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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안내 9월 심사평

2023.10.15 00:0010.15

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3년 9월 1일부터 2023년 9월 30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 13편을 심사하였습니다.

 

2023년 9월 독자 단편 후보작은 홍대입구3번출구님의 <구멍>을 선정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예언을 따르지 않고 – 박낙타
판타지 세계 용사의 후일담에 현대 세계의 자영업자의 애환이 섞였네요. 힘든 용사 생활 이후에 창업을 시작한 후의 에피소드나 대출업체에 호소하는 장면은 현대와 다르지 않아 보이네요. 지금껏 자신이 퇴치하려고 노력했던 존재에게 대출을 요청한다는 아이러니가 재미있습니다. 연작의 일부가 아니라 단일한 단편으로 보아도 흥미로운 작품이고, 이 인물들과 세계를 바탕으로 다른 작품을 더 볼 수 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톡톡 다른 방향으로 발산하기만 하는 것은 조금 아쉽네요. 결말까지 가는 복선이 조금 더 작품에서 자리잡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환취뽀 – 박낙타
환갑 전에 취업 뽀개기라는 제목부터 독자의 흥미를 끕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취준생 시기가 50대를 훌쩍 넘어가는 시대라는 설정 하에 신체적 노화에 적응하면서 서글픈 감정을 느끼는 중년의 감수성이 더해졌습니다.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젊음을 되돌리는 길이기도 하다는 아이디어에 가족 사이의 감정 문제가 얽히면서 이야기가 흥미로워졌습니다. 엔딩은 언제나 자식의 성공을 꿈꾸는 부모님의 마음으로 읽기에는 씁쓸한 여운도 남네요. 이 작품 역시 초반에 가족과의 갈등 문제 같은 복선이 제시되었다면 더 잘 마무리된 느낌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눈을 바라볼 때 – 모두의유진
눈을 감지 않는 사람,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과 오래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만, 초반에 흥미롭게 시작한 대사와 마지막 대사를 같이 한 이유도, 이 글에서 의도한 바도 잘 와닿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조금 더 이야기를 발전시켜 보면 어떨지요.

버스정류장에서 – 감동란
100매 이상 되는 단편이지만 술술 읽히는 점이 가장 강점입니다. 시점을 바꾸어가면서 사건의 클라이막스까지 이야기를 끌어가고, 단숨에 휘몰아치면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기법도 훌륭합니다. 금기를 두려워하면서도 금기를 어기고 마는 사람의 심리도 잘 그려졌습니다.

환상의 호수 – 감동란
우연처럼 방문하게 된 환상의 호수. 지치지도 않고 자신이 꿈꾸던 것을 계속 바라볼 수 있는 세계를 한 번 맛 본 사람들이 현실로 돌아오기 어려워 스스로 파국을 맞이하고 맙니다. 마치 사람들이 쉽게 유혹당하는 여러 것들, 알콜이나 약물, SNS 등등을 떠올리게 되네요. 환상은 분명 옳은 것도 바람직한 것도 아니지만 달콤한 것들을 보여줍니다. 화자가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 현실의 의미를 찾은 팀장 덕분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반전이 없는, 읽는 사람이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긴 하지만 깔끔하게 잘 마무리됐습니다.

적그리스도 – 이스트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학대받고 밖으로 탈출했다가 다시 끔찍한 대우를 받았던 미영이, 모텔에서 숨은 것처럼 살아가는 것조차 공포와 싸워야 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미영의 살아남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것은 가혹하고 잔인하며 생생합니다. 생생한 묘사력이 뛰어난 작품입니다만, 그래서 부담스럽기도 하네요. 이야기의 결말이 제목으로부터 추론 가능한 점도 다소 아쉽습니다.

스파이 만들기/불청객 – 꿈꾸는작가
지난 번의 첫 작품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대사에 비해서 글의 서술이 빈약합니다. 올리신 작품 모두 대화가 많고 서술이 적어 속도감있게 읽힙니다만, 그만큼 산만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대화를 설명하는 지문처럼 지나치게 축약된 서술 때문에 사건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의도하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가볍게 보이게 만듭니다. 등장인물들이 대사로도, 행동으로도 뚜렷하게 개성을 갖고 있지 않고 전형적으로 읽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독자는 작가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다시 읽고 설명히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첩자 3일 – 꿈꾸는작가
역모를 둘러싼 속도감있는 소동담입니다. 서술은 짧고 대화 위주로 이루어진 서술이 속도감있게 이어집니다. 대화가 잘 정돈되어 있지 않고 인물간의 대화 사이에 구별이 명확하지 않아 종종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일어난 일에 대한 의외의 이면을 그려내는 마지막 반전이 유쾌하지만 조금 더 밀도 높게 대화를 압축해서 이야기를 다듬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구멍 – 홍대입구3번출구
가족의 상실 이후의 공허한 마음이 적절한 거리감을 두고 잘 그려져있습니다. 현실에 뿌리를 두고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공허함과 자신의 삶을 관조하듯이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무력감의 서술이 훌륭합니다. 대사가 적고 행동의 서술이 많지 않은데도 등장인물들이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는 점에서 작가분이 글을 압축적으로 잘 정돈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한없이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주인공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주인공이 일하는 공간에서 받는 괴롭힘을 노골적으로 그리지 않고, 대화 역시 노골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주인공의 상실감이 더 잘 느끼게 되네요.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죽음이 만든 구멍과 주인공이 매일 만들어내는 구멍, 지렁이가 만드는 구멍 세 가지가 하나로 이어지는 연결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짧은 나들이 – 임희진
달 여행이 일반화된 미래 시대를 그린 잘 정돈된 작품입니다. 아기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던 것으로 보이는 인물과 지금 아이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키우고 있는 인물 두 명의 엔딩은 씁쓸하네요. 두 인물의 서로 다른 삶의 궤적과 함께 인물의 감정선이 조금 더 깊이있게 다루어져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몸빼바지와 노란머리띠 – hummchi
로봇이 대부분의 노동을 대신하고 있는, 인간이 노동에서 소외된 사회의 모습을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인간이 로봇의 노동 안에 안주하면서 스스로를 안락한 생활에 침잠하게 만들 때, 이에 저항하는 인물이 하는 일은 보통 과거에 인간이 하던 일을 고집스럽게 수행하는 것이지요. 몸빼바지가 정원에서, 집에서 고집스럽게 식물을 키우고 화분을 아껴 기르는 행동은 말 그대로 고전적이고 인간적입니다. 로봇을 거부하는 몸빼바지 할머니의 아들은 잘나가는 CEO이고, 결국 할머니는 로봇의 수술을 받게 된다는 점이 아이러니네요. 고전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할머니의 행동이 좋은 계획으로 인정받는다는 건 참 기분좋은 결말이기도 합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같은 귀여운 작품입니다.

조율 – 반신
일반적인 표준인이라고 하면 좋을까요, 정상인이라고 하면 좋을까요. 사람들이 상상하기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인물의 시점을 선택하지 않고, 서술과 시점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의 시점을 선택하는 작품이 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인물이 서술하는 것이 분명히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사실과의 차이를 생각해 보게 되고, 인물의 시점에서 비틀린 현실을 기이하다고 느끼면서 보는 재미가 있지요. 이 글은 ‘나’가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서 실제 이 인물이 살아가는 현실을 추측하게 만듭니다. 마지막까지 거대한 부조리극을 보는 느낌이 강렬하게 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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