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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차이니즈 와이너리

2009.02.04 22:2302.04

 내가 처음 중국인거리를 찾았던 것은 아내가 오래된 양꼬치구이점에서 손위 처남을 보았다고 했던 작년 구정 무렵이었다. 아내의 주장은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처남은 내가 아내를 만나기도 전인 팔년 전에 공개 총살되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말을 아껴서 처남이 생전에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는 모르지만 처갓집으로 형 집행에 사용된 총알 값을 지불하라는 청구서가 날아왔다는 사실은 장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닮은 사람이겠지.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도 없고.” 
 “닮은 게 아니라 똑같아. 오빠가 소학교 다닐 때 그 모습이야.” 
 “그러니까 닮은 거지. 죽기 전의 모습도 아니고 이십년 전의 모습을 당신이 어떻게 정확히 기억하겠어?”

 나는 처남이 죽었다는 사실을 두 번이나 언급했다는 걸 깨닫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솟았다. 상심한 표정이 역력한 그녀를 껴안고 목덜미에 입을 맞추면서 처남을 빼닮았다는 그 점원을 보고 오겠노라 약속했다. 아내는 작은 한숨을 토하면서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은 대학 강의실이었다. ‘한국의 신흥종교’라는 이상한 교양과목을 듣고 있는 유일한 여학생이었기 때문에 아내는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았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복고적인 옷차림과 어눌한 말투는 남자들의 도전의식에 찬물을 끼얹는 부분이었고 중국인이라는 사실도 넘치는 중국인 유학생들로 인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정통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교양과목임에도 홍위병처럼 공부하는 열성이 우리들을 자못 감동시켰고 화장기 없는 깨끗하고 하얀 얼굴에 매료된 일부 수강생들은 일찌감치 작업에 들어가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였다.

 경쟁자들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다소 열세였던 나는 뚝배기처럼 소박한 애정공세를 펼친 끝에 기말고사가 끝날 무렵에는 그녀와 단 둘만의 여행계획을 짜고 있었다. 상대가 중국여자라는 이유로 수소처럼 가볍고 쉽게 불붙는 교제를 갈망했던 경쟁자들은 알고 보니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었다는 판명을 받고 그녀의 마음에서 영원히 추방당했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그렇지 아내는 다른 모든 여성과 마찬가지로 수다쟁이였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입을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오빠의 존재는 언제나 희미했다. 그녀가 언급을 회피하는 것이 역력했기 때문에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심스러운 우회질문을 던져서 퍼즐을 맞추듯이 그녀의 오빠를 재구성했다. 그리하여 이름은 <쑨강>이고 특별한 직업 없이 인생을 낭비했으며 그녀가 한국에 오기 전에 공안에게 체포되어 처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상은 그녀를 울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아낼 자신이 없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때였지만 이상하게도 중국인 거리는 대나무 찜통 속에 들어온 것처럼 후덥지근했다. 불이라도 난 것처럼 거리를 온통 뒤덮고 있는 붉은 색 간판과 꾸역꾸역 밀려오는 사람들의 몸 냄새 때문에 속이 메슥거렸다. 호객꾼들은 한국말과 중국말과 일본말을 뒤섞어서 쉴 새 없이 떠들었고 식당마다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리에 넘쳐 나는 쓰레기 때문에 자꾸 발이 걸렸다. 아내가 그려준 약도를 보면서 양꼬치구이점을 찾아내는 일은 수메르인이 쐐기문자로 적어놓은 레시피를 보면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것보다 어려웠다. 나는 운남성 보이차를 파는 허리 굽은 노인과 이빨이 검게 물든 폭죽상인과 치파오를 입은 안마사에게 물어물어 겨우 아내가 말한 양꼬치구이점을 찾아냈다. 역시나 붉은 간판이었는데 무슨 양육점(羊肉店)이었다.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지고 유리창에 먼지가 더께로 앉은 낡은 5층 건물이었고 식당은 2층에 있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퀴퀴한 곰팡이 내가 났고 벽에는 광고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붉은 색 부적이 주렁주렁 주발처럼 매달린 입구로 들어서자 식탁이 다섯 개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홀이 나타났다. 러닝셔츠 차림의 중년남자가 카운터에서 부채질을 하다가 벌떡 일어나 누런 금니를 드러내며 자리를 잡으라고 굽실거렸다. 비닐로 씌운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동안 검은색 창파오를 입은 깡마른 남자아이가 나타나 차를 따라주었다.

 남자아이는 얼굴이 길쭉한데 낯빛이 누렇게 떴고 시선은 허공을 향해 있었으며 입은 약간 벌어져 지능이 낮아 보였다. 아내가 인상착의를 두루뭉술하게 말해주었으나 나는 그 아이라는 걸 직감했다. 나는 양꼬치 일인분을 주문시켜놓고 카운터의 중년남자를 불러 이것저것 캐물었으나 남자는 무엇 하나 속 시원히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름이 옌이라는 것 밖에는 몰라요. 먼 친척이 맡겨 놓고 갔는데 말도 잘 못하고 일도 잘 못하고, 그저 밥만 축내는 놈이죠.”

 옌이 일을 잘 하는지 못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동작이 느리고 답답하기는 했다. 옌은 양념그릇 몇 개를 내려놓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옌과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다 반응이 느려서 그만두었다. 양꼬치 세 개를 다 빼 먹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름하고 지저분한 곳이었지만 음식 맛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나는 칭따오 맥주 한 병에 양꼬치를 일인분 추가해서 먹고, 입가심으로 샹차이를 얹은 국수까지 다 먹은 후에 가게를 나왔다. 부적이 주렁주렁 달린 입구에서 힐끗 뒤돌아보니 옌은 느릿느릿 빈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옌은 식당 주인의 먼 친척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아내는 안도감과 실망감이 뒤섞인 얼굴로 고개를 한 번 끄덕였을 뿐이다. 아내는 더 이상 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고 나는 처남에 대한 질문을 참았다.

 중앙부처의 공무원은 제한된 영역에서는 마음껏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다. 내가 통상협력과에서 식품안전과로 옮겨오기 전에 내 업무를 담당했던 전임자는 분명 자신이 가진 힘의 한계를 시험했음이 틀림없다. 업무파악도 되기 전에 은밀하게 접촉을 시도하는 청탁과 민원 때문에 제대로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였다. 원칙주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정책을 팔아서 술을 얻어먹는 유형의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담당 과장은 인사발령 후 나의 첫 번째 기안문서에 사인을 하고 저녁을 먹자고 했다. 마침 그 날은 장관이 출장 중인데다 특별한 사안이 없어서 정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

 과장이 미식가였기 때문에 나는 관공서 주변의 고급 요리점들을 예상했다. 과장은 복어회와 한정식 코스요리를 좋아했고 가끔은 바다가재나 생굴을 먹으러 갔다. 그는 음식의 맛과 식당의 평판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고 술은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과장은 나를 중국인거리로 데려갔다. 그 것은 나의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이었다. 관청에 있는 사람들은 중국요리를 먹을 때도 중국인거리에 있는 식당을 찾지 않았다. 중앙공무원들은 그 곳에서 밥을 먹는 것이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최고급 중국식당들은 중국인거리가 아닌 관공서 주변에 몰려 있었다.

 일 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인거리는 변함없이 사람들로 붐비고 붉은색 간판이 넘쳐났지만 밤에 보는 거리는 무언가 의심스럽고 매혹적인 비밀을 품고 있는 화려한 여인 같았다. 거리에는 한국 사람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았는데,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과 러시아 무역상들이었다. 거리에는 온갖 물건과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오밀조밀 모여 끊임없이 손님들을 들이마시고 뱉어냈다. 나는 붉은색 조명 아래 치파오를 입은 여자들이 다리를 꼬고 앉은 퇴폐 이발소와 전갈이나 바퀴벌레를 튀겨서 파는 노점상과 삼만 원짜리 까르띠에 손목시계를 파는 시계상을 구경하며 홀린 듯이 걸었지만 과장은 행군하는 군인처럼 앞만 보고 걸어갔다.

 과장은 대로변에 있는 번듯한 서양식 레스토랑 앞에 서서 걸음 느린 나를 기다렸다. 코발트블루의 외벽에 점점이 작은 조명이 별처럼 박혀 있고 키 높이까지 무성하게 덮인 담쟁이가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회색 간판에는 잔뜩 휘갈겨 쓴 꼬부랑글씨가 멋들어졌다.

 “뭐라고 쓴 거죠?”
 “이미타찌오네-이태리 말 같은데.”
 “좀 비싸 보이는 걸요. 과장님 월급으로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메뉴판을 보면 네가 한 턱 내고 싶을 거야. 어처구니없이 저렴하거든.”

 레스토랑의 외양은 영국식 저택처럼 절제된 모습이었지만 내부는 베르사유 궁전처럼 화려했다. 바닥과 벽면, 천장은 천연 대리석이었고 샹들리에 조명이 보석처럼 빛났다. 섬세한 세공의 마호가니 의자는 귀빈의 궁둥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가 잘 닦인 구두처럼 반들거리는 웨이터가 가죽으로 겉장을 씌운 메뉴를 들고 왔다. 메인 요리는 각종 스테이크와 파스타, 해물요리였다. 과장의 말대로 한 턱 내고 싶을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가격은 아니었지만 궁전 같은 인테리어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가격이었다.

 나는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를 레어로 주문해서 먹었는데, 육즙이 많아서 피를 마시는 것 같았다. 고기는 연하고 맛있었지만 과장이 그만 먹으라고 내 포크를 잡았다.

 “맛보기는 그 정도면 됐어. 어때? 근사한 맛이지?”
 “고기가 좋은데요. 소스의 풍미도 대단하고.”
 “이제 그만 먹어. 이 거 먹는다고 죽지는 않지만 굳이 다 먹을 필요는 없지.”
 “무슨 소리에요? 아까운 음식 놔두고. 고혈압이나 심장병이라면 아직 걱정 없는데요.”

 과장은 냉소를 흘리며 컵에 담긴 생수를 들이켰다.

 “네가 식당주인이라면 최고등급의 스테이크를 자장면 가격에 팔겠냐?”
 “네? 이 거 혹시 수입고기에요? 광우병 걸린 미국 소?”
 “광우병 쇠고기면 차라리 안심하겠다.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잖아.”
 “그럼 뭐죠? 불법 도축?” 
 “가짜야. 가짜 스테이크.”

 나는 나이프를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속이 울렁거렸다. 과장은 자신의 나이프로 내가 먹던 고기를 잘근잘근 썰었다.

 “이거 다 가짜야. 고기처럼 탄력도 있고 적당히 힘을 주면 잘라지고 향도 나지만 가짜야. 골판지랑 화공약품 몇 가지 섞어서 주물럭주물럭 뭉친 다음 가스 불에 구운 거야. 소스도 가짜야. 설탕 빼고는 죄다 첨가물이지.”
 “설마…… 과장님은 이 게 가짜란 걸 어떻게 아셨어요?”
 “이 동네 인간들은 다 알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속아주고, 알면서도 먹는 거지. 먹는다고 죽을 정도로 해롭지는 않고, 맛도 제법 근사하니까. 물론 가격도 저렴하고.”
 “그래도 이런 걸 계속 먹으면 안 되잖아요? 이건 음식이 아니에요!”

 과장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금연석이라는 표지를 보고 단념했다.

 “네 말이 맞아. 여긴 식당이라기보다는 화학공장에 가까워.”
 “어떻게 이런 식당이 버젓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는 거죠?”
 “가짜식품은 중국인거리 밖으로는 안 나오니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외국인들이야. 중국인, 태국인, 베트남인, 필리핀인, 러시아인…… 정부에서도 이 곳 사람들이야 무얼 먹든 상관 안 해. 장관이 새로 올 때 마다 실태조사니 대책마련이니 의욕적으로 일을 벌이다가 좀 지나면 흐지부지 되지. 여기서는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과연 식품이란 무엇인가, 입에만 들어갈 수 있으면 식품인가, 독성이 없으면 식품인가, 하는 철학적인 고민들을 하게 만드는 곳이야.”

 그제야 나는 과장의 저녁식사 제의가 업무의 연장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과장님이 일을 한 번 제대로 해 보실 생각인가요?”
 “일단 와인 한 병 주문하고 이야기를 계속하지.”

 과장은 웨이터에게 다시 가죽표지의 메뉴를 가져오게 해서 와인 리스트를 펼쳤다. 놀랍게도 이 식당에서는 샤또 마고, 빼뜨뤼스, 로마네 꽁티 같은 최고급 와인들을 탄산음료 가격에 팔고 있었다. 과장은 로마네 꽁티 한 병을 가장 좋은 빈티지로 주문했다. 잠시 후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가장 비싼 와인이자 입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코에서 오르가즘을 느끼게 한다는 그 전설의 와인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이것도 가짜인가요?” 
 “당연하잖아. 로마네 꽁티는 모든 빈티지가 삼백만원을 훌쩍 넘어.”

 웨이터가 소믈리에 나이프로 능숙하게 코르크를 따고 잔을 채워주었다. 과장과 나는 어색하게 잔을 부딪치고 시음을 했다. 가짜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맛을 보았음에도 딸기향, 해초향, 참나무향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깊고 진한 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어떤가?”
 “좋은데요. 로마네 꽁티는 마셔본 적도 없었지만 맛은 정말 오묘하군요.”
 “난 예전에 진짜를 마셔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맛은 똑같아.”
 “정말이요? 그럼 굳이 비싼 돈 주고 진짜 로마네 꽁티를 마실 필요가 없잖아요?”
 “이건 가짜 로마네 꽁티가 아니라 가짜 와인이야. 예전에는 싸구려 와인이나 포도주스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요즘엔 아예 공장에서 합성해서 만들어내지. 그런데도 맛은 더욱 비슷해졌어. 비슷한 향을 내기 위해 수십 가지 첨가물을 집어넣거든. 가짜 와인 생산은 맛과 향을 모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위생이나 안전 같은 건 뒷전이야. 오래마시면 몸에 좋을 리가 없지.”
 “과장님 같은 분이 중국인거리에서 가짜 식품들을 먹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무슨 소리야! 난 그 정도로 궁하지 않아. 오늘 너하고 여기에 온 건 이 와인 때문이야.”
 “와인 때문에? 국장님이 특별지시라도 내렸나보죠?”
 “그럼 셈이지. 사실 이 가짜 와인 때문에 우리 부처 전체가 아주 곤란해졌어.”
 “왜요? 가짜 식품들은 중국인 거리 밖에서는 유통이 안 된다면서요?”
 “대부분 그렇지. 근데 와인 수입상 하나가 아주 간덩이가 부었어. 가짜 빼뜨뤼스와 로마네 꽁티를 진짜 가격을 받고 와인 시장에 풀어버린 거지. 희귀와인이 갑자기 늘어나니 가격을 떨어지고, 진짜와 가짜가 마구 뒤섞여서 무얼 마셔야 할 지 모르게 된 거야.”

 나는 무척 배가 고팠지만 가짜 스테이크를 더 먹기는 싫었고 과장의 말허리를 자를 수도 없었다. 나는 과장이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 주기를 바랐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야. 대통령이 며칠 전에 주한 프랑스대사를 청와대로 초청해서 저녁 만찬을 가졌어. 유럽연합과 통상조약을 체결하다가 프랑스 정부와 어색한 관계가 됐거든. 청와대 측은 특별히 대접한다고 로마네 꽁티를 준비했어.”
 “설마, 그 게 가짜 와인이었던 건가요?”
 “우리 대통령이 대사를 위해 준비했다며 잔뜩 생색을 내면서 건배를 제의했지. 근데 대사가 한 모금 입에 넣고 음미하다가 빈 컵에 뱉어버린 거야.”
 “저런!”
 “가짜 로마네 꽁티는 맛이 매우 정교해서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힘들어. 대사가 고급와인 애호가만 아니었어도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이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프랑스 정부와의 관계만 더 악화됐지.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자국 와인산업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존재한다면서 한국정부가 가짜 와인에 대해 성의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어. 그 날 만찬 때문에 청와대가 발칵 뒤집어진 거지. 지금 우리 장관은 모가지가 간당간당해.”
 “우리 식품안전과도 직격탄을 맞았군요.”
 “그래. 장관이 잘리게 되면 우리는 무사하겠어? 모조리 좌천이야. 한두 명 정도 옷 벗을 수도 있지.”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청와대는 만찬의 실수를 우리 부처에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어. 평소에 식품안전관리에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거지. 이참에 와인뿐 아니라 가짜 식품의 유통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우리 부처에 책임을 묻겠다는 분위기야. 우리는 여론의 화살이 우리에게 돌아오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야 해. 가짜 식품을 유통시킨 업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고, 판매한 식당들은 무기한 영업정지를 먹여야 해. 이미 경창철장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장관에게 약속했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 자네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우리 부처 식품안전과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했다고 언론에 홍보하는 일이야.”

 그날 저녁 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아내에게 중국인거리를 다녀왔노라고 말했다. 아내는 몸을 뒤척이며 손위처남을 닮은 종업원이 있는 양꼬치구이점에 대해 물었다.

 “가게가 없어졌던 걸. 커피전문점으로 바뀌었어.”
 “그 옌이라는 종업원, 정말 어릴 적의 오빠를 많이 닮았었는데.”

 나는 아내를 등 뒤에서 껴안았다. 목덜미에서 희미한 비누냄새가 났다.

 “당신, 오빠란 사람을 좋아했었나?”
 “난 오빠를 잘 몰라. 부모와 사이가 안 좋았고 항상 여기저기 돌아다녔거든. 집에 오는 건 명절 때뿐이었고…… 아주 어릴 때는 오빠가 가끔 두부와 야채를 넣고 탕을 끓여줬어.”
 “오빠에 대한 기억은 그 것 뿐이야?” 
 “오빠가 처형되기 전에 가족들하고 면회를 갔어. 그 때 오빠가 나한테 아주 이상한 말을 했어. ‘내 자식들한테 죄를 지었다’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거야.”
 “처남한테 자식이 있었나?”
 “아니. 오빠는 결혼한 적이 없어.”
 “여자는 있었을 거 아냐?”
 “그래도 자식은 있을 리가 없어. 오빠는 성 불구자였으니까.”

 나는 성 불구자로 태어나 부모와 반목하고 세상을 유랑하다 서른이 되기 전에 공개 총살  당한 한 남자의 기구한 인생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날 밤 양꼬치구이점에서 일하는 옌의 꿈을 꾸었다.

 가짜 와인은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었지만 와인을 포함한 가짜식품 단속은 중국인거리에 집중되었다. 중국인거리는 모든 가짜식품의 총본산으로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에 식품위생사가 백오십 명이나 투입되어 중심가에 있는 식당들이 줄줄이 영업정지를 맞고 형사들이 유통경로를 역으로 추적해서 식품수입업체 대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구속되었다. 나는 경찰청에서 보도 자료를 내기 전에 미리 자료를 뿌리는 방법으로 선수를 쳐서 대부분의 언론보도에서 식품안전과의 역할을 부각할 수 있었다. 가짜식품 관련 기사의 리드에는 어김없이 ‘OO경찰서는 OO부 식품안전과와 공조하여’라는 부분이 삽입되었고 장관의 경질 여론은 점차 희석되기 시작했다. 나는 정부청사와 중국인거리와 경찰서를 정신없이 오가면서 과장에게 시간 단위로 보고를 했고 중국인거리는 사상 최대의 불황을 겪었다. 문제를 일으킨 것은 중국인거리 밖으로 나온 가짜 와인이었지만 단속망은 모든 식품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애꿎은 화교상점들이 많이 피해를 입었다. 그러는 와중에 사태는 점차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프랑스 정부는 가짜 와인에 대해서는 더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가짜 식품 단속이 시작된 지 한달 쯤 지났을 때 나는 식품유통관리체계를 강화하는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던 중에 과장과 함께 국장에게 불려갔다. 국장은 삼십초 동안 우리의 노고를 치하하고 삼분 정도 잔소리를 늘어놓은 다음 삼십 분 가량 새로운 임무에 대해 설명했다.

 “그래서 말이야, 나머지는 이만 하면 대충 덮어도 될 것 같은데, 와인은 아직 정리가 안 됐어. 수입업자들을 전부 잡아넣고 판매상들을 족쳤는데도 프랑스 정부는 화가 안 풀렸단 말이지.”
 “이 번 종합대책에 와인유통 개선방안도 같이 포함시킬 생각입니다.”
 “그 걸로 부족해. 이 번에 문제가 된 로마네 꽁티의 공장을 폐쇄시켜 달라는 게 프랑스쪽 요구야.”
 “공장은 중국에 있잖아요?”
 “중국과 한국의 공동 책임을 묻고 있어. 어차피 가짜 와인 물량의 대부분이 한국으로 들어오니까.”
 “그래도 공장 폐쇄는 중국에서 할 일 같은데요.”
 “중국에서 할 거야. 다만 우리도 성의는 보여야 할 거 같아. 실태조사 차원에서도 실무자가 중국에 한 번 가보는 게 좋겠어.”

 나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중국어 방송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전원을 끄고 리모컨을 소파 위로 집어던졌다. 호텔 창문을 통해 내다보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거리에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고 있다. 청도에 온 지 보름이 넘었지만 인민경찰은 와인공장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중국에 온 뒤로 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처음에는 국무원 공안부 형사국에서 의욕적으로 수사를 하는 척 하더니 슬금슬금 청도시 공안국으로 사건을 넘겨버렸다. 다행히도 사건을 맡은 룽이라는 경찰은 무척 성실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혼자서 탐문수사를 계속하면서 수사과정을 빠짐없이 내게 알려주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다 호텔 전화기의 벨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수화기에서 룽의 어색한 영어발음이 들려왔다.

 “공장을 찾은 것 같습니다. 오늘 밤에 덮칠 겁니다.”
 “이 번에는 확실한가요?”
 “네. 인근 주민이 제보를 했습니다. 낮에는 공장을 폐쇄했다가 야간에 몰래 작업한다는군요. 그 동안 허탕친 이유도 알았습니다. 녀석들이 버려진 공장들을 계속 옮겨다니면서 작업한 거 같습니다.”
 “룽, 나도 같이 가게 해 줘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몇 번 허탕쳐서 이제 지원인력을 안 보내줍니다.”
 “절대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게만 해줘요.”

 룽이 절단기로 철조망을 자르는 동안 나는 망을 보았다. 서류상으로는 오래 전에 폐쇄된 곳이었지만 철조망 안쪽에 있는 공장건물에서는 밝은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룽은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을만큼 큼지막하게 철조망을 잘라내었다. 그는 절단기를 풀숲에 던져놓고 안쪽으로 들어가 나를 향해 손짓했다. 나는 녹슨 철조망에 긁히지 않도록 조심했다. 중국까지 와서 파상풍에 걸리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는 드럼통을 쌓아놓은 야적장을 가로질러 공장건물까지 냅다 뛰었다. 룽은 뛰면서 자켓 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어 들었다. 권총이었다. 우리가 야적장을 반쯤 가로질렀을 때였다. 어린애 크기 만한 검은 그림자가 우리를 향해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두두두둑-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룽이 고꾸라졌다.

 두두두둑- 

 이 번에는 왼팔 어깨 아래 부분이 인두로 지지는 것처럼 뜨거웠다. 나는 룽이 쓰러진 근처에 넘어졌다. 공장의 불빛 아래 검은 그림자의 형태가 좀 더 명확해졌다. 캐터필러 위로 솟아있는 둥근 원통형의 로봇이 길죽한 총신을 앞으로 내밀고 카메라 렌즈를 번득이고 있었다. 군부대에서 쓰는 경계로봇이었다. 나는 내 옆에 엎드려 있는 룽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반쯤 날아가고 등 뒤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역질이 날 것 같다. 윙윙- 소리가 나면서 경계로봇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군대시절 하사에게 배웠던 경계로봇을 제압하는 법을 떠올렸다. 룽이 떨어뜨린 9미리 리볼버가 눈앞에 있었다. 나는 재빨리 권총을 집어 경계로봇의 카메라 부분을 향해 연사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경계로봇은 깨진 렌즈 사이로 희미한 연기를 내며 동작을 멈춘 상태였다. 왼쪽 팔의 상처는 깊지 않았다. 총알이 살짝 스친 것 같았다. 나는 룽의 권총을 움켜쥐고 공장의 철문을 향해 걸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무엇 때문에 그런 무모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마 그 때 알 수 없는 분노 같은 것을 느낀 것 같다.

 공장 안에는 커다란 금속 통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노동자들이 그 위에 사다리를 놓고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들이붓는 중이었다. 화학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수레에 드럼통을 싣고 지나가는 노동자를 붙잡았다. 왜소한 체구에 앳된 얼굴의 소년이었다. 권총을 겨누어 위협했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나는 이 길쭉하고 낯빛이 누런 소년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기억을 더듬었다. 그 때 양꼬치의 짭짤한 맛과 국수위에 얹은 샹차이 냄새가 소년의 기억을 되살렸다.

 “옌? 너 양육점에서 일하던 옌 맞지?”

 옌은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 추궁하자 몇 마디 짧은 중국어로 답할 뿐이었다. 청소도구를 옮기던 노동자가 우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나는 권총을 떨어뜨릴 뻔 했다. 청소도구를 옮기던 노동자도 옌의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공장 안을 돌아다니는 소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후줄근한 회색빛 작업복을 입었고 체구와 얼굴이 모두 똑같았다. 플라스틱 용기를 등에 지고 사다리에 오르는 옌과 막대기로 무언가를 휘휘 젓는 옌과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 옌과 깔때기 위로 붉은 용액을 붓는 옌과 병 입구를 코르크로 막는 옌과 병에 라벨을 붙이는 옌 때문에 나는 현기증이 나고 토할 것 같았다.

 창문도 없는 답답한 방이었다. 중앙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 위에는 학처럼 생긴 스탠드 조명이 놓여 있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작은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내 전화를 받고 처음에 달려온 사람들은 청도시 공안국 민경들이었다. 그들은 혼자서 영웅적인 행동을 했다고 나를 칭찬했지만 뒤에 나타난 국무원 공안부 사람들에게 나를 인계했다. 차에서 공안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그들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국 영사관에 연락하게 해달라는 내 부탁을 무시하고 이 방에 가두었다. 시계까지 빼앗겨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문을 열고 감색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들어왔다. 살이 찌고 눈이 작은 남자였다. 그는 나를 보자 ‘김 선생’이라고 한국말로 부르더니 뒤 이어 유창한 영어로 말을 이어갔다.

 “당신이 본 그 소년들은 <복제 노동자>입니다. 외국인이 봐서는 안 될 것들이죠.”
 “복제 노동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의 DNA를 채취해서 똑같은 노동력을 무한정 뽑아내는 기술입니다. 복제 노동자는 일반적인 개체복제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합성수지로 만든 인공자궁에서 3개월만에 속성으로 배양합니다. 인공자궁에서 꺼낼 때는 이미 60kg가 넘는 소년의 몸으로 자라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걸 만드는 거죠?”
 “이제 중국도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서 기업들이 사람 쓰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더군다나 불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임금을 줄 이유가 없지요.”
 “와인공장에서 일하던 복제노동자들의 원본은 누구입니까?”
 “이제까지 보고된 복제노동자들은 모두 아홉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와인공장에 있던 것들은 마약거래를 하다 공개처형 된 <쑨강>타입입니다. <쑨강>타입은 두 번째로 많이 복제된 종류이지만 대부분 소각되었습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줄은 몰랐죠.”
 “지금 ‘소각’이라고 하셨습니까?”
 “복제노동자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공화국의 명예를 더럽히는 프랑켄슈타인이죠. 괴물들은 태워 없애야 합니다.”
 “지금 이 사실을 서방언론에서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셨습니까?”
 “물론입니다. 국제사면위원회 같은데서 문제삼기 시작하면 사태는 일파만파로 걷잡을 수 없겠죠. 그래서 당신을 여기로 데려온 겁니다.”
 “설마…… 나도 같이 죽일 생각입니까?”
 “외국의 공무원이 실종된다면 대외관계가 악화되겠죠.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안심하세요.”
 “날 영원히 억류할 순 없을 겁니다.”
 “아 마음 놓으세요. 당신은 일주일 뒤에는 본국으로 돌아갈 있을 겁니다. 다만 돌아가기 전에 당신 기억을 지워야 해요.”
 “기억을 지운다고?”
 “우리 과학자들이 미국보다 앞서 있는 분야죠. 기억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해서 여기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게 해드리겠습니다.”
 “공안부에서 이런 일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난 공안부가 아니라 국가안전부(Ministry of State Security) 소속입니다. 당신네 나라의 국정원과 같은 일을 합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체구가 건장한 경비원들이 들어와서 나를 억지로 끌어 내었다. 나는 양팔을 경비원들에게 잡힌 채 발을 버둥거리며 어디론가 끌려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다시 한참을 이동한 뒤 그 방으로 들어갔다. 천장에 커다란 무영등(無影燈)이 달려 있고 하얀 시트위에는 수십 개의 겸자와 메스들이 번쩍거렸다. 경비원들은 나를 수술대 위에 억지로 눕히고 팔을 묶었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녁을 다 먹고 나자 아내가 빈 그릇을 치우면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나는 속이 뜨끔하고 긴장이 됐다. 그녀는 요즘 잘 웃지 않고 말수도 점점 없어져갔다. 나는 그 동안 일을 핑계로 아내에게 많이 신경쓰지 못한 데 대하여 반성하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백장미와 안개꽃을 사들고 퇴근하기도 하고, 가끔 큰 마음 먹고 뮤지컬 공연 티켓을 끊어오기도 했다. 식사 후에 설거지를 하기도 하고 휴일에는 집안 청소도 거들었다. 하지만 너무 늦은 걸까. 아내는 대뜸 이혼을 하자고 했다.

 “나한테도 기회를 줘야지. 그 동안 일이 바빴어. 애가 생기면 우리 사이도 달라질 거야.”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야?”
 “당신은 가짜야.”
 “뭐?”
 “당신은 내 남편이 아니야. 처음엔 당신이 무심하다고 원망했어.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들도 기억을 못하더군. 어제는 처가식구들의 이름도 떠올리지 못했어.”
 “미안해. 요즘 들어 건망증이 심해진 거 같아.”
 “건망증이 아니야. 중국에 다녀온 뒤로 당신은 너무나 변했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어. 대답해. 중국 출장 중에 무슨 일이 있었지?”
 “기억이 안 나.”
 “역시…… 당신은 가짜야. 진짜 내 남편은 중국에서 죽었어.”
 “그게 아니야. 난 당신 남편이라고!”

 나는 중국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생각나는 건 청도 국제공항에서 룽이라는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 뿐이었다. 나는 정수리 부근의 상처가 가려워서 긁었다. 언제 생긴 상처인지 모르겠다. 아내는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었다.




 - 끝 -
댓글 2
  • No Profile
    Nabi 09.02.06 18:59 댓글 수정 삭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샹차이를 얹은 국수를 입가심으로... 대단해요. ㅠ
  • No Profile
    Alucard 09.02.22 14:10 댓글 수정 삭제
    샹차이가 좀 역겹긴하죠. 그래도 적당히 섞어 드시면 먹을만 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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