 형태로 나타나는 결혼은 특별한 것이다. 쿼트는 그렇게 여기고 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의 결혼관이다. 도시 오컴은 그런 훌륭한 성품을 가지도록 사람들을 알맞은 이론과 계산을 통하여 가르쳐왔다.

쿼트가 책상에 앉는다. 쿼트의 일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일처럼, 사람이 꼭 할 필요가 있는 일은 아니다. 일을 위한 일일뿐이다. 도시 오컴에게는 도시에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능력이 있지만 스스로의 소임을 잊지는 않는다. 쿼트의 일은 드보락식과 3벌식을 조합한 키보드로, 3042개의 방을 아름답게 가꾸는 미화원 171명의 활동을 기록하는 일이다. 3042개의 방 가운데 쿼트의 방이 있다는 점이 더욱 이 일에 애착과 자긍심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미화원 171명은 일을 참 잘한다. 그들은 쿼트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그의 방을 더욱 깨끗하게 해놓을 것이다. 갖가지 자동 기계가 스스로 해도 아주 잘 하겠지만, 미화원들은 그 자동 기계들을 가지고 사람 손길을 느끼게 만드는 재주를 갖춘 전문가들이다.

쿼트가 키보드를 두드릴 때면 마치 신이라도 붙은 것처럼 기분이 으뜸이 되고 문장은 매끄럽고 간결하게 뽑혀 나온다. 도시 오컴이 넣어 주는 놀라운 기운이다. 미화원들도 이 같은 기운을 사이버네틱스 안에 잘 갈무리하기에, 주인인 쿼트보다도 방을 더욱 더 예쁘게 가꾸는 것이다. 인간 공동체를 위한 일들인 셈이다.

쿼트가 잠깐 쉰다. 저 낯선 방문도 3042개의 방들 가운데 하나였으면 좋겠다. 아니 바로 그 방일 것이다. 틀림없는 일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비슷한 책 읽는 취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쿼트는 한 시절엔 극소수의 사람들과만 만나지만, 지금껏 친분 관계를 맺은 사람은 얼추 100명쯤은 되었다. 그들 가운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쿼트와 같은 취미까지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방문이 가볍게 열리며 커다란 사람이 나온다. 뚜렷한 눈코입귀가 예쁘게 배열된 갸름한 얼굴은 조금 통통하다. 젖가슴은 머리 보다 조금 크다. 황갈색 살결엔 윤기가 흐른다. 허공에 그 사람의 수치 정보가 뜬다. 211cm, 90Kg, 112cm-76cm-109cm, 23세, 하루 섭취 열랑 : 4160Kcal, IQ 102, EQ 145, SQ(사회성 지수) 107, MQ(도덕성 지수) 114, PQ(사교성 지수) 78, SQ(관찰력 지수) 200. 여러 지수들은 이 도시의 평균을 100으로 삼아 헤아린 것이다. 덩치는 달랐지만 IQ, EQ, SQ, MQ, PQ가 스스로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쿼트 마음에 든다.

관찰력 지수가 쿼트보다 83점 높다. 보랏빛 토플리스 투피스를 맵시 있게 걸치고 있다. 여자가 몸집이 큰 것은 아이를 많이 낳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자토디는 여자들 가운데서도 꽤 큰 편이긴 하지만. 오늘 모습은 두고두고 쿼트의 눈에 밟혔다.

<안녕하세요. 이자토디라고 해요.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되었어요>
<반가워요. 쿼트라고 합니다>
이자토디의 볼에 붉은 빛이 돈다. 눈이 자꾸만 여러 곳을 보게 된다. 이럴 때에는 일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 의자를 내민다. 책상 앞 의자에 앉은 이자토디는 쿼트랑 마주 보고 있다.
<일을 곧 저 보다 훨씬 잘 하게 되겠어요. 이 일은 관찰력이 중요해요>
<잘 모르는 제가 와서 일만 꼬이게 만드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도시 오컴이 다 잘 해 줄 거니까 걱정 말아요. 저도 아주 많이 도와드리겠어요>

이자토디가 몸을 베베 꼬는 시늉을 하더니 말한다.
<제가 오는 바람에 관할 구역이 늘었어요. 7102개의 방에 400명의 미화원의 일을 기록해야해요. 쿼트 님께 잘 배워야할텐데>
쿼트가 미소를 보낸다. 이자토디의 한쪽 볼에 보조개가 있다는 것과 하얀 이빨이 맘씨 좋게 고르다는 걸 알았다.
<쿼트라 불러요. 그냥 이자토디라고 불러도 될까요?>
<네>
<이자토디는 제가 혼자서 일 할 때 관할하던 3042개의 방 가운데 하나에 살고 있었어요. 방금 검색을 했지요>
<그런 인연이 있었네요>
<인연이란 말을 아세요?>
<그럼요. 20세기말에 나온 불교 교양 서적 4권을 가지고 있어요>
<책을 좋아하세요?>
<여자 친구 가운데 책 대여점에서 오후 시간 일하는 아이가 있어요. 제이티라고>
<제이티? 나도 알아요. 제 단골 책 대여점인 걸요>
쿼트가 마우스를 움직여 제이티의 사진을 모니터에 떠올린다.
<이 여자 맞아요?>
<네! 공통점 찾아나가는 게 재미있네요>

컴퓨터 두 개가 가볍게 앙탈을 부린다. 이자토디랑 쿼트는 눈길을 나누며 키보드를 두들긴다. 사무실 안에 은은하게 깔린, 중독성과 해악이 없는 마약 연기가 6시간을 금새 지나가도록 해주었지만 일만 한 건 아니다. 50분 일하고 10분씩은 쉬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장기를 두었다. 장기는 1번씩 사이 좋게 이겼다. 12시에는 점심을 들었다. 고농축 샐러드랑 염소 젖 치즈가 박힌 신선한 햄이 커피 버터에 덮인 체 모유랑 함께 나왔다. 쿼트는 모유 500ml를, 이자토디는 1100ml를 마셨다. 이자토디는 사무실에 있는, 쿼트랑 같은 좌변기를 썼다. 당연스런 일인데도 쿼트는 기분 좋았다.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는 좋은 꿈꾸며 나란히 누워 있었다. 소화 효소 덕분에 내장에 무리가 가지는 않았다. 일이 끝났다. 쿼트가 말한다.

<생각대로 아주 잘 하시는데요>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걸요>
밤 9시 20분이 되면, 둘이 어디에 있든 그들의 방문이 그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각자의 편안한 방에 가서, 숙면을 위한 여러 장치들의 인도를 받으며 10시에 잠들게 될 것이다. 쿼트는 평소엔 일이 끝나는 3시 30분만되면 곧바로 방으로 가서 종합 운동 기구로 30분 동안 가볍게 운동한 다음엔 여가를 홀로 보내며 지냈었다. 행복한 시간들이었지만 오늘은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 용기를 내자.

<저>
<저>
눈동자가 더욱 커진다. 쿼트가 말한다.
<먼저 말씀드리겠어요. 저랑 같이 데이트 안 할래요?>
<극장으로 가죠>
문이 하나 나타난다. 쿼트랑 이자토디가 나란히 문으로 들어간다. 지름 511cm, 높이 240cm의 둥그런 방. 여러 영화들이 허공에서 맴돌고 있다. 멋진 로봇 바텐더가 자판대 위에서 컵을 닦고 있다. 쿼트가 말한다.
<팝콘 2인분 줘요>
미녀 로봇 바텐더가 팝콘 두 봉지를 건내주며 이야기한다.
<한 봉지에 210Kcal 씩입니다. 이걸 잡수시면, 저녁 식사의 열량을 도시 오컴이 그만큼 깎을 것입니다. 하지만 10Kcal 안쪽에서 저녁 식사의 열량을 보태거나 뺄 수 있습니다. 몇 Kcal 씩 조정할까요?>
로봇 바텐더가 말하는 동안 팝콘을 맛있게 먹고 있던 두 사람 가운데 쿼트가 먼저 말을 꺼낸다.
<8Kcal 더 신청합니다>
<알겠습니다. 이자토디 님은?>
<10Kcal 더 빼줘요>
<알겠습니다. 도시 오컴에 그대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두 사람이 로봇에게 깍듯이 말 한 건, 모든 로봇은 어떤 사람인가에 원격 조종되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로봇 조종자는 오후 시간에 일하는 사람인 것이다. 남들이 식사할 때나 낮잠 잘 때 같은 자투리 시간에 일하는 사람들도 물론 따로 있다. 쿼트랑 이자토디가 고마움이랑 뿌듯함을 느끼며 영화들을 바라본다. 새로 나온 영화는 없다. 있다면 비주얼이 있을 뿐이다. 이야기 만들 거리는 로맨틱 코미디 정도다.

쿼트가 말한다.
<도시엔 부조리가 없지요. 그래서 예술도 철학도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일이에요. 그래서 전 요즘 영화는 아예 보지도 않아요. 12살 때까지는 봤지만요. 영화가 아직 전성기를 누리던 21세기 초기 것을 가장 많이 본답니다. 그때부터 게임이 영화를 오롯히 압도하기 시작했지요. 도시가 생긴 30세기 때까지 영화는 볼만한 것들이 계속 나오긴 했지만 21세기에 이미 영화의 힘은 사그라든 거예요.
설령 도시에 부조리가 있더라도, 우리가 그렇게 보지만 않는다면 그 뿐인 거니까요. 우리는 행복하니까요.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정녕 행복이 참된 예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거라면. 아니 행복해지려면 참된 예술을 버려야했다면, 그 점을 어떻게 여기세요?>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여긴답니다. 아마 도시 오컴의 의도는 참된 예술을 죽이려는 게 아니었을 거예요. 이런 세상을 만들다보니까 그리 된 것일 뿐일 겁니다>
<저랑 생각이 같네요>
<옛날 영화나 보도록 해요. 20세기말 배우 가운데 제가 좋아하는 여배우가 있어요. 그녀가 주인공인 영화를 봐요. 어때요?>
<좋아요. 어떤 영화예요? 무얼 보든 쿼트가 고르는 거라면 많은 걸 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커다란 몸집임에도 수줍게 웃는 이자토디가 더욱 귀여워 보인다. 쿼트가 손을 내밀어 제임스 카메론을 고른다.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아이 맥스 입체 영화관이 그들을 반갑게 맞아들인다. 영화관은 텅 비어 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천장에 뜬 타이타닉의 침몰을 구경한다. 잭과 로즈가 사랑을 나눌 때 쿼트와 이자토디도 상쾌한 짝짓기를 했다. 삶을 채우는 오르가슴이 여러 차례 둘을 쓸어 내렸다. 둘을 위해 도시 오컴은 영화관 안을 향긋한 페로몬으로 가득 채웠다. 타이타닉이 몇 번이고 바다를 가르고, 정액은 몇 번이고 이자토디의 혀 위에서 미끄러졌다. 5시가 되자 도시 오컴은 어김없이 저녁을 주었다. 모유, 김치 피자, 코코아, 코냑 한 잔씩. 둘은 배를 채우고 다시 서로를 정겹게 얼싸안는다. 쿼트는 너무나 편안해한다.
<이자토디의 가슴은 여왕벌의 배처럼 통통하네요>
<그 여왕벌 배가 어서 비어서 홀쭉해지면 좋겠는데. 저 오늘부터 먹는 걸 좀 줄이기로 했어요>

문득 둘의 방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씩 정신이 돌아온다. 이자토디가 말한다.
<가야할 시간이에요. 9시 20분이니까요>
<이자토디 방으로 가겠어요>
<좋아요. 들어와요. 도시 오컴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 쿼트의 옷들과 세면 도구들을 내 방으로 옮겨주겠죠. 내일 출근하는데 무리 없게요>
높이 310cm, 세로 910cm, 가로 1304cm의 방이다. 다른 시설들은 쿼트의 방과 거의 같다. 큼직한 서재에 900여 권 쯤 되는 책이 꽂힌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운동 기구들이 많다. 한쪽에 길거리 농구대가 설치되어 있다. 역기며 아령이 보통 크지 않다. 종합 운동 기구도 좀더 크다.

<운동을 아주 좋아하는군요. 저 엄청난 역기는 도대체 몇 Kg이나 되는 거예요?>
<1390Kg이랍니다>
<대단하네요! 전 200Kg을 가까스로 드는데>
<도시 오컴이 준 수치 거의 그대로네요. 전 운동을 좋아해서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우리 아기를 만들어요>
<어쩌죠. 지금 저 안전기인데. 하지만 곧 지나갈 거예요. 3주가 지나면 아기가 나오겠죠. 남자 6명에 여자 6명을 낳자고요>
<좋아요>
12명이라면 한 번에 낳을 수도 있다. 뱃속에서도 요람에서도 더는 지켜지지 않아도 되는 아기는 미성숙 상태로, 2.4cm 크기로 태어난다. 곧 인큐베이터에 넣어져 10달을 채운 뒤, 보모의 손에 8살 때까지 키워진다. 그때부터 사람은 스스로의 방을 가지게 되고 직업도 고르게 된다. 보모가 될 생각은 둘 모두에게 없다.

이자토디가 기지개를 켜더니 말한다.
<아기를 낳으려면 결혼해야해요. 방을 합쳐 달라고 해야겠네요. 아! 잠깐만요. 인류는 30세기에 마지막 빛나는 선택을 했어요. 인류의 시대를 버렸어요. 그 보다 옛날은 슈퍼 스트링을 숭배하던 시대였어요. 모든 것의 본질은 똑 같지만 힘만은 다르다고 여겼던, 비정한 신화의 시대였어요. 인간이 인간의 운명을 매듭짓던, 인류학적 자율성의 시대이기도 했지요. 빅뱅의 프로그래밍 아래 모든 건 평등하다는 걸 자주 잊곤 했다고 해요.
우리 한 번 그때로 돌아가지 않겠어요?>

아직 폭주와 좌절이 가능하던, 마음 속에 성을 지어야 했던, 심리학의 시대로, 퇴화와 진화가 뒤엉켜 섞인 길을 떠나자는 위험한 제안이다. 절대적이고 부조리한 빛,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중력자, 상대성을 가르치는 뉴트리노가 있는 물리 문명에서 원시로.

쿼트가 말한다.
<재미있겠어요. 근데 어떻게요?>
<지금까지 우리가 하지 않던 일들을 찾아내서 하나씩 저질러봐요>
쿼트가 크게 미소짓는다. 행복 속의 긴장이 이토록 클 줄은 몰랐다. 갑작스럽게 찾아든 행운에 기쁨이 섞여 피어오른다. 이자토디도 빛나는 미소를 입가에 긋는다.

쿼트가 말한다.
<이자토디는 관찰력이 있으니까 도시가 달라 보이는 모양이지요?>
<네. 한 번쯤 도시 오컴을 시험해보고 싶었어요. 패권주의와 사랑에 취한 우리의 어머니를요. 우리도 물건이니까 그녀에게 영향을 주고 있잖아요. 물리학이 옳다면 우리가 양도될 수 없는 물질의 자율성을 어떤 방식으로든 가졌다는 걸 의심하지 않아도 되지요. 하지만 사랑스런 그녀는 물리학이 아니잖아요. 혹시 전쟁 박물관에 가 본 적 있으세요?>
<없어요>
<그럼 한 번 가봐요. 시험하는 데엔 시간이 좀 걸릴 지도 몰라요. 내일이랑 모레엔 일을 나가지 말아요>
<그래요. 저기 방문이 빛나고 있네요>
둘은 재빨리 일어난다. 이자토디가 방문을 연다. 수많은 무기들과 영상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드넓은 방이다.

쿼트가 거품 폭탄 앞에 선다. 그것 옆엔 성능과 유래가 조목조목 설명되어 있다. 혼란스럽던 도시 오컴 초창기에 계획된 것으로, 블랙 홀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주 하나 쯤은 손쉽게 없앤다. 이것을 터트리면 도시 모두가 멸망할 지도 모른다. 일단 핵심부가 흩어지고 나머지 부분도 조금씩 말라갈 것이므로. 커다란 빨강 단추를 누르고 잘 손질되어 있는 레버를 당기면 폭발한다.

이자토디는 20세기 중엽의 권총을 고르더니 벽 아무데에나 대고 몇 발 쏘아본다. 그리고는 쿼트 머리에 권총을 장난스럽게 들이댄다. 이러지 않아야겠다는 느낌이 시원스럽게 이자토디의 마음을 스친다. 권총을 쏘아도 아쉽다거나 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단 건 단 거고 쓴 건 쓴 거라고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뜻을 펼 줄 아는 사람들의 문명이다. 행복이 유전자 풀 안에 아로새겨져 몸 바깥까지 우러나오는 사람들이 도시 모두에 고르게 퍼져 산다.

전쟁 박물관에 있는 모든 무기들은 다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것들이고, 도시 오컴의 직접 통제를 받지 않는 것들이다. 가끔 살인이나 자살이 전쟁 박물관에서 자발적으로 벌어지곤 한다. 그리고 가끔 죽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온다. 도시 오컴은 그가 더 살 길 바랬는데 죽었다면 되살려준다. 판단은 그녀가 했고 모두는 만족했다.

쿼트가 말한다.
<운동하다가 다친 적 없어요? 살갗이 까진다던가 뼈가 부러진다던가>
<많지요>
<혹시 아픔이나 슬픔이나 그런 걸 느꼈나요?>
<그런 건 감상 속에만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아까 타이타닉을 보고 운 것도 감상이니까 그랬던 거구요. 주인공들을 이해할 수도, 타이타닉 자체의 모순도 알 수 있으니까요>
<맞아요. 두려움은 없어요. 도시 오컴은 우리랑 상호 작용을 해요. 도시 오컴은 우리를 맑게 비추거든요. 도시 오컴도 역시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래요! 우리 다음 모험을 생각해봐요!?>
<쉿, 이번엔 내가 제안하겠어요>

쿼트랑 이자토디는 잠깐 무언가를 생각한다. 쿼트는 스스로가 한 약속을 지킬 줄 알기에 말한다.
<가장 새로운 도시로 가 봐요. 가장 나이 든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그곳엔 행복의 제단에 모든 권리를 바친, 30세기의 초인들도 있다고 해요. 초인이라고 홀로 살수는 없었지요. 에너지주의는 그들을 놓치지 않았어요. 끝내 초인들은 도시 오컴을 만들어, 그때까지 남아 있던 마지막 악과 부정을 사라지게 했지요. 일부는 도시 오컴이랑 합체되기까지 했다지요.
인류의 권력엔 부패가 있지만, 인공 지능엔 없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실천에 옮긴 사람들이지요.
약간의 모순과 약간의 비효율을 맞바꾼 아름다운 거래였어요. 그들의 혁명이 우주와 인간에 대한 허무와 환멸로 말미암은 도피와 부정으로 점철된 것이었다지만, 틀림없이 보상을 받았다는 걸 알지요. 그토록 커다란 노력은 어떤 식으로든 열매를 맺으니까요.
초인들을 만나지 않아도 좋아요. 그들의 얼만 가장 새로운 도시에 살아 있다면 말이에요>
<좋아요. 유럽에서 처음 시체를 해부했던 사람들은 화형을 당했지요. 마음에서 부정적인 것들을 뽑아내고 따스함만 남겼던 초인들도 처음엔 온갖 음해에 시달렸데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낱말, 음해에 두 사람이 밝게 웃는다.

어김없이 10시는 온다. 이자토디가 말한다.
<그런데요. 저 졸리거든요. 한 숨 자고 가요>
<그래요>
둘은 정답게 껴안고 눕는다. 쿼트가 이자토디의 품안에 파고 들어가듯 자리잡는다. 도시 오컴은 잠자는 데 가장 알맞은 상태로 전쟁 박물관의 화학적 균형을 재구성해준다. 생명의 다중성으로부터 비롯된 온갖 현상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도시 오컴의 보살핌 아래 둘의 영혼은 더욱 더 깊게 맺어져간다.

아침 7시에 때 맞춰 일어난 그들 앞에 문이 하나 나타난다. 도시와 도시 사이는 웜 홀로 이어진다. 가장 새로운 도시로 가려면 4차원 웜 홀 가지고는 안 된다. 가능한 모든 차원을 잇는 웜 홀이 필요하다. 가장 새로운 도시는, 초시공에 있기 때문이다. 가짜 진공을 더 발전소로 만들기 위해 세워지고 있는 젊디젊은 도시.

문 너머엔, 보다 젊어 보이는 20세 상태의 쿼트랑 이자토디가 가장 새로운 도시의 안내자로서 이자토디랑 쿼트를 기다리고 있다. 20세 상태의 쿼트랑 이자토디는 지금껏 10의 317 제곱 년을 살아왔다고 한다. 나이 든 이자토디가 말한다.
<오늘 만날 줄 알고 있었어요. 나도 지금의 우리랑 만난 일을 생생히 기억하거든요. 우리의 수를 세는 건 무의미하지만요>
어린 이자토디가 말한다.
<웜 홀은 시간 여행이기도 하니까요. 이 도시는 어떤 곳이지요?>
나이 든 쿼트가 말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 그대로예요. 나는 지금 아주 즐거워요. 내가 옛날에 한 일을 그대로 보고 있고, 내가 옛날에 들은 말을 그대로 내가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린 이자토디가 답한다.
<가장 새로운 이 도시는, 시공도 인과도 인연도 국소적 물리 법칙도 통하지 않는 곳에 있지만, 또한 그것들에 의지하여 존재하고 있지요. 불가능한 곳에서 불가능한 삶을 멋지게 누리고 있어요. 확률만이 다스리는 초시공에서 지성의 의지를 태우고 있지요>

나이 든 이자토디가 사랑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우리는 많은 아이들을 낳았고 몇몇 아이들을 기르기도 했지요. 기른 아이들이 어디에서 왔든 상관하지 않았어요. 나는 쿼트랑 헤아릴 수 없을 만치 많이 이혼하고 그때마다 다시 결혼했지요. 아무리 많은 남자를 만나도 쿼트 만한 사람은 나에게는 없었던 거예요>

어린 이자토디랑 쿼트가 거의 함께 말한다.
<맞는 말이에요>
나이 든 쿼트가 말한다.
<자,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는 일하러 가야하거든요>
나이 든 이자토디랑 쿼트를 어린 이자토디랑 쿼트가 떠나보낸다. 그들은 다들 기뻐하고 있다. 행복하고 확실한 삶이 끝없이 거듭되리라는 믿음이 더욱 깊어졌기 때문이다. 도시 오컴은 컴플렉시티다. 모든 걸 예측하려는 도시 오컴의 마음은 끝내 예측 행위와 행위를 일치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어린 이자토디랑 쿼트는 새로운 거리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쿼트가 즐겁게 이야기한다.
<우리 도시를 떠나는 게 어때요? 한 번 떠나서, 별바다를 가로질러 보는 거예요>
웜 홀 관리기, 초광속 우주선, 순간 이동 장치, 준광속 우주선, 태양 요트, 가상 체험기, 초시공 여행기, 우주 창조기, 투과 효과 발생장치… 도시를 떠나는 데 필요한 온갖 것들이 벨트를 타고 미끄러지듯 나타난다. 그 가운데서는 20세기 중엽 처음으로 우주를 탐험하기 시작했을 때 쓰던 구닥다리 장비들까지도 있었다. 이 모든 걸 가지고 갈 수도 있고 하나도 안 가지고 그냥 훌쩍 갈 수도 있다. 물론 그냥 가다간 곧바로 죽겠지만 말이다.

이자토디가 함박 웃음을 피우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도시를 떠난 이들은 아주 많았어요.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다시 도시로 되돌아왔지요. 우리도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아요? 결과를 안다면 우리의 선택은 좀더 슬기로워지겠지요. 전 당신의 선택에 기꺼이 따르겠어요. 아무 것도 안 걸치고 나가는 걸 골라잡아도 좋아요>
<결과가 보이네요. 우리는 웃으면서 도시로 돌아오게 되겠지요>
<네. 그걸 아니까 한 번 떠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러면 가 보자고요>
쿼트랑 이자토디는 도시 오컴이 준 모든 장비를 다 받아들이기로 한다. 사용 방법은 저절로 알게 되었다. 자유라는 환상 속을 떠돌며 초시공을 헤매고 싶지는 않다. 만들어진 필요로 이루어진 장비들을 꼼꼼히 챙겨 그냥 존재하는 대우주에 스며들 듯 빠져들 것이다. 불안감의 물리학적 가능성은 아마도 우주의 프로그래밍을 통해 도시 오컴이 사라지게 한 듯하다. 쿼트랑 이자토디는 즐거워하고 있을 뿐이다. 보호자 곁에서 허락 받은 장난을 치는 소꿉 친구들처럼.

지구 표면엔 아름다운 생태계가 있다고 했다. 시공은 무의미하지만, 인과는 지구가 있는 우주에서는 뜻을 지닌다. 물리 사상들의 가끔씩 이지만 끝없는 만남 동안 도시의 노력으로 생태계는 악한 구조를 벗어나 평화로운 곳이 되었다 한다.
쿼트랑 이자토디는 한때 지구라 불렸던 추억의 도시로 돌아가 처녀 비행을 시작한다. 너른 우주를 골고루 돌아 볼 생각이다. 돌아와서 그들의 경험을 다룬 책이나 비주얼을 내려면 부지런히 정보를 모아야한다.
수많은 우주 지성들이 서로 이어져 만들어냈던 30세기의 초인들 세상을 감상 속에서 그리며, 우주선 스크린으로 깨끗하고 맑은 별무리를 본다. 도시는 우주 모두에 널리 번져 있다. 모든 이들이 사랑하고 믿는 이와 우주는 떨어질 레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소곤거리려는 듯하다.

이자토디가 별빛 촘촘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살며시 숙이며, 끝없을 수도 있을 삶의 나날들 동안 그녀랑 그를 너그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살갑게 보듬어 줄 도시 오컴에게 고마움을 속삭인다.
<엄마, 자장가 불러 줘서 너무 너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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