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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심사단 박애진, 김이환입니다. A와 B는 무작위로 바뀝니다.

이 달은 무르익은 글도 있었고, 좋은 소재를 발굴해 앞으로 점점 좋은 글을 쓰리라 기대되는 분들이 있어 반가웠습니다.소재가 떠올랐을 때, 구체화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자료조사입니다. 잘 모르는 것을 그리면 바로 들킵니다. 배경이 우리나라라면 그 장소에 직접 찾아가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종합병원은 대부분 장례식장이 있으니 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 가서 현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니라면 영화나 드라마 장면을 보며 참고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상 자료만 참고할 경우 자칫 너무 추상적이 될 수 있으니 잘 아는 배경과 이야기에서 시작해, 차츰 잘 모르는 것도 조사하며 아는 것처럼 그리도록 영역을 넓혀 가시길 바랍니다.

이번 달에는 認님의 <아르바이트>를 우수작으로, 너구리맛우동님의 <누이의 초상>을 가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숭배자들 - 케이민

매혹적이며 흥미로운 소재를 잡았습니다. 아쉽게도 지금 이 상태로는 줄거리 요약으로 보입니다. 말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방식으로 서술했다면 독자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을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처참하다’ 같은 단어는 독자보다 앞서나가는 겁니다. 어떤 상태인지를 서술해 읽는 독자들이 ‘처참하게’ 느껴야 합니다. ‘하나하나 음울한 집착과 강박이 느껴졌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음울한 집착과 강박이 느껴지는 모습을 묘사해 독자가 느껴야 합니다.
아무리 마음을 뺏긴 상대라 해도, 상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게 되지는 않습니다. 남편이 집착한다는 짧은 서술로는 부족합니다. 그렉이 여자의 말을 믿게 되는 명확한 계기/사건을 보여줬어야 합니다. 남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인을 속박하려고 하는지, 얼마나 지독한 방법인지, 그 와중에 밀회를 어떻게 나눌 수 있었는지를 그려야 합니다. 이 부분이 잘 되었다면, 결말에서 남편이 왜 부인에게 집착하고 구속했는지 까지 드러나 독자에게 한 번 더 놀라움을 줄 수 있었을 겁니다.
여자가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지에 대해 원래 그런 여자이기 때문이라는 막연한 암시 외에 아무런 이유도 넣지 않은 점도 아쉽습니다.


충격적인 살인 현장과 이어지는 반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주 짧은 분량의 이야기 안에서는 반전을 만들기는 어려운데, 실제로 글에서 일어나는 반전도 놀랍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이 여자를 만나서 범죄를 저지르기까지의 설명에 마지막의 반전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줬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군데군데 정확하지 않은 문장이 다소 아쉽습니다. 하지만 충격적인 살인 현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어지는 강렬한 순간들을 만들어낸 감각은 좋았습니다.



깨진유리잔 - 칼날

지나치기 쉬운 순간/감정을 포착했습니다. 딱히 싫을 것도 없지만 좋아하지도 않았던 룸메이트가 자살했습니다. 같은 방에서 잠을 자며 지냈는데도 철저하게 타인이었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자살한 이유도 알 수 없고, 크게 슬프지 않은데 바로 그 점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소재는 좋았는데 이대로는 조금 허전합니다. 너무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서술하기 때문입니다. 기숙사 방 묘사 외에는 이렇다 할 세부가 없습니다. 글은 보편적이라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그 개인만이 겪을 수 있는 특별한 점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어떤 장례식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일 뿐입니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흔히 주위에 자기가 자살하리라는 암시를 합니다. 그런 신호들이 있었지만 무심코 넘긴 장면들이 들어가도 좋았을 듯 합니다.

주인공이 자살을 목격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숙사 룸메이트가 자살하는, 현실에서 겪을 법한 상황을 다루면서도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설정이 등장합니다. 학생이 자살했다고 학교가 임시 휴교를 하는지는 (슬프게도) 다소 의아합니다. 하지만 칼날이라는 날카로운 느낌의 제목이 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점, 장례식장에서의 여러 상황 묘사들은 좋았습니다.



지음 - 피의 일요일

묘한 느낌을 받는 글이었습니다. 꿈인 듯, 현실인 듯, 지나치게 세세하게 설명하고 알려주는 서술과 열두 시간 동안 문을 두드렸다는 비현실적인 서술, 관련 없는 것들을 관련 있는 것처럼 넣은 것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서사가 들어갈 수 있다면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내가 죽어가자 남편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글도 단문으로 속도감을 내며 달려갑니다. 아내가 크게 다쳤으면 일단 앰뷸런스를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약국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면 글의 결말이 시작에서 이미 암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엽편이었습니다.



너구리맛우동 - 누이의 초상

술을 마신 후 후배와 나누는 짧은 이야기에서 시작해 걷잡을 수 없는 곳으로 퍼져갑니다. 마치 인터넷에 루머가 확산되는 것처럼 어디부터 어디까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단순한 괴담에서 시작해 여러 이야기가 나열되는데, 변형되고 각색되는 과정도,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시점이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헛갈립니다. 이야기내에서도 조금 맞지 않는 부분들이 보입니다. 이를테면, 동기들이 늙어가는 동안에도 상아는 주름하나 생기지 않았다면서 열여덟에 요절했다는 서술 등이 그렇습니다. 이야기들이 같은 듯, 다른 듯 엇갈리는 것과는 다른 오류처럼 보입니다. 이런 부분을 조금만 보강하면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로 빠져 들어가는 구조의 글입니다. 도시괴담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귀신 이야기로 그리고 귀신에게 얽힌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다가 시작에서 언급된 그림의 이야기로 풀려나옵니다. 이야기의 속의 이야기라는 구조를 그저 흥미로만 다루지 않고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잘 살려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알파벳으로만 묘사한 등장인물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힘들어서 다소 헷갈리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단편이었습니다.

독자 우수 단편 가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認 - 아르바이트

인상적인 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이 마음에 남습니다.
어마르라는 아마도 돌연변이 인종인 듯한 이들을 매개로 아버지와 딸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세상 아버지들과 사춘기 딸 사이에는 영원히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보기에 딸은 철든 듯, 들지 않은 듯, 다 자란 듯 하지만 여전히 어린아이라 목숨을 걸고 돌봐줘야 하는데, 딸은 모릅니다. 딱 봐도 엉망인 아버지에게 리모컨을 건네는 딸의 모습은, 아버지와 딸은 영원한 평행선일 수박에 없음을, 그런데도 서로에 대한 본질적인 유대는 가지고 가리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경찰도, 누구도 제3자일 뿐 그 평행선 사이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어마르는 무엇인지, 어머니는 죽었는지, 이혼했는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시인의 길을 가는 아버지의 모습과 심리, 시와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제목입니다. 좀 더 이 이야기에 흥미가 가고 부녀 관계를 상징할 수 있는 제목이었다면 어땠을까 합니다.

직장을 그만 둔 중년의 아버지와 아르바이트를 막 시작한 사춘기 소녀인 딸의 이야기입니다. 사회에서 한발 물러난 중년의 아버지와 막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하는 사춘기 딸의 대비가 재미있는데, 글에는 이런 재미있는 구조가 많습니다. 딸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회사는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의 경쟁사이며 수상쩍은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장의 밀도가 높은 편입니다. 능청스러운 분위기의 문장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단순한 사건에 비해 문장이 지나치게 밀도가 높은데다가, 어마르족 같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끼어있어서 글을 다소 복잡하게 만듭니다. 예술에서 효율을 따지는 것이 우습기는 하나 이 글에서는 쉽게 풀어낼 부분은 쉽게 풀어서 균형을 잡았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습니다.

독자 우수단편 우수작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거울 독자 우수단편에 선정되신 분들께는 책을 한권씩 보내드립니다.
認님, 너구리맛우동님은 pena12 @ gmail.com 으로 우편물을 수령할 주소, 성함, 전화번호(택배발송시 필요) 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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