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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안내 10월 심사평

2019.11.15 00:0211.15

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이달의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19년 10월 1일부터 2019년 10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을 추려 심사, 후보작을 추천하였습니다.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윤도흔 님의 「빛나는 세상 속에」가 선정되었습니다.

김청귤 님의 「찌찌레이저」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상류 계급인 기계인간들이 100% 순수한 인간을 낳을 수 있는 여성에게 모유수유를 위한 인공가슴 수술을 강제하고 모르는 사람과 섹스하여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아야 하는 극단적인 사회를 그립니다. 수술이 잘못되어 가슴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는 주인공이 사회와 싸우는 길을 택하는 결말을 성차별적인 세계에 대한 통쾌한 전도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나치게 극단화된 사회의 모습이 오히려 현재 세계와는 분리되는 느낌을 주어 이야기에 몰입되기 어려운 것이 아쉽습니다.

윤도흔 님의 「빛나는 세상 속에」는 괴물이 창궐한 기괴한 아포칼립스를 그립니다. 괴물들에게 물리면 괴물이 되어버리는 세계에서 혼자서 전쟁을 대비한 어머니가 만들어낸 대피처 속에서 어머니가 구한 소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도록 상황이 돌아가고, 생존을 위해서 타인을 비난하고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몰아세우는 세계가 생생한 종말을 그려냅니다. 비극 속에서도 구원을 기대하는 것이 사람이지만,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정말로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무치는 엔딩이 아픕니다.

김집사 님의 「인간지네 코리아」는 설정부터 기괴한 영화 촬영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얼굴도 나오지 않는 엑스트라로 살아가며 생계조차 위태로운 삶 대신에 인간 이하라고 할 수 있는 취급을 받으며 영화 촬영에 응하고 고액의 출연료를 받을 것인가. 딜레마라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만 후반부의 결말이 갑작스러워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모호해지고 말았습니다.

두영 님의 「미래를 보지 않는 점쟁이」는 점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꼭 들어야 할 충고를 적절하게 해 주는 점쟁이를 그립니다. 미래를 예측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에서 들어야 할 것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 것이라 점쟁이의 소문이 세상에 퍼지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꽁트 연작을 보는 느낌이어서 조금 더 살을 붙여서 한 권의 장편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영 님의 「푼크툼 게임(Punctum Game)」은 파면된 대통령을 지지하는, 컴퓨터를 모르면서도 PC방에 출근하다시피하는 ‘아줌마’와 실제 정치 상황,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가상으로 지휘하는 게임 내용이 함께 진행됩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패잔병이 되는 기분이 되는가하면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자신에겐 그저 좋을 수도 있는 것. 소설 속 인물들에게 정치와 선거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게임에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당선시키는 게임과 같은 것일까요. 누군가에게 게임 속은 현실보다 훨씬 더 사실이길 바라는 내용일 수도 있겠습니다. 구성이 탄탄하고 인물과의 거리감이 적당해서 오히려 현실과 정치와 게임과의 관계를 보듯이 소설 속 인물들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두영 님의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는 AI를 보다 인간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입력할 감정 데이터를 담당한 두 사람을 그립니다. 완전히 AI가 재현하는 예술이 넘쳐나는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인간다움을 소비하는지, 빈부의 격차가 어떤 차이를 낳게 되는지 인과관계가 물흐르듯 흘러갑니다. 현대인이 점차 향해가는 미래 사회는 과연 어떤 것이 사회적 차이를 만들어내게 될까요. 자신이 무엇을 팔고 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회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서늘하게 여운이 남는 글이었습니다.

김현진 님의 「장기 휴가」는 평온한 낙원같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이 평화로운 세계에서 내몰리는 상황을 그립니다. 너무나 평화롭고 모든 것이 주어지는 세계, 호텔에서의 장기휴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주인공 안나의 삶은 기묘합니다. 자신이 돌보는 아이 앨런이 자신에게 무엇인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안나의 기억은 과거인지 꿈인지 과거인지 사건의 전후는 어떻게 되는지도 모호하게 그려집니다. 계속 되새기게 되는 매력이 있는 글입니다.

mogua님의 「우리 부모가 달라졌어요」는 어른들이 아이의 얼굴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부모를 바꿔가며 선택하는 상황을 그려냅니다. 학대받은 아이들이 다른 아이와 자리를 바꾸면서 부모에게 복수에 성공하고 사랑을 주는 부모 밑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카타르시스를 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의 아이일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아이의 객관적인 모습이, 다른 사람의 아이라고 생각할 때는 비로소 들어온다거나 하는 세밀한 설정들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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