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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안내 5월 심사평

2019.06.15 00:0006.15

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이달의 후보작을 선정합니다.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19년 5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을 추려 심사, 후보작을 추천하였습니다. 박레보 님의 「바코드 소녀」는 원고지 156매로 분량 초과, 천선란 님의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 2편은 연작으로 제외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까막이 님의 「저의 아내는 좀비입니다」가 선정되었습니다.


​은우 님의 「에덴」은 꿈에서 깨어나 보니 임부가 되어 있었다는 놀라운 시작으로부터 자신의 상황을 의심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위한 충돌을 그려냅니다. 인간의 신화를 기반하여 인류를 무언가의 이유로 착취하는 존재들로부터 수많은 회유에도 불구하고 의심하고 현실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박진감이 있습니다. 마지막의 작은 여운은 이 이야기가 꿈으로 읽힐지도 모른다는 독자를 위한 짧은 반전이 되는군요. 화자가 꿈속 세계의 괴리감을 느끼는 과정이 처음부터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세계를 설정한 존재들이 어설퍼 보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주인공의 갈등을 조금 더 깊이 그려냈으면 어떨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의심주의자 님의 「얼음뿔」은 북방의 겨울에 사막에서 온 이방인인 옥련이 설인을 찾으려 방문하고 이방인을 경계하는 북방의 전사들과 그 안의 체이 부부가 얽혀드는 이야기입니다. 이방인으로부터 고장을 지키기 위해 겨울을 불러온다는 주술사의 말을 믿지 않는 체이, 기이한 보물 ‘고드름’ 등 흥미진진한 설정이 많지만 이야기가 하나로 완결되지 않고 긴 이야기의 일부같은 느낌입니다. 아마도 장편 또는 중편의 일부를 잘라낸 듯 하네요. 완전한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글이었습니다.

김성호 님의 「유서」는 자살방지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자살한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써내려간 유서로, 서정적으로 써내려간 글 안에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의 양가적인 감정이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울기 위해서 타인의 슬픔을 훔쳐가는 마음과 연인이 느꼈을 고통을 관계없는 사람이라도 느끼길 바라는 마음 모두 논리적으로는 수긍하기 어렵지만 감정이라는 건 그런 것이겠지요.

까막이 님의 「저의 아내는 좀비입니다」는 좀비 바이러스로 좀비가 되어버린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의 생활을 그립니다. 나을 가능성이 없고 단지 상황을 안정시키기만 하는 안정제에 의존하는 삶이란 난치병 환자를 보살피는 가족의 은유로 보입니다. 끝없이 지쳐서 날카로워지면서도 가족에게서 벗어날 수 없고 때로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거나 상황을 악화되기를 바라기도 하는 삶. 고미호의 삶은 조금 더 지쳐있고 나는 그렇지 않을 뿐 외부와 사실상 격려된 간병 가족의 삶을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다만 ‘나’와 ‘고미호’의 차이가 단지 상대방에 대한 애정의 차이인지 고미호의 행동에 조금 더 근거를 마련해 주었으면 어땠을까요. 오랜 간병 끝에 포기를 택하는 이유가 애정이 부족해서만은 아니겠지요.

천선란 님의 「다정한 휴가」는 육아로 지친 기혼 여성의 삶을 가까운 거리에서 밀접하게 들여다보며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의 아이러니를 다룹니다. 섬세하고 치밀한 문장이 좋으며 결말이 암시하는 범인상이 서늘한 여운을 남깁니다.

노말시티 님의 「뱀의 선물」은 기이한 매력을 가진 여성에 매료된 ‘나’가 초현실적인 상황에 접어드는 전말을 ‘나’의 시점으로 그려내어 사건의 주체인 여성의 신비함이 가중되었습니다. 불사와 불로의 삶, 매력이 넘치는 여성과의 관계에 빠져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모습은 무언가에 중독되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은유하고 있는 듯 해 생각할 여지를 주는군요.

박나한 님의 「정원의 겨우살이」는 자연계를 순환하는 존재 네퓌드가 겨우살이의 삶을 살며 만난 파블라와 네블라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두 자매를 차별하는 부모, 동생을 증오하는 파블라, 언니를 무시하는 네블라, 모두가 어째서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 조금 더 파고들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관찰자였던 네퓌드의 시선이 사라지고 죄를 이용하는 정원사 노인의 영향력이 커진 채 마무리되는 게 조금 아쉽습니다.

진정현 님의 「거래」는 아내를 잃고 복수하는 살인범 안경을 쫓는 박팀장이 안경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서 두 사람이 쫓고 쫓기며 얽혀드는 관계를 그렸습니다. 살인범을 잡아야 할 박팀장에게 안경은 체포해야 할 범인입니다만 그와 같은 경험을 하면서 형사인 그는 형사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아내를 잃은 남편으로서의 정체성을 택합니다. 결말부분을 앞으로 두고 그 시작을 거슬러 추적하는 배치가 흥미롭습니다. 사회성 있는 주제도 흥미롭습니다만 거칠고 날선 대사와 함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서술과 묘사가 조금 더 들어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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