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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젠틀맨 캉브리올뤠르

2008.12.26 22:3012.26

http://thecarnage.egloos.com/"발크만 중위님, 출두 명령입니다."

느긋한 자세로 앉은 채 독서를 즐기고 있던 발크만 중위는 의아한 얼굴로 명령서를 건네받았다.
몇몇 상급자들은 이런 시대착오적인, 좋게 말하면 복고적 방법으로 명령을 전달하기도 했다.
명령서를 읽어나가던 발크만 중위의 날카로운 눈이 더 가늘어졌다.

"지금 농담하는 건가? 학자의 호위 임무?"

그는 레베르크 기갑사단 제 1 전투 중대의 중대장이었다. 일전의 바빌론 전투에서 그의 중대가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은 탓에(발크만 자신의 전용기도 중파) 현재 중대 전체가 대기 중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위 임무라니.

"중대의 대기 상황이 풀리면 난 중대장으로서의 임무를 다해야 된다."

전령은 마치 그런 반론을 예상이라도 한 듯 즉각 대답했다.

"컴퓨터의 계산 결과 중위님께 하달된 임무와 중대 복귀에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음이 판명되었습니다."

발크만 중위는 한숨을 내쉬며 책을 덮었다. 독서는 글렀군.

"소령님을 만나 보겠다."

"죄송하지만 현재 부재 상황입니다."

"시공간 통신은?"

"죄송합니다. 소령님의 현 소재 상황은 극비입니다."

발크만 중위는 뭐라 말하기 힘든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뭔가 꺼림칙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발크만 중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전령이 즉각 말했다.

"밖에 공군 수송기가 대기 중입니다."

좋게 말하면 딱 부러지게 임무를 수행하는 녀석이지만 아마 대부분은 짜증이 날 것이다. 자신처럼.


발크만 중위는 탈의실에서 전투용 복장을 갖춰 입었다. 시간 보호군의 상징색인 회색빛을 띤 제식 군복은 그 겉모습은 평범한 모습이었으나 일반인보다 2배 정도로 월등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준강화복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필수 장비였다.
군용 유틸리티 벨트에 온갖 장비들을 부착한 발크만 중위는 허리춤의 권총 홀스터에 GR-13 음파충격총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물건 하나를 손목에 차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은빛으로 빛나는 그것은 영구식 연료전지가 내장된 마이크로 홀로그램 발생 장치로서 발크만 중위의 군복 모습 위에 과거와 미래의 시간대에 적절하면서도 표준적 복장 형태를 투영하게 해주는 장치였다. 홀로그램이라고는 해도 부딪쳤을 때 그 촉감마저 느낄 수 있는 실로 놀라운 물건이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발크만 중위는 이윽고 탈의실에서 걸어 나와 함께 시간여행을 할 학자가 대기하고 있는 대기실로 향했다.
그 학자는 어린아이처럼 상기된 얼굴로 몸을 떨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마 시공간을 뛰어넘어 역사를 직접 대면하는 것이 처음인 학자인 것 같았다,
발크만 중위가 학자에게 다가가 헛기침을 하자 그 학자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학자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낀 생각은 특이한 얼굴이라는 점이었다. 외모는 아름답긴 했지만 여성인지 남성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중성적이었고 머리카락은 남자의 기준으로도 매우 짧았다.
그리고 옷. 옷이 매우 특이했다. 선명한 녹색이었는데 전신에 딱 달라붙는 일종의 스판덱스 같았다. 굴곡은 전혀 없는 이상한 옷.
발크만 중위는 감정이 실리지 않는 냉정하면서도 무심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호위를 맡게 된 발크만 중위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혹은 그녀?) 역시 깍듯하면서도 우왕좌왕하는 움직임으로 인사를 했다.

"저...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제 2재건기의 북코레이나 연방 고고학부에서 파견된 인물 연구학자 한에데입니다! 성별은 여성입니다."

이상한 이름이군. 동양계인가? 그가 그런 무례한 생각을 품는 동안 한에데라는 이름의 인물 연구학자는 뭔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발크만 중위는 소심하게 머뭇거리는 그 모습에 먼저 말을 꺼냈다.

"왜 그러십니까?"

놀라면서도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과거로 가는 데 그런 복장으로 가도..."

발크만 중위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초보로군.


3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타임 슬립학자는 발크만 중위와 한에데에 대해서 확인한 후 이번 조사가 혹시나 취소되지는 않았는지의 여부를 다시 재확인하는 요지의 문의를 사령부에 전달했다.
발크만 중위는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에 삼삼오오 모인 채로 곧 있을 '여행' 에 대한 기쁨과 기대로 대화를 나누는 각 분야의 학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주위에 몇 몇씩 박혀 있는 무표정한 얼굴의 군인들.

"확인되었습니다. 타임 홀의 경우 최초의 명령을 수령 받자마자 발생시킨 후 이미 3번을 확인했으니 안전성은 문제없습니다. 12-A 구역으로 가십시오. 두 분 모두 안전하고 편안한 조사가 있길 바랍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발크만 중위와 황송하다는 듯한 얼굴로 감사의 인사를 나타내는 한에데는 이윽고 12-A 구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6분 2초 정도의 시간을 소요한 그들의 눈앞에는 우주의 암흑보다 더욱더 어두운 듯한 형태로 공중에서 고정화된 타임 홀을 바라볼 수 있었다.
타임 홀은 암흑 물질을 찾기 위한 실험 도중 우연히 발견된 기묘한 입자. 대기 중에 무수히 존재하며 과거 종종 존재했던 불가사의한 현상, 타임 슬립 현상의 원인이자 시간 보호군의 시작점인 TS 입자(Time Slip Partice: 타임 슬립 입자의 약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수수께끼의 입자이자 변칙적이며 통제불능에 가까운 신의 입자. 각 입자마다 여러 시간적 형질을 지니고 있지만 입자 하나로는 시공 이동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복수의 입자들이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다가 한순간 일정한 규칙적 형태로 정립, 그 미묘한 조합에 따라 개별적 시간대와 공간으로의 이동을 가능케 했다.
규명 불가능의 자연 현상이었던 타임 슬립 현상은 더 이상 정체불명의 현상이 아니었다. 이렇게 일부분 규명하여 입자 형질을 분석하고 그 입자를 인위적으로 컨트롤, 원하는 시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타임 슬립 현상을 일으키게 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의문은 자연적 타임 슬립 현상이 실로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에 반해 이러한 인위적 타임 슬립 현상은 예외 없이 웜 홀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었다.
그런 연유로 붙여진 명칭이 타임 홀이었지만 말이다.
발크만 중위는 크게 심호흡했다. 이렇게 타임 홀이나 타임 슬립 현상, TS 입자에 대해 기본적 지식을 줄줄이 갖추었으며 이러한 타임 홀들을 기억도 못할 정도로 통과한 그였지만 항상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것은 미래에서 이 기지로 올 때 한번 타임 홀을 이용한 한에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에데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기대감을 온몸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저...정말이지 흥분됩니다! 1905년의 프랑스 파리! 벨 에포크 시대에 가서 그 역사적 인물을 직접 보게 되다니 말입니다. 그것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공백의 시간을 조사하는 겁니다!"

벨 에포크 시대라. 그 때에는 별 다른 분기점이 존재하지는 않다고 알고 있었다.
발크만 중위는 뛰어들기 직전 한에데의 옷차림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홀로그램 발생 장치를 작동시키십시오."


아무도 살지 않는 낡은 건물의 어느 방에서 그들은 안전하게 착지했다. 발크만 중위는 실크햇에 전형적인 신사 복장이었고 한에데 역시 조사의 용이성을 위해 남성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대규모 조사단이라면 시간 보호군이 마련해 놓은 장소에 타임 슬립하겠지만 이번 조사는 학자 한 명뿐이었으니 현지의 자산을 그대로 활용했다.
낡은 건물에서 내려와 좀 더 시내의 중심지 쪽으로 이동하자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함께 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온갖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는 경이의 시대! 벨 에포크 시대에서 모두는 인류에 대한 즐거운 희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그것은 헛된 환상이었지만.
그는 적당한 야외 카페에 앉았다. 이 시대에 대체 무슨 위험이 있담? 1차 세계 대전과 그와 연관된 주요 사건들은 아직 머나먼 미래의 일이었다. 산업 혁명을 저지하려는 신 가이아 군단의 위험도 없는 시공간의 지루한 순간일 뿐이다.(시간 범죄자들과 개변군은 이 시기에 퀴리 부인을 죽여 핵 개발을 저지하느니 아인슈타인을 대표로 하는 30년대 과학자들에게 그 표적을 돌릴 것이 분명하다. 단순한 놈들.)
그래도 호위의 임무는 다해야겠지. 발크만 중위는 아무 말 없이 무언가를 맹렬히 메모하고 이런 저런 쪽지들을 품에서 꺼내고 필기하는 등의 한에데를 응시했다.
아마 곧 조사할 일정이나 구체적 계획 등등을 세분화하거나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한에데의 눈동자는 흥분으로 빛나고 있었다.
발크만 중위는 그런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도중 호기심이 들었다. 2재건기라는 먼 미래에서 이 지루하고도 평화로운 시대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뛰어난 역사적 인물이 누굴까?
하긴 이 시대에도 역사적 인물은 많았으니.
발크만 중위의 물음에 한에데는 실로 놀라워하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한에데는 잠시 더듬거리면서 말을 토해냈다.

"아....제가 말을 안 드렸습니까? 오, 이런! 그 분은 정말 위대한 분입니다! 신비로울 정도의 업적과 활약을 펼친 그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료되어 있습니다! 저희 고고학부의 신진 학자들의 경우도 이 인물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지요!"

"흠."

정말 대단한 인기로군. 일반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역사적 인물이라. 발크만 중위의 머리 속으로 여러 후보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한에데는 헛기침을 한 후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 모습은 실로 신에게 경의를 바치는 사제처럼 경건하고도 엄숙한 모습이었다.
발크만 중위는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 잡으며 경청할 준비를 했다.

"그 분의 이름은 바로 아르센 뤼팽(Arsne Lupin)이십니다."

"......하아?"


실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임무 전에 호위 학자의 조사 대상을 면밀하게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어야 하는 것인데 이런 실수를!
아니, 잠깐만. 발크만 중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고 보니 묘하게 자신에게 정보가 없었다. 고의적으로 사령부가 조사 대상을 은폐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체 무엇 때문에?

"사령부는 대체 나에게 무엇을 하라는 거지?"

발크만 중위는 한숨을 내쉬었다. 문명 전체가 종말을 맞이한 후 다시 새롭게 문명이 세워진 재건기 시대. 몇몇 시공간은 실로 판타지를 방불케하는 문명이 있는가 하면 1950년대나 60년대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 시대와도 같은 문명이 존재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 보호군의 존재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몇몇 시간대도 상당수 존재했다.
누구나 당연하게 자신의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시간이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어느 절대적 무력 집단에 의해 관리 당한다는 사실은 불쾌감을 주기 마련이고 일부에게는 분노와 극렬한 반항심을 안겨 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고 원활한 군사 작전을 위해 시간 보호군은 이런 저런 당근을 제공하였는데 이 중 하나가 고대사였다. 시간 보호군은 소실된 고대사를 시간 보호군에 대한 전면 협력을 조건으로 알려주었다.
그들이 절대 알 수 없는 사라진 문명에 대한 방대한 정보들.
이러한 역사들은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상당한, 아니 열광적 인기를 얻고 있었다.
전쟁을 전혀 모르는 순진한 어느 시대에서는 2차 세계 대전이 실로 엄청난 인기 몰이를 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연합군과 추축군의 전투 병기들 이름을 달달 외우고 있었고 각 극장마다 시간 보호군이 다각도로 촬영한 주요 전투의 여러 영상 버전들이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요아힘 파이퍼는 20대와 30대 여성들에게 큰사랑을 받는 톱스타였다. 결국 요아힘 파이퍼의 열광적 팬이었던 한 여성 북반구 총괄 대통령의 끈질긴 요청으로 시간 보호군은 1976년 7월 14일 죽기 직전의 요아힘 파이퍼를 몰래 그 시간대로 이동시켰다. 물론 전성기 시절의 모습으로 육체를 재구성한 후.
듣기로는 요아힘 파이퍼는 처음에는 당황해했지만 곧 빠르게 그 상황에 적응했다고 한다.
그리고 공군의 어느 친구에게서 들은 확인되지 않은 웃기는 소문. 발크만 중위는 그 소문이 진실임을 지금 깨닫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소문이란 기존의 역사뿐만 아니라 시간 보호군은 여러 가상의 이야기들을 마치 진실처럼 포장하여 그들에게 제공하고 그와 관련된 여타의 부가 상품들도 판매하여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사실 가공의 역사인 문학(혹은 영상)이 진짜 역사보다 더 흥미진진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는 했다.)
그들에게 거짓은 진실이었다.

"그나저나....."

어떡한다? 실재하지도 않는 아르센 뤼팽을 어떻게 조사한다는 것인지.


한에데의 설명은 이랬다.

"우선 저는 모리스 르블랑을 만나 아르센 뤼팽의 알려지지 않은 생애에 대해 조사할 것입니다."

발크만 중위는 아연실색했다. 그랬다가는 아르센 뤼팽이 허구의 인물임을 즉각 알아차릴 것이다.
더군다나 모리스 르블랑은 아르센 뤼팽의 첫 작품을 1905년 7월에야 선보였다. 지금은 1905년 5월 6일이었다. 시간이 맞지가 않았다.

"뤼팽 연대기 작가인 모리스 르블랑은 1902년에 3월에 아르센 뤼팽과 처음 알게 됩니다. 그리고 3개월 후 세븐 하트 사건과 관련하여 보다 절친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으음, 그렇군요."

저런 구체적 연대기는 누가 제공해 준거지?

"그리고 1905년 7월 모리스 르블랑은 처음으로 아르센 뤼팽에 대한 역사 기록을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발크만 중위는 정말 껄껄 웃고 싶어졌다. 역사 기록이라고?

"실례지만, 그런 사실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한에데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건 다 그쪽에서 제공해준 정보입니다만? 모리스 르블랑은 그 전에도 역사 기록과 자신에 대한 기록을 쓰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역사 기록가로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뤼팽과 만나면서입니다!"

아무래도 모리스 르블랑의 생애와 아르센 뤼팽의 가공 연대기를 적당히 짜깁기한 듯 했다.
좌절하는 듯한 표정의 발크만 중위와는 상관없이 한에데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우린 1902년과 1905년 사이의 알려지지 않은 아르센 뤼팽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싶어합니다. 당신들이 제공해준 아르센 뤼팽의 역사 기록은 실로 우리를 경탄케 했지만 우린 좀 더 많은 아르센 뤼팽에 대한 역사 기록을 원합니다. 그래서 제가 오게 된 거죠."

발크만 중위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어떻게 조사할 것입니까? 대화를 하다보면 저희에 대해 뭔가 눈치를 챌 수도 있을 텐데요?"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걱정 마세요."

한에데는 그렇게 말하며 탁자 위에 무광택 금속 물체를 올려놓았다. 그것은 펜이었다.

"펜으로 보이는 이것은 두뇌 스캔기입니다. 이것을 집은 생명체의 두뇌를 즉각 스캔해 얻어낸 모든 정보를 저장합니다. 최대 10명의 성인 인간의 두뇌 정보를 저장가능하지요."

발크만 중위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그 물건을 흥미롭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는 이제 한에데의 계획을 예상할 수 있었다.
모리스 르블랑에게 접근해 적당한 핑계, 보다 구체적으로는 예전부터 애독자였다는 이유로 친필 서명을 요구할 것이고 그것을 통해 모리스 르블랑의 두뇌에서 모든 정보를 얻어낼 것이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나쁘지는 않은, 꽤나 안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905년 5월 6일이었다. 모리스 르블랑이 뤼팽에 대한 최초의 소설을 발표하는 것은 아직 미래의 일이었다. 물론 뤼팽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플롯이라던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되어도 아르센 뤼팽이 가공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만약 시간 보호군이 가공의 정보를 실제의 정보로 속여서 제공한 것을 알게 되면 시간 보호군에 대한 여론은 매우 악화될 것이 뻔할 것이다.
자칫하면 여러 기지가 철수할 수도 있는 매우 아찔하고도 중대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얻어낸 정보에서 그분의 얼굴과 최근 만난 위치 등등을 알아낼 겁니다! 몇 시간이면 그분을 찾아낼 수 있을 거 에요! 정말 멋지지 않나요?"

한에데는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발크만 중위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떡한다?


발크만 중위의 고민은 한에데가 모리스 르블랑을 찾아냈을 때도 계속되고 있었다. 어떡한다?
한에데는 셍 제르망 거리에서 탄성과 함께 엄숙하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찾았어요! 저기 르블랑 씨가 있군요!"

제기랄! 순간, 발크만 중위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들 눈앞에 꼿꼿한 자세로 서있는 그 사람은 분명 모리스 르블랑이었다. 그의 모습은 일견 평범해 보였으나 주변 사람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그럼 가볼까요."

한에데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걸어 나가려하자 발크만 중위는 급히 제지했다.

"음....일단 제가 먼저 접근해서 두뇌의 정보를 스캔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위험은 시간 보호군에 대한 위험을 의미한다.

"하...하지만!"

발크만 중위는 재빨리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는 펜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어울리지도 않는 윙크를 날리며 걸어 나갔다.

"나중에 제 기억 정보나 삭제하는 거 잊지 마십시오!"

발크만 중위의 머리 속은 이 사태를 어떻게 얼버무릴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리스 르블랑은 뭔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신문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르블랑씨.”

발크만 중위는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모리스 르블랑은 발크만 중위의 말에 시선을 돌리고 정중히 반문했다.

“아, 무슨 일이시죠?”

“반갑습니다. 절 모르실지 모르겠지만 전 당신 글의 애독자입니다.”

일단은 이렇게 둘러대기로 발크만 중위는 결정했다.

“오.”

르블랑은 조금 당황한 눈치였으나 이내 만면에 기쁜 기색을 띠었다.

“저야 말로 반갑습니다. 제 글의 애독자시라니 정말이지 기쁘군요.”

발크만 중위는 약간 안도하며 이제 서명을 요청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펜에 르블랑의 두뇌 데이터가 저장된다고 해도 잽싸게 귀환하여 펜에 저장된 정보를 조작할 생각이었다.
그 학자를 먼저 격리해놓을 방법은 아주 손쉬울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시간 보호군이 원하는 대로 조작될 것이다.
아르센 뤼팽은 가공의 인물이 아니게 말이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데 저의 글 중 어느 글이 제일 마음에 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만..”

젠장! 발크만 중위가 모리스 르블랑의 작품 세계에 아는 것이라고는 뤼팽 하나뿐이었다. 21세기 출신이기는 했지만 지금의 모리스 르블랑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거의 전무했다.

“아, 그러니까...”

그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저 미래의 학자가 달려와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을 것이 분명했다.
발크만 중위는 가까스로 자신이 읽은 뤼팽 작품의 부록에서 모리스 르블랑에 대한 약력에 대해 조금이나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 자전거에 대한 소설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부분적이긴 했지만 모리스 르블랑이 자전거 예찬론자이고 그와 관련한 글도 적은 것이 기억이 났다. 구체적인 제목까지 물으면 끝장이었지만.

“아하, ‘날개를 펴다’ 말씀이시군요.”

“아, 네. 모파상적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가 뤼팽을 제외하고 모리스 르블랑과 관련하여 기억하는 요소가 자전거와 모파상, 이 두 가지뿐이었다.
발크만 중위는 행여나 밑천이 드러날까 서둘러 말했다.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 말입니다.(이 대목에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목시계를 살피는 동작을 취하려다가 화들짝 놀랐다. 아직 손목시계가 발명되려면 나중의 일이었다.) 일단 모리스 르블랑 씨의 서명을 기념품으로 간직하고 싶은데...”

“아, 저야 말로 영광입니다.”

다행히 대화의 흐름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발크만 중위는 펜을 꺼내들었다.

“굉장히 특이하게 생겼군요.”

모리스 르블랑은 이런 펜은 난생처음 본다는 눈빛으로 펜을 응시했다. 하지만 발크만 중위는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자신과 모리스 르블랑이 서있는 곳 저 멀리 뒤쪽에서 매우 기묘한 걸음걸이와 몸동작으로 다가오는 사내가 발크만 중위 특유의 감각을 건드리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감각을.
발크만 중위의 날카로운 눈이 그 정체불명의 사내가 들고 있는 총에 이르렀을 때 그는 명백한 위험 인지와 함께 그 녀석에게 쇄도해갔다.
발크만 중위는 잽싸게 펜을 집어넣고 GR-13 권총을 꺼내들었다. 녀석의 총구가 정확히 모리스 르블랑을 향했을 때 그는 아슬아슬하게 녀석을 바닥에 내동댕이칠 수 있었다.

“으윽!”

발크만 중위는 온몸으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성을 토해냈다. 이 망할 놈의 몸은 대체 뭘로 만들어진 거야? 그런 의문과 함께 전형적인 리볼버 권총을 뺏으려고 하는 순간 발크만 중위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총이 빠지지가 않았다.

“이 무슨...으악!”

정체불명의 사내는 실로 기묘한 동작으로 발크만 중위의 가슴팍을 밀쳐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고통스러운 가슴을 문지르며 비틀거리는 발크만 중위에게는 신경조차 주지 않고는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른 채 발크만 중위와 사내의 싸움을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쳐다보는 모리스 르블랑에게로 다가갔다.
발크만 중위는 급히 돌려차기로 녀석의 안면부를 강타했다. 발이 아플 정도로 강렬한 타격감이었다.
동시에 급히 모리스 르블랑 씨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을 때에는....

“안녕하세요! 아르센 뤼팽 씨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르센 뤼팽 씨요? 죄송하지만 사람을 잘못 찾으신 것 같군요.”

으악! 발크만 중위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충동적으로 GR-13 음파충격총의 강도를 최저로 설정한 후 한에데에게 겨누고 그대로 쏴버렸다.
총구에서 튀어나온 무형의 음파충격탄은 정확히 그 불운한 학자에게 명중되었고 한에데는 무너지듯 자연스럽게 기절했다.
물론 모리스 르블랑이 당황한 건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크윽!”

발크만 중위는 오른 손 전체가 마비되는 듯한 고통과 함께 GR-13 음파충격총을 놓치고 말았다.
그의 눈앞에는 무표정의 극치인 사내가 차가운 눈동자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그에게는 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인간의 눈동자도, 하물며 야수의 눈동자도 아닌 하나의 물체였다.
발크만 중위는 이 사내의 정체를 단박에 깨달았다. 대체 왜 여기서 모리스 르블랑을 죽이려고 하는지는 몰라도 이놈은 기계생명체였다.
광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류가 지구의 지배권을 잃고 기계가 새로운 지구의 지배자가 된 시공간에서 온 이해불가의 존재들.
팔꿈치로 목을 가격하면서 행동의 자유를 되찾은 발크만 중위는 그 녀석, 아니 그것을 노려보았다.
기계와 인간의 싸움은 항상 인간에게 불리하다. 그 사실을 애써 떨치려하며 발크만 중위는 그것에게 달려들었다.


모리스 르블랑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애독자라는 사람은 서명을 요구하다 말고 갑자기 깡패나 아님 복잡한 관계의 누군가와 화려한 격투를 벌이고 있었으며 자신의 바로 앞에는 어떤 사람이 아르센 뤼팽이라는 사람을 찾다가 갑자기 쓰러져 버린 상태였다.
숨소리는 실로 정상적으로 내쉬고 있는 걸로 봐서 기절보다는 수면에 가까워 그나마 안심이 되었지만 일단 뭔가를 하기는 해야 될 상황이었다.
모리스 르블랑은 고민하다가 자신의 애독자가 신나게 싸우는 모습을 어느새 구경하고 있었다.
세련되고 말끔한 신사복 차림의 젊은 사내가 건달패보다 더욱더 뛰어난 싸움 기술을 구사하는 모습은 그에게 상당히 인상적 모습이었다.

“멋지군.”

모리스 르블랑의 감상이었다.


발크만 중위는 미칠 지경이었다. 기계생명체의 명성은 역시 허명이 아니었다.
녀석은 자신의 모든 공격을 무효화하거나 오히려 역공의 기회로 삼고 있었다. 소문대로 기계생명체가 유일하게 호각으로 맞설 수 있는 이는 제라드 중령뿐이라는 것이 과장은 결코 아니었다.
손가락 끝이 녹색 빛을 띠는가 싶더니 연속적 잔영과 함께 발크만 중위의 목젖 부분으로 달려들었다.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보통 사람이라면 턱뼈가 부서질 정도의 강도로 주먹을 날렸으나 오히려 손이 아파왔다.
발크만 중위는 기계생명체의 정면 발차기를 양손으로 막으면서 뒤로 퉁겨졌다.
그 묵직한 감각에 발크만 중위의 머리 속으로 잊고 있었던 중요한 정보가 떠올랐다.
저 망할 놈은 본질적으로 기계생명체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뚜껑을 열어 날카로운 펜촉 부분이 드러나게 했다.
그리고 정확히 기계생명체가 취한 인간 형태의 목 부분에 던졌고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파공성과 함께 깊숙이 박히면서 약간 그 움직임에 불균형을 보였다.
그러나 곧 그것은 자세를 바로잡으면서 목에 박힌 펜을 뽑기 위해 그대로 잡았다.
발크만 중위가 노린 것은 기계생명체가 소요한 바로 이 귀중한 시간이었다. 적다고 하면 적은 시간이었지만 그에겐 너무나 소중하고 승패와 생사를 가를 정도로 중요한 시간이었다.
발크만 중위는 펜이 그것의 목에 박히는 순간 유틸리티 벨트의 13번 금속 장치를 조작하여 인공지능 및 자율적 기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전파를 생성시켰다.

“아직 기계는 인간의 창조물일 뿐이다, 이 멍청한 컴퓨터야!”

목에 박힌 펜을 잡고 뽑는 순간 그대로 경련하면서 주저앉는 그것의 모습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발크만 중위는 GR-13 음파충격총을 집어 들었다.
강도를 상하 정도로 조절한 발크만 중위는 모리스 르블랑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가슴팍에 그대로 총구를 대고 풀 오토로 방아쇠를 당겼다.
완전한 무음이었고 총이 보이지 않는 각도로 쐈기 때문에 르블랑 씨가 보기엔 그냥 근접거리에서 연속 펀치를 날리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이내 기계생명체는 축 늘어지면서 그 의지력을 상실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누군가가 기술적인 방법으로 깨워주기 전까지는 그냥 고철 상태일 뿐이었다.

“끝났군.”

발크만 중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떨어진 펜을 집어 들었다. 그 다음으로 기계생명체를 억지로 잡아끌었다. 무거웠다.
그는 힘겨운 걸음걸이로 모리스 르블랑 씨(그는 여전히 뭐가 뭔지 하는 표정이었다.)에게 다가갔다.

“아,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모리스 르블랑은 뭔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발크만 중위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이 분과는....”

발크만 중위는 규칙적인 숨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잠들어있는 한에데 역시 일으켜 세웠다.
양손으로 두 사람을 지탱하자니 너무나 힘겨웠다. 더군다나 한 녀석은 기계생명체였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허..헉. 예, 이 분과는 일행입니다.”

“음, 그럼 당신이 아르센 뤼팽 씨인가 보군요? 이 분이 저에게서 아르센 뤼팽 씨에 대해 묻더군요.”

“아....”

발크만 중위는 식은땀을 흘리며 씩 웃었다.

“그 이름은 그냥 잊으십시오. 그나저나 서명 좀....”


모리스 르블랑은 기어코 자신의 친필 서명을 받고는 양쪽에 각각 사람 하나씩을 껴안고 낑낑대며 사라진 그 기묘한 사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정말이지 이상한 사내였다.
모리스 르블랑은 그렇게 그 날 하루를 보냈다.
또 다른 하루가 지났고 일주일이 지났으며 몇 개월이 지났을 때 아르센 뤼팽이란 이름과 신사 복장으로 격렬한 싸움을 벌인 사내란 기억은 어느새 잠재기억의 하나로 가라앉고 말았다.
그가 그 이름과 그 사건을 다시 떠올린 것은 1905년 7월 즈음의 일이었다.


한에데가 깨어났을 때 발크만 중위는 기술부의 전폭적 협력으로 모든 상황을 조작한 뒤였다.
한에데에게는 몇몇 사람들의 경우 시공간을 이동하면서 알 수 없는 영향이 기절이란 현상으로 종종 나타나기도 하는데 별 다른 해는 없다고 충고하면서 펜 모양의 두뇌 정보 단말 장치를 건네주었다.
한에데는 어리둥절하면서도 발크만 중위가 모리스 르블랑의 두뇌 내 정보를 모두 스캔했다는 사실에는 기뻐했다.
그리고 시무룩한 얼굴을 지으며 아르센 뤼팽을 직접 못 만나는 것에 진정으로 실망했다.
자신의 시대로 이동하면서 그녀는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다짐하며 떠났다.
물론 앞으로 가공인물을 실제 인물로 알고 연구하는 학자가 과거로 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한에데에게 건네준 두뇌 정보 단말 장치에 저장된 모리스 르블랑의 두뇌 정보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시간 보호군이 그 시대에 건네준 아르센 뤼팽 관련 역사와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적절히 믹스하여 실제 기억인양 저장되어 있었다.
1904년 즈음에 발표되었으며 후일 아르센 뤼팽의 전신이라고 여겨지는 세 가지 콩트가 바로 그것이었다.
시간 보호군의 적절한 수정 과정이 거쳐지면서 아르센 뤼팽의 역사는 완벽하게 구축되었고 그쪽 시대와 시간 보호군 모두는 만족했을 것이다. 아마도.
여담으로 펜에는 기계생명체의 두뇌 정보도 저장되어 있었는데 그 기계생명체가 모리스 르블랑을 죽이려 든 이유 또한 실로 황당했다.
그 녀석은 셜록 홈즈의 팬(기계생명체도 문학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시간 보호군과 여러 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 획득이었다.)이었는데 모리스 르블랑이 쓴 뤼팽 대 홈즈의 대결을 읽고는 그가 자신의 영웅을 망친 사실에 분개, 직접 처벌하려 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쪽 녀석들은 가공의 인물이라는 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여간 이래저래 황당한 일에 휘둘린 발크만 중위는 장교용 휴게실에서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가짜 역사도 앞으로는 신경을 써야 되다니, 나 참...”

그는 자신이 아르센 뤼팽의 모델이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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