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여기 케밥 두개하고 콜라 두개요. 혹시 케밥 다른 건 안 파나요?”

“오, 노! 우리는 오직 도네르케밥만을 팝니다. 저희 집은 대대로 도네르만을 고집하는 집안입지요! 많은 프랜차이즈에서도 시시케밥이나 이스켄데르케밥을 만들라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번에 거절했지요! 우리 가문은…”

이제 아버지가 단골로 쓰는 연설문이 등장할 차례였다. 제발 손님이 말을 끊어버리고 콜라와 케밥을 들고 사라져주길 바랬건만 아뿔싸, 그 손님은 휴양지에 초짜였던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숨을 한번 돌리고는 두 손을 하늘로 쳐들고 엄숙하게 말했다.

“우리 가문은 살라흐 앗딘 시절부터 도네르케밥을 만들었던 전통있는 가문입니다. 예전 살라흐 앗딘께서 시돈을 해방시켜주셨을 때, 그곳의 파수꾼이었던 저희 조상님 아흐메드 알 티부르 바다이아드는 위대하신 구원자 살라흐 앗딘의 해방 앞에 감격하여 가지고 있던 양을 잡아…”

“주인양반은 아랍계가 아닌 거 같은데요?”

나는 엉겁결에 빵을 다듬다가 카운터로 얼굴을 주뼛 내밀었다. 상냥해 보이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약간 어두침침한 얼굴에 보랏빛 눈이 보석처럼 번득이는 미녀였다. 이 칙칙한 노인휴양지에 케밥을 사 먹는 미녀라니! 나는 카운터에 올라가 있는 그녀의 가슴과 허리의 곡선을 쳐다보다가 빵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아버지는 빵 떨어지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를 쳐다보았다.

“아민! 감히 성스러운 빵을 내던지다니! 가문의 전통을 뭐라 생각하는 거냐! 양식은 생명의 젖줄이거늘 어찌 감히!”

아버지는 호통으로 사면초가의 궁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 김청택은 졸지에 아랍계 행성인 아민 바다이다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버지의 전략은 주효한 것 같았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던 것이다.

“콜라하고 케밥 두 개요. 콜라부터 주세요”
아버지는 재빨리 나에게 손짓을 까닥거렸고 나는 콜라를 뽑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재빨리 고기를 쓸어 내리는 것을 보고 있던 보랏빛 눈의 미녀는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름이 아민인가요? 아저씨?”

“예, 그..아민 바다이다드라고 합니다. 유서 깊은 케밥 장수 가문이죠.”

“젊은 분이 재미없으시겠다. 하루 종일 음식점에서.”

“이것은..그, 가문의 일입니다! 한시도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제 숙명이지요!”

아버지는 고기를 칼로 쓸어 내리다가 내 말을 듣고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미녀는 부자를 번갈아 보더니 활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찔하게 하얀 치아였다.

“제 이름은 라리사 번즈예요. 이곳에 친구와 당첨되어 2박3일 놀러 왔는데 심심하면 또 와서 사 먹을게요! 아민 아저씨”

“예,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아버지가 그 때 2인분의 케밥을 가져왔고, 나는 덜덜거리는 손으로 콜라를 셔틀용 주스팩에 담아 라리사의 손에 건네주었다. 가느다란 손이 매끈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까무잡잡한 이 아가씨의 출신이 왠지 아랍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혹시 아가씨도 아랍계……”

그 때, 아버지가 칼등으로 카운터 아래의 내 엉덩이를 때렸고 나는 말을 거기서 멈추고 말았다. 아버지는 정중하고 우아하게 허리를 구부리며 라리사에게 인사를 했다.

“마아 살라마! 아가씨, 즐거운 여행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일랄 리까~”
라리사는 활짝 웃으면서 우리 부자에게 인사를 했다. 내 예감은 틀림없었다. 저 아가씨는 아랍계였던 것이다. 나는 아버지를 보면서 거 보라는 식으로 눈썹을 찌푸렸지만 아버지는 떠나가는 손님의 셔틀을 보면서 어깨만 움찍거렸을 뿐이었다.

“어쨌건 즐거운 여행이 되면 그만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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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우리 부자가 이 노인 휴양지 스키르니르 행성군에서 케밥을 팔던 것은 아니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소점포 인공행성에서 장사하는 중소상인이 아니었다. 우리는 중국집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저 거대한 화성의 한복판에서 말이다! [만해루]라는 번쩍이는 간판을 걸어두고 그곳에서 각종 중국음식을 팔던 집안이었다. 특히 우리 집 만두는 그 중에서 명물이었다. 특산 화성돼지만두는 화성의 스키파넬리 시(市)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 때나 지금이나 아버지의 입심은 여전했지만 당시 우리 부자는 부자(富者)였다. 아버지 특유의 입담으로 칭기스칸 시절부터 만두를 구워바치던 황제의 어전 요리사 가문이었다고 해도 모두 다 겉으로는 믿어주는 척 할 정도였으니.

“칭기스칸께서 직접 파리를 침공했던 마지막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그의 장창수들을 모두 잃고 말에서 내려 목숨을 구걸했다오! 그 때 칸께서는 우리 조상님께서 올리신 만두를 하나 집어 직접 나폴레옹에게 하사하셨지! 나폴레옹이 그걸 먹으면서 이렇게 말했다오. ‘위대한 칸이시여. 이렇게 목숨을 구명해주시는 것도 모자라 천상의 맛까지 보여주시니 이 비천한 몸은 오늘 죽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말이지. 우리 조상께서는 요리사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을 들으신 게요! 불세출의 정복자가 또 다른 불세출의 정복자와 함께 요리를 나눠먹는 경험을 했단 말이오!”

사실 나폴레옹이 칭기스칸을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역사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그리고 우리 집안이 저 멀리 아시아 북부 작은 나라의 김씨 집안이라는 것은 화성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안다고 한들 어쩔 것인가. 그것은 역사적 사실에 들어간 조미료 한 방울인데. 그 정도의 조미료는 감칠맛을 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여하지간, 우리 부자는 영원히 화성의 휴양지에서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믿었지만 원래 현실은 동화가 아닌 것이다. 어디선가 나타난 행성 위생국 관리들이 갑자기 우리 점포에 들이닥쳐서 위생상태 불량이니 어쩌구니 하면서 [영업정지 및 업장폐쇄]라는 딱지를 들이 붙이던 날, 나와 아버지는 서로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일순간 알거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때 깨달았다. 아무데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세상이 그렇게 적막하고 무서운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그 좋던 입심도 뚝 떨어진 채로 고개를 숙이고 하루 종일 방구석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만약 그 때 친척 얀 아저씨가 나타나서 스키르니르 행성군의 일자리라도 마련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아버지는 [만해루]의 대들보에 조만간 목을 매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얀이야말로 사내중의 사내지, 절대로 신의를 내버리는 일이 없어.”

아주 먼 친척이긴 하지만, 얀 아저씨는 아버지와 막역할 정도로 우의가 좋으신데다 금상첨화로 엄청난 부자였다. 무역업과 관광산업, 제약산업까지 손을 대시는 범 우주적인 부자였던 만큼 친구인 아버지의 몰락을 그냥 수수방관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리고는 세간을 탈탈 털어 화성에서 워프로만 다섯 차례를 건너 멀리 지구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스키르니르 행성군에 셔틀을 몰고 도달했을 때. 우리는 소점포 인공행성의 빈약하기 그지없는 모습 앞에서 다시 한 번 얼싸안고 울었다. 화성시내 복권방 두 개를 합쳐놓은 것 같은 크기의 매장에 창고 하나가 덜렁 딸린 이 인공행성이 우리 부자가 앞으로 평생을 일할 터전이었던 것이다. 나는 기압복사고로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 꼴을 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새로운 터전을 보더니 달라졌다. 어디서 사왔는지 두툼한 아랍요리 고전을 하나 사 와서 열심히 책을 탐독하시고 그날부터 화덕을 주문하고 케밥을 굽기 시작하셨다. 먹지도 못하고 새까맣게 타 버린 양고기로 배를 채우면서 나와 아버지는 미친 듯이 케밥만들기를 배워나갔다. 입에서 침 대신 기름이 돌아도 아버지의 벌건 눈동자를 보면 절대 쉴 수 없었다. 화성에서 알거지로 살던 그 순간을 생각해보면, 아버지를 쳐다보고 있으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 역시 아버지처럼 미친 듯이 케밥과 빵 만들기에 열중했다. 순전히 육감과 고서의 지식에 의존하면서! 숯인지 고기인지 모를 양고기들을 한숨 쉬며 보면서도 그나마 끊임없이 물량을 대 주는 얀 아저씨의 자비로움 덕인지 아버지의 집념 덕인지, 우리는 두 달 만에 스키르니르 휴양행성군의 가장 좋은 요지에 인공행성을 끌고 들어가서 대기권 진입 셔틀들이 기다리기 딱 좋은 시차를 점유하고 붉고 노랗고 파란 색의 멋들어진 간판을 내 걸 수 있었다.

[바다이다드 케밥]

“아들아, 이제부터 시작이다.”

“예, 아버지.”

“오늘부터 우리는 칭기스칸의 자손이 아니다.”

“원래 아니었잖아요.”

“우리는 이제 살라흐 앗딘을 모시던 시돈의 기수 아흐메드 바다이다드의 후손인 것이다.”

“아흐메...뭐라고요?”

“우린 역사가 시작한 이래 케밥을 구워왔단 말이다! 칭기스칸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케밥을 만들었다고 이 멍청아! 그러니까 넌 빵을 구우면서 아랍어로 기도는 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거지!”

“아버지, 알라신이 실제로 계시다면 우린 천벌을 받을걸요.”

“이 우주에 극악무도한 놈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한테까지 천벌을 내리시겠냐. 그것도 아랍어로 기도까지 할 줄 아는 케밥 장사들에게.”

그 날 이후 나는 바다이다드가(家)의 후예가 되었고, 우리 집은 위대한 전통의 케밥 장사꾼이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별로 나지도 않는 콧수염을 기르신 뒤 앗살람 알라이쿰을 외치면서 마지막 인생의 황혼을 보내러 오는 부유한 노인들과 부모 잘 만난 덕에 이 멀리까지 놀러 올 수 있는 청춘남녀들에게 케밥을 선사하기 시작하셨다. 아버지가 그때부터 종종 하시던 말대로 인샬라. 이 모든 것은 정해진 일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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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눈의 미녀가 떠나간 지 몇 주 뒤의 일이었다. 여전히 스키르니르 행성군의 휴양지로 몰려오는 노인들과 청춘남녀들이 바글거렸고, 우리 집도 덕분에 끝임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이제는 웬만한 창고가 두 채에 아버지와 내가 살 수 있는 거주공간까지 접합된 규모 있는 인공행성이 되었지만 아버지는 정작 고객들이 주문하는 매장은 크기를 넓히지 않았다.

“식당이 쓸데없이 크고 산만해지면 성의 있는 음식이 나올 리 만무한 거야.”

그 덕에 늘 우리 가게는 몇 명씩 손님들의 줄이 서 있었고, 아버지의 집안자랑에 그 줄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지만 오늘은 사람들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유일하게 워프여객선이 결항하는 날이었기에 작은 스포츠 셔틀만 행성군을 왕래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손 없는 날엔 말이다. 아민. 가서 양고기라도 정리해 놓으란 말이다. 부지런한 자에게 악마는 끼지 않는 게야.”

“아버지,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그냥 원래 이름 부르면 안되나요? 그리고 이미 양들은 다 잡아 놓은 뒤고 잡을 양도 없다고요.”

케밥은 양고기로 만드는 게 당연하니 양고기가 있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고 지구의 양고기를 여기까지 가져오면 그 양고기는 우리 식당을 사고도 남을 만큼의 수송료가 붙는다. 그래서 스키르니르 행성군에서는 [오딘의 염소]를 양고기 대신 썼다. 생긴 것도 양하고 별반 다르지 않았고 구우면 식감이나 빛깔도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대신 다리가 여섯 개에다가 색깔이 황금색이라는 게 달랐지만 그것도 처음에나 놀랐을 뿐이지 이젠 황금색 베이컨하고 별반 차이를 못 느낄 지경이었다. 여하간 아버지는 내 투정에는 예전부터 그렇듯 대답을 회피한 채 엄지손가락을 들어 점포 아래쪽을 가리켰다. 이미 육고기 셔틀이 별에서 접근을 해 오는 중이었다. 어쩐지, 아버지는 시간을 그냥 가게 두는 분이 아니셨으니까.

마침 지나가던 스포츠 셔틀이 점포 앞에 멈췄고, 아버지는 반색을 하며 손님을 맞이함과 동시에 나에게 손짓을 해서 창고 앞에 고기를 내리도록 일을 시키셨다. 육류셔틀엔 의외의 손님이 하나 더 타고 있었다. 놀랍게도 얀 아저씨가 타고 있었다.

“여긴 왠 일이세요?”

“한 번 보러 왔다. 너희 부자가 잘 있었나 말이다!”
거대한 체구의 얀 아저씨는 인사대신 곰이 껴안는 방식으로 나를 껴안고 활짝 웃어 보였다.
그리고 얀 아저씨는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새로 온 게 분명한 손님에게 다시 가문의 역사를 장황하게 읊고 있었다. 살라흐 앗딘의 시돈 해방을 위해 기려진 노래 시도니아의 기사 (Knight of Cydonia)를 흥얼거리면서. 얀 아저씨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히죽 하고 웃음을 지었다. 사실 음악의 신 뮤즈가 저 노래를 지었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었지만 시도니아인지 화성의 사이도니아인지는 신만이 아실 요량이니까.

“휴양지에 또 출장오신 건가요?”

“그렇지. 노인들이 사는 곳은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지 않느냐.”

얀 아저씨는 화성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상당한 부를 모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스키르니르 행성군은 작은 별 여섯 개가 모여서 크랭크축이 회전하듯 절묘하게 인력균형을 맞춘 상태로 항성을 돌고 있는 생성초기단계의 별들이었다. 항성의 열은 그렇게 뜨겁지 않았고, 아직 대기상태가 온화하고 진화속도가 빠르지 않은 곳이어서 지구의 고등생물들이 행성을 장악하고 시설을 꾸미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이미 발견 당시부터 [고소득층의 노년 위락시설]로 위치선점을 해 놓고 개발이 들어간 곳이었기 때문에 이곳은 화성보다도 훨씬 위락시설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노인들의 천국이었다. 얀 아저씨는 이곳에서 대규모 리조트와 병원, 그리고 장의선장을 운영했다.

스키르니르에는 묘지가 없었다. [노인들은 친구가 묻히는 걸 슬퍼하지]라고 언젠가 얀 아저씨가 말한 바대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던 부유한 노인들은 병원에서 죽은 뒤 우주장을 선택했다. 새로 생긴 젊은 항성의 불꽃 속으로 장엄하게 바이킹의 문양이 수놓아진 관을 타고 장의선을 떠나는 것이다. 얀 아저씨는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노인네들의 돈을 쪽쪽 빨아먹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덩치 좋은 부자가 순박하고 의리 넘치는 호걸중의 호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오, 얀! 앗살람 알라이쿰!”

“알라이쿰 앗살람. 형제여.”
셔틀을 보내버린 아버지가 앞치마에 손을 닦고는 웃으며 나왔고, 얀 아저씨도 변죽 좋게 아버지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난 범 우주적 부자가 고기기름 잔뜩 묻은 소행성점포상인과 뜨겁게 포옹하는 모습을 보면서 코끝이 시큰해지는 걸 느꼈다. 저 두 분은 내가 알지 못하는 질긴 끈이 묶여져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우주 천지에 의리가 다 사라져버렸다고 하지만 저 두 사람은 그런 냉혹한 현실을 부정하는 증표 아닌가. 돈과 지위가 사람을 판별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닌 것이다. 두 사내는 그런 것들을 이미 뛰어넘은 사이였다. 뜬금없이 감상에 젖어버린 나는 아버지 대신 주방에 들어가서 돌고 있는 양고기와 빵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두 사내는 그 동안 못한 말이 많은 것이다. 6개월이 넘은 시간이었으니.

“아저씨, 여기 콜라 하나 하고 케밥 하나 주세요.”

갑자기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리를 돌린 내 눈에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까무잡잡한 얼굴이 확대되듯 들어왔다. 라리사 번즈였던가? 그 예쁜 아가씨가 다시 찾아오다니. 갑자기 얼굴이 확 붉어지면서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치기 시작했다. 수많은 선남선녀들이 이 구간을 항해하지만 가장 내 취향에 맞는 여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여하튼 난 카운터로 다가갔다.

“어서오십시오, 손님.”

“케밥하고 콜라 같이 주세요. 하나만요.”

“예, 알겠습니다. 다시 돌아가시는 길입니까?”

“예”
싱긋 웃는 라리사의 미소는 사람을 눈멀게 만들 정도였다. 이런 행성에 올 수 있는 미녀에게 케밥장수가 작업을 한들 먹히겠느냐 만 어쨌건 이것도 다 우주 안에 엮인 섭리 아니겠는가. 난 조금이라도 그녀를 더 보기 위해 천천히 고기를 썰고 빵을 넣었지만 그녀는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그녀도 아름다운 스키르니르를 떠나는 것이 아쉬운 게 분명했다. 그녀가 아쉬워하는 것에 케밥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이 내 머릿속을 댕댕 울렸다. 콜라와 케밥이 내 손을 떠나 그녀에게 전해지는 순간이 곧 영원한 이별이라는 것을 그녀도 느끼고 있었던 것일까.

“마아 살라마 아가씨, 즐거운 귀향이 되시길.”

“고마워요. 청년.”

그녀는 나를 그 새 잊은 것임에 틀림없었다. 몇 주의 기간이 흐르는 동안 케밥 장수의 이름 정도야 기억 못하는 것이 당연하겠지. 나는 그제서야 그녀의 셔틀을 잠시 살펴보았다. 건장하고 잘 생긴 남자친구가 같이 타고 있었다. 그렇구나. 누구나 어울리는 짝은 있기 마련이지. 나는 그녀에게 합장을 했고 그녀는 나를 쳐다보지 않은 채 셔틀의 문을 닫고 머나먼 우주로 떠나버렸다.
그녀와 나의 인연은 거기까지였고 나의 상념도 거기까지였다. 어느 샌가 아버지의 두툼한 손이 내 머리에 턱 하니 얹혀있었던 것이다.

“아민 바다이다드, 손님이 없으면 양고기를 손질하라고 하지 않았더냐.”

“아…방금 전에 라리사가 왔다 가서……”

“그게 누구야? 떠난 손님은 떠난 손님이고! 올 손님이 더 중요한 법이다! 구울 양고기가 다 떨어져가지 않느냐. 빨리 손질한 거 꺼내 놓고 남은 양고기를 썰어와라, 당장. 시간과 손님은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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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다란 도축용칼을 집어 들고 냉장시설이 되어 있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스키르니르에서 올라오는 [오딘의염소]들은 모두 도축이 되어 있지만 가끔은 그냥 생으로 얼려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푸덕거리는 놈의 목을 따서 피를 모두 빼 버리는 일이 케밥을 만들 때 가장 힘든 일이었지만 하여간 아버지는 그 일을 직접 우리가 하기를 원했다. ‘고기의 신선도는 잡을 때부터 시작’이라는 고래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도축과 발골에 이력이 난 처지고, 정육기계가 준비되어 있어도 썩 유쾌한 작업이 아닌 것은 확실한 것이다. 더군다나 얀 아저씨가 새로 가져온 황금색 양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모습은 마치 난파한 보물선에서 찾아낸 황금보따리 같이 거창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한숨이 먼저 나왔다. 왜 아버지께서는 직원을 따로 두지 않으시는지. 그 때였다. 어디선가 누가 말을 걸어왔다.

“여긴 너무 추워요”

“예?”

잠시 후, 나는 머리털이 바싹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여긴 나밖에 없는 곳인데!
앞에 쌓여있던 양들 사이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사람은 너무 무서우면 비명소리도 나오지 않는 법이다. 황금빛 고기 뭉치 사이에서 뭔가 움직이며 파닥거리는 것을 목격한 순간 나는 입만 벙긋벙긋 거리면서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어서 창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은 여섯 개의 발이었다. 그리고 조금 뒤 죽은 양들의 몸 위로 다리들이 균형을 잡더니 양머리가 하나 불쑥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비틀비틀 거리면서도 그 눈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끔 도축이 안 된 양들이 산 채로 올라온 적이 있었고 양 모가지 끊어버리는 일 따위야 한 두 번 해 본 것도 아니지만 춥다고 지껄이는 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양은 잠시 접시만한 눈을 껌벅 이면서 나를 쳐다보더니 입을 뻐끔뻐끔 거리며 내게 다시 말을 했다.

“아민?”

“크허헉! 너너너너너 너는 누구……아니 뭐야!”

“나예요, 다디사.다디사 버즈예오”

짧은 혀로 양이 뭐라고 말을 했지만 일단 양의 말을 들으면서 얼이 안 빠질 수는 없다.

“다디사 버즈?”

“다디사 버언즈”

“버언즈……라, 라리사 번즈?”

“예. 다디사 버즈에오”

“웃기지 마라 마귀야. 방금 전에 라리사는 떠났다고!”

“난 몇 주 전에 가써야 해써오. 난 바꿔치기 당해써오. 나 다디사 버즈에오. 아민 바다이다드. 나 기억하조?”

지금 내가보고 있는 광경은 환상일지도 몰랐다. 양이 라리사 번즈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리고 바꿔치기는 또 뭐란 말인가?

“뭘 바꿔?”
양은 눈을 껌벅이더니 앞발 두개를 펼쳐서 이리저리 발짓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여인네가 자기 소개를 하는 것처럼 가슴에 발을 갖다 대더니 짧은 혀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칭구랑 가치 휴양지 당첨이 돼따고 연락이 왔서오, 휴양지에 체크인을 하는데 병원에서 간단한 건강검진을 한다고 데려가써오. 그러더니 나와 내 친구는 갑자기 마취를 당했는데 깨어나보니 옆에 노부부가 누워있었어오”

휴양지 당첨.
라리사가 몇 주 전에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2박3일짜리 휴양지 당첨.
갑자기 나는 처음 무서움이 불 꺼지듯 사라지고 더 괴이한 공포감이 자리잡는 것을 느꼈다. 양은 내 표정을 보고 안심을 했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더니 뭔가 강한 자극이 머리로 들어왔어요. 깨어나보니 난 양 몸 속에 들어와 있고 할머니가 라리사의 몸에 들어가 웃고 있었어요. 내 남자친구는 못 깨어났어오.”

“무슨 소리야?”

“나 죽은 척 하고 의사가 라리사에게 하는 소리 다 들었어오. 사망처리가 되어서 늙은 육체는 장의선을 타게 된다고, 두 사람은 새로운 아이디(ID)를 등록하고 다시 새롭게 살 수 있다고 말이에오.”

“늙은이들이……몸만 바꿔서 다시 산다고?”

“에. 아민 그래요. 나를 제발 도와줘오…”

알라에 맹세코, 난 오딘의 염소가 눈물을 주르르 흘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었건만 내 앞에 서 있는 ‘라리사 양’은 눈물을 줄줄줄 흘리며 내게 말을 하고 있었다. 꿈이라고 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했다. 정말 우주에 산다는 악마일까? 아니면 환상일까? 나는 양을 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마아 살라마”

“이라 리까…”

맙소사. 맙소사.

내 앞에 서 있는 양은 라리사가 틀림없었다. 라리사가 한 말이 죄다 사실이라면 난 엄청난 사실 앞에 직면해 있는 것이었다. 스키르니르 행성군의 장의시설이 사람을 바꿔치기 하는 곳이란 말인가. 유복한 노인들이 다시 젊어지기 위한 차례를 기다리는 곳이란 말인가? 나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섰다. 라리사는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좋아, 라리사…좋아, 그래, 일단, 그래...내가...음, 도와줄께.”

“고마아오, 아민, 저말 고마아오.”

"넌 바꿔치기 당한 라리사란 말이지. 사람 라리사는 늙은이들이고"

"예"

"그리고 늙은이들 몸뚱이는 관 속에 있고?"

"그러겠조"

“그런데 왜 이렇게 번거롭게 일을 하는 거지? 노인에게 젊은이의 뇌기억을 다 옮겨버리고 장의선에 태우면 되는 건데…”

“그떼오.…”

“그 이유는, 노인의 노쇠한 신경계는 신규 데이터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지. 노인은 청년에게 옮겨갈 수 있고 청년은 동물에게 옮겨갈 수 있지만 그 반대로는 못하는 거지. 신경 시냅스의 반응 속도 자체가 달라.”

  내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 돌아본 창고의 뒤에는 얀 아저씨와 아버지가 나란히 서서 나와 ‘라리사 양’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다음부터는 확실히 지져버려야지 안되겠군.”

양은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얀 아저씨를 아는 듯한 눈빛이었다. 얀 아저씨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앞치마에 손을 닦더니 도축용 칼을 들고 내 앞으로 걸어왔다.

“비켜라 아민.”

“아버지, 안됩니다. 이 양은 양이 아니라……”

“비키라면 비켜”

아버지는 짧게 대답했다. 아버지의 눈빛도 내가 알던 것과 생판 달랐다. 나는 그제서야 내 손에 아직도 칼이 들려있음을 알았다. 아버지도 그제서야 내 손에 든 칼을 눈치챈 것 같았다. 아버지 역시 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고 내 눈을 지그시 응시하기 시작했다. 훌쩍거리는 ‘라리사’를 제외하고 창고 안은 긴장감과 어색한 침묵으로 팽팽하게 부풀기 시작했다.

“제식이. 이제 가업을 물려줄 때가 된 거 아닌가.”

얀 아저씨의 굵은 목소리가 침묵을 깨고 창고를 울렸고, 나를 노려보던 아버지의 시선도 갑자기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갑자기 자신의 손에 있던 도축용 칼을 내 발 앞에 던졌다.  

“아민, 그 양을 잡아라.”

“싫습니다.”

“잡아.”

“이건 살인 아닙니까?”

“아니다.”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양을 이런 식으로 없애려고 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가 케밥집을 여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그 뒤에는 얀 아저씨가 있고요! 그런 거 아닙니까?”

나는 말을 하면서 모든 이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얀 아저씨가 왜 케밥집을 여기에 열게 해 줬는지, 그리고 왜 고기까지 다 갖다 대 줬는지를 내가 말을 하는 도중에 깨우쳐버린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백정 질에 지금까지 끼어서 공범 노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버지의 눈이 그제서야 아래로 내려가고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야, 청택아.”

김청택, 내 이름.

“우리가 화성에서 왜 도망 왔을 것 같니?”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기분.
갑자기 모든 것이 재조립되는 순간.
나는 뻐끔거리듯 입을 겨우 열었다.

“화성돼지도…?”

아버지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 때 내가 지금의 너와 같은 기분이었다. 죽지 않은 돼지가 있었지.”

나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다시 그때처럼 살래? 가게 잡히고 빈민굴로 도망가서 하루하루 울면서 살 테냐?”
“……”

“내가 자살하려고 가게 문 앞을 계속 왔다 갔다 하던 것 생각 안 나냐?”

“아버지”

“돈이 없으면 뭐가 생기는 지 기억 안 나더냐! 절망이 생기던 것 생각 안 나냐!”

뒤의 양은 점점 소리 높여 울고 있었고 얀 아저씨는 팔짱을 낀 채 나와 아버지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범우주적 부자의 냉혹한 눈동자였다. 화성의 휴양지를 관리하며 제약회사를 운영하던 얀 아저씨.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칭송하던 특제화성돼지만두. 모든 것이 꿈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

“칼을 집어라 청택아.”

아버지의 말을 조용했지만 무시무시한 압력이 가슴을 통해 전해왔고, 내 손은 이미 도축도를 집어 들고 있었다. 라리사는 그런 우리 부자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계속 서럽게 울어댔다.

“아민! 아민! 살려줘오! 살려줘오!”

“잡아라. 청택아.”

“아민! 아민! 살려줘!”

"잡아!"

"아민! 아민! "

"닥치고 모두 조용히 해!"

내 고함소리와 함께 양을 훌쩍대는 소리를 멈추었고 아버지는 제자리에 동상처럼 우뚝 서 버렸다. 얀 아저씨의 눈이 조금 커지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짜증스러움과  분노가 계속 두들기는 머리는 금새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상황은 오래 끌 것이 아니라는 냉정한 생각도 조금은 남아 있었다. 오래 끌수록 악화될 것임은 당연지사.

나는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버지와 얀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 모두 내 손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칼을 가진 사람은 이제 창고 안에 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다리를 온전히 폈다. 힘이 다시 다리에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와 아저씨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섰다. 나는 칼을 천천히 들어올렸고 두 사람의 눈을 다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스키르니르의 행성군은 이제 천천히 여름으로 지나가는 고리를 타고 있었다. 삼삼오오 놀려오는 젊은이들은 아예 대기권 진입 전부터 수영복을 갈아입고 오는 이들도 있었다. 내리자 마자 하역검사와 소지품 검사, 그리고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들은 아마 알지 못할 것이다. 오른쪽 위에서 비단이 날리듯 사뿐하게 선착장으로 셔틀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금발의 미녀가 배꼽을 드러낸 채 사뿐사뿐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고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여자친구들이 손가락을 뽑으며 케밥을 주문하는 것이 보였다.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스타일 발군의 아가씨였다. 나는 저절로 입이 벌어지며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도리가 없었다.

“앗살람 알라이쿰. 어서 오십시오.”

“케밥 세개, 콜라 세개요. 하나는 시시케밥으로 주세요”

“저희는 도네르 케밥 외에는 팔지 않습니다.”

“어머,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다른 데서는 다 팔던데.”

아가씨의 매력적인 눈썹이 살짝 올라갔고, 나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주방을 흘깃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나를 쳐다보더니 슬쩍 웃으며 어깨를 살짝 올리고는 다시 빵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혀로 입술을 한 번 문지른 뒤 상냥하게, 범 우주적인 세련된 화술로 우리 바다이다드 가문의 역사를 미녀 앞에서 읊조리기 시작했다. 물론 약간의 조미료는 들어갈것이다. 무엇이든 부드럽게 만들어주니까.

“왜냐하면 우리 바다이다드 가문은 위대하신 살라흐 앗딘 시절부터 도네르 케밥만을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오오! 위대한 사자 살라흐 앗딘께서 난공불락의 성 시돈을 함락시키던 시절! 시돈의 성문을 지키던 수문장은 그를 흠모하고 있었으니! 축복 받을 지어다. 그 장수의 이름은……”

<End>
댓글 2
  • No Profile
    니그라토 10.05.03 13:35 댓글 수정 삭제
    와 멋지고 섬뜩한 글이네요.

    개인적으로, 기계공학과 생명공학의 발전 덕분에 늙은이의 뇌를 젊은이의 육체에 이식하는 범죄가 활성화되는 시기가 그리 길 거 같지는 않습니다만...

    저런 범죄가 성행하는 시대가 조만간에 닥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곧 지나가야 할 불행한 시대겠죠.
  • No Profile
    개념초월 10.11.21 07:43 댓글 수정 삭제
    와...............
    정말재밌게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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